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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게임 속 히든 보스가 되었다-40화 (40/99)

〈 40화 〉 14. 히든보스님 던전 운영하신다

* * *

“다녀왔어.”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레베카님. 저 정말 무서웠단 말이에요!”

던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디아가 레베카의 품에 안겨 우는 시늉을 보였다.

겨우 하룻밤 가지고 호들갑은…….

아, 겨우 하룻밤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구나? 나디아 혼자 있었다면 모를까, ‘최고룡(?古?)’ 자이로니아와 함께 하룻밤을 보냈으니 저럴 만도 하다.

“나디아 겁 준 건 아니겠지?”

“저, 절대 아니에요! 저 얌전히 있었어요!”

“히익!”

어서 내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겠냐는 듯 나디아를 노려보는 자이로니아의 행태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어허.”

그렇게 노려보면 안 되지. 애가 지금 겁을 먹고 있잖아.

“알았으니까 나디아 그만 노려봐.”

“네, 오빠…….”

수천 년을 살아온 고룡을 아가로 취급하는 최고룡한테 오빠 소리를 들으니까 조금 기분이 묘하다.

그렇다고 마냥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어서 슬프다.

아르켈의 나이는 자이로니아보다 훨씬 많으니까.

괜찮아, 아르켈은 몰라도 나는 아직 20대 중후반이니까!

“그럼 이제 가봐도 돼.”

자이로니아를 향해 손을 휘적휘적 저어댄다.

처음에는 죽일 생각으로 가득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머리를 땅에 박는 모습을 보고 그럴 생각이 사라졌다.

게다가 덕분에 메르넬라랑 레베카와 이어졌으니, 화를 내기도 좀 그래.

“그, 그…….”

뭐야, 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날 쳐다보고 있어. 그냥 가도 된다니까?

“저 용은 이제 너한테서 못 벗어나, 아르켈.”

“무슨 말씀이십니까.”

“용은 자기보다 더 강한 존재에게 굴복하는 종족이거든. 전혀 몰랐어?”

전혀 몰랐는데요.

진짜로 몰랐어. ‘던전 자하드’는 순수하게 던전을 공략하는 게임이라서 용과 관련된 설정은 풀지 않았으니 내가 알 턱이 있나.

아르켈의 기억에서도 용과 관련된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긴 레베카에게 빠진 미친놈이 지상의 종족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어.

“그럼 곤란한데요.”

머리를 긁적이며 자이로니아를 바라보았다.

“이런 용이 던전에 있으면 사람들이 안 올 거 같은데.”

딱히 던전의 파수꾼으로 활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평소엔 이 모습으로 있을게요! 힘도 숨길게요! 그러니까 제발 쫓아내지 마세요, 오빠 …….”

지금 자이로니아는 평범한 소녀 같은 모습이긴 해. 사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에 곧게 솟아오른 뿔이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이런 모습이라면 용과 사람의 혼혈이라고 볼 수도 있기는 하겠지.

“그렇다는데? 그럼 딱히 상관없지 않아? 식객으로 데리고 있으면 되잖아.”

그럼 뭐 괜찮겠지. 그런데 레베카, 정말로 괜찮은 거 맞아?

“제 옆에 여자가 더 늘어나는 셈인데 괜찮으십니까?”

레베카는 내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 일련의 행동이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오, 이제 나랑 이어졌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

“당연히 쟬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야.”

지 않구나.

“예이.”

뭐, 나도 딱히 건드릴 생각은 없다. 특히 저런 로리는 사양하고 싶어.

속은 할망구라고 하지만, 겉모습이 로리라서 왠지 건드리면 성범죄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럼 주인님 오빠 옆에 있어도 되나요?”

뭐야, 왜 호칭이 늘어났는데. 오빠면 오빠, 주인님이면 주인님이지 주인님 오빠는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이야!

“나디아, 저 용이 앞으로 쓸 방을 배정해줘.”

“제, 제가요!?”

“잠깐만요 레베카님.”

방 배정 전에 우선 저 끔찍한 혼종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먼저야.

