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11. 도쿄 패닉.
소냐씨를 향해 검을 휘두르다닛. 더욱 강한 체벌을 줘야겠군.
그나저나 꽤 강한데? 이 정도면 예전의 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어.
예~~전의 나.
"막아...?! 온 힘을 다했는데!!"
그녀가 크게 놀란다.
아무래도 이번은 진심이었나보네.
미안하지만 난 방어력 800만을 넘기는 인간이라, 이 정도의 공격으론 상처 하나 생길 수가 없어.
"아까부터 계속 막았잖아. 뭘 이제와서 놀라고 그래."
"그,그래도 아깐...이잇!"
길다란 검을 꽃잎으로 바꾸어 회수하는 그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까의 그 늠름한 기사님 같은 표정은 사라졌구만. 나름 좋았는데.
"어이."
"...."
"그거 풀어라."
"뭐?"
"공격이 안 먹히는 건 확인했지? 그러니까 풀어."
"개소리!!"
"지금부터 공격할 건데...그거 방어력 낮아진다며? 괜히 그거 핑계 대지 말라고."
그러면서 나는 앞으로 전진했다.
금방이라도 그녀를 때릴 것처럼.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그녀는 훌쩍 피해 버렸다.
아...내가 많이 느리구나...
공격력 높다고 장땡이 아니었네...끙...
"...얌마. 그렇게 피하기만 해서 되겠어? 제한시간 있다며?"
"큭...!"
그래도 시간은 나의 편!
쟤는 일정한 시간 동안만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 거고, 난 평상시 공방이 700만 800만인 거고,상대가 안 되지.
결국엔 내가 이길 수 밖에 없단 말씀.
그나저나 나 속도도 많이 올려야겠어. 너무 느리네.
아니 솔직히 나도 느린 편은 아니거든? 내 민첩이 400이 넘어. 절대느린 게 아냐. 근데 쟤가 너무 빨라.
앞으로 저런 애들 만나면 골치 아플 거란 말....
아니지. 그냥 스턴 걸면 되잖아?
나 바본가....
<<짐의 면전이다.>>
우뚝.
"!!!"
아. 멈췄다.
크. 진작 이렇게 할 걸.
"무,무슨 짓을...!"
"나는 역시 바보인가봐. 이런 간단한 걸 생각 못하고 있다니. 그래도 괜찮아. 난 강하니까."
천천히 다가갔다.
어차피 시간은 넉넉.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10초 안에 그녀를 잡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덥썩.
"잡았다. 이제 도망 못 쳐."
"...."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루크레시아의 허리를 슬쩍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음미하듯 엉덩이를 쓰다듬는데...뭔가 뒤통수로 어마어마한 시선이 꽂히는 것같다. 소냐씨겠지?
"Checkmate."
뻐억!
귓가에 영어로 속삭여 주고는 그대로배빵을 때렸다.
매우 약하게 때렸지만, 그것만으로 기절하여 내 품에 안기는 그녀.
흐흐. 서양 미녀 겟이다!
"...기뻐 보이네요."
"에...헤헤."
소냐씨가 뚱한 얼굴로 다가왔다.
음...너무 티냈나. 하지만 기쁜 걸 어떡해!
"정말...제 남편보다 더한 사람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엑! 제가 싫으세요?"
"...아니요."
그녀가 폭 안겨왔다.
아아. 루크레시아 때문에 못 안아주는 게 한이다.
"사랑해요."
"헉!"
저,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그런 말이라니! 저 같은 연애고자는 심장마비로 죽는다고요!!
"아이 귀여워라."
그녀가 천하무적 웃음을 장착하곤 내 엉덩이를 살짝 꼬집었다.
아아...중년 미부인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여러분...!
"...뭐 하는 거예요!!"
막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어느새 다가온 유나씨가 소냐씨의 손을 탁 쳐냈다.
"다 큰 어른이 돼서 칠칠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공장소에서 그,그런 짓이라니!!"
"공공장소라니? 여기가 왜 공공장소니?"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있다해서 다 공공장소는 아니란다."
음...유치한 싸움이다. 소냐씨 답지 않아.
"자자. 일단은 정리부터 하자고요."
루크레시아는 은주에게 넘기고 박수를 치며 환기했다.
아이템 쪽을 바라보니 석상 기사와 소라누나 등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고, 그 주변에 십여 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모험가들은 마치울타리처럼 빙 둘러싸고 있는 상황.
이제 내가 가줘야겠지?
다가가니,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렸다.
물론 시선은 좋지 않다. 하나같이 원수를 보는 듯한 눈.
하나도 안 무섭다 뭐. 메롱.
"뭐 나왔어요?"
"아직 확인 안 해봤어. 동생이 확인해봐."
소라누나가 나름 해맑게웃으며 대답했다.
이 누나는 웃는 게 참이쁘단 말야. 살짝 헤픈 듯 싶으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어.
"그럼 확인해 볼까나~"
상자는 꽤 크고 고급지다.
과연 보스몹 드랍은 뭐가 나올런지!!
끼이익.
