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54)화 (253/517)



〈 254화 〉24. A급 던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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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하늘.
평소와 같은, 아니 평소보다 더 평화로운 하늘이었지만, 왜인지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 거대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과연 처해있는 상황 때문인 걸까.
계속되는 우울한 나날과 새까맣게 칠해져 보이지 않는 미래가 이 세상 모든 것을 잿빛으로 만들어 버린다.

오늘도 아녜스는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희석되고 있어."


넓은 유리창 너머로 워싱턴의 전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지금 느끼는 감정의 표상.
사무치게 이어지던 증오의 감정이 하루하루 달라지고 하루하루 깎여 나간다.
그에 위화감과 동시에 위협을 느끼며, 그녀는 오늘도 유리창을 매만졌다.

무려 남편이 살해되고, 자신과 딸은 능욕까지 당했는데, 가정이 파괴되고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갔는데,
웃기게도 그 타오르던 감정이 희석되고 있다.


이럴 수가 있나.
그토록 강렬했던 감정이 어떻게 깎여나갈 수 있나.

믿고 싶지 않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이 현상을 증명하고 있다.

"유은 이 개새끼...."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신의 '주인'을 욕하는  뿐.
그마저도 나날이 강도가 약해진다.


"후...어떻게 하면...."


한숨을 내쉴 때쯤, 갑자기 사무실에 새빨간 led가 점등됐다.


아니, 건물 전체가 점멸하는 빨간 불빛에 점령되었다.


- 삐이이이이이이이이!!


"뭐야?"


-Emergency! Emergency!


건물 전체에 울리는 소름끼치는 메세지.

물론 던전이 출현하는 세상이니, 비상 메세지 쯤이야 얼마든지 울릴 수 있다. 가끔 전조 없이 등장하는 던전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지부 선에서 끝난다. 처음 D급 던전이 출현했을 때도 그랬고, 뉴욕의 절반을 날려버린 맨하탄 던전(C급)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도쿄 던전(B급)의 경우는 충분한 전조증상이 있어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었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해당되는 지부에서 비상이 걸리는 정도로 그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아녜스가 있는  본부에서 비상이 울리고 있다.


콰앙!


"회장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이마에 맺힌 땀. 그리고 살짝 떨리는 입가.
어느 것 하나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무슨 일이죠?"
"비상입니다!!"
"그건 보면 알아요."

아녜스는 내심 놀랐지만 겉으로는 태연을 가장했다.

"대한민국 소재 인천 지역에 던전이 출몰했습니다! 전조 하나 없는 돌발 출현입니다!!"
"대한민국? 거기라면 딱히 걱정할 필요 없을 텐데요. 왜 이리 요란해요?"

유은을 비롯한 그의 세력이 자리한 한국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가장 안전할 것이다. 던전 한정으로.
그리고 그가 아니더라도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육군을 보유중이기에 던전 방어전을 치르는 거라면 타국에 비해 수월할 터.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을 부정하듯, 여인이 고개를 마구 저어댔다.

"A급입니다! A급 던전이 출현했습니다!!"
"A...급?"

그제서야 그녀가 사태를 파악했다.


A급 던전의 출현.
그것도 전조증상 없는 돌발 출현이다.

지난번 B급 던전이 출현했을때, D10과 전 세계가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세계 각국의 고위 모험가를 끌어 모으고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면서까지 한국군을 끌어들여 가까스로 던전 방어전을 치러냈다.

그리고  좋게 유은이라는 초강자가 참여중이어서 보스를 처리하는데에 예상 시간의 10분의 1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도 도쿄의 중심지가 쑥대밭이 되었고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정도로 일본은 무너져내렸다.

근데 이번엔 A급이란다.
대체 왜? B급이 등장한 지 얼마나 됐다고?


"...."


아녜스는 말을 잃었다.
유은과 얽힌 가정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게 심각하다.


 개월 만에 상위던전을 갱신하다니. 이대로 가다간 정말 인류가 감당할  없는 던전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일단 긴급지원팀 편성해서 즉각 파견준비 해주시고요. (다)급 이상 지부장 호출해주세요."
"예!"
"그리고 미국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 정상에게 비상사태임을 알리고 지부장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줘요."
"그건 이미 알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대상으로 비상사태 선포하고 아시아 지역 모든 모험가에게 1차 징집령, 이외 등록된 전 지역 모험가에게 2차 징집령 내려주세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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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한사랑 이 씨발년...아오...."

