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12. 메울 수 없는 차이.
"이,이익!!"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한 돼지들은 우악스럽게 일어나며 소냐에게 삿대질했다.
"다,닥쳐!! 어쨌든!! 당신 때문에 우린 심적 트라우마가 생겼으니 보상해!!"
"보상?"
"그래 보상!!"
"내가 너희한테 뭘 했다고보상을 바래요? 바보에요?"
"흥. 우리가 예전 같은 줄 알아? 다 증거 모아놨거든!"
한 명의 여자가 품에서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어머."
"흥. 이제 좀 쫄리시나?"
그녀가 녹음기를 재생하자, 소냐가 무리해서라도 시위를 벌일 것을 '명령'한 것들이 녹음 되어 있었다.
주요 골자는 '매갈 길드앞에서 시위해라.' '자극적인 단어도 써라.' '매갈 길드원을 도발해라. 그래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등등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아 저 여자가 시위를 주도했구나.'라고 알아들을 정도로 선명하다.
덕분에 승리를 예감했는지, 세 돼지들의 표정은 아주 좋은 얼굴인데....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당신이 이 모든 걸ㅡ."
"설마 뇌가 없나 했더니 진짜 없었네."
"뭐라고?!"
소냐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어 보인다.
"이만 돌아가 줄래요? 그런 쓸데 없는 거 가지고 오지 말고.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육수 냄새 베니까 얼른 나가요."
"끼이익!!!! 이걸 보고도 그따위 태도가 나와?! 고소할 거야! 고소할 거라고!!!!"
"해요. 맘대로."
"뭐,뭣...여기 증거가ㅡ."
"아 어쩌라고. 그래서 뭐? 제가 뭘 했는데요?"
"너 때문에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왜 그런 논리가 되죠?"
"그야ㅡ."
"내가 시위를 주도하긴 했지만, '과도'하게 저열한 시위로 '변질'된 건 현장에 나가있던 당신들 책임이고, 그런 당신들의 같잖은 도발에 넘어가서 마구잡이 살인을 벌인 건 매운갈비집 책임이에요. 대체 뭘 가지고 저한테 고소하겠다는 거에요?"
"아니...."
"쓰레기들이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가 했더니...."
아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봐요 돼지 삼형제. 난 당신들에게 선임된 변호사로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위'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도발도 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에요. 근데 그걸 가지고 고소하겠다니...쿡쿡...어디 해봐요. 어디까지 가나 볼까?"
"이..이익!!"
"그놈의 찌질한 신음 좀 내지 마요. 기분 더러워지니까. 그리고 이왕이면 빨리 나가주고. 이상한 뻘짓 해서 또 다른 사건을 벌인 시점에서 이미 계약 끝났으니까."
"이...흉자년!!"
부들대면서도 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들에게, 소냐가 자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인연이니까 조언 하나 해줄까요?"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그녀들에게 다가와선 속삭였다.
"살좀 빼. 그럼어지간한 건 다 해결 되니까. 알겠니 돼지들?"
그리고는 문을 열어 세 여자를 팍 밀쳤다.
"그럼 안녕. 다신 찾아오지 말고."
쾅 하고 문을 닫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일 중요한 애들이 안 죽었네."
시위에 나갔던 매갈 사이트 회원들은, 정말 골수 매갈이다. 그야말로 사회의 핵폐기물이자 암덩어리.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늘 찾아온 세 명이 진짜 불에 타지도 않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쓸모 없는 인간들이다.
겉으로는 냉정해 보여도 꽤 정이 많고 다정한 그녀가 진심으로 죽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심각한 수준이다.
"괜히또 이상한 거 만들어서 젊은애들 미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마음 같아서는 살인청부라도 하고 싶은 심정. 하지만 괜히 그랬다가 걸리면 그땐 빼도박도 못한다.
"일단은 중요한 일 부터 처리하자."
자물쇠로 잠긴 서랍을 열자, 완충된2g폰이 하나 댕그라니 보였다.
흔히 영화 같은 곳에 나오는 보안용 전화기.
삑삑삑.
그녀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의원님. 저에요. 소냐."
-아...이,이여사...반갑네.
반가운 어조이지만 차가운 표정인 그녀는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한동안 어색한 안부를 묻다가, 본격적인 용건으로 들어갔다.
"우리 좀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그게 오늘은 내가 시간이 좀....
"저녁 9시, 항상 뵙던 곳에서 기다릴게요."
-아니 저....
대답도 듣지 않고 끊은 그녀가 바로 준비했다.
일정이 있는 듯하지만, 머리가 있다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드륵.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온 이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남자.
"어머. 오셨어요."
화사하게 차려입은 소냐가 미소지으며 반겨 주었다.
