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16.사랑스런 사랑씨.
됐고, 얼른 꺼지라는 말을 돌려 표현하는 사랑씨.
당당하니 멋지네.
저넘 입장에선 개짜증이겠지만.
"이..이...!"
꼰대 특징인 '이...이...!'를 시전하며 싸대기라도 올릴 기세를 뿜어낸다.
얼굴이 빨개진 게 마치 토마토.
그러게 왜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걸었어. 중령인데 벌써 특수 부대 연대장이면 말 다한 거 아니냐.
"너...지금 한 대장 믿고이러는 모양인데, 이거 엄연히 상관모독죄야. 알아?"
"...?"
사랑씨가 정말 진심으로 '무슨 개소리야?' 하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워낙 이쁜사람이라 그 표정마저 사랑스러웠지만.
역시 내 여자 다워.
"외람되지만 제가 한 발언이나 행동 중 어떤 것이그리 기분 나쁘셨는지요?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그 태도! 눈빛! 말투까지! 도저히상관을 대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단 말이다!!"
"저...손님...."
이목이 집중되고 시끄러워지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종업원들이 다가와 말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손님들 중 몇몇이 촬영까지 시작했는데, 오늘 오후쯤에는 얼굴책이랑 새새끼에 많이 올라갈 것 같다.
흠.
나 인터넷 스타 되는 건가?
"야. 저 사람 한사랑 아냐?"
"맞는 거 같은데?"
"와...미친년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쉿. 자칫하면 총기난사할지도 몰라. 또라이들은 피하는 게 답이야."
"근데 이쁘긴 이쁘다."
"뒤질래?"
사랑씨를 알아본 몇몇은 아예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떠났고, 그게 하나의 분위기가 되어 점점 가속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나가는 그 순간까지 촬영하는 종군기자(?)틱한 인간도 있었다.
"어,어어...?"
종업원과 매니저가 당황활 새도 없이 가게는 점점 비어간다.
이젠 직원들도 포기상태.
아니...딱 봐도 휴가중인데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 있나...아무리 미친년이라도...
"흥. 하긴. 애초부터 인성이 글러먹은 년이니 그런 짓이나 벌이지. 너 때문에 우리 군이 얼마나 곤혹을 치렀는지 알아? 이래서 암탉이 울면 가문이 망한다는 얘기가 있는 거야. 옛 말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니까."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사랑씨가 대꾸하기도 전, 열이 뻗친 대위가 먼저 달려들었다.
뭔가 꿀잼의 냄새가난다.
"뭐라고?"
"연대장님이 얼마나 생각이 깊으신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욕만 하는 게 상급자가 할 일입니까!"
"임학봉 대위!! 어디 위관이 끼어들어!"
대위 주제에 감히 대령에게 나대보지만, 한사랑은 오히려 그에게 호통을 치며 뒤쪽으로 물러나게 했다.
"하! 그 상관에 그 부하구만...아주...잘들 돌아가고 있어. 이게...이게군대야? 요즘 젊은 것들은 아주 머리에 똥이 차서 위아래 구분도 못해!"
이제 대령의 분노게이지는 그야말로 맥스.
슬슬 내가 나서야겠구만. 사랑스런 한사랑씨를 품에 안아야지. 저 머리 벗겨진 놈이 내 여자를 훑어보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짝짝짝.
나는 박수를 치며 주의를 끌었다.
"자. 개소리는 그쯤 하고, 슬슬 짜증나려고 하니까 좀 꺼져줄래요?"
"...뭐?"
"짜증나니까 꺼지시라고. 호이."
친절하게 손짓까지 해 주었지만, 불경하게도 대령놈은 내게 분노했다.
"나이도 어린 놈이!"
"그 어린 놈한테 뒤지게 쳐맞고 삼겹살로 구워질래? 아니면 있는 비리 없는 비리 다 털리고 감옥갈래? 옷 벗겨줄까? 더러운 중년 남자의 알몸은 취향이 아니다만, 우리 사랑씨를 위한 일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이 개자식이!"
"대,대령님!"
기어이 주먹을 들어 올린다.
일반인...아니 군인이지만 어쨌든 모험가 입장에서는 일반인인데 그 일반인이 모험가에게, 그것도 최강인 내게 주먹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부하들이 가까스로 말리고.
"싸우시면 안 됩니다! 저놈은 한국 모험가 중최강자라고요!"
"여,여기서는 일단 물러났다가 나중에 정식으로 항의하시죠!"
"이익!"
그래도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닌지, 어떻게든 화를 꾹 누르고 참아낸다.
"...네놈...그년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만...실수한 거야. 대한민국에 대장이 한 명만 있는 줄 알아?"
"그딴 건 모르겠고, 제7 기동군단 중장의 불알을 터뜨린 건 기억하고 있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죽일 것까지는 없었는데 말야. 내가 심했네. 미안 아저씨. 모쪼록 천국에가 있길 빌게.
