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22. 이제 여기가 중심이다.
"세계 정복을 넘어 우주정복도 무리 없을 거 같아."
"후후. 축하드려요 주인님."
서현이꾸밈없는 미소로 박수를 쳐줬다.
그래. 어차피 거의 공짜로 얻은 스탯이니까 그 동안 고생한 서현이한테 좀 주자.
솔직히 내가 벌이는 일의 수습은 대부분 얘가 하잖아.
음...10억개 정도면 적당하겠지?
"자. 색기에 넣으렴."
"네?"
강아지처럼 귀여운 눈망울을 하고 있는 그녀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그 동안 고생한 상이다."
"...스탯은 내껀데 생색은 지가 다 내네."
"애초에 내 시스템이잖아."
서현은 계좌를 확인하듯 보다가 곧 큼직한 눈에 눈망울을 맺으며 울먹였다.
"아아...주,주인님...!"
"야. 왜 울어. 울지마. 우는 여자 짜증나니까."
"네..네...감사합니다."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하냐 변태야."
"어쩌라고."
스탯을 뜯어서 그런가? 묘하게 반항적이네. 역시 눌러줄까.
"그런데 주인님...이렇게 막 쓰시면...."
어느새 평범한 표정으로 돌아온 서현이 그렇게 물었다.
자기한테 10억이나 써도 되냐고 묻는 모양인데...뭐어때. 넘치는 게 스탯인데. 앞으로 더 넘칠 걸. 그리고 지금 계좌 보니까 수수료잔액만 10억 넘는구만. 이거 정산하면 10억이 다시 고스란히 생긴단 말씀.
말 나온 김에 정산하자. 그럼 남은 잔액이 40억. 부인들한테 13억개씩 주면 되겠다.
나는 안 하냐고?
어차피 부인들이나 시녀들이 강해지면 그 만큼 내가 강해지는 시스템이라 굳이 나한테 투자할 필요 없어. 오히려 세력측면에서 보면 손해지.그건 나만 강해지는 거니까.
아!
그래. 시녀들한테 일괄적으로 하사하는 뭐 그런 건 없나?
[있습니다.]
오.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다.
[마스터 계좌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향후 등록되는 모든 계좌와 연결되어 있으며, 원하시면 '하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포인트를 부여하실 수 있습니다.]
오호. 그렇군.
그럼 재능이고 뭐고 아무나 이쁜 여자 뽑아서 스탯 하사하기만 하면 최강군단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렷다!
물론 지금도 최강군단이지만!
.
.
"카지노 탐방은 대충 이 정도면 됐고...남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기본적으로 고층빌딩이다. 무려 200미터가 넘는다고. 카지노를 제외하면 텅 빈 공간이 꽤 있단 말씀이야.
"제가 드린 계획서에 있긴 한데..."
"이건 내 생각인데, 이 건물 안에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건 어떨까."
"생태계요?"
"응. 엄청나게 돈 많고 잘 나가는 '여자' 모험가 전용의 초고급 호텔도시인 거지."
"와아. 목적이 빤히 보여요 주인님."
"흐흐."
"아무도 투숙 안 할 것 같아요!"
이런 팩폭녀 같으니.
"어쨌든 각종 명품 브랜드관 같은 거 개설해서 막 스탯으로 판매하는 거지."
"굳이 스탯으로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많은신데."
"그런가?"
그러네. 생각해보니...앙리에타만 있다면 얼마든지 양산할 수 있으니까.
그럼어쩔까...아예 시녀들 전용으로 만들어 버릴까?
1등급 시녀 및 간부들 전용 호텔!
모든 비용 무료에다 매달 명품 쿠폰 같은걸 뿌리는 거지. 건물에 입점한 브랜드관에서 한 달에 뭐 가방 몇 개 옷몇 개 이런 식으로 살 수 있게.
이야.완전복지 아니냐 이거.
아. 아니지. 1등 시녀는 황궁에살고 있잖아. 그럼 2등시녀가 살게 할까?
"그룹사옥은 어때요?"
