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87)화 (86/517)



〈 87화 〉10.매갈vs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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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 겁니다."
아주 낯뜨거운 영상을 틀어주며 '사건'의 전말을 들려준 운현이 기대를 잔뜩 머금은 표정을 지었다.

눈 앞에 있는 여인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상위권에 위치한 변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 만큼수임료가 비싸겠지만, 잔뜩 분노한 그는 얼마든지 감당할 생각이 있었다.

"음...."
여인의 신음이랄까.
살짝 고민하는 듯한 음성이다.

그녀는 굉장히 어려 보여서, 처음 봤을 때는 '딸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잘 쳐줘야 여고생 정도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곧 그녀가 이소냐 본인이라는  알게 되었고, 햄머로 머리를 맞은  같은 충격을 받았다.

'난 개새끼가 아니었어.'


하마터면 어린 여고생에게 성욕을 느낀 희대의 쓰레기가 될 뻔했다. 그녀는 너무 예뻐서 들어오자마자 발기할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여자 변호사인 만큼 이런 문제에 민감할 거란 생각에 그는 살짝 미소지었다.

'이게 대체....'


한편 소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미 호감도 100을 찍을 정도로 유은에게 의지하게 된 그녀는, 그 만큼 그에대한 것도  알고 있었는데, 당연히 그가 건드린 여자가 두자리수가 넘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운현이 보여준 영상은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런 것도 하는 구나....'


다만 그 충격이 운현이 생각하고 바라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 것이었지만.

이미그녀는 유은에 대한 호감도 100을 찍은 상태였고, 그의 모든 행동 만이 '정의'로 인식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즉, 유은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녀에게 있어서 '옳은 일'이 되는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이 영상을 보았으니, 그에 대한 혐오감이나 이 일을 해결하고 세희를 구해내야한다는 사명감 따위가 생길 리 없다.
오히려 자신의 '주인'에게 대적하려는 이 고얀 인간에 대해 생각할 뿐.


'섹스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이런 일을 할까...평범한 섹스로는 만족을 못하나?'

이상한 고민에 빠진 그녀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굉장한 일이네요."
"그,그렇죠?!"

전말을 전혀 모르는 운현으로서는 뭔가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아 크게 미소지었다.

"흐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소냐는 휴대폰으로 유은에게 연락을 넣었다.
물론 그가  수 없도록 문자로.


유은 : 엥? 소냐씨 사무실 옮겼어요? 한남동으로?
소냐 : 알잖아요. 그쪽에 일 있는 거. 잠시 여기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유은 : 아하...근데 새로 들어온 일이라는 게 뭐에요?
소냐 : 세희라는 분에 대해서에요. 운현이라는 사람이 지금 제 앞에 있거든요.
유은 : (삐질)



;; 기호만 보낸 유은이 수십 초 뒤에 짤막한 단어를 던졌다.




유은 : 죄송합니다....
소냐 : 뭐가요?
유은 : 네?
소냐 : 네?
유은 : ...네?



뭔가 이상한 문답.



소냐: 시덥잖은 장난은 그만하고...이 사람 어떻게 할까요?
유은 : 저...화 안내십니까?
소냐 : 왜 화를 내요?
유은 : ...음. 아님 말고요.
소냐 : 요새 꽤 한가하니까 수리하는척 하면서 훼방 놓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는  좋겠어요?
유은 : 거기 한남동이라고 했죠?
소냐 : 네.
유은 : 저도 마침 한남동인데....


잠시 침묵하던 유은이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유은 : 수리하고, 이따 밤에 약속 잡을 수 있어요?
소냐 : 약속이요?
유은 : 네. 아주 재밌는 일이 떠올랐거든요. 장소는 근처 한식집으로 하고요.
소냐 : 그렇게 할게요.


문자를 마친 소냐가 폰을 뒤집어 놓고 고개를 들었다.


"방금 이쪽 분야 전문이신 분한테 자문을 넣었거든요. 오늘 밤에 시간 되신다는데, 한  만나보실래요?"
"정말입니까?!"
"네. 솔직히 이쪽은 제 전문분야가 아니고...영상도애매해서 제가 큰 도움을 못 드리거든요."
"만나겠습니다! 꼭 만나게 해주세요!!"

운현은 거의 절할 기세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소냐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


"파하하하!"
"...뭐에요 기분 나쁘게."

크크큭. 아무생각 없이 소라누나랑 세희 데려온 건데 이게 또 이렇게 적중할 줄이야!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데? 흐흐흐.

조용한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소냐씨랑 그놈이 들어오면 그놈이 벙찐 사이에 소냐씨랑 키스하고 엉덩이도 좀 주물러 주고 하는 거지. 그리고 나서 그놈이 보는 앞에서 소라누나와 세희를 농락해 주는 거야. 크...이거 완전 꿀 아니냐.


"뭐냐고 묻잖아요."

그렇게 웃고 있자, 유나씨가 뚱한 얼굴로  볼을 콕콕 찔렀다.
요새 알게 모르게 애정 표현이 늘었다. 호감도 99의 힘인가. 유나씨도 얼른 100을 찍어야 할 텐데. 소라누나도 그렇고.

