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화 〉23. 어메이징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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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땅이 울린다."
저편에서부터 다가오는 시위의 물결.
당당하게 깃발까지 나부끼며 행진하고 있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지금 우리 포위된 거 아니었어?"
"국군 5개 사단과 후방 군단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태죠."
서현의 대답대로, 지금 강남은 포위된 상태다. 군인과 탱크가 칭칭 감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포위망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다니. 대체 얼마나 쿵쾅대는 거냐.
"뭐, 여러모로 깽판 부리지 않았을까요?"
음. 그림이 그려져.
군인은 민간인을 쉽게 대하지 못하니까.게다가 자칭 여자들이잖아? 군인은 대부분 남자고. 분명 만지지 말라는 식의 거지같은 깽판을 부렸을 거야.
"어딜 가든 하지 말라는 거 하는 인간들이 꼭 있다니까. 전에 물병교횐가 뭔가 하는 곳에서도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는 곳에 굳이 가서 선교하다 납치됐잖아."
"확 죽여버리면 좋을 텐데요."
"맞아.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말아야지."
서현이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여인들이 있었으니....
"퍽이나...당신이나 잘하지 그래요?"
"쿠데타 일으킨 인간이 할 말이야?"
음. 나의 부인들이다.
소라누나와 유나씨.
아아. 동반자가 내게 동의하지 않다니. 슬프구나 흑흑.
"근데 유나씨 괜찮아요?"
"뭐가요?"
"본진이 털리셨잖아요."
꽤 오랫동안 잊고 지냈지만 유나씨는 매갈 출신이다.
첫만남 때부터 참으로 버라이어티했지. 날 보자마자 한남이니 뭐니 했으니까. 던전 고블린한테도 꼬마한남이라고 했다니까? 중증 페미였다고. 가라였지만.
"본진이라뇨?"
아무래도 본인의 정체성을 잊어먹은 모양이다.
나는 유나씨의 어깨를 짚었다.
"깨어나세요. 페미의 용사여. 여권의 운명이 그대에게 달려 있답니다."
"...."
아. 유나씨가 썩은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으음."
페미의 운명 따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놀랍네. 그래도 한때 몸담았던 곳인데.
물론 나도 알 건 알아. 소라누나를 통해 들었거든.
소냐씨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페미를 하게 됐다고. 그래서인지 흉내내기만 했을 뿐 딱히 동의하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쉽게 빠져 나왔겠지.
"그래서 어떡할 거야? 다 죽일 거야? 아니면 지금 잡아둔 애들처럼 감금해둘 거야?"
"일단 형평성을 고려해서 똑같이 하는 게 좋겠죠?"
"형평성은 개뿔."
어허. 이거 왜 이러세요? 제가 얼마나 공평함과 형평성을 고려하는 사람인데요. 이 세상은 평등가치가 제일이랍니다.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어가지고."
누나가 내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어차피 이상한 짓 할거면 그냥 다 죽여버리는 게 낫지 않아?"
"히익!!"
아아니 이렇게 잔인한 말을!
아아. 물들었군요. 우리의 가슴누나가 나쁜누나가 되어버렸어요.
"가슴누나는 또 뭐야. 가슴이 본체다 뭐 이런 거야?"
"설마요. 누나는 그러니까 음...."
가슴 외 등등 정도로 합의 보자.
따악.
꿀밤 맞았다.
"쟤네들 입장에서도 괜히 이상한 짓 당하느니 그냥 죽는 게 나을 걸. 마지막 자비라고나 할까."
"자비는 적에게 베푸는 게 아닙니다. 국민에게 베풀어야죠."
"말은 잘해요."
"여혐종자 유은은 물러가라아!!"
""물러가라!!!""
아. 시위 시작했네.
어디까지 온 거야?
"거의 바로 앞까지 왔네요. 배짱도 좋아라."
"좋아. 그럼 그 배짱에 답을 해줘야겠지?"
"어떻게 해줄까요?"
"가볍게 몽둥이찜질부터 해주자. 경찰처럼...아니 아예 경찰도 같이 진압하는 거야."