"사옥? 뜬금없이 웬 사옥?"
"주인님 잊고계신 듯 하지만 휘하에 그룹을 두고 계시고 상당히 많은 사업체가 있어요. 보통 이런 그룹들은 사옥 하나를 크게 짓고 통합으로 운영하곤 하죠. 서로간 오갈 상황이 많으니까요."
"아 그랬지 참."
회장님이었지 나.
까먹고 있었네.
"그래도 특수건물인데 사옥으로 쓰긴 좀 그렇다. 필요하면 나중에따로 짓지 뭐. 돈도 많은데."
"네."
으음. 어떻게 해줘야 잘했다고 소문나려나.
"에라 모르겠다. 일단 여기 들어올 명품 브랜드 섭외해봐."
"어느 정도로 할까요?"
"상업구역이 10개층이었지?"
"네. 11층부터 20층까지에요."
"그럼 16층부터 20층까지 전부 브랜드로 채워. 16층은모자 17층은 옷 18층은 지갑 뭐 이런 식으로."
"네."
"아 그리고 이왕 하는김에 콜라보도하면 되겠다. 그 우리 회사중에 장비 만드는 거 있다며?"
"네. 주로 갑옷 위주로 생산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미스릴 장비를 연구하고 있고요."
"그래. 그런거랑 명품 브랜드랑 엮어서 만들자고. 그래서 12층부터 15층까지는 우리쪽에서 만든 장비들을 파는데 전부 명품 브랜드랑 콜라보 한 거야. 멋지지 않아?"
"구x 플레이트 아머, 샤x 투구..이런 느낌일까요."
"응. 소라누나 좋아하겠네."
"그럼 11층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거긴 거래소로 하자. 지금 우린 거래소못 쓰잖아. 그러니까 D10의 거래소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을 만드는 거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네."
"아, 그리고 일단 기자회견 하자. 나 한 번 해보고 싶었어."
"기자회견...이요?"
"응."
서현은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봤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
강남시티.
그곳의 중심지라 하면 누구 할 것 없이 하렘궁의 본거지를 택할 것이다.
거대하게솟아 있는 하렘궁의 하우스는 얼마나 던전이 위대하고 차원높은 현상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었다.
무려 1초만에 지어진 거대건물.
그리고 최근 건너편에 또다른 고층빌딩이 세워졌다.
이 기현상은 곧세계로 퍼져 많은 사람들을 불러 일으켰고, 때마침그때 유은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회견을 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방송에 출현한 적은 있지만 이렇다할 인터뷰라던가 기자회견을 가진 적은 없었기에 더욱 시선이 집중 되었다.
하렘궁 앞 광장에는 수백명을 가볍게 넘기는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호기심에 잠깐 구경하러 나온 일반 시민들도 있었다.
"어? 온다!"
"어디?"
곧이어 '시녀'라 불리는 여자들을 줄줄이 몰고 등장하는 유은.
그를 향해 카메라 플래쉬가 기관총처럼 와다다다 쏟아졌다.
간이로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 딸린 단상에 유은이 앉고, 그의 양 옆으로 시녀들이 앉았다.
한 명은 유은을 제외하면 가장 잘 알려진 서현이라는 여자다.
"아.아. 나오나?"
"나옵니다. 주인님."
서슴없이 주인님을 입에 담는 그녀의 모습은 몇몇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누구도 대놓고 뭐라 하진 못했다.
"반갑습니다. 기자 여러분들. 그리고 앞으로 이 뉴스를 보게 될세계인들."
카메라들이 또 다시 번쩍이며 플래쉬를 쏟아냈다.
"에...오늘 여러분들께, 아주 엄청난 무언가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도 빨리 말하라는 듯이 플래쉬를 터뜨린다.
유은이 품에서 통장과 카드를 꺼냈다.
"여러분, 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
기자들이 단체로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안다. 모를 리가 없지.
통장과 카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문제는 그걸 왜 이 자리에서, 유은이 꺼내느냐는 것.
금융관련 회사의 회장이나 사장이 그걸 꺼냈다면 '아 뭔가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발표하려나 보다.'하겠지만, 유은은 모험가다.
