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64)화 (63/517)



〈 64화 〉07. 키잡의 시작.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코스요리가 슬슬 진열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가심용으로 아몬드 하나를 올린 호박죽이 나오더니, 나중에는 큼지막한 닭 4마리가 백숙으로 나왔다. 물론 다른 음식들도 많았지만 솔직히 눈에 안 띈다. 난 닭이 좋거든.

"맛있겠다!"

소라누나가 개인용 집개와 젖가락을 이용해서 자기 앞에 있는 백숙의 닭다리 하나를 큼지막하게 뜯어냈다.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이 잘린 살덩이와 함께 들려 나오는데, 사이사이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이제보니 넓쩍다리부분까지 뜯겨졌다. 엄청 통크네.

"자. 우리 동생 먹어."
"엇. 감사합니다 누나."

친절하게 나의 접시에 죽과 함께 담아준다.

"많이 먹고 이따 밤에 열심히 일해야지 후후."

그러면서 안 보이게 뒤쪽으로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물론입죠. 아주  걸어다니게해드릴게요.
아, 근데 이거 도희씨가 알아들으면 큰일 아닌가? 섹스하는 사이로 알고 있으면 꼬시는 난이도 올라가는데.


"늦게까지 일하시나보죠?"
"아. 네 뭐."

다행이다 못알아들어서.




.
.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제대로 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본래는 밥 먹으면서 하려 했지만 식사에 집중하느라 잘 나누지 못했다.


그리하여 도희씨도 울며겨자먹기로 카페행.


흐흐. 나중엔 저한테 매달리게 될 겁니다. 도희누나.

"망고빙수 먹자! 망고! 그게 맛있대!"
"초코 인절미 빙수도 괜찮을  같은데요."

망고?
망고...
망고...
망ㅋ...흠흠...


"둘 다 시키죠."


빙수와 토스트 등을 시킨 우리는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아까는 나와 소라누나, 그리고 유나씨가 같은 열에 앉고, 건너편에 도희씨 혼자 앉았었지만, 여긴 4인석이라 소라누나가 도희씨와 앉게 되었다.

"뭔가 주목받고 있네요."

도희씨가 경찰제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흘깃흘깃 시선이 온다.
게다가, 소라누나도, 유나씨도 엄청난 미녀에 몸매도 좋잖아? 남자들은 벌써 한 차례 훑다가 여친한테 얻어맞는 경우도 있다.

나는 옆에 앉아있는 유나씨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문을 텄다.
유나씨의 짜릿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럼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여경들만 보내주셔야 합니다. 직급은 뭐...상관 없고요. 근데 몇 명 정도 보내실 생각이죠?"
"...후...일단경감  명에 경위 두 명. 그리고 경사2명 경장3명이요. 한 개의 팀이 만들어진다고 보시면 될 거에요."
"흐음...수가 너무 적지 않아요? 모험가를 제압할 정도의 힘을 갖는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
일반적으론.

"그렇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범이라서요. 그마저도 중간에 죽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이 많아지면 중단될 가능성도 있어요."
"열악하군요."
"더불어 그들과는 별도로 당신에게 비서관 형식으로 한 명이 붙을 거에요."
"엥?"
"...원래 경무관쯤 되면 부속실 직원이 따라 붙어요. 공식적으로는 비서라고는 하는데...거의 따까리죠. 공적,사적영역까지 다 도맡아 하니까요. 악습 중에 하나에요. 명예직이라고는 해도, 상당히 중요한 현안을 처리해야 하니까 붙여주는거에요."

서장님이 따까리란 말을 사용해도되는 겁니까....
그리고 중요한 현안이면 좀 많이좀 붙여주지.


"흐음...여자에요?"
"...남자인데요."
"사양하겠습니다."
"사양하고 말고의 문제ㅡ."
"어차피  감시하려는 의도도있는 거겠죠? 안 받을래요. 여자면 받고."
"...."

흐흐. 지금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하고 이를 갈고 있으려나.

"후우...저기요. 너무 대놓고 탐하시는 거 아니에요?"
"남자는 원래 여자를 보고 싶어하는 게 본능 아니겠습니까. 예쁜 여자는 존재 만으로 기분을 좋게 해주죠."
"...."

도희씨가  노려보더니, 내 옆의 유나씨에게 말을 걸었다.


"페미니즘이라면서 이런 거엔 왜 반응 안 하세요?"
"...의미가 없어서요."

으하하핫! 그렇죠. 페미니즘 따위 의미가 없죠.


"이 인간에겐 논리가 통하지 않거든요. 이성적인 말은 할수록 손해에요."
"흠...살짝 동의할 지도...."

어허.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니 그 무슨!
유나씨도 교육이 필요하겠군. 흠흠. 보지를 살짝 만져줄까.


"힉!!"

은밀한 곳에 손이 닿자, 유나씨가 크게 놀라며 순간 신음을 질렀다.
당연히 시선 집중.

