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3)화 (13/517)



〈 13화 〉02 직업이름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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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아~"

눈을 찡긋 감으며 맥주잔을 높이 든다.
그러면서 감탄사를 쭈욱 내뱉는데, 전형적인 주당의 모습이다.



점심이지만, 반쯤 파티로 시작된 우리의 식사는 몇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1차로 피자집, 그리고 2차로 카페에서 커피와 팥빙수를 먹다가 저녁이 되어 3차로 곱창집에 왔다.

"누나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우응? 무슨 소리! 아직 더 마실 수 있거덩."
"내일도 사냥해야죠."

참고로 난 몇 잔 안 마셨다. 맛대가리 없거든.


"아, 그건 걱정하지 마요. 내일은 쉴 거니까."


유나씨가 붉어진 얼굴로 답한다.
그리고는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쫘앙 하고 든다.

"그러니까 마셔!!"
"와아!"

....
이 사람도 많이 취했구만. 단아하고 날카롭고 싸늘한 표정은 다 어디갔나요.



"에잇! 너도 마셔라 마셔!"
"아...저는  마시ㅡ."
"어른이 주는 건 거부하는 거 아냐."

네? 고작해야 7살차인데요?

"그 정도면 어른과 꼬맹이지! 내가 스무살 때 넌 초딩이었어 임마!"

아...네....

소라누나는  잔에 맥주를 잔뜩 따르고는 내 어깨에 팔을 둘러 끌어 안았다.


"우웅~ 우리 동생, 누나가 먹여줄게에~"
"차라리 제가 마실게요."
"자  마셔 쭈우욱~!"

난장판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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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승네 집 가보고 싶어~"
"우리집이요?"
"응!"
"후음..."


끝날 무렵.
소라누나가 대뜸 그런소릴 했다.

유나씨는 싫지 않은지 고민중이다.

"좋아요. 가죠."
"오예! 4차다!"

그렇게 퍼먹고도 또 먹다니...진짜 대단한 인간들이다.

"히히. 너도 갈 거지?"
"네? 저요?"
"구래. 우리 색마. 미녀들이 가겠다는데 가야지."
"누가 색마입니까. 직업이 그럴 뿐이라고요."
"흥...말했잖아요. 히든직업은 자기 성향에 따라 부여된다고."

분명 그러긴 했지만! 그리고 끌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난 아직 아무것도  했다고!


"그래서~ 어쩔 거야? 싫어어?"

소라누나가 내 볼을 쿡쿡 찌른다.


"아..니 싫은...건 아닌데...."
"우헤헤헤! 봐봐. 좋지? 미녀들 사이에서 극락을 즐기고 싶은 게야."
"...술 엄청 취하셨죠? 그냥 주무실래요?"
"자더라도 유나네집에서 잘 거야."
"자는 건 돌아가서 주무세요."

 와중에도 냉정하게 선을 긋는 유나씨.


아무튼 그런 이유로 4차는 유나씨 집에서 하기로 했다.
뭔가 전개가 이상한데.


"아...저는...딸꾹..이만 집에...흐윽.."
계산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을 때, 하나씨와 채아씨가 이탈했다.
둘은 집에서 쉬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은  소라누나와 유나씨, 그리고 나.


"...근데 이 한남 꼭 가야돼요?"
"왜애? 동생 귀엽잖아."
"으음...뭐. 상관은 없는데."

달갑지 않은 표정.
하긴 호감도가 11이었으니까...그 정도면 거의 적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가주는 게 인지상정!


"술취한 누나를 위해서라도 가겠습니다."
"칫."
살짝 혀를 차고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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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사가지고(엄청 많이!) 유나씨의집에 도달했다.
역시 이곳에 정착하거나 한 게 아니었기에 월세로 잠깐 빌린 자취방 같은 곳.

투룸이었지만 그리 넓진 않았다.


"보셨듯이 잘 공간 같은 건 없으니까 자고 갈 생각은하지 마세요. 특히 한남 당신은 더더욱."
"설마요."

살짝 술이 깬 걸까.
본연의 싸늘한 표정이 조금 돌아왔다.


"야! 우리 치킨도시킬까?"
"배 안 불러요?"
"오늘은 안 불러.히히."

과연...이것이 돈의 힘인가.



듣자하니 소라누나는 현금과 잡템을 합해 대략 15,000달러 가량을 루팅했다고 한다. 게다가 새로 얻은 로브는 포함하지 않은 가격. 그녀 말로는 그 로브만 팔아도 수만 달러는될 거라고 한다.

근데 그러면 그냥 그거 팔아서 결혼자금 하면 되지 않을까? 왜 굳이 모험가를 계속 하려는 거지.



"셋 밖에 없긴 하지만 이왕 먹는  즐겁게 먹어야 하지 않겠어? 왕게임 하자!"
"...셋이서 무슨 왕게임입니까."

내가 살짝 태클을 걸었지만 소라누나는 씨익 하고 웃었다.

"후후. 그러니까 재밌는 거지.  밖에 없으니까 벌칙 수행하는 사람이 딱 보이잖아? 후후."

뭐,뭘...시킬 생각이지 이 사람??

"그리고! 이건 보통 왕게임이 아니라고오!"

그녀는 쨔란! 하며 지갑에서지폐 다발을 꺼냈다.


