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02 직업이름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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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아아!"
땀범벅이 된 소라누나가 바닥에 벌렁 누웠다.
누웠음에도 불구하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음. 역시 여자는 일단 가슴이커야....
"후...오늘은 이 정도네요. 모두고생하셨어요."
유나씨의 짤막한 치하.
그녀의 말에 다른 여인들도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렇다.
나의 본격적인 첫 번째 사냥이 끝난 것이다.
어디보자 시간이....
저녁 5시로군. 지상으로 올라가면 대략 5시 반 정도 되겠는데.
참고로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3층 던전이다. 오전에 2층에서 고블린을 잡으며 나와 감을맞추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달린 것이다.
"모두 지친 것 같으니 잠시 쉬었다가 올라가죠."
유나씨는 아직 팔팔한 모양이다. 하긴. 그녀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지도 않았고,위험한 일을 겪지도 않았다. 듣기로 그녀의 레벨은 무려 46. 왕초짜인 나와 누나들과는 천지차이다. 대체 어떤 능력치를갖고있을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그녀가 원한다면 알려줄 수 있겠지만...그럴 리 없지.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유은
직업 : 초보자.
성향 : 무~악.
레벨 : 5
체력 : 280/280
마나 : 190/190
[능력치]
힘 11
민첩 9
지력 4
행운 15
성욕 30+20
정력 5+38
스탯 포인트 4
[상세정보]
크리티컬 확률 10%
크리티컬 데미지 +105%
레벨이 5로 오른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게다가 스탯 분배도 하지 않았지...
솔직히 쭉 궁수로 갈 거라면 민첩에 주는 게 좋겠지만 아무래도 망설여진다...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 게임처럼 스탯초기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레벨 몇이야?"
소라누나가 내게 다가왔다.
티슈로 이마에 있는 땀을 닦고있는데, 되게 섹시하다.
특히 탐에 젖어 몸의 굴곡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는 로브의 모습이....
"얘...혼난다."
꽁!
"윽...."
너무 노골적으로 봤나...꿀밤 맞았다.
"...5렙이요."
"흐음. 5렙이라~."
어딘가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괜찮네. 쑥쑥 클 수 있겠어. 스탯은 아직 분배 안했지?"
"네."
"남겨둬.어차피 초보 던전은 장비빨이야. 스탯 버려도 돼."
"에...그런 겁니까."
응. 하며 가차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좀 이상한 스탯을 주긴 했지만 모솔 세트만 해도 고작 아이템 두 개를 꼈을 뿐인데 2개의 스탯이 40을 훌쩍 넘기고 있다. 반면 레벨을 올릴 때마다 주어지는 스탯 포인트는 고작 1.... 이 정도면 장비빨을 심하게 받는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나중에 전직하면 스탯 포인트랑은 별개로 렙업할 때마다 관련 스탯이 오르거든? 그걸로강해지는 거야."
"아하."
그녀는 친누나처럼...이 아니지. 친누나는 악마라고 들었어.
아는 누나처럼 친절하게 이런 저런정보를 가르쳐 줬다.
"보통 전직은 10레벨이 되면 할 수 있는데, 히든직업은 레벨에 관계 없이 얻을 수 있대."
"그놈의 히든직업...이러니까 진짜 게임 같아요."
"게임 아니에요."
살짝 멀리서 퉁명스런 유나씨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은 갖지 마세요."
"...네."
진짜 깐깐하네....
"슬슬 올라가죠."
그녀가 일어서자, 나머지 여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관절의 아우성을 물리치며 일어섰다.
팡팡.
엉덩이에 묻었을 먼지를 털어내고 활과 화살통을 챙겼다.
.
.
"한남씨는 의외로 재능이 있네요."
유나씨의 말이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녀가 팀원에게 일일이 조언을 해주었는데 전투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유심히 지켜본 모양이다.
"그...런가요?"