그녀는 완전히 달아오른 얼굴로 부들부들 떨더니 내 발을 콱 하고 밟았다.
아하하.






그리하여 다음날(뭘 했다고??)


도희씨가 말했던 대로, 경감  명과 경위  명 그리고 나머지 다섯명+비서관 한 명이 길드 본거지에 도착했다.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모조리 우리쪽으로 근무지를 옮긴 탓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ㅡ."
"아, 지금 출발하죠."
"네?"

지금 시각은 오전 8시 30분. 평소 아침 일찍 모여 던전에 갔던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늦은 시간이다.

나의 말에 소라누나와 유나씨. 그리고 은주가 인벤토리에 짐을 던져두고 따라붙었다.

"뭐해요? 얼른 따라오세요."
"아..네,네!"

엉겹결에 따라오는 여경들.
흐흐. 전부 여자다. 그것도 꽤나 젊은!


제일 나이 많아보이는 사람이...30대 중반? 이 정도면 괜찮지.


"앞으로 좀 힘드시겠지만 오전 7시까지는 와주세요."
"그,그건 근무시간이 아니...알겠습니다."

에에엑?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씹어주자.

"아니면 아예 여기서 사시던가. 싸게 해드릴 수 있는데."
"으음...."
남자 길드원들을전부 추방해 버려서 방은 넉넉하다못해 넘쳐난다. 다 여자들이니까 대충 방 몇개에 쑤셔박으면 되겠지. 그러는 편이 먹기에도 좋고. 흐흐. 냉장고 같네.


"그래. 그러는 게 낫겠다. 한 달에 100달러씩만 내요. 수도비나 뭐 그런 자잘한 건  내드릴 테니까."
"저,정말이요?!"

눈빛이 달라지는 여경들.

"방 한 칸씩인데요 뭘."

그 방 한 칸이 어지간한 집보단 크겠지만. 사무용 건물이거든.
아아. 이거 엄청 손해보는 장사라고? 그러니까 몸으로 갚아라 크크크.



던전으로 가는 동안, 나는 이런 저런 것들을 설명했다.

오전7시에 모여서 던전으로 출발한다는 것과,오후 4시경 쯤에 나온다는 것.
위험한 던전이니 소라누나에게 착 붙어 있으라는 것 등등.

"고생하십니다."
던전 입구에 도착했을 때, 불쌍한 군인들이 경례해 주었다.
뒤에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있어서인지 더 예의 바르다.

"자, 여기부터는 진짜로목숨이 오가는 곳이에요. 뭐, 경찰도 그런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여긴 차원이 다르죠. 은주."
"네. 주인님."
"혹시  튀는 거 있으면 네가 잘 처리해줘. 이 사람들 죽지 않게."
"히끅."
"알겠습니다."

여경들은 하나같이 긴장하여 지급된 초보용검 따위를 후들거리는 손으로 들고 있었다.
이제보니 다리도 떨고 있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실 거 없어요. 어디까지나 쩔 받으시는 거니까. 그냥 가만히 수다나 떨고 있으면 됩니다."
"그,그런가요?"
"네. 완전 꿀보직이네. 운 좋은  알아요."

자. 그럼 이제 <<몰아치는 황은>>을 마음껏 써 볼까나?


+++






"이 씨발. 개 좆같네."
"그 새끼 아예 명예 경찰까지 됐더라?"
"아오. 그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강남의 잔당.

일반 사람들은 한 길드가 강남을 점령했다ㅡ.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실상은 꽤나 달랐다.
유은이라는 이상한 놈이  튀어나와서 15개 길드를 박살내고 통합하더니 남자 길드원들을 전원 강퇴시킨 것이다.

즉, 현재 강남의 모든 남자 모험가들은 길드에서 쫓긴 신세가 되었고, 여러모로 대응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법이 통하는 영역이 아니라 골머리를 안고 있었다.


결국 그런 남자들끼리 모여 새로운 길드를 만들었는데, 그 인원이 수백에 달했다.


"어쩌긴  어째. 죽여야지."
"...가능할까? 정예 100명이 몰살당했다잖아."
"씨발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뭐라고 하는데? 당장 정예들이랑 길마들이 없어진 건 사실이잖아."
"맞아맞아."
마음 같아서는 유은이라는 놈을 쳐죽이고 싶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어디 쉬운가.


"야 그럼 저녁쯤에 들어가자."
"저녁?"
"그놈들 항상 4시나 5시쯤에 나오잖아? 엄청 빡세게 사냥하고 나오는 거지. 지쳤을 테니까 그때 한꺼번에 덮치자고. 그 정도면 괜찮겠지?"
"으음...."
"확실히...."

선동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게임이라면 체력이나 마나를 채워주는 포션 같은 게 있겠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그런 꿈의 아이템 따위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고, 당연히 시간이 갈수록 심각하게 지칠 수밖에 없다. 고수들 중에서도 이때문에 죽는 경우가 있을 정도.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그 개새끼 죽여버리고 여자들은 다 돌려먹자고."


과연그렇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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