"뭘 경찰까지 끌어들여."
"그래야 재밌죠."
은소령씨와 신도희씨라던가.
그러고보니 도희씨도 언젠가 덮쳐야하는데. 도도하고 스타일 좋은 게 딱 내 스타일이잖아.
"주인님."
서현이 갑자기 내 귀를 빌려 속삭였다.
"아무나 데리고 가서 시위대 앞에서 범하시는 건 어떨까요?"
"????"
어...
뭐지.
뭔가 엄청난 제안인데.
"열등감에 휩싸인 패배자들이니 분명 크게 꿀꿀댈 거에요."
이른바 광역도발!
"엄청나게 좋은 생각인데?"
"헤헤."
"그럼 누구 데려갈까?"
아예 충성스런 시녀들 데리고 가서 봉사를 받고 올까. 당당하게. 그리고 한편으론 돼지들을 몽둥이찜질 해주는 거지. 경찰봉 같은 걸로.
"좋아. 일단 내려가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뭐야. 나가게?"
"누님들은 여기 계세요. 혹시 위험할 지도 모르니까요."
"좆까고 있네. 위험은 개뿔. 너 또 이상한 짓 하려는 거지?"
"뻔하죠 뭐. 한두 번인가요."
으으. 나를 믿지 않다니.
적중이긴 하지만 슬프네.
"두고 보세요. 쿵쾅이들에게 광역도발을 먹여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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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악마! 여자의 적! 여혐종자 유은은 물러가라아!!"
""물러가라!!""
"사상최악! 성범죄자! 유은은 물러가라아!!"
""물러가라!!""
시위의 현장.
대략 5천명 가량의 인파가 몰려 있다.
말이 5천명이지, 시위대의 규모만 보면 거의 3만 명 급이다.
원체 참가자들의 풍체가 시원시원하고 널찍한 탓이다.
본래 계엄령이 떨어지고 대강남 포위망이 만들어진 지금, 민간인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가. 깽판과 민폐하면 top을 달리는 페미들 아닌가. 특유의 뻔뻔함과 병신 같은 논리로 가지 못하게 막는 이들을 뿌리치고 기어이 이곳까지 왔다.
예상과는 달리, 하렘궁 측에서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내심 '시녀'라고 하는 이들과의 충돌을 걱정했던 리더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올렸다.
'역시! 민간인을 건드릴 엄두가 안 나는 거야!'
인간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했던가.
딱히 시녀들을 밖에 대기시켜둘 이유가 없었을 뿐인데 제멋대로의 상상을 펼치고 있다.
"가자!"
덕분에 용기가 솟은 그녀는 강남의 중심, 하렘궁의 본거지 쪽으로 더욱 가까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신청한 집회장소가 그곳이기도 하고, 주변의 경찰들도 딱히 제지하거나하지 않았기에 의기양양했다.
'이제 우리 페미들의 세상이...!'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 뚱땡이 제군들. 역시 한 풍채 하시는 구만. 어떻게 죄다 뚱뚱하냐."
유은의 등장!
호화로은 초고층빌딩의 입구를 나서 하렘광장의 중앙에 떡 하니 섰다.
그런 그의 주변에는 열 명 가량의 여인들이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미모와 몸매를 겸비하고 있었다.
"유은!!"
"우우!! 죽어라!!"
"뒤져라한남!!"
"씨발새끼 너 같은 놈은 죽어야 돼!!"
야유와 욕설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찌푸려지는 여인들의 얼굴.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꼽냐?
꼬우면 어쩔 건데?
감히 모험가 따위가 민간인을 건들 거야? 그럼 세계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척척척.
그렇게 고양된 마음으로 있을 때, 사방에서 무장한 무리가 등장했다.
"뭐,뭐야?"
그녀들 역시 시녀.
하지만 유은의 곁에 있는 이들과는 뭔가 달랐다.
우선 무기.
유은의 곁에 있는 시녀들은 모두 맨손인데, 무리에 있는 여인들은 길다랗고 검은 봉을 들고 있었다.