"솔직히 어제도 꽤나 놀랐어요. 제대로 맞출 기미라고는 보여주지 않던 사람이 불과 수십 분 만에 제대로 명중을 때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은...거의 빗나가지 않았죠?"
"하하...쑥쓰럽네요."
"이런 경우는 재능이 있거나...아니면 원래 실력이 있는데 변태라서 그걸 숨기고 제 허벅지를 노렸거나. 둘 중 하나네요."
"일단 후자는 아닙니다."
날 변태로 몰아가지 마라.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그리고 허벅지를 노리다니! 날 너무 얕봤군. 난 노린다면 보..아니, 아니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말리지 마라.
"스승~."
문득 소라누나가 유나씨에게 달라붙었다.
"...왜요?"
"우리도 이제 슬슬 다른 던전에 가면 안 될까? 여의도에 E등급 던전 있잖아. 거기 가면ㅡ."
"안 돼요."
와. 단칼이다. 그것도 중간을 잘랐어.
"왜? 적정레벨은 넘겼잖아. 동생 때문에 그래? 쟤는 우리가 좀 더 신경 써 주지 뭐."
유나씨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한남씨가 새로 들어온 지 채 하루도 안 됐어요. 호흡을 맞춘 시간은 고작해야 8시간 남짓. 여기서야 그럭저럭 통했다지만 이런 어설픈 팀워크가 상위 던전에서 통할 리 없어요. 게다가...E등급 던전은 인간형 몬스터가 나와요. 살인 할 수 있어요?"
"으...그건 좀 각오가 필요할 지도...."
"제대로 맞지도 않는 팀워크에 그나마도 한 명은 전직도 못한 애송이. 보호자를 제외한 팀원들은 살인경험 전무. 이런 조합으로 갔다가는 제가 나서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전멸이에요."
"윽...."
미안 누나....
"정 가고 싶으시면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서 가세요. 마침 거의 끝나가잖아요?"
"에에? 난 스승이랑 계속 하고 싶은데."
"...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칫. 이런 얼음덩어리 같으니. 정도 없는 거냐."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소라씨는 저한테 아무 도움 안 되는데요."
"와...나 상처받았어."
소라누나가 입술을 쭉 내밀더니 속도를 죽여 내쪽으로 다가왔다.
"야. 네가 저 얼음덩어리 좀 어떻게 해봐."
"네? 제가요?"
"남자잖아. 그 왜, 아까 얻은 걸로 어필해봐. 킥킥."
아까 얻은 거...콘돔??
"무,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왜. 성격은 이상해도 이쁘잖아. 이 누님이 푸쉬해줄게. 사귀고 나면 같이 팀 짜는 거다. 어때?"
"으...."
뭐야 이 사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야 물론 유나씨는 이쁘니까 그렇고 그런 짓을 하면서 다닐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지금으로선 가망 없는 소리라고.
"다 들리거든요. 성희롱으로 고소할 거에요."
"아. 무서워라."
.
.
"총 693달러 90센트 입니다."
꽤 두둑한 정산금이 나왔다.
게다가 득템한 아이템들도 있으니 수확은 더 많겠지.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아까 얻은 모솔세트...'정력'이니 '성욕'이니 전투에 쓸모 없는 스탯을 올려준다고 무시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거 엄청난 걸 얻은 것 같다.
그도 그럴게, 돈 엄청 많은 부자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이이런 아이템을 보면 사고 싶을 거 아냐?
무려 정력과 성욕을 40가까이 올려준다고? 그것도 소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
자랑할 생각은 아니지만 내 원래 정력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냐. 이래봬도 하루 2딸은 지키고 있으니까. 근데, 그런 내 정력이 5였단 말이지. 그럼 40이 넘는 정력은 대체 어떨까?
게다가...유나씨한테 슬쩍 물어봤는데, 성욕이니 정력이니 하는 스탯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그걸 올려주는 아이템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즉, 엄청나게 희귀하단 말씀!
