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16.사랑스런 사랑씨.
하여간꼭 뭣도 모르는 애들이 오지랖 부린단 말이지.
그러다 평생 모솔로 산다?
"뭐, 그래도..."
완전히 꼬시려면 좀 배려해 주는 것도 좋겠지.
이제 내 여자인데.
"제가 심했다면 사과드리죠. 사랑씨가 너무 예뻐서 그만."
"아...아닙니다."
사랑씨는 사랑스럽게도 얼굴을 붉힌 상태 그대로 쿨하게 넘어갔다.
이걸 쿨하다고 해야 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화내거나 하지 않네? 무려 딮키스까지 했는데도 화내거나 뭐라 하지 않는다는 건 100%지. 아무리 당황했다 해도 싫거나 전혀 생각에도 없던 인간이 이런 짓을 하면 바로 싸대기 날아오거든.
그런 의미에서 성공.
솔직히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지만.
아무래도 남자 경험이 없는 모양이다. 그 나이까지 접하지 않았으면 호기심도 왕성하겠지. 그 호기심과 나의 매력스탯, 능력 등등이 합쳐져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중령님! 그냥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정말 괜ㅡ."
"괜찮다.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크게 일 벌일 필요는 없어."
"벼,별 게 아니라니!"
사랑씨는 괜찮다는데 대위놈이 자꾸 지랄한다.
안되겠어. 2차때는 그냥 돌려보내야겠다.
"자자. 일단식사나 마저 하죠. 언제까지 이 음식들을 그냥 둘 겁니까?"
닥치고 처먹으라고 좀.
.
.
"후아~! 꽤 괜찮았어요. 뭐, 제가 고기맛을 잘 알진 못하지만요. 다른 고기맛은 알아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입이 즐거웠어요."
"뭘요. 중령쯤 되면 이런 곳 정도는 올 수 있잖아요?"
"버겁습니다."
"에이~"
거짓말. 아빠가 대장인데.
"그보다 커피 사주시기로 했는데, 커피 말고 술은 어떻습니까?"
"!!"
"술이라면 방금도 마시지 않았습니까?"
"와인 말고, 소주 말입니다. 소주. 삼겹살에 소주가 또 엄청나지 않습니까."
"방금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삼겹살까지?"
"괜찮아요. 우린 할 수 있어요. 뭣하면 감자탕이나 곱창전골도괜찮습니다만."
"술이라니 너! 무슨 응큼한 짓을 하려고!!"
대위가 또 나댄다.
무슨 짓을 할 거냐니. 몰라서 묻냐? 당연히 따먹는 거지. 너의 한사랑 중령을. 흐흐. 어떠려나.
내가 그런 표정을(사랑씨에겐 안 보인다.) 쏘아내자, 갑자기 대위가 주먹을 들며 발광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막아선 것은,
"임학봉 대위!"
역시 한사랑 중령.
"중령님!!"
"후우...."
그녀는 아까처럼 호통치지 않았다.
단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대위에게는 오히려 그게 더 데미지인 것 같다. 움찔해서는 슬그머니 주먹을 내렸으니까.
"귀관은 얼마나 더 본관을 실망시킬 셈인가?"
"아,아니 전...!"
"이만 복귀하도록. 근무태만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맞아. 이미 심각하다고? 차편이 없으면...그래. 누나가 아흑이 데리고 데려다 주세요."
"...제가요?"
"네. 이상한 짓은 하지 말고요."
"안합니다."
나는 지갑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세 장을 꺼내 비서씨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저녁 사드세요."
"...."
얼굴을 붉힌 채 돈을 받는다.
비서씨도 은근히 귀여워.
"자. 그럼 내일 봐요. 비서누나."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아흑이를 두어 번 툭툭 쳤다.
"야. 분열해."
[치지 말아줄래요?]
"시끄러. 하기나 해."
[와아. 핵노답. 인성 터진 거 보소.]
"어쩔."
사춘기 청소년처럼 반항하면서도 결국 아흑이 분신이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 냈다.
공방이 절반으로 떨어졌겠지만 어차피 분열 전용 분신이라 상관 없다.
"수,순식간에 두 대가...!"
"자. 사랑씨. 제가 에스코트 해드리죠."
나는 그녀의 팔을 휘감고 끌어 안았다.
"아...!"
그녀가 순순히 딸려온다.
흐흐. 역시 경험 없는 거야. 평상시에는 늠름하고 냉정한 여군이지만, 연애쪽으로는 완전 쑥맥에 초심자인 거지.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그럼 당신은 절 따라오세요."
비서누나가 대위를 잡아당겼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자,잠깐! 난!!"
"국방부에 신고해 드릴까요?"
"...!"
"제가 징계 내릴 권한은 당연히 없겠지만,엄연히 타 군부대 소속인 군인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 정도는 신고할 수 있어요."
"...."
