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11. 도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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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의 요구는 불과 수십 분 만에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까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자고 있던 미국 대통령이 벌떡 일어나고, 다른 일정을 처리하고 있던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국가원수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회담을 가졌다. 거기에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이스라엘, 인도 등의나라도 참석.
그야말로 대대적인 세계 회의가 열렸다.
미국이야 중국을 찌르는 창과 같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어느 정도 이익이 있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그런 거 없었고, 지은 죄가 많은 일본은 아무리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라지만 한국이 핵을 보유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당연히 결사반대.
만약 시간이 넉넉한 일이었다면 '개소리!!!'하며 무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지금 이 순간에도 도쿄는 파멸을 향해 1초 1초 다가가고 있었고, 세계적인 붕괴의 서막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한국군의 동원이 필요했다.
타협안으로 '제한적'인 핵보유 승인...그러니까 한국이 자국 소유의 핵무기를 만들고미군이 그걸 운용하다가 추후에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그때 온전히 한국군으로 넘긴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이쯤에서 일본은 '차라리반도의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물리치겠다!!'라고 선언했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 핵보유를 할 바에는 우리가 군대를 보내겠다. 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대를 들이느니, 차라리 한국이 핵보유를 하는 게 낫다.
결국 한국 대통령이 핵보유 승인을 요구한 지 4시간 만에 '완전한 핵보유 승인'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 대한민국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대신, 이번 도쿄 사건에 동원되는 모든 군대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기로 했는데, 그 금액이 상당했지만 '돈으로 핵을 살 수 있다면 싼 것이다.' 라는 대통령의 말과 함께 흔쾌히수락했다.
이로서 이례적인 속도로 핵보유국이 하나 늘어나게 되었고, 앞으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에는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아주 강력해 보이면서도 실리 없는 것.
'향후 어떠한 경로, 명분으로도 핵보유국은 추가될 수 없다.'
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 또 한 번 울상.
한국이 핵을 보유했으니 우리도 핵을 보유하겠다! 라는 논리가 완전히 막혀 버렸다. 주장해봤자 '응 꺼져.' 라는 말만 되돌아 올 뿐.
이번 도쿄 던전의 출현은 여러모로 일본에 악재를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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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B급 던전이라."
이미 뉴스에서 봤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새삼 다르게 느껴지네.
"그렇다네. 도쿄에서 B급 던전이 출현할 예정이지."
내 앞에 앉아 있는 중년의 남자는 던전 협력기구 D10의 한국 지부장이란다. 나름 높은 인간인데...뭐 어쩌라고. 내가 최고야.
"그래서? 나보고 도와달라는 건가?"
"...도와 주는 게 아니라 의무차출이네. 그리고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버릇이 너무 없군."
"그건 당신 생각이고."
"...."
흐흐. 열받는 게 눈에 보이네.
"어린 나이에 출세해서 눈에 봬는 게 없는 모양인데, 그러다 큰코 다치는 수가 있네.어른의 조언이야!"
"조언이 아니라 그냥 그런 말을 하면서 우월감과 자기만족을 느끼고 싶은 거겠지. 안 그래?"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다.
아무래도 답이 없다고 여기는 모양.
그나저나 B급 던전이라...이거 엄청난데? 맨하탄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맨하탄도 약하잖아? 지금 내 공격력이 370만이라고? <<몰아치는 황은>>데미지는 268억이야. B급도 넘나 낮은 수준이란 말씀.
"이봐요. 어른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존대는 해야 하지 않아요?"
옆에 있던 비서누나가 나를 타박한다.
목소리가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
흐음~ 꽤 이쁜 얼굴과 몸매에 안경까지...좋군. 소냐씨가 안경 쓴 느낌이야.
"아니, 됐네. 어차피 말로 해서 들을 녀석은 아닌 모양이니."
응. 잘 봤어.
"이건 자네에게도 기회라는 걸 모르나? 아무리 강남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이렇게 콕 박혀 있어서는ㅡ."
"응? 누가 안 간대?"
"...?"
"가야지. 그런 노다지를 놓칠 순 없잖아. 간 김에 도쿄 던전도 먹어버리면 되겠어."
"...."
아예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젖는다.