“아, 나디아는 무섭겠구나. 그럼 내가 안내해주지 뭐. 따라와.”

“자, 잠깐만!”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레베카는 자이로니아를 데리고 던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하아.”

“두 분 무슨 일 있으셨어요? 사이가 굉장히 긴밀해지신 것 같은데.”

“딱히.”

그렇게 티가 났나? 딱히 티가 날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하셨어요?”

거 눈치 한 번 더럽게 빠르네.

“꺅!”

찔린다는 듯 나디아를 바라보자 나디아는 눈망울을 반짝이며 소리를 질렀다.

“역시 키스하셨구나!”

눈치가 빠르지만, 상상력은 빈약하구나, 나디아.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상상력이 빈약한 부하를 뒀으니 그만큼 고생할 내 처지를 불행하다고 여겨야 할지 모르겠네.

“나갔다 올게.”

“예? 여기선 자연스럽게 레베카님과 키스한 썰을 말씀해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썰은 무슨.

“아, 아르켈님!”

나를 부르는 나디아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 역시 던전으로 들어갔다. 내 걸음이 멈춘 곳은 욕망의 관이 있는 던전 끝부분이었다.

“어디 봅시다.”

어제 대단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레베카가 분명 내게 던전을 꾸미는 것을 맡겼다는 거다.

슬슬 마을도 완공돼가는 상황이니, 비명 숲 근처에 던전이 있다는 소문을 퍼트리기 전에 던전 내부를 발전시켜야겠지.

“어디 보자.”

욕망의 관 위에 손을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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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지지 않은 던전 ≫

□ 등급 : F

□ 명성 : ­

□ 보유 욕망 : 0(6,200 욕망 사용 가능)

★ 시설 건축

┗ 공터(Lv1) ­ 최소 100 욕망

┗ 함정방(Lv1) ­ 최소 500 욕망

┗ 쉼터(Lv1) ­ 1,000 욕망

┗ 훈련장(Lv1) ­ 1,500 욕망

┗ 연구소(Lv1) ­ 1,500 욕망

┗ 감옥(Lv1) ­ 500 욕망

┗ 고문실(Lv1) ­ 1,000 욕망

┗ 마력 보관실(Lv1) ­ 건설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던전의 등급이 더 올리세요.

★ 괴물 소환

┗ 슬라임(F등급) ­ 30 욕망

┗ 고블린(F등급) ­ 80 욕망

┗ 스켈레톤(F등급) ­ 120 욕망

┗ 리치(F등급) ­ 소환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던전의 등급을 더 올리세요.

★ 아이템 구매

┗ 금화

┗ 보물

★ 네임드 소환 – 5,000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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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갑자기 확 게임다워진 것 같아서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육천에 달하는 욕망은 조디악이 넘겨준 욕망이다. 앞으로는 한 달 단위로 욕망을 상납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매달 욕망 육천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이번에 준 욕망은 조디악이 요 몇 달간 쌓은 욕망의 절반을 준 것이니까.

그래도 안정적으로 욕망이 공급되는 건 희소식이긴 하지.

“보자.”

우선 던전의 구조를 바꾸는 게 먼저인가. 지금 우리 던전은 구조는 그냥 일직선 통로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던전이야. 그냥 동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우선 공터를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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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터 ≫

□ 레벨 : 1

아무런 기능도 없는 공터. 건설에 최소 100 욕망이 필요. 크기를 지정할 수 있으며 크기가 커질수록 소모되는 욕망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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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이런 식으로 설명이 나오네?”

그럼 함정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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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방 ≫

□ 레벨 : 1

아무런 기능도 없는 함정방. 함정은 알아서 설치해야 한다. 건설에 최소 500 욕망이 필요. 크기를 지정할 수 있으며 크기가 커질수록 소모되는 욕망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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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와 함정방 건설에 최소 욕망이 적힌 이유는 크기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구나.

공터도 그렇지만 함정방의 크기는 중요하다. 구덩이 함정이라던가, 가시 함정, 스위치 함정 등등. 많은 함정을 설치할 수 있으니까.

