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190)화 (189/517)



〈 190화 〉19. 강화석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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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그걸 덥썩 받았다는 거예요?"

"...네."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으로, 나는유나씨의 앞에 앉아 있다.

바닥은 아니고 침대 위.



"아니...."



유나씨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는데,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이런 멍청한 놈아!!'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무려 대통령이 직접 발을 옮긴 거예요. 그 만큼 급하거나, 그 만큼 나라에 이익이 되는 일이니까 그러는 거라고요. 근데 그런 중대한 의뢰를 꼴랑 여자 몇 명에 넘어가는  말이 돼요?"

"몇 명은 아닙니다만."




얼추 만 단위는 넘어갈 거예요.



"지금 그깟 숫자가 중요해요?"


"죄송함다."

"정책적인 이득이나, 수십조 가량의 지원을 받아도 부족할 판에 겨우...겨우...."



이러다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얼굴이 엄청 빨개졌어.




"야. 그냥 그러려니 해. 그래도 손해 보는 건 없잖아."


"...하아. 언니, 언니는 부길마잖아요. 이런  좀 어떻게 해봐요. 이 인간 대책이 너무 없잖아."

"내가 부길마였던가? 하핫...."

"...."



오오. 저 싸늘한 도끼눈.


역시 소냐씨의 딸 답게 매우 사나운 눈빛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나씨."

"...왜요."


"사람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완전히 제 사람으로 만들 있는 존재가 늘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건ㅡ."

"은아. 아직도 모르겠니. 유나는 지금 질투하는 거야."

"무,무슨 바보같은 소릴 하는 거예요!"


"질투요?"


"그런 일 절대 없거든요. 누가 봐도 멍청한 선택이잖아요!"


"응. 질투. 여자가 늘어나는 걸 싫어하는 거지."

"이익!"

유나씨가 소라누나의 등을 마구 때렸다.




"유나야 아파."

"흥. 뻘소리  벌이에요. 질투는 무슨...."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흘깃흘깃 훔쳐보는 유나씨.

그냥 정면으로 쳐다보셔도 상관 없습니다만. 뭐, 귀엽네요.


"애,애초에 그 여자들을 전부 당신 사람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심지어 대부분은 미성년자고...설마 미성년자를?"

"설마요.  성인이 좋습니다."

"거짓말. 엄마한테 교,교복까지 입혀놓구선."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건 둘만의 비밀인데!



"교복 좋아하는 구나. 변태네. 원래 변태였지만."


소라누님이 날 흘겨보며 한 마디 한다.


살짝흔들리는 가슴이 참으로 바람직하다.

"아무튼 그렇게 됐습니다. 조만간 일본으로 가야 하는데,  전에 뭔가 준비할 게 있을까 해서  분과 상의하려 합니다."

"...에휴."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숨을내쉬는 유나씨.


저 표정과 반응은 필시 포기한 것이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겠지. 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여자가 좋을까."




살짝 스쳐가는 쓸쓸한 눈빛. 내 가슴속 심해에 묻혀 있던 죄책감이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여자보다 유나씨가 더 좋아요."




그래서인지 갑작스레 말이 튀어 나왔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어머. 고백?"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지만 호감도의 효과 덕분인지 유나씨의 뺨은 붉게 물들었다.

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사기적인 스킬이다. 미안할 정도야. 사람의 마음을 아주 가지고 노네. 겨우 말 한 마디로 저 도도한 여자의 뺨을 붉히다니.




"여자는 그냥 여자지만 유나씨는 유나씨니까요. 소라누나도 마찬가지고."

"...."




유나씨는 말이 없다.

그저 붉은 얼굴로 나를쳐다볼 뿐.

"돼,됐고 할 말이나 해요."


"에에. 왜. 좀 더 말하게 놔두지. 프로포즈  지도 모르잖아? 뭐라고 할 지 은근 기대되는데."

"흥. 프로포즈따위...."


뭐야. 귀신인가.

"이 인간이 하는 프로포즈따위 하나도 기대 안 되는데요."


"그럼 표정관리라도 잘 하자 유나야."

"...."


유나씨가 완전히 몸을 돌렸다. 슬쩍 보이는 볼이 더욱 빨개져 있었다.

귀여운 유나씨....






+++





유은, 그리고 유나와 이런 저런 상의를 나누던 소라는 일본으로 가기 전 할 일이 있다며 슬쩍 빠져나왔다.





얼마 전 구입한 차를 몰고 어딘가로 향하는 그녀.

유은이 붙여준 아흑 분신이 있음에도 구태여 차를 구입했는데, 아무래도 운전하는 맛도 있고 또 가끔 몰래 움직일 때도 유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바람을 핀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저 가끔 본인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고, 오늘처럼 유은은 아마 싫어하겠지만 그녀로서는 꼭 해야할 일을 할 때도 있다.


"하...진짜 기분 왜 이러냐."




차라리 시녀였다면 그런 것도 없을 텐데. 시녀라면 유은이 무조건적인 복종을 원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충성도나 호감도가 오를 수록 유은이 인생의 낙이 되고 결국에는 유일한 목표이자 소망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유은의 시녀가 아니다. 유은이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연인관계'였고, 이는 호감도 시스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이유나와 유소라.


그녀들의 호감도는 연인으로서의 호감도였다.

죽을듯이 사랑하지만,때로는 죽일듯이 미워지기도 했다.

지금도 그랬다.


이 땅에 발을디딘 순간, 한숨과 눈물이 마구 나오면서 유은이 미워졌다.



저벅.

듬성듬성한 잡초따위가 둥근 묘에 나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묘.

그 앞에 놓인 회색의 비는 인생의 끝 만큼이나 초라해 보였다.