"벌칙을 회피하기 위해서는술을 마시는 건 물론, 돈 까지 바쳐야 한단 말씀!"
"도박이잖아요. 안 할래요."
"에에엑!"

유나씨의 깔끔한 거절에 소라누나가 시무룩해진다.

"왜애~"
"애초에, 와,왕게임이라니. 그 무슨 파렴치한...게다가 최악의 변태인 한남도 있다고요?? 한남도 있다고요???"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웃흥..그러니까 하는 거지. 순진하긴."
"순진하지 않아요."
"아니면 뭐야? 자신 없어?"
"자신이고 뭐고...순수한 운게임이잖아요."
"그럼 유나한테 유리하잖아. 행운스탯 높을 테니까."
"...."
"아잉~! 한 번만 해보자! 나 해보고 싶어!"
"...."


유나씨가 확 하고 나를 노려본다.
근데 은근히 소라누나한테  약하네 이 사람.

"후우...뭐 좋아요. 대신 판돈은 너무 크게 걸지 마요."
"물론이지! 다 즐기려고 하는 건데."

누나는 신나하며 어디선가 가져온 나무젓가락에 뭔가를 적고 통에 넣어 흔들었다.

"아, 근데 저 왕게임 해본 적 없는데...벌칙 수위는 어느 정도에요?"
"그야 당연히...."

누나가 엄청나게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 유나씨도  하며 짧은 신음을냈다.

"무제한!"

타앙!


외치면서 바닥에 통을 내려놓는 그녀.
그리고 동시에 막대 하나를 뽑았다.

"내가 첫 번째!"
"다음은 저."
"...."


순식간에 막대기가 동났다. 하나밖에 없다고.

아니, 애초에 셋이서 왕게임이라니 이게 무슨 짓이야? 술을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냐?

"야호! 내가 왕이다!"
"...."


소라누나가 환호하며 막대기를 든다. 반면에 유나씨는 똥씹은 표정. 벌써부터 벌칙을 수행할 생각인지 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자 그럼~"


큼지막한 대야에 술을 따르기 시작한다.
어어...잠깐만요.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스,스탑!"

같은 생각인지 유나씨도 다급하게 외친다.


"흠~  처음이니까 이 정도로 할까."

그것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데요? 솔직히 1.5리터 콜라 두 병은 쏟은 양이라고!

"그리고 이번 벌칙금은~ 그래. 100달러!"
"비싸!"
"헷. 내기 싫으면 명령대로 하면 되잖아."
"큭...."


악마다....

"자 그럼 명령을 하겠어요오~."

누나가 막대기를 들며 입을 열었다.


꿀꺽.


나와 유나씨의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 키스하세요!"


벌컥벌컥.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나씨가 대야를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우와...저걸 다....


"크윽...나,나머지는...당신이...크흑...."


거의 절반을 마셨다.
그래도 엄청 남았지만...이거 마시다 죽는 거 아냐?

으...술 맛없는데....

어쨌든 나도 마시기 시작했다.
키스하면 좋겠지만 이미 유나씨가 마셔버렸으니....

꿀꺽 꿀꺽.

맛대가리 없는 술이 넘어가면서 점점 안색이 안 좋아졌다.


"훅...으윽...."

다 먹긴 했지만...다시 먹기 싫어...."

"후후후. 그럼 200달러 겟~!"
"...악마."
"자, 그럼 이제 끝낼까?  번만 하기로 했으ㅡ."

탕!

소라누나가 슬쩍 빠져나가려 하자, 유나씨가 막대기를 주워 통 안에 쑤셔 박았다.

"해보죠 어디."

얼굴이 엄청 빨갛다.
와아. 토마토같아.


"흐응~"


소라누나가 거대한 가슴을 팔로 받치며 슬쩍 웃었다.

"좋아. 계속 하자!"

누나가 통을 섞고 내려놓자, 이번에는 유나씨가 가장 먼저막대기를 집었다.
그리고  다음이 나, 마지막이 소라누나다.


과연. 이번에는 왕이 됐으려나?


확인해보니...오오! 왕이다! 내가 왕이다!


"제가 왕ㅡ."

촤아아아아 - !

기뻐 소리치는 그때, 갑자기 내가  막대기, 정확히는 '왕'이라고 한자로 쓰여 있는 글자 부분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뭐,뭐야...?"

사가가각

빛이...글자를 파고있...어...?

말 그대로다. 지금 빛이 왕이라는 한자를 지우고 새로운 글자를 파고 있다. 이게 뭐지???







어...이 한자는...?

띠링!


[특별 미니게임. '황제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가자는 황태자전하이신 '유은'님. 그리고 기타 두 명 입니다.]



....

이게...뭐지?



+++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
그가 차에서 내리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슬쩍 그를 쳐다봤다.

생긴 것도 잘생겼지만, 몸매도 길다랗게 잘 빠졌고, 무엇보다 차가 스포츠카다.

"모험가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아무리 돈이 필요하다지만...."

그는 입술을 꼭 깨물고는 어딘가로 향했다.

"아버님이 돈을 벌어오라고 한 건...어디까지나 시험이란 말야! 굳이 이런 짓까지...!"

일종의 분노.
하지만 걱정에 의한분노다.

"후우..."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한남동 던전 기숙사에 방문한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면에  이름은 유소라.

그는, 중견기업 사장의 아들이자, 소라의 약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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