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62)화 (261/517)



〈 262화 〉24. A급 던전 등장.

임서현!

하렘궁의 사실상 2인자라 할 수 있으며 지닌바 무력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진 그녀가 구원자로서 나타났다.

다시 말하지만 딱히 그녀와 개인적인 접점이 있다거나 얘기를 나눠봤다거나 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순간 10년지기 친구를 만난것처럼 반갑고 고마웠다.

“…이건 또 뭐에요?”


한사랑이 엄청난 반가움을 느낀 것과는 달리, 아르미오스는 상당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저 방해물이 등장한 정도라면 죽이는 정도로 끝냈겠지만…무려 자신의 ‘소유물’과 아는 사이다.
그러면서 감히허락도 없이 가져가려 하니 그냥 죽이는 정도로는 끝낼 수 없었다.


“지금 주인님께서도 사랑님을 구하기 위해 오셨답니다.길은 갈라졌지만 조만간 만나뵐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얌전히 감사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이는 한사랑.
마음 속에서 사무치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저기요. 무시하세요?”
“어머, 근데 그 상처는 뭐예요? 피 나는   봐.”
“….”

계속 말을 거는 아르미오스를 무시한 채 한사랑에게 다가가는 임서현.
뛰지도 않는다.
마치 주변에 아무런 방해물이 없고 위험요소가 없는 것처럼 저벅저벅 걸어간다.

빠직.


화날 수밖에.
분노할 수밖에.


내 물건을 가져가려는 것도 모자라 날 무시하기까지 해?


분노가 폭발했다.

“됐다. 너 그냥 죽어.”


그녀는 허공에서 검을 뽑아 휘둘렀다.

고급 장교(장성)에게 지급되는 SVMS(Super Vibration Mana Sword.)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녀 역시 4급 군무원으로서 강력한 검을 하사 받았다.


SVMS가 ‘모든 것을 베는 검’이라면, 그녀가 지닌 검은 ‘웬만하면 베는 검’이다.
‘웬만함’이 들어갔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기초원소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일단 벨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카앙!





“…?”

그 힘을 훨씬 상회하는 ‘현상’으로 덮여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아야. 아프잖아요. 제 고운 목덜미에 생채기라도 생겨서 주인님께서 만족 못하시면 책임 질 거예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체구조이지만, 동시에 ‘스탯’이라는 특수 현상에 의해 말도 안 되게 강화된 신체라면 어떨까.

드드드드.


서현이 바닥에 떨어져 진동하는 부러진 칼날을 내려다봤다.
한창 바닥을 파고 들어가며 가라앉고 있었다.

그녀가 서슴없이 맨손으로 주웠다.


“!!”
“흐음~ 뭔진 모르겠지만 신기한 칼이네요. 연구소에 가져갈까.”
“말도 안 돼!”

아르미오스가 외쳤다.

“초당 20만 번 진동하는 마기로 둘러싸여있다고?? 그걸 손으로 짚는단 말야?!”
“네.”
“….”
“그나저나 초당 20만 번이요? 와아. 엄청나네. 확실히 상당한 진동이 느껴지긴 해요. 그럼 주머니 같은 곳엔 못 들어가겠어요. 어쩌지. 들고 다니긴 번거롭고. 아, 저 칼에 다시 붙일 수 없어요? 가능하면 붙여서 저한테 주세요. 그래도 손잡이 달려 있는 걸 드는 편이 낫잖아요?”

그녀는 태연하게 칼날을 내밀었다.

“….”

이 순간, 아르미오스는 태어나 겪어본 적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대체 이년은 뭐지?
뭔데 쳐들어와서 남의 물건(한사랑)을 탐내고 이리도 건방지게 구는 거지?


“하…진짜 짜증나는 년이네요~.”

아르미오스가 금발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없이 이쁜 이마가 드러나고 앞머리가 거칠게 넘겨지면서 저돌적인 이미지가 생겨났다.

“아! 그래. 그 금발을 죄다 뜯어서 우리 하등생물짱에게 이식하는 거예요~. 한땀 한땀 정성 들여서~. 으음~. 그게 좋겠다~.”
“제 금발을요? 힘들 텐데. 이런 검 따위에 의존하는 분이 가능하겠어요?”
“그럼~ 물론이죠~ 씨발년아.”

따악.

그녀가 손을 튕겼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없는 힘이 작용하더니 서현의 금발을 앞으로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어머?”
“그리고 너한테 하등생물짱의 흑발을 이식하고~ 으음~. 어쩔까요~? 로비하는 샘 치고 뿌려볼까~나!”

꽈아악

엄청난 압력이다.
일반인이었다면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두피마저 벗겨졌을 터.
하지만 서현은 일반인이 아니다. 스탯을 제외하더라도 그녀는 보지니아다. 전투와 섹스를 위해 탄생한 종족!


이런  따위 애들장난에 불과하다.

