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0)화 (30/517)



〈 30화 〉03.또 다른 던전.

"...갈 데 까지 갔다고...그렇게 생각해도되는거죠?"
"아...네."


어? 의외로 침착하시네.


"만난지는 얼마나 되셨죠?"
"...5일...인가."
"...."


아.여기선 좀 굳었다. 원래도 차가운 얼굴이 더 심각하게 굳었어....

"만난지 5일만에거기까지...요즘 연애는 그렇게 진도가 빠른 건가요?"
"아뇨. 그게...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

소냐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유나를 이쪽으로 불러왔다.
헉.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너, 이 분이랑 사귄다며?"
"네에???!"

역시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일어선다.
순식간에 주목되는 시선들.
그러나유나씨는 그런 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무,무무무무슨 소리에요!"
"아니야? 이 분은 자기가 남자친구라고 하시던데."
"정확히는 비스무리한 존재입니다. 어머님."
"그게 대체 무슨뜻이죠?"
"말씀드리자면 좀 깁니다."
"설마 원나잇이나 그런 건 아니겠죠?"
"원나잇이라니! 내가 그런 파렴치한 걸 할 사람으로 보여요?"
"섹스했다며."
"푸훕!"

어,엄청나게 직설적인 분이시네.


"그,그건...."
"안 했어? 이 분 혼자 거짓말 한 건가?"
"그건...아니지...만...."
"그럼 사귀지도 않는데 거기가지 갔다는 거니?"

에...눈이 무섭다. 처음 봤을 때의 그 눈빛이다.

"아니 그러니까...뭐라고 할까...."

유나씨가 고개를 푹 숙이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좋아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아니거든요! 제가 이,이런 한남을 좋아할 리 없잖아요!"
"사람 옆에두고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이 분이 얼마나 무안하겠어."
"아니 그러니까...으으...."

답답해하며 얼굴을붉힌다.

하긴. 우리 관계가 좀 애매하긴 하지.
사귄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시스템적으로 이어져있고. 여러모로 골치아프단 말야.

뭐.  하렘인 건 확실하지만.

"사귀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는 더 간단하네.  그런 길드에 있는 거야?"
"그,그런 거 아니라구요."
"뭐가 아닌데?"
"흐으으!! 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르니까 물어보잖아."

말로는 상대가 안 되는 군.

"아무튼, 특별한 남녀사이라는 건 맞는 모양이네."
"...."


그거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는지, 유나씨는 침묵을 지킨다.

"이거, 딸이 이상한 집단에 빠져서 미안하네요. 이해해줘요. 이왕이면 빼주시고."
"엄마!"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





폭풍과도 같은 소냐씨와의 만남이 끝나고, 유나씨는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와서ㅡ.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에요!!"

라고 따져 물었다.
음...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물으신다면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랬다고 답하겠습니다.

"우리 엄마 진짜 엄격하신 분인데...당신이랑 그,그것도 했다고 했으니 이제 콱 결혼하라고 할 거라구요."
"예? 꽤 개방적으로 보이시던데. 5일만에 섹스한 것도 뭐라 안 하시고."
"흥. 우리 엄마를 모르니까 그런 말이 나오죠. 분명 지금쯤 아빠한테 사위 만났다고 말하고 있을 걸요?"
"사위라...뭐 나쁘진 않ㅡ."
"그리고 나서 당신에게다른 여자들도 있다는  알게 되면 부엌칼 들고 찾아오겠죠."
"헉."


나이스보트입니까? 그건 싫은데.


"아무튼 완전히 망했어요."

침울하게 고개를숙인다.

"에이. 좋은 분으로 보이시던데. 딸이 모험가 하는 것도 인정해 주시고. 흔하지 않다고 그런 거?"
"방관일 뿐이에요. 방관하는 주제에 쓸데 없는 곳에는  참견하죠."
"쯧쯧쯧. 너무 꼬였어 유나."
"흥."

유나씨는 코웃음을 크게 치고는  걸음 앞서 걸어나갔다.

"안타깝네. 20대를 저렇게 꼬인 상태로 보내다니."
"점점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흐음~ 글쎄에~"

누나가 날 보며 쓰게 웃는다.


"속칭 '꼴페미'라고 하는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가  우리 동생 같은 애 아냐?"
"네? 설마그럴 리ㅡ."
"여자 마구 후리고 다니고 틈만 나면 섹스 생각에 예쁜 여자 보면 어떻게 한 번 눕혀볼까 생각하고...그지?"
"윽...."

정곡이다.


"이 누나한텐 솔직히 털어 놓으렴~ 아까 두근두근 했지? 유나네 어머니랑 만났을 때."
"으으...아니라고는...못하겠죠."
"거봐 이 응큼쟁이~."
"에잇! 그 응큼쟁이 한테 시달려 보시죠??"

괘씸한 누나의 엉덩이를 콱 잡아 주었다.
꺄항~ 하고 놀라는 시늉을하며 안겨온다.


