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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게임 속 히든 보스가 되었다-41화 (41/99)

〈 41화 〉 14. 히든보스님 던전 운영하신다(2)

* * *

연구소의 위치는 욕망의 관이 있는 ‘관리실’ 바로 방 옆으로 지정했다.

이런 시설은 적의 침입을 받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어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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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목록 ≫

□ 연구실 레벨 : 1

★ 시설 레벨 업그레이드

┗ 공터(Lv2) ­ 500 욕망

┗ 함정방(Lv2) ­ 3,000 욕망

┗ 쉼터(Lv2) ­ 5,000 욕망

┗ 훈련장(Lv2) ­ 10,000 욕망

┗ 연구소(Lv2) ­ 10,000 욕망

★ 몬스터 등급 업그레이드

┗ 슬라임(E) ­ 2,000 욕망

┗ 고블린(E) ­ 2,500 욕망

┗ 스켈레톤(E) ­ 3,000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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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쇼, 대마왕. 연구에 재화가 너무 많이 필요한 거 아니냐?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아니, 오히려 이게 당연한 건가?

“당장 연구할 수 있는 건 공터뿐이네.”

한 번 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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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터 ≫

□ 레벨 : 2

아무런 기능도 없는 공터. 던전 마스터의 선택에 따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건설에 최소 100 욕망이 필요. 크기를 지정할 수 있으며 크기가 커질수록 소모되는 욕망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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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어쩐지 모험가를 맞이할 수 있는 방이 공터와 함정방 뿐이라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모험가의 의지를 회복시켜 더더욱 던전 깊은 곳까지 유인할 수 있는 HP를 회복할 수 있는 방이라던가.

외벽에 기이한 장식을 새겨 공포를 느끼게끔 하는 방.

또는 붙잡힌 여자를 산란 기계로 만드는 방 등등.

그런 방들은 전부 공터에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거였구나.

“이건 연구할 만한데?”

재화도 딱 남아있겠다. 어차피 해둬야 할 연구라면 굳이 미룰 필요가 없다 싶어서 곧바로 연구를 시작했다.

「공터(Lv2) 연구 완료까지 남은 시간 : 52:00:00」

「2,000 욕망으로 연구를 즉시 완료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알림이 나타나자 갑자기 싸해짐을 느꼈다. 욕망으로 연구를 즉시 완료할 수 있다고? 이거 모바일 게임이잖아.

내가 알기로 던전 시스템은 전부 바르바라가 만든 거로 알고 있는데. 바르바라 너 이리 와봐, 너도 사실 빙의한 거지?

사실 지구인이지!?

바르바라의 광기를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시스템은 악의적이었다.

아, 하긴 그 광기를 생각해보면 이런 악의적인 시스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아르켈!”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 관리실에 들어올 수 있는 건 나와 레베카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나를 부른 사람은 레베카라는 걸 알 수 있다.

뭐, 사실 이런 유추도 필요 없지. 내가 저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도 모를까.

“오셨습니까?”

“갑자기 던전이 움직여서 와봤는데 역시였구나.”

레베카님이 저한테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와서 무른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요.

“스켈레톤이네? 소환한 거야?”

“예.”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네.”

그건 나도 그래.

“던전 등급도 낮고, 욕망도 별로 없으니 우선은 이걸로 만족해야죠.”

“어디 한 번 봐보자, 소환할 수 있는 괴물이 당장은 슬라임, 고블린, 스켈레톤, 오크가 끝?”

확실히 판타지 속 괴물이라고 하면 오크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는 하지. 그정도로 대표적인 괴물이기는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아예 제외됐다.

오크의 가성비는 끔찍할 정도로 좋지 않다. 식량을 축내는 것도 그렇고, 잠도 너무 많이 자.

거기다가 네임드 오크라면 모를까, 일반 오크는 멍청해서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나 의문이다.

“이러면 확실히 스켈레톤이 제일 낫네.”

레베카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보다.

“소환은 잘했네. 던전도 잘했지?”

“그럼요.”

“그럼 됐어.”

응? 그걸로 끝? 당장 어떻게 던전의 형태를 바꿨는지 물어볼 거 같았는데?

“뭘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지 않으십니까?”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어련히 잘할 거라고 믿고 있어.”

뭐야, 그 신뢰와 애정이 뚝뚝 묻어나다 못해 철철 흘러넘치는 부드러운 말은.

“왜 그렇게 바라봐? 무슨 말이라도 해.”

너무 쳐다보고 있었나?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랑스러워서 보고만 있었습니다.”

생각이 다이렉트로 입으로 나오고 말았다. 뭐 어때 사실인걸. 그리고 사랑은 표현하는 게 정답이기도 하고.

“읏!”

레베카의 얼굴 빨개졌다. 나도 뭐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다. 내가 무슨 제비나 능구렁이도 아니고, 이런 말을 입에 담는 건 부끄러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해주고 싶었다.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잘도 하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말을 해줘야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레베카님.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 더 곁들여봤다.