"네. 다들 아시다시피 이건 통장입니다. 그리고 이건 카드고요."
유은이 통장과 카드를 내려놨다.
"근데 평범한 건 아닙니다."
씨익 웃으며.
"스탯 계좌와 그 카드거든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스탯...계좌...?"
"뭐야 그건?"
웅성거리는 소리.
단어의 뜻이야 쉽게 알 수 있지만, 그 의미를 곧잘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탯 계좌라니?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얼마 전에, 제가 세운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높이 200미터를 넘기는 으리으리한 건물이죠. 그 건물의 용도는 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단상 앞으로 나와 무대를 좌 우로거닐기 시작했다.
"그 전에 자! 여러분. 이 중에서 스탯을 가진 분들이 계실 텐데요. 그 분이라면 알 겁니다. 모험가의 고충! 누구나 스탯을 가지고 있고, 아이템을 통해 스탯의 향상을 꾀합니다. 문제는 나한테는 쓸데 없는 스탯인데, 그런 주제에 괜히 높아서 계륵 같은 것도 분명 있다는 거죠."
지금 뭐 하는 시츄에이션이야?
하는 표정으로 유은을 바라보는 기자들.
뭔가 폼나게 발표하려는 것 같지만 정신만 사납다.
애초에 그럴 거면 책상을 갖다 놓질 말던가.
"그런데 짠! 그런 여러분 앞에 이게 등장했습니다. 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는 다시 통장과 카드를 들어 올리며물었다.
아까와 똑같은 질문.
기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뭐 하자는 건지...정신만 사납...응?"
그러다가, 몇몇이 번뜩이는 생각에 고개를 팍 쳐들었다.
"스탯 계좌! 여러분은 이제 쓸모 없는 스탯을 포인트로 저장하고, 그걸 쓸모 있는 스탯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뭐,뭐라고??"
몇몇 기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것만이 아니죠!"
계좌를 팔랑팔랑 흔드는 유은.
"계좌가 있다는 것은? 은행이 있다는 거고. 은행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입을 떡 벌렸다.
"그렇죠! 투자상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위험하게 던전을 탐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건 용기있고 실력 있어서 던전을 돌 수 있는모험가에게 맡기시고요, 여러분은 투자만 하세요.
아. 스탯이 없다고요? 걱정 NONO! 그런 분들에게는 저와 하렘궁이 스탯과 스탯계좌를 열어 드립니다."
"!!!"
"말도 안 돼!"
이것만 해도 충분히 놀랐지만,유은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 그 건물의 용도가 하나로 귀결된다고 말씀 드렸죠? 그게 대체 뭐냐!"
이번에는 품에서 포커 카드를 꺼냈다.
"쨔쟌!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이제 사람들은 무시하지 않았다.
눈에 핏발을 내세우며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너무 그렇게 보지 마세요. 이건 평범한 포커 카드니까요."
"...."
"제가 왜 이걸 꺼냈냐. 여러분, 인생 살다보면 지치잖아요. 짜증도 나고, 꼰대인 상사새끼는 맨날 쓸데 없이 갈구기만 하고, 후배놈은 하라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얼마나 힘들어요.
그럴때!
이곳에 와서, 200미터 전망대의 탁 트인 광경도 보고, 초호화 호텔 서비스를 누리며 힐링도 하고. 아. 명품도 좀 사고!
그리고 이포커도 좀 하고요. 아 물론 포커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그건 여러분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면 되고요."
"설마 도박??"
"조금의 스탯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이'스탯 카지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여러분의 돈을 탐하지 않습니다. 저 돈 많아요. 그저여러분은 즐기면 됩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몸이라도! 오시면 스탯 열어드릴 거고요, 스탯 계좌 만들어드립니다. 모두 무료에요. 아, 그리고 다음주부터오픈기념으로 총 스탯 백만 개를 뿌릴 건데, 선착순으로! 1만 명에게 각자 100포인트의 스탯을 드릴겁니다.
물론 무료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