거기에 새겨진 이름이 없었다면 그녀에게 티끌 만큼의 가치도 없었겠지.




"후...."

그 앞에서 소라는 착잡하게 숨을 내쉬고는 가방을 열어 술과 술잔을 꺼냈다.


"오랜만이다."




뚜껑을 따고 잔에 따랐다.

투명한 액체가 담기면서 거품이 생겼다.




톡.




그걸 비석 받침에 내려놓고  앞에 철푸덕 앉았다.

잘린 잡초나 흙 따위가 묻겠지만 그게 대수는 아니었다.


"나 보기 싫겠지?"




응답 받을  없는 질문.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촤악.



소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술을 뿌렸다.




"너 이 술 좋아했잖아. 이거 봐서 좀 봐주라. 아, 난  마셔. 차를 가져와서."



마치 눈 앞에 사람이 있는 듯한 태도.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 진짜 몹쓸년이지? 뻔뻔하게 얼굴도 들이밀고. 낯짝도 두껍다. 그지?"

자조적으로 웃으며 다시 술을 따랐다.

몇 번이고 술을 뿌려주면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랜만에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미안해 운현아.  나 때문이야. 그러니까...나 잊지 마. 용서도 하지 마. 널 그렇게 만든 년인데 금방 잊어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


슬픈 눈이다.

그래도 한  사랑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둥근 묘지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뭉클했다.



"꼭...꼭 기억해야 돼. 왜냐면...."

그러나 한 편으론 그 뭉클함을 억지로 제거시키는 감정들도 일어났다.


"나 이제 너 기억 못할 거니까...잊을 거니까...그래야 되니까...그러니까 잊지 말고 저주해. 저 씨발년 꼭 죽여버릴 거라고. 알았지?"


그녀는 붉어진 눈가를 소매로 훔치며 일어났다.

"안녕.  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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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석>>



기뻐하십시오. 이 마력으로 가득  물건은 여러분의 생존률을 아득히 높여줄 것입니다.




[기능]



장비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다. 강화할 때마다 장비의 성능이 10%씩 상승한다.



[재료]



마나 파우더 100g + 미스릴100g = 강화석 1개.



<<강화 연마제>>



강화 확률이 너무 낮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연마제가 있잖아요!

[기능]



장비 아이템을 강화할 때, 연마제를 첨가하면 강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연마제 1개당 강화확률 1% 상승.



[재료]

마나 파우더 10kg + 강화석 1개 = 강화 연마제 10개.





<<강화 보호제>>




강화하다가 장비가 파괴될까 두려우세요? 걱정 마세요! 강화 보호제가 있잖아요!

[기능]



강화 실패시 파괴로부터 아이템을 보호한다. 강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부서진다.



[재료]

강화석 1개 + 미스릴 1kg + 마나 파우더 1kg







"...헬조선겜 실화냐."

"뭐 이래요...."



소라누나가 개인적인 용건으로 자리를 비우고, 나는 유나씨와 함께 길드부지로 나왔다.


바로 건설을 하기 위해!




그래도 명색이 영토까지 가진 황제가 되었는데 언제가지나 길드건물만 가지고 살 순 없잖아. 축제도 개최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이름값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일단 황궁을 짓고 남은 현금으로 지을  있는 '공방'을 건설했다.

공방에선 전용무기를 제작할 수 있었고 또 장비강화를 진행할  있었는데, 이 강화라는 녀석이 진짜 골때린다.


할 때마다 성능 10%강화라고 하니 안 할 수도 없는데 비용이 문제.




일단강화석 제작 자체도 공방에서만 할 수 있는데다, 강화 진행도 공방에서할 수 있다. 그 희소성의 가치란 대체....




"당신 직업은 정말 뺨을후려치고 싶을 정도로 사기네요."


"동감입니다."



물론 나한테 안 좋을 건 하나도 없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꿀만빨면 되니까.




"중요한 건 미스릴 수급이네요. 이건 이미 불결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대거 파견된 상태니까 상관 없고...마나파우더 제작도 다시 해야겠네요?"



도쿄 던전에 시녀들을 파견하여 하루에 10톤 가량의 미스릴을 수급하고 있다. 물론 그것들은 전부 일본에 있는 창고에 쌓이고 있겠지.




"본격적으로 항구와 선박을 건설하고 물류루트도 만들어야겠어요."


유나씨가 바쁘게 손을 놀리며 뭔가를 적어내렸다.

"미스릴은 1kg당 1만달러로 가격이 책정됐고, 마나파우더는 1kg당 10달러...즉 강화석  개당 순수 제조비가 1,001달러가 들어가네요. 대략 120만 원 정도...하지만 강화석의 가치와 희소성을 생각하면 개당 2만 달러에 팔아도 잘 팔릴 거예요. 대신 강화비는 따로 받지 않는 편이 좋겠죠."


아이템 정보만보고 착착 계획을 수립해 나간다.


흠.

소라누나한텐 미안하지만 솔직히 소라누나보단 유나씨가 부길마에 적합해 보인다.

"아니면 강화석 비용을 낮추고 연마제와 보호제의 가격을 높이는 방법도 있어요. 이건 순수제조비도 매우 비싼 편이니까 재료템을 밝히면 어느 정도 불만이 사그라들겠죠."
"얼마 정도로 생각하시는데요?"
"연마제는 개당 5천 달러, 보호제는 10만 달러 선으로 하죠. 대신 강화석을 5천 달러로 팔면 되지 않을까요?"

"......악마."
"뭐,뭣...누가 누구보고 악마라는 거예요! 이건 '희소성'과 '가치'를 고려한 적법한 가격이라고요! 이것도 쌀 정도구만. 나참...."

유나씨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역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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