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잡아먹으라고 상을 차려준 정의로운 광명에게 배신감을 느낀 걸까.
아니면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고 하나, 앞으로의 일에 지레 겁을 집어먹은 걸까.
헬레나가 메달리온을 손에 쥔 채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상에 막혀 멈춰서고 말았지만.
저벅저벅.
헬레나를 향해 걸어가자 침을 꼴깍 삼키며 이쪽을 올려다보는 금색 눈동자.
“혀, 형제님….”
“네 헬레나 님.”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신상 앞 제단 위에 주저앉은 헬레나가 여전히 양손을 맞잡은 채 애원했다.
“살살 부탁드립니다….”
“바라신다면야.”
저 자세는 잔뜩 긴장하면 튀어나오는 버릇 같은 건가?
어째 내게 기도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도 모르게 히죽 입꼬리를 끌어올리게 된다.
“…휴우.”
내 속내도 모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헬레나. 그런 헬레나의 턱을 기습적으로 붙잡고 들어 올렸다.
“히끅!”
눈을 땡그랗게 뜨고 딸꾹거리는 헬레나. 턱에 댄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따라서 일어선다.
그렇게 다시 일으켜 세운 헬레나의 허리를 반대쪽 팔로 휘감았다.
“힉!”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빨갛게 달아오르는 헬레나의 얼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참 바빠 보인다.
반사적으로 가슴팍 앞에서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었다.
“뭐, 뭔가요. 왜 웃으시나요 형제님? 제가 이상한 짓이라도 했는지요?”
“아뇨. 그냥 예뻐서요.”
“그런…그런 거짓말은 괜찮습니다. 마음은 기쁘지만 저도 제가 다른 분들에 비해 부족함은 잘 알고 있답니다.”
“진심이에요. 헬레나 님은 아름다우세요.”
“하지만 저는….”
한참을 우물거리던 헬레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세련된 옷차림이나 말투 같은 건 모르는 딱딱한 수녀입니다. 다른 분들이 악기와 춤을 배울 때 사교도와 몬스터의 머리를 부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오…저랑 취향이 같으시네요. 머리통 잘 부수는 여자가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
내 태연한 즉답에 잠시 멈칫했던 헬레나가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얀델 형제님의 취향을 깜빡했습니다. 이제 수녀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수녀를 안게 되셨군요.”
“허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헬레나의 말에 당황한 것도 잠시.
대담하게도 헬레나 쪽에서 내게 몸을 밀착시켰다.
안 그래도 턱을 붙잡고, 허리를 휘어감은 자세라 사실상 내게 자신의 몸을 문대는 것이나 다름없는 움직임.
스윽스윽.
매끄러운 재질의 수녀복이 내 옷과 마찰하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와 동시에 전신으로 느껴지는 여체의 부드러움.
수녀복 위로도 도드라지는 풍만한 가슴이 상체를 꾹꾹 누르고, 탄탄한 복부는 내 고간에 비벼진다.
이 자리에는 우리 둘뿐이건만, 누군가에게 들릴세라 조심스레 내 귓가에 속삭이는 헬레나.
“오늘. 저희는 주님의 중매로 엮이게 됐습니다. 저도 형제님도 서로에게 호의는 있을지언정 연정은 품고 있지 않겠지요.”
“그거야….”
맞는 말이다. 내가 헬레나를 안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해질 수밖에.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이야기.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겠지요. …우선은 형식부터 채워나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형식 말인가요?”
“예에. 본래 광명 교단의 전통 결혼식은 주님의 앞에서 입을 맞추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아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아니,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 없었어도 알아차리겠지.
꾸욱.
헬레나의 허리에 두른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착 달라붙다 못해, 고간 쪽에 내 한쪽 다리를 반쯤 끼워 넣는 자세가 되었지만 헬레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눈을 감고는 기도하듯 맞잡은 손을 풀어 내 목덜미를 끌어안으려 했지.
“음. 헬레나 님? 손은 그대로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
“그쪽이 조금 더 좋아서요.”
“…알겠습니다.”
