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61)화 (260/517)



〈 261화 〉24. A급 던전 등장.

"!!!!"


그 장면을 목격한 기마대의 사기가 수직하락했다.


유랑도시가 대체로 그렇듯이, 바르카나의 모든 장교는 엘리트다.
그것도 그냥 엘리트가 아닌 사회 최고의 엘리트.


장교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바르카나에서 들이는 재원과 시간은 상상을초월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무력은 하늘을 울리고 땅을 가를 정도다.

지구 기준으로 소령에 해당하는 아르미오스만 해도  명이서 1개 사단(지구의)을 손쉽게 쓸어버릴 정도인데 그보다 훨씬 윗줄인 커맨더(중장급)라면 오죽하겠는가.

그런 그가 반격 한 번 못해보고 동강났다. 그것도 미개하다 여겼던 지구인에게!

"무...슨...!"
"아. 방심했다. 네조각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서도 도도하게 허공에 선 아흑이. 적들의 공격 따위는 하찮게 여기는지 도무지 경계라고는 하질 않는다.


"이 중에 여자 있으면 손들어라. 변태새끼한테 사료로 던져줄 거니까."

그럴 만도 하다.
유은의 펫으로서 그의 공방 5분의1에 해당하는 공방을 지녔으니 대충 계산해도 공격력 1450억에 방어력 1500억.

여기서 100여기의 분신을 만들었고, 하렘궁에서 따로 운용중인 분신까지 대략 200여기의 분신이 있기 때문에 200정도를 나눠야 하겠지만 그래봤자 억대 공방이다.

D10 본부에서 측정한 바르카나의 급은 A. 아무리 높게  줘도 억단위의 공방을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수를 보라. 하나도 감당이 안 되는 판국인데 무려 100여기의 분신이 있고 하나 하나가 억대의 공방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언제든 맘대로 늘리고 줄이는것도 가능하니 진정한 사기는 아흑이인 셈이다.


"왜 말이 없어? 여자 없어? 그건 말이 안 되잖아. 빨리 들어. 여자가 많아야 나한테 마수가 안 온단 말야."

두 번이나 말했지만, 손을 드는 자는 아무도없었다. 그저 지금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얼타고 있을 뿐.

"에휴. 겨우 이런  가지고 멘탈 바사삭 실화냐."

결국 아흑이가 행동에 옮겼다.
본인의 처녀를 위해, 유은의 마수에 닿지 않기 위해! 분신을 두 배로 늘리고 수색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건 절대 그 변태새끼를 위한 게 아냐. 나를 위한 거라고."

수색의 목표는 당연히 이쁘장한 여자.
여자를 잔뜩 모아서 갖다 주면 시식이든 뭐든  테니 시간벌이는 충분히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른 여자를 갖다 두고,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머리 나쁜 유은에게서 정조(?)를 지킬  있다!


"흐흐. 성형을 시켜서라도 이쁘게 만들어 주지."

그녀의 짐승 같은 시선으로 인해 기마대 전원이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꼈다.



한편 한사랑을 찾기 위해 성으로 돌진했던 유은과 시녀들은 바르카나 상공에 펼쳐진 공간막을 너무나 쉽게 깨버리고 내부로 진입했다.


왜 '내부'라 표현하냐면, 공간막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밖에서 볼 때 바르카나는 중세시대의 '성' 혹은 '요새'에 가까운 모습인데 반해 공간막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보이는 전경은 오히려 미래도시에 가까웠다.

엄청난 수의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고, 면적도 보이는 것의 10배는 돼 보인다. 그야말로 별세계.


유은은 당황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딱 봐도 제일 높은 인간이  법한 건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까말했던 대로 내가 위층으로 간다. 넌 아래층...지하쪽을 향해 가봐. 감옥 같은 거 있을 지도 모르니까."
"네."


마지막으로 서현과 작전을 나눈 유은이 그녀를 밑으로 던져 버리고 본인은 건물 상층부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와장창 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 나머지 시녀들도 모두 진입을 완료한 모양.

"자. 사랑씨를 내놓아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내부를 살펴보니 호텔처럼 고급양산형(?) 인테리어에 널찍한 침대. 그리고 그 위에서 한창 뭔가를 하고 있는 남녀가 있었다.