"큿...! 길거리에서  하는 거예욧!"

유나씨가 다가와 우릴 갈라놓는다.

"어머. 왜 이래? 혹시 진짜 질투?"
"지,질투는 무슨.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자는 거예요."
"으흥~ 그래그래. 에티켓은 지켜야지. 후후."

소라누나가 씨익 웃었다.
악마같은 웃음이다.


"그럼 뒤풀이는 이따 하자~."
내 볼을 콕 찌르며 말하는데, 그것 만으로 가슴이 포동 하고 떨린다.

"뒤치기도 됩니까...?"
"원한다면."
"와아!"

섹스로 일심동체가 된 나와 소라누나.
옆에서 유나씨는 썩은 표정으로 우릴 보고 있다.

"할  엄청 많으니까 쓸데 없는 짓 그만하고 얼른 따라오기나 해요."
"아핫."

쿵쿵대며 걸어가는 유나씨를 소라누나가발랄하게 따라간다.





+++




"으음."

사무실로 돌아온 소냐는 복잡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딸과  동료들을 만났을 때는 무표정으로 있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고 어머니이다보니 놀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있어요?"


그녀의 근심어린 표정을 읽은남편이 커피를 건내며 건너편 소파에 앉았다.

"음...."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유나한테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뭣!!!"

순간적으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친 그.
소냐가 살짝 째려보자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한다.

"뜨,뜬금없이 남자친구라니...그게 무슨 소리에요?"
"유나도 이제 25인데 뜬금없는 게 아니죠. 오히려 늦게 생긴 건데."
"그,그래도."
"문제는...남자친구가 생겼는데도 그런 이상한 단체에 있다는 거겠죠. 뭐, 아직 5일밖에 안 됐다니 더 지켜봐야겠지만."
"5일이라...후. 다행이군."
"뭐가 다행이라는 거예요?"
"흠흠...아,아무것도아닙니다."

소냐가 작게 미소지었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 지 뻔히 알만하다.


"이미 갈 데까지 다  모양이던데."
"그,그게 무슨 소리요? 이제 5일 됐다면서요!!"
"요즘은 그런가보죠."
"으으으...나의 유나가...나의 유나가아...."

심각한 상실감을 느낀 남자가 탁자 위에 얼굴을 붙였다.

"...칠칠맞게 뭐 하는 거에요."
"그치만...."

물심양면으로 키운딸이 어느 남자에게 시집간다고 하면 상실감을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아빠의 생각일 것이다.
그도 그러했다.
딸이 누군가의 여자가 된다는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사람이 유나를 끌어주면 좋을 텐데...."
"그,그노....아니 그 남자 직업은 어떤 거랍니까?"
"모험가죠."
"그런 거친 직업ㅡ."
"유나 직업도 모험가인데요?"
"으으...."

남자는 신음했다.
뭐가 어쨌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참, 그건그렇다 치고. 그 매운갈비탕 관계자는 언제 온대요?"
"아. 내일 점심 먹고 온답니다."
"흠."
"근데...변호사님이  잘 아시겠지만...이거 껀덕지가 없는데요."
"맞아요. 셀카 올린  가지고 모욕이라니 택도 없는 소리죠."
"근데 왜...."
"다 이유가 있답니다."

소냐는 차갑게 웃었다.



+++




"인벤토리 추가 구입에 5천달러. 휴대용 분쇄기 구입에 1만달러. 이걸로 오늘 하루만 15,000달러를 써버렸네요. 셋이서 5천 달러씩 지출한 건가."

모험가가 된 지 얼마 안 된 나에겐 큰 돈이다.
내 재산은 거래소에 올린 아이템까지 다 합해도 4만달러가 안 될껄.

"그래도 앞으로 벌어들일 거 생각하면 이 정도 지출은 아무것도 아니지. 오히려 순조롭게 돈벌이 할 수 있으니 파티를 벌여도 되는거 아냐?"
"그렇겠죠?"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우리가 던전에서 뼈를 구해오고, 그걸 은주가 갈아서 마나파우더로 만들어 판매하면 우린 엄청난소득을 올릴  있단 말씀이야.


"하루에 인벤토리 두 개를 꽉 채우고 그걸 가공해서 판다고 생각하면...흐흐. 얼마니 이게."
"대략 16,000달러죠. 지금 환율이 1200원 정도니까 거의 2천만원에 가까운 돈이네요."
"하,하루에 2천만원! 4분의1타작 하면 500만원!!"

누나의 눈이 돈 모양으로 칠해졌다.

"후우...근데 그건 힘들어요. 하나라면 모를까  개를 꽉 채우기는...게다가 그만큼의 양이면 가공하는 속도가 못 따라갈 거예요."

하긴...은주가 하루종일 가공한다고 해도 힘들 거다.
흠...사람을 더 구해야 하나? 은주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밤거리를 돌아다녀볼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