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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게임 속 히든 보스가 되었다-47화 (47/99)

〈 47화 〉 18. 어서오세요 모험가분들

* * *

축제의 목표는 욕망의 관에 인간의 욕망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어떻게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 있을까.

우선 인간의 욕망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던전의 괴물을 잡는 것만으로 적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처음에는 그 정도만으로 충분하다.

모험가라는 족속들은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 돈을 벌 수 있으면, 또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면 만족하는 이들이다.

신전에서 던전 공략 시 보상을 주기로 했지만, 과연 그것에 수긍할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던전을 공략하면 다시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

던전은 과거에도 나타난 적이 많기에 사람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이유가 없다.

적당히 던전 안의 괴물을 잡고, 보상을 얻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적당히, 인간의 욕망을 만족하게 해주면 해줄수록 욕망의 관은 점점 차오른다.

일종의 작업장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이다.

물론 개중에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던전을 공략하려고 드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을 처리하는 것이 바로, 우리 마족의 역할이다.

“……그렇다고는 했는데.”

바르크 백작의 기사들을 훈련 시켜주고도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던전에 아직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

사람이 와야 욕망을 채우고, 채운 욕망으로 던전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는데 말이지.

바르크 백작 영지에 모험가들이 모이고 있지만, 이쪽으로 오는데 대략 이 주일이 필요하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쯧.”

물론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함정방에 함정을 설치했고, 보물 상자를 곳곳에 놔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 이제는 할 일이 없다.

마을 쪽은 알아서 발전해나갈 것이고, 딱히 다른 쪽에 볼일도 없었다.

주인공을 보러 갈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아마 신전 안에서 수련하고 있을 테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승은 잘 찾았으려나.”

본래 스토리에서는 루이나가 주인공의 스승으로 고용된다.

이로써 당장은 루이나와 주인공과의 접점이 사라졌다고 봐야겠지.

딱히 싫은 건 아니다.

루이나의 그,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초연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흐음.”

지금은 할 것이 없기에 벨라트릭스가 넘겨준 금기의 사슬을 만지작거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사슬에 불과하다.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아.

진짜 이런 사슬로 천족을 포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이 사슬 자체로는 아직 힘이 없는 게 아닐까, 싶어 레베카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도 딱히 아는 게 없었다.

내가 금기의 사슬을 사용할 일은 딱히 없으니까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기는 해.

“아, 아르켈!”

노크도 없이 들어온 레베카를 바라본다.

그녀가 이런 실례되는 일을 할 정도로 급한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모험가야! 우리 던전에 모험가가 왔어!”

드디어 왔구나!

“가시죠.”

“응!”

레베카와 함께 급히 관리실 쪽으로 향했다.

* * *

브래드는 바르크 백작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이들과 함께 파티를 짰다.

파티를 짜면 그만큼 돌아오는 보상이 적지만, 그만큼 안전해진다.

그는 욕심이 있었지만, 제 목숨을 담보로 삼을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은 아니었다.

파티를 짠 브래드는 곧바로 아르케 마을로 향했다.

마차로 이동하고 노숙하는 이 주 동안은 힘들었지만, 이 앞에 달콤한 열매가 있을 것을 믿고 참고 견디었다.

그렇게 도착한 아르케 마을을 본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생겨난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초기 마을에 숙박 시설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민가에서 방을 얻어 잘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사치와 항략 역시 마찬가지다.

촌구석에 뭐가 있겠는가.

여기서 몇 달 동안 고생하고, 도시에서 회포를 풀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아르케 마을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어서 오세요, 모험가님들! 저기 큰 건물이 여관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며 여관의 위치를 알려줬다.

이런 촌구석에 여관이 있다고?

그것만으로 놀라운데, 여관의 시설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음식 맛도 괜찮았고, 술도 팔고 있었다.

심지어 밤에는 여자들이 몸을 팔았다.

덕분에 브래드와 그의 동료들은 이주 간의 회포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브래드는 더욱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저, 저기 봐! 호케트 상회가 있어!”

이런 촌구석에 호케트 상회 지점이 자리 잡고 있을 줄이야.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중간중간, 도시에서 포션과 붕대, 해독제 등을 보급하려고 했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이봐 형씨들.”

“드워프가 있다고?”

사실 드워프의 존재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드워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모험가 일을 하는 드워프도 간간히 눈에 보일 정도다.

그러나 드워프가 운영하는 대장간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장인 드워프들은 자존심이 높아, 자신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의 출입을 금했기 때문이다.

