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13. 귀두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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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갈 거야?"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누나는 다시 옷을 차려입으며 물었다.
당연하지만 강남으로 돌아갈 거냐고 묻는 것이다.
오래 지내긴 했지.
일수로 따진다면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뭔가 체감시간이 길었어.
일어난 일도 많고.
"돌아가야죠. 가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야죠."
역시 내가 있을 곳은 도시.
이렇게 다 박살난 곳이 아냐.
나중에 재건되면 그때다시 찾아오지. 지금은 점령조에 맡겨두고 귀국하는 거야.
"잘됐다. 전리품도 꽤 나온 것 같으니까 돌아가면쇼핑해야지. 히히."
"...돈은 여기 오기 전에도 많았잖아요."
솔직히 여기서 번 돈은 별로 안 될 걸? 던전을 많이 돈 것도 아니고 그저 방어전을 치렀을 뿐이니까. 협회에서 주는 위험수당+목숨값+출장비 등을 다 합쳐봐야수천만 원 정도가 아닐까?
반면 강남을 접수할 적, 우린 우릴 죽이려는 모험가들 수백명을 죽이고 백억 단위의 전리품을 획득했다. 무수히 쏟아지는 무기와 장비들...엄청났지그땐. 아직 다 팔리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억단위 돈은 우습게 가지고 있을 거야. 누나도.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잖아. 우리도 일단은 D10 한국지부 소속이니까 출장비랑 이것저것받지 않겠어? 그렇게 어딘가에서 받는 돈으로 쇼핑하는 게 여자의 낙이란다. 같이 갈래?"
"아니요."
나는 즉답했다.
쇼핑의 전설은 익히 알고 있지.
남자에게 있어서 최악의 던전이자 최고의 보스몹.
그것도 여자 동료가 있으면 패널티로 던전의 위험도와 난이도가 500% 상승한다. 어마어마한 녀석이라고.
"저는 현대인 답게 인터넷으로 구입할게요."
"싱겁긴. 그래도 부부에다 섹스도 하는 사인데 같이 쇼핑도 하고 그래야지. 카페가서 팥빙수도 먹고."
"으흠. 흠흠. 저는 별로...."
"소냐씨도 간다고 하면 갈거야?"
"어? 그럼 생각을 좀ㅡ."
"와 이새끼 차별 쩌네."
"헤헤...."
미안 누나. 지금 소냐씨는 워낙 최강이라.
"근데 소냐씨도 쇼핑 같은 거 할까요?"
"뭔 소리니. 당연히 하시겠지."
"뭔가 사람을 부려서 이것저것 사오라고 할 것 같은 이미지라."
"그렇게까지 돈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말했듯이여자에게 쇼핑은 자동차의 가솔린 같은 거란다."
"디젤일 수도 있잖아요. 디젤은 경ㅡ."
"맞을래?"
"아니요."
역시 아재개그는 지탄의 대상인가.
.
.
"돌아간다고요?"
"네."
유나씨가 동그난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이 살포시 흔들렸다.
"그래요. 더 이상 여기서 할 것도 없겠죠."
"일단 아무것도 없잖아요."
"좀만 나가면 도쿄인데요?"
"그래도 도심이 싹 잘려나가기도 했고...전 일본어라고는 기모찌밖에 몰라서요. 아, 기모찌라는 건ㅡ."
"저도 알아요."
"어떻게 아세요?"
"...몰라도 돼요."
뚱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내가 뭐 이상한 말 했나?
좀 하긴 한 것 같긴 하지만...흠....
"돌아가면 계획이 뭐에요? 그냥 예전처럼 강남던전을 돌 거라면 좀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때요?"
"다른거요?"
"이미 세력이 생겼잖아요. 그리고 강남던전을 돌기에는 길드원 수준이 너무 아까워요. 특히 시대착오적인 직업을 가진 여인들이요."
시대착오적인 직업이라면...시녀들 말하는 건가.
"그렇긴하죠."
좀 과도하게 아깝지.
"제가 알기로 당신 시녀들의 평균 공방이 3만 남짓인 걸로 아는데, 그녀들로 팀을 꾸려서 B급 던전에 파견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볼 수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지금 세계에선 도쿄 던전을 돌 수 있을만한 팀이나 길드도 별로 없을 테니, 전리품 감정만 끝난다면 해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계약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계약이요?"
뭔 소리지. 이야기 진도가 너무 빠르신 거 아냐?
"...그러니까,"
답답했는지 유나씨가 종이까지 꺼내들었다.
미안해요 머리가 나빠서.
"던전의 몬스터를 잡으면 전리품이 나오잖아요?"
"네."
"처음 던전이 출현하면, 해당 던전에서 나오는 전리품을 D10 산하의 연구원에서 감정을 해요."
"저도 알아요."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자신들의 제품에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손을 내민단 말이에요. 누구에게 내밀겠어요?"
"뭐, 모험가한테 내밀겠죠."
"정확히는 '안정적'이고 '빠르게' 수급할 수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겠죠. 고위 길드라던가. 적어도 해당 던전을 수월하게 돌 수 있고 퍽치기들도 꺼려하는 정도의 팀을 선호할 거예요.
그런 존재들과 특정 전리품만을 전문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납품하는 계약을 맺는 거예요. 기업의 크기가 클 수록, 그리고 팀이나 길드, 모험가의 공/방이 높을 수록, 던전의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계약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죠."
"헤에."
뭐, 있을 법한 이야기네.
"그보다 이거, 제가 첫날에 말해준 거 아닌가요?"
"네? 아니요?"
"했을텐데??"