“으읏!”

너무 부끄러워하는 거 아니야, 레베카? 그렇게 부끄러워하니까 나까지 어색하잖아.

“던전은 대충 끝냈으니까 마을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대로 여기 있으면 둘 다 계속 아무 말도 못 할 거 같으니까 그냥 도망치자.

“자, 잠깐만!”

레베카가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하, 한 번만 말할 거야. 후우….”

가볍게, 그러나 떨리는 한숨을 한 번 내뱉고는 레베카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사랑해.”

귀여워. 한 번 더 듣고 싶어.

정확히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레베카의 표정을 다시 보고 싶었다.

“한 번 더 해주세요.”

보고 싶으니까 한 번 더 부탁해보기로 하자.

“너 이씨….”

그 말에 레베카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콩깍지가 씌었나? 저런 표정조차도 귀엽게 보인다.

아니 그냥 레베카가 미인이라서 귀엽게 보이는 것뿐이지.

“한 번만 말한다니까, 진짜, 으으. 사, 사랑해.”

잠깐 짜증을 내면서 툴툴거리더니 내 말대로 다시금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게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아, 이러면 내가 못 참겠잖아.

“뭐야, 왜 다가와? 읍!”

가벼운 버드 키스와 함께 레베카의 입술을 핥은 후 입을 때낸다. 지금은 이걸로 끝내야 한다. 짐승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그 짓을 할 수도 없잖아.

아직 대낮이고 할 일도 남아있는 게 아쉽다. 밤이었으면 바로 침실로 데려갔을 텐데.

“다녀올게요.”

“응….”

수줍게 나를 배웅하는 레베카의 입술은 딸기 맛이었다.

그 길로 던전에서 나와 마을로 향했다.

마을 근처에 와서 둘러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보답이기라도 하는 듯이 나무로 만든 집들이 겉모습만 따지면 그럴듯하게 보인다.

이렇게 보니 진짜로 제법 마을답게 보인다.

이게 다 드워프들 덕분이야. 여기 사람들만 있었다면 절대로 이 정도 속도가 나오지 못했겠지.

다시 한 번 드워프를 보내준 드워프 왕국의 왕 소락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드워프 왕국 쪽에도 물자를 가져다줘야 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에디가 제법 그럴듯한 갑옷을 입고 무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누구지?

“아, 저기 오시는 분이 아르켈 님이십니다.”

“오셨군요! 저희는 바르크 백작님의 명을 받아 이곳으로 파견됐습니다!”

바르크 백작이 경비병을 보내준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보내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당장은 열 명 정도면 충분하지. 아니, 이런 소규모 마을에는 경비대 열 명도 과하다. 열 명 중 세 명은 여자인가? 딱히 눈여겨볼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잠깐만.

바르크 백작과 이야기를 한 게 겨우 어제잖아.

그런데 어떻게 벌써 경비대가 도착할 수 있지?

이 마을에서 바르크 백작의 영지까지 거리는 도로가 있을 때 기준의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일주일이 걸릴 정도다.

실제로는 도로가 없으니 마차로 2주 정도 걸리는 거리다.

백작이 그날 바로 경비대를 파견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속도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지?”

“군마에 강화 마법을 걸어서 밤새 타고 달려 방금 도착했습니다!”

미친, 경비대 열 명한테 전부 말을 줬다고?

이거 너무 과한 투자 같은데.

백작이 나를 반로환동한 고수로 착각한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그나저나 도시와 마을을 왕복할 마차를 생각해서 마굿간도 만들라고 지시를 내려놔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말을 관리하는데 골머리를 썩였을 거다.

“……엄청 고생했겠네.”

어제 낮부터 밤을 새우며 말을 탔으면 피곤할 법도 한데,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게 신기했다.

무력에 미친놈이 다스리는 영지에 속한 경비병은 다 이런가?

“저희는 괜찮습니다!”

깜짝이야, 목소리 좀 줄여라. 군기가 너무 바짝 들었잖아.

“여기 백작님께서 보내신 신분증명서입니다!”

신분증명서를 건네받은 후 조금 안타까운 시선으로 경비병들을 바라보았다.

“쉬게 해주고 싶은데 잘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네. 텐트라도 쳐줄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아르켈님. 조금 있으면 거주지 쪽은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벌써?”

확실히 겉모습은 그럴듯한 건물이 되기는 했지만, 안은 아직 다듬어야 할 곳이 많지 않나?

“모두 힘을 냈습니다.”

그거야 잘 알고 있지. 레베카와 산책 중에 저 멀리서 다들 마을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걸 봤었으니까.

“그래도 너무 빠른데…….”

아무리 힘을 냈다고 해도, 노동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걸 고려하면 이 속도는 심상치 않아.

설마…….

“부실 공사…….”

그 말을 하려다가 드워프 쪽을 바라보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를 할 리가 없겠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드워프가 부실 공사를 두고 볼 리가 없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는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가진 종족이 부실 공사?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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