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15)화 (214/517)



〈 215화 〉20.도쿄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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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들과 나는 머지 않아 만날  있었다.

그녀들이 말한 대피소는 지하에 마련된 곳으로서, 오로지 몬스터로 인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이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 그게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현이와 아흑이, 흑흑이를 데리고 그곳에 도착. 유나씨와 소라누나는 나의 시녀들과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도쿄 시민의 피난을 지금껏 도운 모양인데...음. 이거 좀 크게 혼날지도...


"후...."



전화상으로 크게 화를 냈던 소라누나는 날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만나자마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며 손을 흔들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누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과연 서현이가 말한 대로의 이유일까.

"잠깐 나 좀 볼래?"


하던 일을 유나씨에게 떠넘기고, 누나는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들어갔다.


대피소 안에 마련된 일종의 방이었는데, 뭐라 쓰여 있긴 하지만 한자와 일본어가 뒤섞여 있는 관계로 당연히 읽는  무리.



쾅.


철컥.




방문을 닫고 잠금을 채운다.

음? 이거 먼가 야릇한 시츄에이션...은 아니겠지. 표정으로 볼 때....

그럼 문은 왜 잠근 거야.



"잠깐 여기 앉아봐."

누나는 침대에 걸터 앉고는 옆자리를 팡팡 내리쳤다.

혹시 궁디팡팡이라도 하려고 그러나? 그러다간 내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버릴  같은데.



아무튼 군말 없이 옆에 앉았다.

샴푸향이 확 하고 몰려올 즈음, 누나가 갑자기 내 머리를 끌어 안았다.

풍만한 가슴에 폭 하고 감싸여서 말랑말랑한 촉감을 양쪽 볼을 통해 느끼고 있을 때, 누나가 속삭였다.


"은아."


"네?"

"오면서 도시가 어떻게 됐는지 봤어?"


"...네."



어딘가 촉촉한 어투다.

가만히  얼굴을 품에 안은 채로 머리를 쓰다듬는데, 뭔가 안정되면서 기분 좋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누나한테 말해줄래?"


살짝 내 볼을 꼬집었다.


아픈데 뭔가 기분 좋으면서도 따뜻한 느낌...그보다 당황스럽다. 혼날 줄 알았는데.



"음...그...대통령한테 의뢰 받았어요."

"어떻게?"


"...던전 역류 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해달라고...."


"무슨 대가로?"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렇잖아...이런 대학살을 벌여놓고  대가가 '여군 여경 여대 여고'를 유치하기로 했습니다! 라고 하는  내가누나라도 죽이고 싶을 거라고. 넘나 말이 안 되는 이유니까....




"여군, 여경, 여대, 여고를 강남에 유치한다는 거...맞지?"


"엑."

알고 있었네.




"우리 은이...나는 네가 다른 여자랑  하든 상관 없어. 아니, 상관 없진 않지만 그러려니 할 수 있어."

"...."


"우릴 공격한 모험가들을 죽이는 것도, 여자 모험가를 겁탈하는 것도...그리고 때로는 죄 없는 모험가를 희생시키는 것도 다 그러려니 할  있어. 근데 은아."


누나가 내 정수리 즈음에 본인의 머리를 기댔다.

"평범한 사람은 그냥 놔두자. 응? 우리랑 아무 상관 없잖아.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앞길에 걸리적거리는 것도 아니잖아.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고...적어도 이렇게 대규모로 학살을 벌이거나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으음....


솔직히 분노의 포효(?)를 받을 거라 생각한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운 전개인데...




"하하...이렇게 말하는 나도  웃기지. 누굴 대상으로 하든 살인이나 강간 같은 건 당연히 범죄인데...당연히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건데...차마 그것까지 하지 말라고 할 용기는 나한테 없네."


"누나...."

내 얼굴을 품에 안고 있던 누나는 아예 나와 함께 침대에 누워 버렸다.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아들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나...사람이고 싶어. 아무렇지 않게 살인 저지르는 범죄자지만...그래도 최소한의 사람이고 싶어. 사람 옆에 있고 싶고...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




나는 가만히 누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솔직히 화를 내거나 했다면 괜히 반발심이 앞섰겠지만...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뭔가 뜨끔하네.