"에이. 잘못 기억하신 겁니다. 그땐 F급 던전이 식량난을 해결하고 있다는 정도만 설명해 주셨죠.기업과 모험가의 관계라던가 그런 건 설명 안해주셨다고요."
아마도.
"...."
음.
뭔가 노려보는 것 같은 눈인데.
아니, 진짜야? 진짜라고?
"뭐, 됐어요. 아무튼 그런 식의 계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차라리 길드 내에서 팀을 꾸려서B급 던전에 파견하는 게 낫다는 거예요.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아니면 아예 기업을 만들거나."
"제 머리로 기업을 만드는 건 무리겠죠?"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
"적어도 '그 사람'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그사람이누군데요?"
"우리 엄마요."
"바쁘시잖아요. 여러모로."
"당신이 변호사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둘 거 같은데."
"에이. 그건 낭만이 아니죠."
"?"
"너무 모르시네."
"...무슨 소리에요? 왜 뜬금없이 낭만이 나오ㅡ."
쯧쯧쯧.
이렇게 남자를 몰라서야.
물론 모쏠녀였으니 당연하지만.
이거, 설명을 해줘야겠는데.
"잘 들으시오. 애기씨."
"누가 애기씨에요?"
"남자는 예쁜 여자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는 여자는 '예쁜 여자 변호사'라던가 '예쁜 여자 경찰'이라던가 '예쁜 여자 검사'라던가 등등 하는 분들이에요. 알겠어요? 소냐씨는 변호사를 하셔야죠."
"뭐라는 거야 짜증나게."
와. 진짜 '와락'하고 표정을 구겼어.
나는 솔직하게 사실을 말했을 뿐인뎅.
"그 말 우리 엄마 앞에서 해봐요. 싸대기 맞을 걸."
"글쎄요."
안 맞지 싶은데. 지금의 소냐씨라면.
"아무튼 기업을 만드는 건 무리일 거 같고...그럼 다른 기업과 계약을 하는 선택지가 있는건데...솔직히 그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아는 게 없는데."
"알아서 접촉해 올 거예요. 당신의 존재는 이미 일본 미디어를 통해 많이 퍼졌을 테니까. 어쩌면 각국의 정부에서 접촉해올 수도 있죠."
"정부? 왜요? 날 핵무기 같은 걸로 쓰려고?"
"그것도 있겠지만...음...."
유나씨가 코난처럼 턱을 쥔 채 고민에 빠졌다.
"도쿄 던전에서 나온 전리품에 상당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 아예 '도쿄던전을 독점해라!'같은 조항을 내걸고 엄청난 금액을 배팅할 수도 있죠."
"헤."
"미스릴이잖아요?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데. 만약 소설에 두루 나오는 그 미스릴이 맞다면...진짜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초강자로 구성된 여러 팀을 구성해서 도쿄 던전을 독점해 버리면 정말 부르는 대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오오."
"그리고 나아가...미리 길드원을 늘리고, 팀도 늘려두는 편이 좋겠죠."
"흠...왜요?"
"왜냐면 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B급 던전이 생길 테니까요."
"아!"
맞아...한 번 생긴 등급의 던전은 다른 곳에서도 생길 수 있지...!
"그렇게 되면 기껏 도쿄 던전을 독점해도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 미리 팀을 만들었다가 다른 던전이 생기면 바로 파견해서 방어전과 파밍을 동시에 하는 거에요. 마침 방어전때는 보스몹도 있잖아요."
그러네. 길드원을 늘리고, 시녀들을 늘려서 은주 제작템을 입히고 시녀로 이루어진 팀을 꾸리는 거야.
그리고는 각 고위 던전마다 지부를 만들어서 점유하게 하는 거지.
점유를 어떻게 하냐고?
간단해...들어오는 족족 죽여버리면 알아서 독점 되는 거지 뭐....
"그럼 영토선포 하고 길드원 좀늘려야겠어요. 광고라도 해야 하나."
"영토선포는 또 뭐에요?"
"전에 말씀 드리지 않았던가요?"
"음...어렴풋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본인도 기억 잘 못하시면서.."
"뭐라고요?"
"아닙니다. 아무것도.
영토선포라는 것은 제 스킬이에요. 황제가 되었으니 영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보자...지금 영토선포를 하면...."
<<영토 선포>>
황제 고유의 영토를 선포합니다. 영토의영역은 황제의 '정력'스탯 만큼 늘어납니다.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액티브
효과 :황제가 지정한 곳을 중심으로 반경 '정력cm'의 영역이 황제 고유의 영토로 변화한다. 해당 공간에서는 <<황명>>의 효과가 극대화되며, 황제에게 적대적인 존재의 경우 해당 영토 내에서 -70%의 스탯 패널티를 받는다. 또한 영토와 관련된 여러 스킬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영토 범위(반경) : 2.1817 Km
쿨타임 : 1년
"반경 2키로 정도가 제 영토네요. 동 정도인가."
"그 정도면 작은 도시 정도죠. 반경 2Km면 지름이 4km인 원일텐데, 원의 넓이가 파이*반지름*반지름 이니까 3.14*2*2하면 12.56 제곱Km정도 나오네요. 엄청까진 아니지만 꽤 큰 거에요."
"흠. 저는 문과라...그보다 그걸 암산으로 하신 겁니까?"
"그것도 못해요? 바보에요?"
"...."
아니...바보는 아닌데요.
"뭐 됐어요. 그래서 그 영토선포를하면 뭐가 좋은건데요?"
"글쎄요?"
"...."
뭔가 '말을 말지....'라고 다짐하는 듯한표정인데.
서운합니다 유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