"그리고 관계라...사랑씨와내가 무슨 관계냐고?"
내가 스윽 하고 사랑씨를 바라보자, 그녀도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고 모종의 대화가 오가...긴 개뿔 그녀도 '지금 뭐 하는 겁니까?'정도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마치 사태 악화시키지 말라고 잔소리 하는 것 같다.
그 얼굴조차 이쁘지만.
암.
이쁘면 장땡이지.
이쁜 얼굴을 감상하는 와중,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본인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뿜어내며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
아마 대충 사과하고 무마하려는 거 같은데, 그럴 순 없지.
내 여자 입엔 사과 따위 필요 없거든.
와락!
나는 왼쪽 팔을 쭉 뻗어 사랑씨의 허리를 감쌌다.
아.
놀랍도록 가는 허리다.
군살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탄탄한근육과 탱탱하고 부드러운 살이 엄청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딱 봐도 상당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겠어.
"믓...!"
그런 그녀가 거칠게 내 품에 안겼다.
검은 단발머리가 휘날리며 향긋하 샴푸 냄새가 퍼졌다.
"이 여자 남자친구. 그게 나거든."
"!!!"
품에 안긴 사랑씨가 헉 하고 놀라고, 대령 일동도 경악했다.
거기에 얼굴 전체가 빨개지며 펑 터져버린 대위는 덤.
"지,지지지지금 무슨 지슬...!!!!"
막 우릴 떼어놓으려 하지만, 어림 없어. 사랑씨는 내꺼다.
나는 달려드는 대위를 휙 피하고, 아직까지도 여기에 남아 입을 벌린 채 촬영하고있는 사람들을 보며 선언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여자 건들면, 대령이고 대장이고 대통령이고, 전부 죽는다. 나한테."
+++
꽈악!
"당신 대체 무슨 생각이야!!!"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대령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릴 늘어놓으며 가게를떠났고, 나는 그 자리에서 가게를 통으로 빌렸다.
그리고 그 직후, 임학봉 대위에게 멱살 잡혔다.
흐흐. 얼굴이 아주 볼만한걸.
"뭐가?"
"너...너 때문에...!"
"내가 뭘?"
"중령님의 입장은생각도 안 하고 자기 멋대로 굴고 있어!!"
"그러는 넌 생각하냐? 알기는 하고?"
"뭐야?!!"
여전히 토마토상태인 대위의 손을 뿌리치고 아직까지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랑씨의 어깨를 팔로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하얀 볼에 입을 가져갔다.
쪽.
"힛!"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정신 차리는 사랑씨.
아. 왠지 더 사랑스러워졌어.
"너...너...!!"
"왜 그러고 있어? 밥이나 먹지?"
신사답게 매너를 다해 식사를 권하고는 사랑씨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당신 무슨...."
십여분 만에 입을 뗀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 날, 발포 명령을 내리며 수많은 매갈들을 학살하던 지휘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 이 자리에는 그저 한 명의 여자.
나는 그녀의 턱을 살짝 잡고 이마와 이마를 맞닿게 했다.
"두근 거렸죠?"
"아...아니 난...."
얼굴을 붉힌다.
흐히히.
너무 귀엽당.
츄웁.
"!!!"
너무 귀여워서 그대로 키스해버렸다.
부드럽고 뜨거운 입술과,그 너머 경직된 혀까지.
모두 먹어버릴 기세로 탐하다가 아예 그녀를 꽉 껴안고 열중했다.
슬쩍 곁눈질로 대위를 보니, 이젠 너무 분노해서 퓨즈가 나가버린 모양이다. 입만 뻐끔거리지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
츄.
꽤나 짙은 키스를 마치고 입술을 떼니, 그녀와 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마치 치즈처럼 쭈욱 늘어지다가 끊어졌다.
"이제 내 여자야."
한 번 더 키스.
이번엔 짧은 뽀뽀다.
하지만 방금 전의 깊은 키스와 맞먹을 정도로 짜릿하다.
쾅!
"이 새끼가!!!"
비싼 음식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비싼 와인이 들어있는 유리잔도 깨져나간다.
아까 고생했던 종업원들이 도끼눈으로 노려보며 한숨을 내쉰다.
"워우. 왜 그래? 사랑씨도 가만히 있는데 왜 지가 난리람?"
대위가 눈을 부라린다.
비서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완전히 팝콘을 튀기는 자세.
"사랑씨. 싫어요?"
"...예?"
"저랑 하는 키스 싫어요?"
"중령님! 당장 그놈에게서 벗어나십시오!! 그리고 응징하는 겁니다!! 허락도 없이 포옹한 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하다니! 이건 명백한ㅡ."
"닥쳐 모쏠 딸딸이야. 표정 보면 모르냐? 사랑씨는 이제 내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