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19. 강화석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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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요?"
"...괜찮았어요."
"음~ 뭔가 반응이 시원찮은데? 재미 없었어요?"
"네? 딱히 그런 건...."
나름 즐겁게 영화관람을 하고 나온 우리.
연인끼리라면 역시 19금 로맨스를 봐야겠지만! 유나씨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냥 무난한 액션영화를 봤다.
휴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지나갈 때마다 우릴 힐끗 쳐다보는 인간들이 많아서 좀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무래도 유나씨가 너무 이뻐서 그런 거 같아. 역시 전세를 낼 걸 그랬나? 하지만 그건 유나씨가 싫다고 했는데. 쩝.이래선 오붓하게 있을 수가 없잖아.
"야, 저기 이유나 아냐?"
"응? 어디?"
"저쪽에 팝콘 들고 있는 애. 뭔가 연예인 보는 느낌이다."
이름까지 아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소라누나가 연예인처럼 인터넷에 등재(?) 됐다는 얘길 들었는데 유나씨도 미모로는 절대 뒤지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라.
"유나씨 유명하시네요."
"...."
전혀 달가워 하지 않는 나의 유나씨.
오히려 얼굴을 숙이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역시 유나씨 성격에 이런 건 별로인가.
"그래도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이상 사인 같은 걸 요구하는 멍청이는 없을 테니까."
"사인은 무슨 사인이에요 연예인도 아닌데...."
"글쎄요. 연기나 노래를 안 할 뿐이지 이렇게 이름까지 알려졌을 정도면 거의 연예인 아닌가요? 축하드려요."
"전혀 안 기쁜데요."
뭐, 대충 예상했지. 이런 거 좋아할 성격은 아니니까.
"전세내는 게 좋았을까요?"
"그건 뭔가...좀 아닌 거 같지 않아요? 영화관을 사유화하다니."
순간 '소냐씨는 그렇게 했는데'라고 말할 뻔 했지만 필사적인 제어능력을 발휘해서 꾹 참았다.
이거 내뱉으면 오늘 데이트는 끝이야. 소냐씨는유나씨의 역린이니까.
"그럼 황궁에 남아도는 방 많은데 하나 잡아서 영화관으로 만들어요. 4D로. 어때요? 원할 때마다 와서 볼수 있는 거죠. 편안하게."
"음...괜찮을지도...."
유나씨가고개를 끄덕인다.
빨간색 목도리에 가려져있던 목덜미가 살짝 드러났다.
으으...참아야 하느니라.
"배고프지 않아요?"
오늘은 손만 잡기로 했으니까 지켜줘야지.
덥썩.
그런고로 손을 잡았다.
유나씨가 들고 있는 팝콘이 좀 크긴 하지만 한 손으로 들기 어렵진 않을 거다.
"아...."
내게 잡힌 손을 빼지 않는 유나씨.
그저 얼굴을 붉히며 이어진 두 손을 바라볼 뿐이다.
"뭐 먹을래요? 스테이크?"
"한정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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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 유은이 데이트에 한창일 무렵, 스타일별로 교복을 구입하고, 거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코스플레이 복장까지 구입한 소라는 본거지 강남으로 돌아왔다.
강남은 대한민국에서가장 거대한 던전시티이자, 가장 질 나쁘면서도 강한 모험가가 똬리를 틀고 있는 아주 위험천만한 동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던전시티 중 치안은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있는데,
우선 유은이 본래 있던 길드를 싹 정리해버린 것을 들 수 있다.
비록 연합체를 만들어 서로간의 영역을 인정하고 있었다지만 알력다툼이 없을 순 없다.
매일 비공식적인, 그리고소규모의 충돌이 일어났으며 도시의 분위기를 흉흉하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그러나 유은이 길드들을 정리하고 통합된 세력으로 도시를 장악했기에 그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한사랑 중령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군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그녀는 무려 100여명이 넘는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다.
물론 직접 쏘진 않았다지만 그녀의 명령으로 죽었으니 매한가지.
그 피해자의 대부분이 모험가이며 이 일로 인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들썩였다.
한국에서야 워낙 어마어마한 인간들(유은과 한사랑)이 있어서 큰 변화는 없지만, 세계에서는 이것에 영향을 받아 군대에 의한 길드탄압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그녀가 벌인 '한남동 대학살'로 인해 세계의 기류가 바뀐 셈이다.
아무튼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인 장본인이 심지어 승진까지 해서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과연 누가 난동을 부릴 수 있을까. 유은 정도 되는 인간이 아닌 이상에야 맘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로 은소령 경정을 필두로 한 특수치안부 여경들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유은에게 훈련(이라 쓰고 따먹이라 읽..)을 받아 어지간한 모험가는 트럭단위로 없애버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고, 그녀들이 치안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나마도 거의 없던 모험가 범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고로, 현재 강남시티는 한국의 떠오르는 여러 도시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젠 유동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아예 들어와서 정착하려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뭐예요?"
몇 시간 만에 돌아온 소라의 앞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를 발견하더니 이렇게 달려와 꿇은 것이다.
쾅!