어이없어하면서도 내 요청대로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 헬레나. 그런 헬레나의 입에 천천히 키스를 했다.
쪼옥.
입술과 입술이 서로를 짓뭉개며 일그러지는 중독적인 감촉.
새어 나오는 숨결은 긴장했다는 것을 알리듯 불규칙적이었으며, 입술은 바짝 굳어 안쪽에 숨어있을 뿐이었다.
키스라기 보다는 조금 긴 뽀뽀 같은 느낌.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이 정도가 딱이다.
얼굴을 떼어내고 헬레나를 내려다보자 스윽 시선을 피한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천천히 등 뒤로 손을 돌렸다. 손에 잡힌 지퍼를 잡아당기자 확 느슨해지는 수녀복.
일전에 페이와 즐길 때처럼 찢어버리는 건 좀 그러니 얌전히 벗겨야지.
등이 시원해지자 내 뜻을 알아챈 헬레나가 삐걱이는 움직임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 또한 걸친 옷을 단번에 벗어 던지고 주변 장의자 한켠에 걸어둔 뒤, 다시 헬레나를 바라보니.
“와….”
“으읏…너, 너무 보지 말아주십시오 형제님. 마저 벗기가 부끄러워 힘듭니다.”
그곳에는 수녀복에 이어 속옷을 벗고 있는 헬레나가 있었다.
하얀색 브라는 진작에 떨어져 수녀복 위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이제 막 팬티를 벗고 있는 모습.
다만 그 전에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먼저 벗어야 하는 것 같아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하다.
“수녀복 안쪽에 가터벨트를 차고 다니셨습니까?”
“이, 이게 정식 복장이랍니다. 스타킹을 꽉 고정해주어 옆트임으로 맨다리를 노출하는 걸 막기 위한 것이지요.”
“하지만 벗으면 더 야하네요.”
“…그건 부정할 수 없군요.”
작게 중얼거린 헬레나가 호다닥 마저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내 앞에 섰다.
하나로 곱게 땋은 찬란한 금발. 입으면 말라 보이는 타입인지 생각보다 커다란 젖가슴.
그 밑으로는 잘록한 허리와 정의로운 광명의 배를 만지며 짐작했던 말랑말랑해 보이는 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군살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모양새만 보면 탄탄하지.
다만 근육 위를 부드러운 살이 덮고 있다는 느낌이려나? 다시 한번 만져보고 싶은 탐스러움이 있다.
내가 헬레나를 훑어보는 사이. 헬레나 또한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걸까.
“근육이…생각보다 대단하시네요 형제님. 마법 이외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하하…비슷합니다.”
스탯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좋아진 몸이다. 조금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노력으로 얻은 거긴 하지만.
그렇게 서로의 배를 바라보며 감탄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아래쪽으로 시선이 향하게 된다.
머리카락과 같은 금색의 음모는 단정하게 정리되어있었으며, 도톰한 보지는 본인의 말대로 처음이라는 걸 주장하는 듯 꽉 다물려있었다.
“읏. 아. 저게….”
마찬가지로 아까부터 한껏 발기한 내 자지를 보고 놀라하는 헬레나.
입을 헤 벌리는 것이 참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바로 시작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이 있다.
“헬레나 사제님.”
“네, 네에. 왜 그러시나요 형제님?”
최대한 나와 시선을 맞추려는 것 같지만, 자꾸만 내 물건을 힐끔거리는 헬레나에게 말했다.
“가터벨트는 다시 입어주시겠나요?”
“예?”
“아, 속옷은 입지 마시고 가터벨트만 다시 입어달라는 소리였어요.”
“…예?”
오랜만에 보는 경멸어린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헬레나.
괜시리 오싹오싹해지며 아랫도리가 껄떡인다.
“힉! 바, 방금은 왜 움직인 건가요?!”
“원래 이건 제 의지랑 상관없이 움직이는 거거든요. 아무튼 가터벨트 입어주실 거죠?”
“뭐어…형제님이 원하신다면 괜찮습니다만….”