열었다!!
"...."
"응?"
"???"
"이게 뭐야?"
여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시큰둥하다.
...
그리고 나도.
왜냐고?
이상한 종이 한 장 달랑 나왔거든.
난 뭐 어마무지한 무기 같은 걸 생각했는데 종이라니...이게 대체 뭐냐.
<펫 증서 : 트랜스 미스릴>
특정 몬스터를 펫으로 만들 수 있는 증서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정식으로 허락 받았으니까요.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증서.
[효과]
미스릴던전의 몬스터인 '트랜스 미스릴'을 펫으로 부릴 수 있습니다.
[트랜스 미스릴]
트랜스 미스릴은 인간계 최고의 금속인 '미스릴'에 생명이 담겨 만들어진 몬스터로, 무지막지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자유자재로 그 모습을 변환할 수 있으며, 별도의 재료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 한 기계로도 변할 수 있습니다.
[능력]
최대 체력 : 주인의 10분의 1
최대 마나 : 주인의 10분의 1
공격력 : 주인의 5분의 1
방어력 : 주인의 5분의 1
[기능]
*공격
*방어
*자동루팅
[스킬]
*트랜스폼
*공기뒤집기
*분열
어어...그러니까 펫...이라고?
저 트랜스X머 같은 놈을 펫으로 부릴 수있다는 거잖아?
그것도 주인의 공격력 5분의1로. 그럼 내가 부리는 펫은 공격력이...150만이 넘네. 그래도 어지간한 몬스터나 모험가는 무리 없이 썰어버릴 수 있겠어.
게다가 자동루팅까지 한다잖아? 어떤 식으로 루팅하는지는 모르겠지만...속도만 빠르고 정확하다면 쓸만 하겠네.
물론....
인간을 펫으로 부리는 나한테는 개 핵쓰레기 같은 거지만^^
씨발...이딴 걸 보스템이라고 주냐? 어??
"뭐야? 무슨 아이템이야?"
"...펫 증서요."
"펫?"
"네...이 고철덩어리를 펫으로 부릴 수 있대요."
"...."
소라누나와 유나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이딴 쓰레기가 있냐는 반응이다.
후...
지금 내 심정이 그래...어이가 없네?
흠흠...
아무튼...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챙기는 수밖에.
"이봐 자네."
막 종이를 집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웬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다.
뒤를 돌아보니 별을 달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아마 이번에 파견 나온 한국군의 지휘관인 모양.
"그거 아이템인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 짧군."
"응. 너도."
"...."
"어이!!"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저씨가 당황해서 소리친다.
또 이런 패턴이냐. 짜증나네.
그놈의 버릇버릇 듣기도 싫다.
"젊은 사람이 말버릇이 고약하군."
"늙은 사람이 말버릇도 고약하네."
"...."
살짝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어진다.
"이래서 모험가는...뭐, 됐고. 그게 아이템이라면 우리에게 넘겨야 하지 않겠나?"
"왜?"
"왜냐니. 우리군이 있었기에 던전도 잡고 보스도잡을 수 있었던 것! 기여도를 생각한 다면 당연한 일이지."
"그건 당신 생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청년이군."
척척척.
그의 뒤로 군대가 와서 정렬한다.
역시 상당한 정예군인지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물론 가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는 듯한 얼굴도 보이지만 꽤 소수.
근데 말야. 니들이 정예든 아니든 상관 없거든? 한사랑인지 하는 누나때는내가 워낙 당황해서 멍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단 말씀.
"어,어이...이젠 군대까지 이 지랄이야??"
모험가들이 동요한다.
일개 모험가 뒤는 쳐도 군대는 못 건드리겠다 이건가.
후후...
그래서 니들이 2류인 거야.
난 달라.
건드리면 군대고 뭐고 없어. 여자빼고다 죽는 거야.
"아저씨. 내가 누군지 몰라? 후회하기 전에 군대 빼는 게 어때?"
"음?"
아저씨가 옆으로 고개를돌린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저씨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유은! 최근에 강남을 지배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모험가입니다. 10명이 넘는 최상위 길드 마스터를 모두 처리하고100명이 넘는 정예, 그리고 300명이 넘는 모험가도 죽인 걸로 유명합니다."
"흥. 단순한 연쇄살인마잖아."
"연쇄살인마라니. 이왕이면 황제라고 불러줘. 그게 내 직업이거든."
"하하하! 황제? 이거 참못봐주겠군. 요즘 세상에 황제라니."
"그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할 수 있겠더라고."
"...."
아저씨는 무섭게 나를 쳐다봤다.
"좋은 말로 할 때 아이템을 넘기는 게 좋을 거야. 국가와 대항해서 좋을 거 하나 없어."
"나쁠 것도 없지. 이참에 나라 세우면 되지 않겠어?"
"...."
크크. 답답하다는 저 표정. 사람들의 저 표정이 은근히 중독성 있지.
"그리고 아저씨,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고작 군대 가지고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뭐,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물러날 리는 없겠지?
흠~어떻게 해야 좋을까.
탱크라도 하나 부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