나로서는 함정을 직접 설치하는 쪽이 오히려 이득이다.

던전 자하드를 플레이할 때 가장 열 받았던 함정들을 맛보여주마.

“오케이 이해했어.”

던전 입구에는 공터를 두고 거기에 괴물을 배치해놔야지.

그리고 두 갈림길을 만들고, 막다른 길에 함정방을 설치하고, 올바른 길 쪽에는 또 공터를 놔서 몬스터를 놔두고.

당연히 던전의 구조를 바꾸는데도 욕망이 소모됐기에 어느 사이에 욕망을 삼천이나 써버렸다.

“다음은 당연히 괴물을 소환해야지.”

소환 가능한 괴물 리스트를 살펴본 순간, 이 괴물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다.

이거 소모품이구만.

물론 소모품 취급을 할 수 없는 미노타우로스나 데스 나이트 같은 고위 괴물들도 있지만, 당장 던전 등급이 낮아서 소환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중에선 스켈레톤이 제일 나을 거 같은데.”

소모품에 불과하지만, 슬라임이나 고블린과 달리 스켈레톤은 반영구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먹지도 않고, 잠을 잘 필요도 없어.

심지어 뼈가 심하게 손상돼서 재생할 수 없어져도, 몸에 맞는 뼈를 주면 재생할 수 있다.

활동하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내 마력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다.

“일단 10마리만 소환해볼까.”

스켈레톤을 구매하자, 곧바로 내 옆에 포탈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하나둘 뼈다귀들이 걸어 나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생각보다 더 조잡한데.”

갑옷은 아예 없고, 가진 무기라고 해봐야 녹슨 칼과 나무 방패 정도다. 그래도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할까.

한 마리당 120 욕망밖에 안 하는 소모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해도 안 되긴 하지.

“이제 남은 욕망은 이천.”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이템도 좀 살펴볼까.

“흐음.”

대충 아이템들의 설명을 읽어본 후 눈을 찌푸렸다.

아이템 중 금화는 한 닢 당 욕망 하나가 필요했다. 보석이나 미끼로 쓸 장비들은 그 가치에 따라 필요한 욕망이 달라지고.

그 외에도 부하들에게 줄 장비품과 나디아 같은 이름 있는 부하를 더욱 강화하기 재료들도 있었지만, 당장은 던전의 등급이 낮아서 구매할 수 없다.

“아이템 쪽은 당장은 딱히 뭘 살 필요가 없겠네.”

미끼로 쓸 금화나 장비품은 충분히 있다. 심지어 정 급하면 아포디미아에서 가져온 것을 꺼내도 그만이기도 하고.

“네임드 소환은 아마…….”

마계에는 마족 외에도 다양한 종족이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평균적으로 마족이 가장 강하긴 하지만, 이 네임드들 중에서는 그 마족보다 강한 녀석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네임드도 복불복이다.

한 마디로 가차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당장은 오천 욕망이나 투자할 여유가 없다.

아니 애초에 뽑을 욕망도 없구나.

“그럼 남은 욕망은 어떻게 할까?”

그냥 킵해놓을까? 아니면…….

일단 훈련소랑 연구소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봐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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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소 ≫

□ 레벨 : 1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괴물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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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 ≫

□ 레벨 : 1

시설의 레벨과 괴물의 등급을 올리는 연구할 수 있는 장소. 연구에는 욕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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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연구소가 낫겠는데.”

초반 소모품들의 레벨을 올려봐야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 게다가 괴물의 레벨은 인간을 상대할 때도 오르니까 당장은 훈련소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연구소는 중요해 보인다.

당장 고위 괴물인 리치가 F등급인 것도, 연구를 통해 등급을 높여야 한다는 거겠지. 게다가 시설의 레벨도 중요해 보이고.

응. 역시 업그레이드가 최고지. 예로부터 민속놀이에서도 3/3 업테란은 버틸 수가 없잖아.

“좋아, 연구소로 결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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