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65)화 (164/517)



〈 165화 〉16.사랑스런 사랑씨.

뭐, 그놈이 좀 불쌍하긴 하지만, 그래도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군대에서 총기사고나 수류탄 사고가  것도 아니고, 밖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자기 화 제어 못해서 던전에 들어갔다가 생긴 참사



 말이지.
자업자득이란 말씀.

그런 나쁜 녀석에게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지.
 여자를 탐했다가는 몸 뿐만이 아니라 정신마저 망가진다는 그 현실을.

뱁새가 봉황을 따라하면 가랑이 터지는 법이야.

"그럼 빈손으로 가긴 뭐하니 선물도 사가요."
"아직 된다고는...."
"에이~우리 사이잖아요."
"...."

사랑씨는 '어떡하지'하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신 병원만이에요."
"오오. 그럼요."

사랑씨를  안아주었다.
그녀가 잠시 경직됐다가 내 허리를껴안았다.



+++


"좋아. 이것도 사가야지."
"...그런  반입 금지입니다."
"에이~ 아무리 몹쓸 부하라지만 이정도는 봐주세요."
"...."

사랑씨가  된다고  선물은 바로 성인잡지다.
속옷차림의 모델이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것은 군인의 필수품이라 할  있는데, 당연하지만 내가 이걸 가져가는 이유는 염장이다. 크크크...손이 없으니 자위도 못하겠지?


아. 그럼 책도  보겠구나. 이거 안타까워서 어쩌나.


"앞으로 평생 그런 몸으로 살아야하니 기저귀도 가져가야겠네. 아. 휴지도."
"부대를 어떻게 만들 생각입니까...."

사랑씨가 옆에서 입술을  내밀고 있다.
역시나 귀여워.

"어차피 곧 전역이잖아요? 그런 몸으론 군대에 있을 수 없을 테니."
"후...."

한숨을 내쉰다.
그것마저 예뻐.

"그런데 사랑씨."
"네."
"사랑씨는 연대장인데 운전병이나 다른 부관은 없습니까?"
"있습니다만, 제가 휴가냈을 때 쉬라고 보냈습니다."
"아하."


.
.

대충  것들 사고, 밥도 먹고, 섹스도 하고 나니,어느새 해가 져가는 늦저녁이 되었다.

"...정말 갈 거에요?"

한탕 뜨겁게 논 후, 바뀐 말투로 사랑씨가 물었다.
물론 가야죠. 병원섹스 + 부대내 섹스 + 염장질 이라는 세 개의 로망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는데 당연히 가야지.

"그럼 가는김에 초소에 들러도 돼요?"
"초소?"
"네. 연대장이 자리를 비웠으니 해이해져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아하."

물론 해이해졌겠지만...그걸 꼭....


"뭐, 그러죠."


가볍게 승낙했다.
어차피 난 사열해야 하는 군인도 아니었고, 돌아가는 길을 운전해야 하는 운전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우린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건을 목도하게 만들었는지....



+++


"후우...씨발. 언제 끝나냐. 좆같네 진짜."

짝대기 세 개.
소위 말하는 상말.

"...그래도 우린 다행이지 말입니다. 도심이랑 안 멀어서."
"다행은 뭐가 다행이야. 도심이 보이니까 더 좆같은 거지."
"그렇습니까?"

초소를 지키는 두 병사는 서로 잡담을 나누며 전방을 응시했다.
상병의 옆에 있는 병사는 이등병으로, 막 부대에 들어온 병사다.

본래라면 일병을 달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경계근무에 투입되지만...운과 타이밍이 나빴다.

"당연하지!  연대장이 바로 앞에서 옷 벗고 있다고 생각해봐."
"어우...."
"씨발. 그게 바로 좆되는 거라고. 꼴리긴 존나 꼴리는데 아무것도 못해. 만지지도 못하고."

보통 연대장이라면 기피되기 마련이지만, 한사랑은  특유의 분위기와 남자들의 마음을 절대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미모 덕분에 인기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사열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부대의 연대장에 비하면 낫다는 것이다.


연대장은 왕이다.
그 왕이 부대에 방문한다는 정보가 오면 고생하는  병사들이다.

게다가 간부들 중에는 한사랑을 사모하는 인간들도  있어서 한사랑 사열 때는 더 좆같아진다.

"그나저나 연대장님은 정말 예쁘신 것 같습니다. 안기고 싶습니다."
"미친새끼...동감이다."
"히히. 언젠가 그럴 날이 올까요?"
"오겠냐 멍청아."
"그래도 군대인데 파릇파릇한 남자들을건드리고 싶어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응. 아냐."
"너무하십니다."
"애초에...그년 가까이 있어서 좋을 건 없어. 특히 우리같은 병사가."
"...어째서 말입니까?"
"너도 알지? 강남 대학살 사건."
"아."
"그거 연대장이 일으킨 거잖아. 그것도 소령일 때. 그쪽 대대에  동기가 있는데, 진짜 그런 미친년은 처음봤대."
"성격이 이상하답니까?"
"아니. 평범해. 그래서 더 무서운 거지. 평범했던 여자가 현장 가더니 싹 돌변하면서 아무 망설임 없이 발포명령을 내렸다니까. 너 같으면 쏠  있겠냐?"
"으...."
"아무튼...안 엮이는 게 좋아. 연대장이 된 시점에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동안 연대장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저쪽 도로에서 오토바이 하나가 방향을 틀어 진입했다.