주섬주섬 벗어둔 옷가지를 뒤지는 헬레나.
허리를 숙이며 자연스레 중력의 영향을 받아 늘어진 가슴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감상하던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알몸에 가터벨트만 입은 모양새가 된 헬레나가 쭈뼛거리며 내 앞에 섰다.
“어, 어떠신가요 형제님? 마음에 드시는지요?”
“…최고네요.”
몇 번 봤던 정의로운 광명 교단의 성호를 어설프게나마 그어주자 긴장이 풀린 것처럼 키득이는 헬레나.
웃을 때마다 흔들리는 신성력 주머니도 상당하지만…이제 보니 그보다 엉덩이 쪽이 엄청나다.
가터벨트 덕에 강조되어 그런가?
골반과 허벅지. 그리고 크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보고 있자니, 이 이상은 참기가 힘들다.
헬레나를 향해 자지를 들이밀며 말했다.
“시작하기 전에 우선 적셔야 하니, 여기에 앉아주시겠어요?”
“으읏…예에….”
내가 가리킨 곳이 신상 앞의 제단이다 보니 잠시 머뭇거린 헬레나였으나, 이내 결심했다는 듯 엉금엉금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자연스레 다리를 벌린다.
보지를 훤히 드러낸 채, 기도하듯 가슴 앞에서 손을 맞잡은 헬레나.
마치 신에게 바쳐진 산 제물 같은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전부 형제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네?”
“부디 편하실 대로 다뤄주시길.”
“…….”
오.
신상 앞 제단.
그 위에 올라간 헬레나가 다리를 벌려 보지를 드러낸다.
그 상태에서 기도하듯 가슴 앞에서 손을 꼭 맞잡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신에게 바쳐진 산 제물 같은 모습.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 전부 형제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네?”
“부디 편하실 대로 다뤄주시길.”
“…….”
오.
헬레나는 겉치레를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본인 말대로 그런 거 배울 시간에 몬스터의 공략 방법을 배웠으니까.
그러니 이 말은 나를 흥분시키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제부터 섹스하려는데 야한 건 잘 모르겠으니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소리다.
오히려 이게 더 흥분되는 것 같지만.
“그러니까…헬레나 님은 제가 뭘 하건 반항하지 않고 따르겠다는 거죠?”
“예에. 다만, 그…처음에 말했듯이 가능하면 부드럽게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처음인 사람을 막무가내로 괴롭힐 생각은 없으니까요.”
막무가내가 아니라면 얼마든 괴롭힐 생각이 있다는 뜻이지만.
방긋 웃으며 헬레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읏.”
반사적으로 맞잡은 손에 힘을 꽈악 주며 긴장을 겉으로 드러내는 헬레나.
하지만 내 손이 향한 곳은 헬레나의 정수리였다.
스윽 스윽.
“머리카락이 되게 부드러우시네요. 그리고 길기도 하고요.”
한 줄로 길게 늘어진 땋은 머리를 들어 올리자, 헬레나가 조금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실은…나름의 자랑이랍니다. 검소하고 단정해야 하는 사제들 사이에선 얼마 없는 꾸밀 거리지요.”
“아하? 확실히 이건 어지간한 장식보다 훨씬 반짝이네요. 그리고 꼬리 같아 조금 귀엽기도 하고요.”
“귀, 귀엽….”
어버버 거리는 헬레나. 머리카락을 놓아준 뒤에는 손을 내려 헬레나의 이마를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눈가와 광대를 손가락을 훑고, 보드라운 뺨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보기도 하며, 코끝을 톡톡 두드려보기도 한다.
“읏.”
단순히 머리를 만지작대는 것과는 조금 다른, 친애보다는 명백히 애정에 치우쳐진 스킨십.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자기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는 헬레나의 턱을 붙잡았다.
이어서 검지와 중지를 뻗어 헬레나의 분홍빛 입술 사이로 집어넣었다.
“헤?”
이건 예상 못했는지 조금 멍해진 헬레나의 얼굴을 감상하며 안쪽의 혀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