"꺄,꺄아아악!!"
"뭐,뭐야!!"
"넌 뭔데?"

그렇다 이곳은 섹스의 현장...침실인 것이다.


놀란 여자가 남자를 밀치며 몸을 가렸고, 남자는 허겁지겁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야. 옷 입을 시간이 어딨어. 내가 적이면 어떡하...아 적이지 참. 기분이다. 입어라 얼른."
"누구냐!!"
"말하면아냐? 됐고 덜렁거리는  빨리 집어 넣어. 짤라버리기 전에."


유은은 태연한 얼굴로 근처 소파에 다리까지 꼬며 앉았다.
한시라도 사랑을 구해야 하지만 무턱대고 돌아다닌다고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사람을 잡아 물어보는 게 최선인데 바로앞에 인간들이 있지 않은가.

"야. 근데 저 여자는 누구야? 아내야? 아니면 애인? 콜걸?"
"닥쳐라! 여기가 어디라고 감ㅡ,"



삐이이이이이이이~!

대충 옷을 입은 그가 화를 내려던 찰나, 건물 전체에서 요란한 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상사태 선포.

남자는 잠시동안 멍하니 있다가 유은과 깨진 유리창을 번갈아 쳐다봤다.

"네,네놈...!"
"왜 불러. 그보다 저 여자 누구냐니까."
"닥쳐라!!"

그는 허공에서 검을 뽑아냈다.
푸른 에너지 같은 것이 검신 중앙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뻗어나오는 게 참으로 휘황찬란한 검이었다.

"뭐야. 어디서 꺼낸 거야? 신기하네. 마법인가?"

무기까지 꺼내고 나자 자신감이 회복됐는지,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어 유은을 내려다봤다.


"흥. 아무래도 이곳의 원시인인 모양이군. 어떻게 침입해  건진 모르겠지만, 그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중요한 건 나를 방ㅡ,"
"시끄러."

뿌득.

"크아아아아악!!!"
"엇. 미안. 그냥 살짝 만진다는 게 부러뜨려 버렸네.  이럴 의도가 없었다고. 수수깡보다 약한 네 팔을 원망하렴."

뒤로 돌아가 팔을 살짝 만져줬을 뿐인데, 뚝 하고 부러졌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랄까.

무기가 좋으면 뭐하나. 의미가 없는데.


유은은 내친김에 나머지 팔과 다리까지 톡톡 건드려 주고는 바닥에 쓰러져 꺽꺽대는 그의 등을 발로 밟았다.


"아악!"
"이 형님이 시간이 별로 없거든. 그러니까 잘 들어."


끄덕끄덕.


"이번에 여기로 잡혀온 지구인 여자가 한 명 있을 거야. 어딨는지 말해."
"끄...끄윽...?"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유은의 발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자 다급히 입을 열었다.


"트,트로피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어딨는 진 정확히 모르겠지만 정보는 드릴 수 있습니다!!"
"뭔 소리야. 어딨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정보를 말해줘."
"트,트트로피는 원래 시장님께 한 번 보여드렸다가 가,감옥으로 이송하기 때문에 시장실과 감옥을 살피신다면...찾을 수 있을...겁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불안한 눈빛으로 유은을 올려다봤다.

"그래? 진짜야?"
"지,진짭니다. 그러니 살려ㅡ,"
"응. 땡큐."

콰직.

물론 남자 따위가 아무리 간절한 눈빛을 보내든 0.00000000001의 관심도 없는 유은은 곧장 허리를 분질렀다.

캉!



그리고 딱 그때.
등쪽으로 무언가가 부딪쳐왔다.


"아...!"

여인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제복 상의를 걸친 여자가 부러진 검을 들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말...도 안...돼...!"
"너 지금 나 찌른 거야?"
"아...아...."

유은이 서서히 다가갔다.
그럴 수록 그녀는 뒷걸음질.
그러나 그것도 무한정은 아니었고 곧 침대에 걸려 뒤로 자빠졌다.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유은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일종의 도장처럼 생긴 그것은 훗날을 위해 은주를 시켜 제작한 아이템인데, 무려 [시녀 인장]이다.