길이는 대략 1미터 정도 될까. 그리 두껍진 않지만 멀리서도 쇠 재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반질반질하다.
게다가 자세도 다르다.
당장이라도 달려와서 마구잡이로 때려죽일 듯한 그런 포스가 느껴진다.
"으으...뭐,뭐야 저년들...?"
"설마..."
불안이 시위대로 퍼져간다.
설마...우릴 때리진 않겠지? 막 죽이거나 하진 않겠지?
5천의 뚱땡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은의 곁에 있던 시녀들이 뜬금없이 소파를 가져왔다.
무슨 캠핑 나갈 때 사용하는 간이 의자가 아니다. 소파다.
대략 3인용 정도 되는 걸 가져와서는 유은의 뒤에 놓더니 사근사근한 손짓으로 그를 앉혔다.
"음...근데 전방이 너무 혐오스런 광경이라 꼴리지가 않는데 어쩌냐."
"저희가 세워드릴게요 주인님."
시녀 두 명이 그의 양옆으로 올라가 귀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세 명은 바지의 지퍼를 풀고 물건을 드러내 만지작 거렸고, 나머지는 옷을 훌렁 벗으며 스트립댄스 같은 걸 추기 시작했다.
"!!!"
그야말로 여혐의 광경!
페미들의 극도로 싫어하는 광경이 눈 앞에 있다.
"가,감히...!"
"아 씨발.화내는 것 좀 봐. 진짜 육수 대박. 꼴리다가도 팍 죽겠네. 야 어떻게 좀 해봐."
"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유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문지르고 있던 금발의 시녀가 그리 말하더니 검은 몽둥이...그러니까 경찰봉 비스무리하게 생긴 무기를 들고 있는 시녀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들의 기세가 돌변하며 달려드는 게 아닌가!
"뒤지게 패!"
"페미척결!"
"뭐,뭐야?!"
당황.
그 단어가 쿵쾅이들의 머리에 새겨지기도 전에 첫 타격음이 발생했다.
뻐억!
가장 처음 근방으로 도착한시녀가 무게 150은 돼 보이는 자칭여자를 향해 가차없이 휘두른 것이다.
놀라운 건 그래도 기절하거나 죽지 않았다.
그저 가격당한 배를 움켜쥐고 무릎을 꿇을 뿐.
"흥. 감히 주인님께 시위를 해?"
하지만 그 한 대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무자비하게 봉을 휘두르며 쿵쾅이를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악!! 아악!!"
이윽고사방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뻑!
퍼억!
"꺄악! 사,살려...꾸웩!"
그야말로 난전.
무기가 날붙이였다면 난전이 아니라 대학살극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쿵쾅이들은 일방적으로 구타당하고 있었다.
"도,도망쳐!!"
이로 인해 도망치려는 이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무의미.
이미 시녀들은 5천 페미를 포위한 지 오래다.
후웅!
뻐억!
"아악!!"
"이,이 개년들아아아아아!!!!"
"흉자년 저리 꺼져!!"
개중에는 반항하는 이들도 있었다.
원체 몸이 커다란데다 힘이 좋으니 한 번 싸워볼 만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오산.
고작해야 방구석에 쳐박혀서 키배나 하던 이들이 유은의 시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미친 돼지년이 반항하네. 뒤지게 쳐맞고 폐급 돈육으로 가공되고 싶냐?"
퍼억!
"꾸웩!"
거대한 몸짓을 이용하려던 이들도,
무기 비스무리한 것을 들고 휘두르던 이들도,
처참하게 폭행 당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컥...커억...."
문제는 그것도 끝이 아니라는 것.
뒤따라오던 시녀들이 바닥에 쓰러진 이들을 발로 차거나 마구 밟아댔다.
사방에서 구역질을 하고 피를 토해낸다.
"아. 이제 좀 더러운 것들이 치워지네."
유은의 말에, 서현이 짙게 웃으며 큼직하게 부풀어 오른 물건을 입에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