고운 입술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욕해서 좋을 게 전혀 없는 위치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지적하긴 커녕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기 바빴다.


"그,그래도 얼마  남았지 말입니다."
"얼마  남긴 씨발...씨발...!"

평소라면 욕을 던지며 돌이라도 찼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조차 없다.
이 무거운 군장을 매고 대체  바퀴를 돌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전신이 물 먹은 솜마냥 무거웠다.

"군장도 군장이야. 대체 언제까지쌩몸으로 들어야 돼? 어? 국방과학연구소는 대체 뭐하는 거야? 엑소슈트 언제 만들거냐고오!!"
"...."


거의 악바리라 해도 좋을 정도로 소리쳐대는 은율령의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고위 간부라도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서는 그녀가 최고참이다. 아무도 그녀의 성질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며칠 전,
한 병장의 희대의 병크+소원수리로 인해 연대 전체가 기합을 받게되었는데, 상병 이상의 병사들 + 간부들까지 전원 군장을 매고 부대를 뺑뺑이도는, 아주 유명하면서도 간단하고 그러면서도 빡치는 기합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아직 전시상황이기 때문에 격일로 돌아가면서 기합을 받는다는 점일까. 이것에 대해서는 유은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은율령 역시 한사랑 연대 소속 장교이기 때문에 중대원들과 함께 기합을 받는 중이다.

처음에는 반쯤 장난인 줄 알았다. '그래. 너도 같이 받으면 되겠다.'라고 말했을  틱틱대며 '나는 왜?' 하고 되묻긴 했지만 그래도설마 진짜 기합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받고 있다.

물론 중대장이라는 그녀 입장상 혼자 안 받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나이도 같고 사관학교 동기에 사적으로도 어느정도 안면이 있는...말하자면 '친구'라고 할  있는 관계인데 참으로 얄짤없다.


'아니 애초에 징병제 국가에서 그런 병신 같은새끼를 일일이 어떻게 걸러내라는 거야. 말이 관리지 독심술이라도 하라는 거 아냐. 말이 돼?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너도 내 자리에 있었으면 똑같았을 거다 개년아.'

속으로 열심히 한사랑을 씹어대며 걷기를 반복.
마침내 오늘의 할당량을 다 채웠다.

"후...할 말 없으니까 얼른 들어가."
"예!"

본래라면 단상에 서서 '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 따위의 말을 늘어 놓아야겠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병사들도 지쳤겠지만 일단 그녀의 몸이한계다. 스탯 하나 없는 여군으로서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것. 오늘도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중대를 해산했다.

"아. 빨리들어가서 샤워라도...."

그 행복하고 기쁜 순간,
그게 꼴보기 싫었는지 소름끼치는 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뭔가 싶어 하늘을 바라보니...

"...응?"

만화나 영화에나 나올법한 광경.


하늘이 찢어졌다.


진짜 말 그대로 하늘이 찢어졌고, 그 검은 틈은 점점 벌어져 마침내는 완전한 구 모양이 되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밤이라 해도 좋을 정도가 되었고, 느껴지는 기운은 한없이 사이했다.


"뭐,뭐야?"

심상치 않다.
당장 뭐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설마 던전??"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녀는 몸의 피로함도 잊어버리고 급히 폰을 꺼내 연락했다.

-통신보ㅡ,
"지금 그런  할 때 아닙니다!! 밖으로 나와보세요! 아니, 최소한 창밖을 보기라도!"
-...이미 보고 있다.
"아."
-아무래도 던전인 것 같은데. 전군 비상ㅡ,



쿠아아아앙

-지직.


연락은 계속되지 않았다.
거뭇거뭇해진 하늘을 순간새하얗게 만드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쏟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된 탓이기도 했다.

"...씨발."

마치 컴퓨터 그래픽 같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빛무리는, 꽂힌 지점부터 근방에 있는 건물들을 먼지처럼 날려버리고 족히 수 km를 휩쓸며 대참사를 만들어냈다.


 뒤 서서히 구멍을 빠져 나오는 무언가.
거대 우주전함 같기도 하고, 하나의 도시 같기도 하고 성 같기도 한 그것은 말 그대로 '강림'하며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만 하더라도 고층빌딩의 우아하고 고급스런 자태를 뽐내며 번영하다 쑥대밭이  구획에 그 거대한 것이 착륙했다.

쿠우웅.

멀리서도 진동이 느껴진다.



"저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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