이 도장에 찍히면 본인의 의사고 나발이고 관계 없이 유은의 시녀가 되고, 그렇게 시녀가 된 여자는 아흑이와 흑흑이를통해 어디서뭘 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가 가능했다.

그야말로 여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물건.

다만 쪼마난 주제에 재료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양산은 하지 못하고 유은만 갖고 다닌다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오지마!!"

여인은 패닉에 걸려 부러진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러나 그딴 휘두름에 맞을 리가 없고, 운이 좋아 맞춘 것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동강나 있던 검이  한 번 부러진 것.

'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태어나 처음이다.
이 검이 듣지 않는 것은....


바르카나 고위 장교들에게 지급되는 이 검으로 말할  같으면, 고도로 발달된 마도과학을 이용하여 초당 50만 번 진동하는 마기를 두르고 있어 그 어떤 물체든지 간에 두부 자르듯 절단해버리는 마도과학의 정수였다.


만약 마기 출력이 월등한 커맨드급, 혹은 시장이  검을 들고 휘두른다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유랑도시 자체를 케잌 자르듯 썰어버릴 수 있을 정도!



그런데 그 검이 듣질 않는다.
초당 50만 번 진동하는 징그러운 칼날이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못하고 되려 부러져 버렸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음. 가슴 크네. 좋다."
"!"

상념에 잠긴 사이, 유은이 다가와 제복 상의를젖히고 포동포동 살이 오른 젖가슴에 도장을  눌렀다.


치이익!


"아아아아아악!!!"

살이 타는 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쁜 주제에 감히 날 공격하다니. 벌로 나중에 잔뜩 범해줄 테니까 데리러 올 때까지 보지 깨끗이 씻고 있어. 알겠지?"


악마 같은 유은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시장이 있는 곳을 향해.




+++





삐이이이이이이 ~ !


-비상. 비상.
-적군 침투! 적군 침투!

".. 적군이라고?"

처음 있었던 자그마한(?) 진동 후에 거인이 방을 잡고 뒤흔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렬한 지진이 왔다.

덕분에 아르미오스와 한사랑은 한데 얽혀 방에 굴렀는데, 그런 상황을 겪고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사랑을 때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1분 정도 흘렀을 때 경보음이 울렸고 지금 이렇게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 한창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눈치 없네요~. 누가 하등생물 아니랄까봐.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어느 순간부터 '언니'라고 호칭을 굳힌 그녀가 한사랑의 뺨을 사랑스럽게 문질렀다.


'미친년.'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분 간 십여대의 싸대기를 맞은지라 그녀의 입술에서는피가 터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짓을 행한 장본인이 사랑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으니 역겨울 수밖에.

"아무래도 우리의 사랑은  뒤에나 이어질 모양이에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뭐 일주일만 버티면 다시 만날 텐데요."

진심으로 아쉬움을 흘리며 한사랑의 양쪽 뺨을  손으로 짚었다.
순간 어마어마하게 불안한 느낌이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아르미오스가 서서히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순간 경직된 한사랑이 도망쳐 보려 했지만, 월등한 힘 앞에 무용지물. 결국 아르미오스의 입술은 점점 다가왔고, 그녀는 히죽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었다.


혐오감이 울컥 올라오는 그 시점,



콰앙 - !


갑자기 창가쪽 벽이 처참하게 부서지며  덩어리 같은 것이 바닥에 처박혔다.


"...아 또 뭐야."

계속되는 방해에 아르미오스가 신경질을 부리며 일어났다.

"아...?"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과는 반대로, 한사랑의 얼굴은 점점 펴졌다.
가득 드리워 있던 그늘이 점점 걷어졌다.


두근!


자욱한 연기가 걷어지고, 덩어리의 정체가 드러났다.

익숙한 얼굴.
너무나 많이 봐왔던 자태.

비록 제대로 말을 나눠본 적은 없지만 이것 하나는 안다.




그녀가 여기있다는 그 역시 여기에 있다는 것!




툭툭.

바닥에 나뒹굴었던 여자가 일어났다.
옷에 묻은 먼지 따위를 툭툭 털어내더니 한사랑을 바라보며싱긋 웃었다.

"제가 좀 절묘한 타이밍에 왔죠? 모시러 왔습니다. 한사랑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