"저번에 축제 할 때 있잖아. 도전자 받아서 결투할 때. 그때 나도 모르게 과열돼서 쓸데 없이 잔인하게 일을 벌였었잖아. 내심 나도 놀랐어. 처음 모험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퍽치기 하는 애들 죽일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무덤덤하진 않았는데...."




꼬옥 하고, 누나의 가슴이 더욱 밀착한다.


"나, 이 이상으로 가고 싶지 않아."

"...."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부딪혀 오다니....

새삼 놀랍다.



호감도 만땅이라고. 혹시라도 나한테 버려지면 어쩌지 하고 눈치도 꽤 보는 사람이라고.


그런데도 이렇게 요구...아니 부탁하고 있다.

그 진심을 받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느 시녀들처럼 도구로 생각하는 거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래도 소라누나 정도 되는 사람은 도구로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나를 안고있으면서도 오히려 본인이 더 불안해 하는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미안해요 누나. 앞으로 자중할 게요."



물론 학살건만...꾸금스런 행동은 나도 어떻게 안  것 같다....



"...정말?"

"네. 사실 저도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생각은 없기도 했고...."



정확히 말하자면 중간에 제어하려던 걸 까먹은 거지...게임하느라....


"고마워."

 하고. 이마에 입을 맞춰오는 누나.


따스한 품에 안겨서 그런지 몰라도 괜히 잠이 몰려왔다. 아기때로 돌아간 거 같아.






.

.




"자요."

"...이게 뭐에요?"


"일본 정부에서 보내준 거예요."


"...."

유나씨가 내게 내민 것은 하나의 서류였다.

일본 정부에서 보내줬다고 해서 일본어투성이진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한글로 번역이 돼 있다.


"피해...보고서?"

"읽어 봐요. 이번 사태가 얼마나 끔찍한 건지."

유나씨도 만만찮게 화난 모양이다.

그래도 소라누나와 얘기를 나눴을 거라 생각하는 건지, 딱히 뭐라 하진 않는다.

음...뭐라 해도 좋은데. 유나씨는 그러는  귀엽...흠흠...



"사망자 집계 48,232명, 경상자 124,255명, 중상자 1,943명, 실종자9,342명...제가 보고 받은  보다 많네요...."


분명 아침에 서현이한테 보고받은 바로는 사망자 3만 명 정도라고 했는데...거의 5만 명이잖아? 거기다 실종자가 대부분 죽는다는  생각하면...6만 명이네. 세상에. 진짜 대재앙이네....



"언니랑 얘기 나누고 온 거 같고...그리고 저도 계획을 알면서 방조한 책임이 있으니 따로 뭐라 하진 않을게요. 그래도...이번엔 심했어요. 그것도 많이."

"...네."






+++





-침투 완료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다음 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조용히 지내세요. 먼저 연락도 하지 마시고."


-예.알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남자는 '흐음'하며 담배를입에 물었다.

건물 내부는 당연히 금연이지만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정당한 집권자. 국민의 투표로 인해 선출된 권력의 정점.

바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대통령이다.




유은에게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군을 일본에 주둔시키고 또 여러 외교적인 이점을 얻을 거라 설명했지만, 사실 그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침투'다.



그의 계획은 궁극적으로 일본이 개발하고 있는 핵을 터뜨리고, 일본 민족의 핵보유에 대한 열망을 영구적으로 소실 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100여년 전 그들이 시도했던 것처럼 '일본'이라는 민족의 개념을 지워 버리는 것이다.


무섭다면 무서운 계획.

그를 위해서 소는 물론이고 대를 희생할 각오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사회 전반적으로 침투할 필요가 있다.

평범한 사회,


보안이 필요한 사회,


극도의 경계가 필요한 사회.

그 모든 곳에 침투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매우 어려운 일이고, 발각될 시 양국간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렇기에 틈을 노려야 한다.


일본 정도 되는 나라라면 그 틈이 매우 작겠지만,거대한...그리고 파괴적인 재앙이 일어나 사회 전반적으로 혼란이 일어난다면...도저히 다른 곳에는 신경  수 없을 정도의 사고가 터진다면...그 틈을 벌릴  있다.


"푸후우...이제 다음 계단이 문제로군."

그의 입에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두운 바깥 하늘과, 널찍한 창문.


정장 바지에 손을 찔러 넣고 한쪽 손으로는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길드자치를 일본이 먼저 하기로 했으니...그 다음은 어디보자..."



뿌연 연기.

조금만 맡아도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그 연기는 곧 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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