와우. 비서누나 멋지다!
"당...신은 어째서...!"
"돈을 받았으니까요. 그 만큼은 일해야죠."
그녀는 그렇게 쿨하게 대답하고는 아흑이 분신체의 문을 벌컥 열었다.
외관상은 람보르기니 모델.
크크. 잘 가렴 대위.
아!
맞아. 가기 전에 한 마디 해줘야지.
"사랑씨 잠시만요."
"네..?"
나는 그녀를 살짝 떼어놓고 대위에게로 다가갔다.
"...너...! 중령님 몸에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내가 다가가자마자 진부한 대사를 날려주시는 임학봉 대위.
나는 그의 말을 전부 무시하고 대위와 비서씨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사랑씨는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모텔로 데려가서 따먹어 줄 테니까."
"!!!!"
"딱 보니까 처녀던데...그 이쁜 얼굴로 거미줄 치고 있으면 너무 불쌍하잖아? 여자도 성욕이 있다고."
탁탁.
그렇게 말하며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는데, 대위가 일그러진 얼굴로 내 팔을 뿌리치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 개새끼야!!!!"
당연하지만 놈의 주먹은 빗나갔다.
이딴 걸 내가 맞을 리 없잖아.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차례 휘둘렀다.
"이! 천하의! 씨발놈!!"
"임 대위!!!"
뒤에 있던 사랑씨가 경악해서 달려오더니 그 가늘고도 풍만함 몸으로 대위를 막아섰다.
오오...육탄방어...날 위해...흐믓.
"지금 뭐 하는 거야!!!"
앙칼진 호통.
지금까지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 중에 가장 크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다.
심지어 매갈들을 학살할 때도 이런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 만큼 당황과 분노가 큰 거겠지.
하지만이번 만큼은 임대위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힘이 딸릴 수밖에 없는 사랑씨를 쭉쭉 밀어내며 마치 헐크처럼 전진한다.
"중령님!! 저놈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한 대만! 한 대만 때리게 해주십시오!!"
"닥쳐!! 당장 그만 두지 못해?!!"
사랑씨는 밀리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막아낸다.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날 지키려는 것도 있고, 저놈을 지키려는 것도 있고.
일단 내 능력과 힘은 둘째 치더라도, 군인인 저놈이 민간인인 나를 치면 문제가 엄청 커진다. 거의 확정적으로 국군교도소행이고,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놈이 저질렀던 명령불이행, 근무지 이탈, 탈영 등등의 일까지 겹쳐져서 '근무시간인데 왜 인천에서 사고를 쳐?'이 질문 한 마디면 인생 끝이다.
"익!"
그래서인지 사랑씨는 물러나지 않았다.
남자 군인과의 힘겨운 힘겨루기를 버텨낸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자 아예 그를 팍 밀치고는 있는 힘껏 싸대기를 후려 갈겼다.
짜악 - !
정말 강렬한 한 방이다.
풀스윙 싸대기는 언제 봐도 멋져.
"주,중령ㅡ."
짜악 -!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이번엔 반대편 뺨도 갈겨 주신다.
"와. 정말 멋진 싸ㅡ."
뻐억!
박수치려고 했는데! 끝이 아니었어!!
아주 깔끔한 앞차기로 대위의 배를 발로 차버린다.
근데 이거...잘못하면 사랑씨가 처벌 받는 거 아냐?
"후우...후우...."
숨을 고르며 화를 삭이고는, 그녀가 입을 뗐다.
그의 앞에는 컥컥대며 배를 부여잡은 채 무릎꿇은 대위가 있다.
"정신차려. 더 이상 막 나가면 나도 너 감당 못해. 알겠어?"
"...."
대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를 불태우며 이를 갈았다.
아마 나,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사랑씨에 대한 것이겠지.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화난 사랑씨...더럽...♥
그나저나 화나면 저런 말투를하는 구나. 평소에는 딱딱하니 다다다체 쓰시더만.
"알았으면 얼른 복귀해."
대위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일어나서는 나를 쫙 노려봤다.
뭘 봐? 사랑씨 맛있게 먹으라고? 응.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두고보자."
네. 1도 두렵지 않은 악당멘트 고마워요.
결국 임대위는 비서씨에게 반쯤 끌려가듯이 아흑이에 올라탔고, 그대로 사라졌다.
바이바이~
"휘유~ 무서운 분이네요.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다니."
"...."
사랑씨가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랑씨가 그런 표정 지을 필욘 없는데. 다 저넘...아니 솔직히 내가 못된 거지 흐흐흐.
"죄송해요. 원래 좋은 녀석인데 오늘따라...."
"아. 괜찮습니다. 아무리 장교라도 군인인 이상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잖아요? 이해합니다."
"아...."
오. 다시 얼굴 빨개졌다.
이 사람 진짜 나한테 반한 모양인데? 우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