이봐. 너무 그러지 마 상처받는다고.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군. 자네가 강하다는 건 나도 알아. 아마도 세계 최강의 모험가 중 한 명이겠지. 하지만 그뿐이네. 이번에 도쿄 방어전에 동원되는 모험가들은 공방 커트라인 13,000. 즉, 한 명 한 명이 국가급 랭커라는 뜻! 그런 이들이 천여명 가까이 동원되는데 자네가 몇 명 되지도 않는 길드원을 이끌고 그곳을 정복하겠다고?"
"몇 명? 미안하지만 몇 명도 필요 없어. 나 혼자만 가도 돼."
섹스도 해야 하니 혼자 가진 않겠지만.
"하하...자네...물어나 보자. 공방이 몇이나 되는가?"
"그건 너무 실례되는 질문 아닌가?"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다면 실례되는 질문이라 여겨지진 않네만. 알려져도 지킬 만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그렇긴 하지."
뭐 밝혀져도 상관없으려나.
"그럼 지부장 나리. 당신이랑 거기 누나한테만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서현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그녀가 밖으로 나가더니 곧 스탯 인쇄기를 가져왔다.
지이잉.
천천히 나의스탯을 스캔하더니 곧 종이로 인쇄되어 나온다.
<상태창>
이름 : 유은
직업 : 귀두의 황제
성향 : 무~악
레벨 60
체력 8,844,391
마나 7,494,398
[스탯]
힘 371
민첩 342
지력 196
행운 435
성욕 88,362
정력 74,861
매력 1,211
색기 상승률 1658%
기품 상승률 377%
조정 상승률 41%
크리티컬 확률 9245%
크리티컬 데미지 78332%
공격속도 5%
공격력 3,743,052
방어력 4,418,091
"놀라지나 말라고."
"흠...."
나를 슬쩍 보며 종이를 건내받은 그.
지부장의 눈동자가 종이를 훑은 그 순간!
"!!!!!"
경악을 금치 못하며 종이를 떨어뜨렸다.
"어때? 그 정도면 건방질 자격쯤은 있지 않나?"
"...."
완전히 굳어버렸다.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다.
후후. 그렇게 충격적이었냐? 캬하하하하ㅎㅏ
"지부장님? 대체 어느 정도길래...."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는 비서 누나.
그리고 곧 지부장과 같은표정을 짓고 말았다.
"...세상에..."
그래도 한 마디 했네. 종이도 붙잡고 있고.
"이,이게 대체...."
바들바들.
무엇 때문인지, 그녀의 손이 떨렸다.
"말해두는 데, 혹시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하나 재밌는 거 보여줄까?"
나는 말이 없는 두 남녀를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의자를 멀찍이 치우고는 다시 앉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지만,
<<황좌>>
곧 땅이 올라오며 나의 위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건...?!"
드드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두 남녀의 눈에는 어느새 공포가 깃들었다.
촤아아아 - !
드러나는 황금색의 황좌.
화려함과 근엄함을 동시에 갖춘 그것이 드러나고, 내 양 옆으로 석상기사두 명이 등장했다.
어디보자...공방 10배라고 했으니까...지금 저 석상들의 공격력은 3700만이나 되네...세상에.
스윽.
쯔아아앙 !
황좌에 앉자, 한 차례 강렬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마치 오페라 여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환상적인 아리아가 퍼져 나오는데, 진짜 내가 생각해도 중2병의 끝판왕이지만, 이게 또 은근히 멋지단 말씀.
"아아...."
압도!
완전히 압도된 표정이다.
마치 백성이 왕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표정!
이거 은근히 재밌어.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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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에서 나온 두 남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꽤 수다스러운 지부장조차 차에 타기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끝이다."
"...네?"
결국 한 마디를 내밀었다.
"그에게 대적했다간...그거야 말로 끝이다."
"...."
비서도 말 없이 동의했다.
공격력 374만!
방어력 441만!
말도 안 되는 수치다.
저런 공방이 가능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봤나?"
"...뭘...말인가요?"
"그자의 레벨."
"...."
"60이었다. 이제 막...이제 막 2차 전직을 마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2차 전직은 분명 강력한 것이다.
하지만...그걸 감안해도 저 수치는 너무나 말이 안 된다.
게다가 강렬했던 그 스킬....
아니 스킬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겠지만, 좌중을 압도했던 그 황좌의 광경은 그야말로 온 몸에 소름이돋는 것이었다.
"앞으로 세계는...그 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