"흠..흠...반갑네."
아름다운 미소에도 불편한 듯이 헛기침 하고는 건너편에 앉았다.
벌써부터 가지각색의 음식들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엔 눈이 가지 않았다.
또르르.
소냐가 술을 따라 주었다.
"요 며칠,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야 뭐...그럭저럭이지."
서로 술을 따라주며 가벼운 안부를 나누었다.
그러다 몇 분만에 본론을 꺼내는 소냐.
"제가 왜 뵙자고 했는지 아시죠?"
"...."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요."
"그게...."
난처한 듯이 말을 흐리는 그.
술잔을 미처 비우지도 못한 채 시선을 돌리는 것이, 켕기는 눈이다.
소냐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의원님."
싸늘한 한 마디가 나오자, 중년의 남자가 무릎 꿇고 빌기 시작했다.
"이여사, 좀 봐줘...나도 먹고 살아야지...이거 잘못하면 나 진짜 정치 못해...!"
"...."
소냐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입에 술잔을 비웠다.
"의원님. 고기가 참 잘익었죠?"
그러면서 개인용 화로에 올려진 몇 점의 고기를 그에게 건내 주었다.
친절하게 야채도 몇 가지 곁들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불안해 하는 그에게, 소냐가말을 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가족한테 돈도 주고...애인이랑 섹스도 하고...그러시려면 정치 계속 하셔야죠?"
"그러니까 내 말이!! 이여사 나 알잖아.나...약속한 거 반드시 지켜. 무조건 해. 무조건 할 테니까...조금만 기다려줘. 지금 상황에 그거 못해...하면 끝이라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끄덕끄덕.
"진짜 어려워. 지금은 아냐. 지금해도, 다른 놈들이 무조건 막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안 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괜히 이소냐가 아니잖아요? 제 집에 있는 거 조금만 풀면...."
"아아니!! 자꾸그러지 말고...! 총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거 못한다니까...."
"그렇게 걔들이 무서우세요?"
"무서운 게 아니라...좀 있으면 선거니까 좀 조심하자는 거지...막말로 이여사 입장에서도 내가 정치 못하게 되면, 약 또쳐야되잖아. 그거 번거롭잖아. 그지? 그러니까...좀만 기다리자...응?"
마치 아이를 달래듯 절절하게 타이르는 그.
보는 이가 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결국 소냐도 고개를끄덕였다.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좋아요. 그럼 좀 기다리죠."
"휴우...."
"대신, 확실하게 하셔야 해요."
"아. 그야 물론이지!"
+++
"우음...."
부스스한 아침.
말캉.
손을 대충 휘저으니, 사방에서 말캉한 것들이 만져졌다.
"아응...."
달짝지근한 신음.
그래...어젠 분명 일본 최고의 아이돌을 따먹었었지. 그것도 여섯명 전부.
"유은사마...하앙...."
내 바로 곁에는 제일 쌔끈하고 맛있었던 유이가 나체로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을 부르는데 기특한 녀석이다.
짜악!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내리치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여. 귀염둥이. 모닝섹스 한 번 할까?"
"아우...?"
물론 말은 안 통한다.
그래도 호감도 100을찍었단 말씀.
나는 그녀를 눕히고 꺄악! 거리는 신음을 즐기며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어제 하도 쑤셔댄 탓에 성기가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지금도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푸욱!
"햐악!"
오오. 역시 모닝섹스는 진리....
푸짐한 찜빵 같은 비쥬얼의 가슴을 마구 만져대며 허리를 흔들었다.
푹찍거리는 음란한 소리와 살과 살이 맞닿아 나는 찰싹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고 있던 다른 그룹원들도 한 명 두명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들 하나같이 예쁘고 맛있는 아이들.
성상납 경험이 꽤 되는 모양인지, 어젯밤만 해도 능숙하게 엉겨왔었지만 오늘부터는 아니다. 리더인 유이를 내 좆물받이 아이돌로 만들었으니 더 이상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
만약 강제로 하려 한다면? 그땐 나랑 전쟁이야.
아침부터 여섯명을 돌려먹고 아침까지 함께 먹은 나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물론 유이의 메일주소는 받아왔다. 이런 저런 연락을 해야 하니까.
"후아~! 개운하드아!!"
[섹스가 그렇게 좋으세요?]
아흑이가 심드렁한 말투로 뱉었다.
흠...그야 당연히 좋지. 정의라고나할까.
[그냥 변태인 게 아닐까요.]
"변태가 뭐 어때서. 변태는 신사. 신사는 정의라고. 몰라?"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너 자꾸 그러면 기계식 오나홀로 변신하게만든다."
[....]
아흑이가 말이 없다. 진짜 싫은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