그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어찌나 세게 박는지, 이마가 터져 피가 흘러내렸다.
그 끔찍하면서도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의 시선은 집중.
그 부위의 크고 아름다운 자태 덕분인지, 사람들은 금방 소라를 알아봤다.
"성녀님!! 부탁입니다! 제발...제발 제 아들의 다리를 고쳐 주십시오!!"
"성...녀?"
갑작스런 남자의 행동에 굳어버린 소라.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뱉을 때, 몇몇 사람들이 추가로 그녀의 앞에 몰려왔다.
"오오! 성녀님!"
"성녀님! 작년에 공장에서 일하다 한쪽 팔을 잃어버렸습니다! 할 수 있거든 고쳐주세요!"
"저는 다리를!"
"저는 손가락이ㅡ,"
"저는 한쪽 눈을..."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튀어 나왔는지, 그녀의 주변은 금새 다친 사람들로 매워졌다.
"뭐,뭐야 이거!"
"성녀님 제발!"
적이라면 가차없이 죽여버리겠지만,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내칠 정도로 소라는 모질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끙끙대고 있을 때,
"무엄하다!! 감히!!!!"
이상한 팻말과 깃발을 든 무리들이등장하더니 소라에게 붙은 자들을 떼어 내기 시작했다.
"비켜! 어디 신성한 육체에 손을 대!"
폭력까지 동반했다.
"...?"
십여명의 청년들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모두 떼어 놓았을 때,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십자가 모양의 팻말을 들고 소라에게 다가갔다.
거기에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익숙한 말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윽...."
아주 절찬리에 풍겨오는 개독냄새에 저도 모르게 물러나는 소라.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아주 경건한 표정과 몸짓으로 허리를 숙이더니,
"죄인된 우리가 피로 맺은 언약에 따라 다시 이 땅에 오신 재림 예수를 뵙나이다."
"아아! 주여!"
아예 바닥에 엎드려 소라에게 절하는 남자.
그를 따라 나머지 무리들도 일제히 소라에게 절했다.
그 사이비스런 광경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질린 얼굴을 하고, 강제로 내팽개쳐졌던 다친 사람들도 기겁하며 거리를 벌렸다. 물론 치료받을 생각으로 만땅이기에 돌아가진 않았다.
"성도 여러분!"
어느새 고개를 든 남자가 한 손에는 십자가 모양 팻말을, 한 손에는 어딘가에서 꺼낸 성경을 들고 선언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입니다!"
"아아 아멘!"
"2천년 전수 많은 사도들과 신자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전해온 그 예언의 말씀이 오늘날 비로소 우리 앞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말하는 그 작태는 심히 사이비스러웠다.
그러나 그의 신도들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열렬히 환호했고, 심지어는 찬송가를 부르기까지 했다.
"아아 주여...주의 종이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저희를 굽어 살피시어 구원해 주소서!"
"아니 뭐라는 거예요. 누가 예수래...저기요. 전 그냥 모험가거든요. 이 사람 말 믿지 마요."
성도들에게직접 아니라고 해명하였으나ㅡ,
"아아! 예수님이 날 보셨어!"
"내게 말을 거셨어!!"
"오오!"
오히려 역효과였다.
"아니 씨발...아니라고."
거친 말도내뱉어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부족한 우리를 이끌어 주시옵소서!"
"주시옵소서!"
이젠 통성기도까지 하고 있다.
"...맘대로 하세요. 난 갈 테니까."
"아아! 어딜 가시나이까!"
집으로 가려는 소라의 앞을 막아서는 무리들.
"저희가 열심과 성을 다해전을 지었으니 부디 성전에 임하시어 우리의 죄를 구원하여 주소서!"
"뭐래 진짜. 비켜요.확 때리기 전에."
"주여! 야곱은복을 받기 위해 허벅지가 부러져도 천사를 놓지 않았나이다. 하물며 주께서 계시온데 저희가 어찌 손을 놓겠삽나이까!"
그러면서 소라의팔을 붙잡는 남자.
덕분에 열이 확 뻗쳤다.
"아나...."
확 하고 손을 들어 올린다.
"경고하는데, 지금ㅡ,"
삐이이이익 - !
시끄럽게 울리는 호루라기!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는 특수치안부 부원들을 대동한 은소령이 쌍심지를 켜고 서 있었다.
"씨발 개독이면 교회에나 있을 것이지 왜 여기서 난리야. 시끄럽게. 어이 아저씨! 그 손 놔요.확 잘라버리기 전에."
"부장님 그거 문제발언입니다아."
"문제는 개뿔. 개독을 개독이라 하지 뭐라고 해."
"아니 그게 아니라...교회에나 있으라는거요...개독은 기독교인들도 싫어하ㅡ,"
"페미가 매갈싫어하는 소리하고 있네. 그딴 개소리를 믿냐?"
"...기독교 여러분 저와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닥쳐."
은소령이 허리춤에서 경찰봉을 꺼내 겨누었다.
모험가 상대로는 아무 의미 없는 장비지만, 저들은 일반인. 아무 문제 없다.
"10초 준다. 손 놓고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