호감도 100을 찍으면 보너스 스탯 5천이 나온다. 엄청나지? 이거 덕분에 레벨 1인 소냐씨 공/방이 벌써 10만 가까이 된단 말씀.

"별 거 아닙니다. 소라누나."
"응? 왜?"
"이따 밤에 어디 갈  있어요. 세희랑 같이."
"웅...어디 가는데?"
"야식 먹으러 가요."
"에에? 살쪄."
"괜찮아요. 가끔씩 이렇게 야식도 먹어 줘야죠."
"...저는요?"
"유나씨는 길드  처리하셔야죠?"
"...."

아. 노려보고 있다.


"흥."

뭐야. 귀엽네. 먹어버릴까.

"근데  길드의 일이라는 건...저걸 말하는 거지?"


소라누나가 손을 들어 가리킨다. 그곳에는,



-흉자년들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너희들은 배신했다!
"배신했다! 배신했다!"

-흉자들은 재기해라!
"재기해라! 재기해라!"

두터우신 분들이 시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잔뜩 열받은 매운갈비집 길드원들이 있었고,  사이를 경찰들이 끼어 있었다.


"...맞을 거에요."

유나씨가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매운갈비집과 매운갈비탕은 자매와 같은 존재였지. 하지만 지금, 정말 어처구니 없는 걸로 싸우고 있다. 매운갈비집 길드의 길드원이 자신의 얼굴과 몸매를 매운갈비탕 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응. 그거 때문에 저 지랄을 떨고 있는 거야. 왜 그러냐고? 몰라 씨발. 내가 저년들 사고를 어떻게 이해해. 원숭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수 있니?

"가죠."
"으,응? 가는 거야? 저기에? 니가?"

소라누나가 엄청 놀란다.

"물론이죠. 이참에 길드장도 만나보려고요."

어쨌든 여자 모험가다. 얼굴도 이쁘겠지만그렇지 않더라도 몸매는 좋겠지. 생각하는 게 병신이면 뭐 어때. 노예로 쓸 건데.


언젠가 저 건물 복도에 죄다 벗겨놓고  나열해 놓으면 진짜 볼만하겠어. 체벌 받는 것처럼 벽에  짚고 엉덩이 내밀라고 해 놓으면 더 좋겠지?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보지 있으면 푹푹 박아주는 거야. 아아. 도래할 천국이여~

"...당신 괜찮겠어요?"
유나씨가 걱정을 표한다.
흐흐. 물론 괜찮죠. 저년들이 지랄 좀 하겠지만 뭐 어쩌라고. 지랄엔 지랄로 갚아주면 되지.

물론 내 경우엔...좀 더 심한 지랄이 되겠지만.



"어? 한남이다!"
"한남충이야! 이쪽으로 오는데?"
"뭐어?!"

조금 다가가자 두꺼운 여자들이 쌍심지를 켜고 우리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을 둘러싼 경찰 아저씨들은 '오지 마. 괜히 와서 더러운 거 보지 말고.'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한남충 꺼져라!!"
"재기해라!!"
"6.9자살추천!"

좀 더 다가가자,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수십명 정도 밖에안 되지만 꽤나 위협적이다.

"와아.  진짜 더럽다."

소라누나가 감탄할 정도.

"야이 한남충아! 오지 말라는 소리 못 들었ㅡ."


뻐억!

"시끄러 씨발년아."

나는 가장 가까이서 지랄하는 여자를 발로 차버렸다.
물론 인간의 힘으로...내 공격력을 적용하면 얄짤없이 살인이다.

"헛...이,이봐!!"

경찰 아저씨가 내쪽으로 달려온다.
나는 그들에게 멋드러지게 신분증을 보여준다.

"명예 경무관입니다. 수고들 하시네요."
"예...예?! 아니 저...."

어떻게 대해야 할  감을 못 잡는 경찰들.
하긴. 명예직이라 실권은 없는데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여러모로 애매할 거다.



"이..이...개새끼가!!"
"또 쳐맞을래?"
"뭐라구요? 지금 폭ㅡ."

퍽!


이번에는 대갈빡을 후려쳤다. 꾸웩 하며 꼴사납게 넘어진다.

"야...괜찮겠어?"

소라누나가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고, 유나씨의 눈동자도 살짝 흔들렸다. 세희는...얘는 뭐 아까부터  없고.

"아니 저기...."
"직급이 어떻게 되시죠?"
"예..?"
"직급."
"겨,경감입니다."

경감이면 이 현장 책임자쯤 되겠네.


나는 아저씨의 어깨를 끌어 안고 살짝 이동했다.
뒤에서 여자들이 꽥꽥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경감님."
"예..."
"여기 던전시티죠?"
"그렇...죠."
"던전시티는 경찰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건도 일어나고 그러지 않습니까?"
"네...."
"저기 시위하는 애들 시끄러우니까 손 좀 보려고 하는데, 경감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제 도움...이요?"
"예."

나는 그러면서 명함을 그의 포켓에 꽂아주었다.