이건 내 생각인데...최소 억단위는 갈 것 같다.
"정산금은 균등하게 분배하죠. 저는 필요 없으니 네 분이서 나누세요."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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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번 돈은 약 173달러. 어제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이다!
크. 이게 사냥의 맛인가.
게다가 어마어마한 득템까지!
처음 얻었을 땐 분노마저 느꼈지만이젠 아냐. 모솔 세트는 내 사랑이라고!
"어디보자...지금은 딱히 돈이 궁한 것도 아니니까 나중에 파는 걸로 하고, 당분간 내가 쓰도록 할까?"
성욕과 정력 뿐만 아니라 체력과 마나도 올려준다. 왕초보인 내게 꼭 필요한 아이템.
그러니 지금은 말고 나중에 팔자고. 엄청 비싸게 받아야지.
"아, 맞다. 스킬...써봐야지."
고독한 섹스라는 너무나 악의적인 스킬.
자위하면 일주일에 한 번 정력과 성욕을 1씩 상승시켜준다. 참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뭐...나쁠 거 없다. 어차피 자위는 내 인생...큭 갑자기 슬퍼지네. 아무튼 익숙한 나날이니까.
"좋게 생각하자. 난 모험가로 성공할 거고, 하렘왕이 될 거야. 그 뿌듯한 과실을 생각하는 거다."
목표를 생각하며 두 손을 불끈 쥐자, 기분이 좀 나아졌다.
"자 그럼...."
일단 콘돔을 꺼내고...아, 이거 왜 꺼내냐고? 편하잖아...사정하고 '세척'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니. 이 얼마나 축복이야.
딸깍 딸깍.
컴퓨터 D드라이브 깊숙한 곳.
거기에 각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나의 여친들이 있다.
오늘은 누굴 만나볼까.
.
.
"우읏!"
자위장면을 생중계할 순 없으니 생략.
아무튼 나는 거의끝에 다다랐고, 얇게 씌워진 콘돔에 사정했다.
으으... 끝이 묵직해졌어. 풍선 같은 게 엄청 혐오스런 모습이다.
"후...세척."
쭈우욱.
오오.
세척이라고 말하니까 콘돔 안에 있는 정액이 싹 사라졌다.
이거 장난 아닌데? 여러 모로 쓸모 있ㅡ.
[히든직업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YES/NO.]
"...엉?"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메세지.
뭐야뭐야.
히든직업이라니 갑자기 뭐야?
난 그냥 모솔의 콘돔 끼고 자위했을 뿐인데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이게 뭐야?
설마 직업 이름이 모태솔로냐? 그래서 모솔의 콘돔 끼고 자위하면 조건이 충족되는 거냐고??
[전직하시겠습니까? YES/NO]
으으...어떡하지?
고민된다.
하다못해 무슨 직업인지 알려라도 주던가....
설마 진짜 모태솔로...? 에이 설마...그것만은 안 돼. 난 하렘왕이 돼야 한다고.
"으음...."
나는 꽤 오래 고민했다.
다행히 메세지는 계속 기다려 주다. NO를 해야 없어지는 모양.
후...
어쩔까.
진짜 고민되는 순간이다.
솔직히 자위했다고 조건이 충족된 직업이 정상적일 리 없잖아;
분명 이쪽으로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
흠....
좋게 생각해 보자면 어쨌든 모솔 세트는 체력이나 마나도 올려 주었고, 정력과 성욕도 올려 줬잖아?
그럼 최소한 그 능력들은 올려주지 않을까?
무엇보다 히든직업인데....
그래.
전직하자.
까짓거 하자.
만약 모태솔로 같은 이상한 직업이면...뭐 어때 어차피 강해져야 하는 건 똑같은데.
"전직할래."
띠링!
[히든직업 '귀두의 황태자'로 전직하셨습니다.]
쾅!
나는 키보드를 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