“무기나 갑옷이 파손되면 우릴 찾아오라고. 돈이 있으면 내가 만든 장비를 사가도 좋고.”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드워프가 호객하며 장비를 팔아주겠다고 말한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꿈인가…….”

아직 작기는 하지만, 모험가를 위한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놀라웠지만, 진짜로 놀라운 것은 던전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간 직후였다.

“동화를 열 개나 준다고?”

다른 던전은 고작해야 괴물을 잡았을 때 동화 한 닢을 떨어트린다.

그것도 자주가 아니라 가끔.

그러나 이곳 던전은 달랐다.

스켈레톤을 잡으면 동화 열 닢을 떨어트린다.

그것도 확정적은 아니라지만, 자주 떨어트렸다.

“저기 봐, 상자가 있어!”

파티 중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미믹이면 어쩌지?”

“그러게…….”

가끔 보물 상자 형태의 괴물이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상자를 여는 순간, 모험가를 잡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기에 다른 동료들은 상자를 열기를 꺼렸다.

그러나 브래드의 생각은 달랐다.

도시부터, 이 던전까지. 이곳은 모험가를 유혹하는 던전이다.

그렇다면 이 상자도 미믹이 아닐 거다.

“내가 열게. 대신 안에 든 거 반을 줘.”

그래서 자신있게 그리 말했다.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럽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혹시나 이 상자가 미믹일 경우 도망치려는 생각이 보이는 행동이었다.

‘겁쟁이들.’

그들을 비웃으면서 브래드는 용감하게 상자를 열었다.

“헉.”

상자 안에 든 은으로 만들어진 잔을 본 순간 브래드는 탄성을 내질렀다.

“이거 봐.”

브래드는 의기양양하게 상자에 든 은잔을 꺼냈다.

시장에 내놓으면 상당한 은화를 받을 수 있으리라.

그 입가에는 당당하고, 호쾌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 * *

“나쁘지 않는데.”

“예.”

레베카와 함께 관리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저런 은잔으로 이 정도 욕망을 얻을 수 있다니.”

그러니까 말이야. 레베카의 말에 공감하면서 모험가들에 의해 부서진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마력을 주입해 고친 후 동화를 쥐여주고 다시금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냈다.

“잊지 말고 동화 좀 줘. 아까 몇 번 잊어버렸잖아.”

“일부러 그런 겁니다.”

확정적으로 동화를 드랍하는 건 조금 그렇잖아.

사실 지금도 너무 자주 동화를 챙겨주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다.

나야 용의 둥지를 털어서 돈이 많으니까 이럴 수 있는 거지.

다른 마족들은 수지타산 때문에라도 이러지 못할 거다.

“그런 거야?”

“예.”

전혀 몰랐다는 듯 눈을 껌뻑이는 레베카의 모습이 귀여워, 뺨에 입술을 맞췄다.

“일하는 중엔 자제해!”

그렇게 말할 거면 입꼬리를 좀 내리고 그렇게 말해. 좋으면서 괜히 튕기기는.

“그런데 왜 인간들은 저 공터에서 더 안 나아가?”

“더 깊게 나아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당장 저 공터에만 있어도 몬스터가 알아서 찾아온다.

그 몬스터를 사냥하면 동화를 얻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오늘 마을에서 잘 수 있는 돈.

술을 마실 수 있는 돈.

여자를 안을 수 있는 돈.

내일 다시금 던전에 올 수 있는 보급품을 살 수 있는 돈.

모험가들은 그 정도 돈만 벌 수 있으면 만족하는 이들이다.

“게다가 더 깊이 들어오면, 마족이 기다리고 있는 걸 사람들도 알고 있습니다.”

게임에서도 그랬다. 주인공과 달리 다른 모험가들은 딱히 던전 공략에 그렇게 열성적이지 않았어. 오히려 주인공이 던전을 공략하면 원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도 알고 있다. 수 백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던전은 그들에게 있어서 돈이 되는 장소라는 것을.

그리고 그 던전 깊숙한 곳에는 ‘던전의 핵’을 지키고 있는 마족이 있다는 것까지도.

모든 것이 역사에 기록된 일이다.

때문에, 그들은 던전에서 사냥을 할 뿐. 던전을 공략하려고 들지 않는다.

사람은 던전에서 돈을 번다.

마족들은 사람들에게서 욕망을 얻는다.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가 싶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내가 주인공으로서 던전을 공략했던 것이 나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

던전 하나를 공략할 때마다 수십 나아가 수백 명의 모험가가 직장을 잃는 셈이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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