"이번일 도와주시면 그...이쪽 서장이 누구죠? 아무튼 잘 말해드릴 테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저기 시위하는 애들 밖에서 안 보일 수 있도록 경찰 버스로 둘러싸주세요."
"네??"
"일단 그것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니 저...."
"해주실 거죠?"
"...알겠습니다."


경감은 미심쩍은지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결국 내가 하라는 대로 했다.
시위하는 애들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버스 네 대면 충분했다. 애초에...매운갈비집 본거지 자체가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이고, 입구가 좁아서 안 보이게 막는 건 그리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야...뭘...하려고?"

소라누나가 불안하게 물어온다.

"전 아무것도 안 해요."
"응?"
"저쪽이 할  같은데...뭐  해도 상관 없고요."
"??"
자연스레 나갈 길이 막혔다.
돼지들은 여전히  보며 욕하거나 나한테 얻어맞은 년들의 모습을 찍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흠. 괜히 인터넷에 퍼뜨리면 귀찮은데.


"어~~이! 거기 매운갈비집 여러부운~"
"?"

그러니까 처리해 버리는 게 좋다.


"지금 보이십니까아? 저년들 퇴로가 막혔지요? 아무도 볼 수 없어요~!"
"...뭐라는 거야. 저 한남충새끼."

음...저쪽에서도 한남이라고 하네.

"지금  죽이고 시체 대충 묻어버리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요오? 여긴 던전시티인데에~ 소리는  스킬로 못 나가게 막아두었답니다아~ '진정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


순간 이곳에 존재하는 이들의 눈빛이일변했다.

두꺼운 여자들은 어이없는 얼굴을 했고, 매운갈비집 길원들은 살기를 띄웠다.
그리고 경찰들은 경악.


심지어 소라누나나 유나씨도 입을 떡 벌렸다. 세희도....

"야!! 너 무슨...!"
"제가 뭘요? 감히 저한테 적의를 보였으니 죽어도 싼 거죠."
"...."
소라누나가 황망한 얼굴을 한다.


에잇. 아직도 나한테 물들지 못했군. 오늘 확실하게 조교해 줘야겠어.


"이봐요! 그런ㅡ."

유나씨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이 돼지년!!"

푸확!


살육이 시작됐다.


"꺄아악!!뭐,뭐야!"
"이 개년들 아까부터 존나 짜증나게 했지?"
"지들이 운동도 안 하고 밥만 처먹어서 돼지된 걸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분기탱천해 있던 길원들이 난입하여 무기를 휘둘렀다.


-삐익!!

"멈추세요!! 당장!!!"

경찰들이 기겁하며 말리려 했지만, 그건 내가 막았다.

"어째서...?"
"저런 쓰레기들 때문에 목숨 날리실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여경이다.
그녀는 엄청나게 살기어린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잘 생각해요. 지금 끼어들면,  여자들이 당신들도 죽일지 몰라."
"당신이 부추긴 거잖아!!"
"부추겨요? 누가요?"
"당신이ㅡ."
"증거는?"
"하! 녹음 다 있거ㅡ."
"경찰 되자마자 제명 되고 싶어요?"
"...."
"증거는?"
"이...개...."

육두문자를 말하려던 그녀의 입술을 검지로 막아주었다.

"자. 오늘은 침묵하는 겁니다. 알겠죠?"

여경은 부들부들 떨었고, 주변의 동료들도 좋지 않은 눈빛을 내게 보내고 있다.

"던전시티에 부임한다는 건 그런 겁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여경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성추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데, 그럴 수 있을 리 없지.

"...."


어느새  곁에 경감이 와 있었다.

"경감님. 지금 지원요청 해주세요."
"...네?"
"저 사람들 경찰의 힘으론 진압할  없잖아요? 시위 도중 매운갈비탕 시위대와 매운갈비집 길드원이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폭력 및 살인 사태가 발생. 시급한 지원 바람..이라고요. 제가 부추겼다는 건 비밀입니다?"
"아..예,예...알겠습니다."

뭐...실시간으로 보고 올라갔을 수도 있지만...설마 경찰이 날 건드리겠어? 대가리가 있다면 그런 짓은 안 하겠지.

그렇게 하고나서, 나는 은경감에게 전화했다.

이제 내 시녀 여경들을 불러서  매운갈비집을 소탕 및 납치하면끝이다.

얼마나 깔끔해?


매운갈비탕이 매운갈비집 길드 앞에서 시위를 벌임 ㅡ> 매운갈비집 길드원 빡침 ㅡ> 충돌 ㅡ> 경찰력으로 진압 불가 ㅡ> 결국 모험가 훈련 중인 여경들 부름 ㅡ> 진압 성공 ㅡ> 그 과정에서매운갈비집 길드원 다수 및 길드장 실종(이라 쓰고 납치라 읽음) ㅡ> 납치한 길드원 조교 및 한남동 던전 점거.

크. 쩐다.

소냐씨 계획에 숟가락만 얹으니까 이렇게 술술 풀리네.

"아~ 은경감님! 지금 급히 한남동으로 와주실래요?"
-네?
"길드 폭동이 일어났거든요. 여러분의 능력을 상부에 증명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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