"오. 온다."
"오와...얼마만인지...."
"흐흐. 이게 도심지 부대의 얼마 없는 장점 중 하나지."
"근데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안 되지."
"히익."
"근데 말야.  세상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씨발 2년동안 여기에 짱박아둔 주제에 치킨도 못 먹게 하는 게 말이 되냐? 응?"
"말이 안되지 말입니다."
"그래. 그런 거야."

어느덧 오토바이는 코 앞으로 다가왔다.
두 병사가 형식적으로 수하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물랑!"

헬멧을 쓰고 있는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양 팔을 들었다.

"말랑."
"용무는?"
"치킨배달."

척.

상병이 먼저 총을 거두고, 이등병도 따라 거두었다.


"아. 왤케 늦었습니까."
"차가  막혀서...아무래도불금이니까요."


 자주 있었는지,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눈녹듯 풀어졌다.


"이거 빨리 먹어야겠다. 수틀리면 뒤에 오는 애들이랑 같이 먹어야 될 수도...."
"여기 까르보나라 치킨이랑  바베큐 치킨 입니다."
"오오오!!"

이등병의 눈이 돌아갔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냄새는 없을 같다.

"짜식. 눈 튀어나오겠네."

익숙하게 계산을 마치고 있을 때, 저쪽 도로에서 고급 외제차 한대가 틀어 진입했다.


"김상병님! 저기 한  옵니다!"
"아 뭐야. 바쁜데."
"람...보르기니? 엄청 고급차입니다!"
"씨발...어떤 미친새끼가 그걸 타고 부대에 와?또라이 아냐? 일단 니가 하고 있어. 계산해야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




"저거 혹시 배달 오토바이 아닌가요?"
"...."

밤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보일 건 다 보인다. 특히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면.


"...일단 내리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랑씨가 말했다.
음...화난 거 같아.

아흑이를 대강 주차시켜놓고 걸어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암구호!"
"일단 손들어요. 답은 제가 테니까."
"넵."
사랑씨의 말대로손을 들었다.

"암구호 미숙지."
"여,여자?"
"...."
"흠흠...휴가복귀입니까? 신분은?"

"연대장."

"?????? 하,하하하한사랑 연대장님이십니까??"
"그렇다."

뭐야. 귀엽네. 이등병인가?

"아...저기...."


당황하는 게 여기서도 느껴진다.
하긴.
이등병인데무려 중령님이 방문했으니...
나같아도 떨리겠다.

물론 난 군대안가지만 흐헤헤.

"이,일단...여기서는 신분을 확인할 수 없으니 거기에 무릎꿇고 계십시오!"
"...."


어이없는 요구였지만 한사랑씨가 아무말 없이 응하는 관계로 나도 그렇게 했다.


"원래 이런식이에요?"
"그때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출타자임을 밝히면 확인만 하고 들여보내줍니다만...."

사랑씨의 눈빛이 빛났다.

"지금은 절 들여보내주기 힘든 거겠죠."
"아. 배달."

귀를 기울이니 초병이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상병님! 큰일났습니다!! 연대장입니다!!!!"
"뭐? 연대장?"
"이,이봐. 연대장이라니? 휴가갔다며??"
"아저씨 일단 적당히 근처에 숨어 있어요. 이거 들키면 우리 셋다 인생 쫑이라고요!"
"야 임마. 오토바이가 저기 있는데 어떡해??"
"헉!"

가관이네.

"들리세요?"
"뭔가 말하고 있습니까?"

사랑씨에게 모든 걸 전달.

"...아무래도 징병이다보니 이런 저런 사건이 터집니다."
"그렇군요. 어떡하실 거에요?"
"물론 군법으로 처리합니다."
"아하."



잠시 뒤, 병사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손을 들고 무릎꿇고 있는 우리(정확히는 사랑씨)를 보더니 허겁지겁 경례하며 일어서도 좋다 말했다.

"연대장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휴가중이시라 들었습니다!"

군기 바짝 든 모습이다.


"그보다 저 오토바이는 뭐지?"
"아...."

역시 사랑씨. 곧장 본론이다. 잡담따위 허락하지 않는다는 느낌.

"그...."

뒤이어 이등병까지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보자 사랑씨는


"야! 너까지 오면 어떡해? 초소 안 지켜?"
"힉! 죄송합니다아!!!"


다시 급하게 초소로 돌아간다.

"한 번만  물어본다. 저거 뭐야?"
"오...토바이입니다."
"지금 나랑 장난하나?"
"아닙니다!"
"내 눈이 삐지 않았다면 치킨배달이라고 써 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


병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와 마주쳤지만 미안하게도  뭔가 해줄 생각이 없거덩.


솔직히...

병문안 따위보다 이게  재밌을 거 같은 느낌이라..하핫.


"야간에 초병으로 근무하는 자가 치킨 배달을 시킨 것도 모자라 정황상 민간인에게 암구호까지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틀리나?"
"...그...게..."
"...."


사랑씨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분노를 참는 모양이다.

그렇게 참아낸 분노를...
엄청난 단어로 내뱉으셨다.


"간부들 전부 집합하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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