“뭐에요. 마사지 해주는 거예요? 고마워라.”
“이…!”
“마음 같아서는 놀아드리고 싶지만 제가 그렇게 한가한 입장은 아니거든요. 한사랑님을 다시 보내드려야 해서요.”
“보내? 누구 맘대로!”
“주인님 맘대로요.”



+++





“잡아!”
“죽어랏!!”
“아 떨거지들 필요 없다고!”


아무렇게나 휘두른 팔에 장교 너덧명이 나가 떨어졌다.

 건물에 떨어지자마자 장교 한 명을 살해하고 노예까지 얻은 유은.
그 뒤로 시장이란 인간을 만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가는 곳곳마다 병사들과 장교들이 있어 방해하곤 했다.

물론 그래봤자 한방이지만.

“이씨. 그냥 확 점프해버려?”

문득 그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매우 단단하니까 그냥 점프하면 시장이 있다는 최상층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설마 시장이라는 인간이 벌써 대피했다거나 하진 않았겠지?”

물론 역사적으로 선조라던가 이X만이라던가 여러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는 외계 전투종족을 믿었다.


타행성에 침략을 올 정도로 호전적인 존재들 아닌가! 설마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


“역시 점프가 좋겠어. 이래서 언제 가냐고.”

스스로의 생각에 납득하면서 뛸 준비를 했다.
뛰기만 하면 천장이 몇 개 있든, 몇 개의 층이 위로 있든 아무 상관 없다.
단박에옥상까지 뚫고 올라갔다가 최상층에 내려올 거니까.


그렇게 뛰려는 순간,




“그럴 필요 없다.”



그의 뒤쪽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돌아보니 거기에는 웬 누님이 담배 하나 문 채로 껄렁껄렁하게 서 있었다.


흰색 제복 블라우스에 붉은색 제복바지. 왠지 센스가 꽝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보면 환상적인 볼륨과 라인으로 인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기에 블라우스 밑부분을 바지 안으로 집어 넣은 터라  그래도 큼직한볼륨이 더욱 도드라져 그 자체로 색기를 자아냈고, 어깨 위로 망토처럼 덮고 있는 붉은색의 제복 마이는 ‘멋’까지 잡아 주었다.


물론 이 모든  원판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것. 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과 몸매니까.


“설마 이런 미개한 행성에도 강자들이 있을 줄은 몰랐어. 뭐 자원지가 넘쳐나는 행성이니 ‘어쩌면?’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야.”


후우.

담배 연기가 뿜어지며 매캐한 냄새를 뿌렸다.

“이봐.”

유은이 완전히 몸을 돌려 목소리를 낮추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묻자.”
“뭐지?  여기에 왔나, 왜 공격하는 건가, 왜 하필 우리인가 등의 질문이라면 그건ㅡ,”
“내 시녀  생각 없냐?”
“너희들이…응? 뭐라고?”
“연봉 1억 넘는다고? 거기다 1년마다 재계약 하는데 그때마다 일정비율로 임금이 상승하지. 거기에 4대보험비도 다 내주고 세금도 다 내주고 의식주도 다 내주는데…이 정도면  좋은 조건 아냐?”
“…무슨얘길 하는 거냐.”

살짝 찡그려진 표정이  묘하게 사랑스럽다.
아니, 멋있으면서 섹시하다.

유은의 취적이랄까.

“아, 물론 그걸로 납득이 안 된다면 협상의 여지도 있어.”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설령 적이라 할지라도 응할 거라는!

물론 응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가능성이 객관적으로는 훨씬 높겠지만 애초에 객관적인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설령 거절한다 하더라도 그녀 정도의 미모와 매력이라면 강제로라도 데려갈 생각을 품고 있었다.


“내가 좀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빨리 좀 대답해줄래?”

거절하면 바로 인장을 찍어버릴 기세.
여인이 피식 웃었다.


“웃기는 놈이군. 시장을 찾는 거 아니었나?”
“응? 맞아.”
“눈 앞에 있는데도 모른다니. 이래서 눈 뜬 소경이 무서운게야.”
“으응? 누나가 시장이라고?”
“그래. 꼬마야.”
“그럼 율령누나가 말한 ‘변태로 추정되는 시장’도 누나겠네?”
“…변태라고?”
“첫 전투에서 마주친 최고 지휘관을 트로피삼아 수집하는  취미라며. 와. 진짜 상변태다.”
“시녀인가 뭔가 중얼거린 너한테 듣고 싶진 않구나.”
“그래도 다행이네. 난 또 배 튀어나온 중년 남캐가 시장인  알았잖아. 식겁했다고. 사랑씨의 정조는 무사한 거네.”
“….”

시장, 바르카나 쟌다르크는 판단했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정신병자+변태인 게 분명하다고.

후우.

또다시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그래. 네 여자인 모양인데, 이거 어쩌나. 트로피를 내어줄 생각은 없는데.”
“나도  여자를 내어 줄 생각은 없는데.”
“이건 어때? 시녀 따윈 관심 없으니 네가 내 부하로 들어오는 거지.”
“음?”
“바르카나 상공에는 외부의 침입과 정찰을 막는 ‘공간막’이 생성돼 있어. 이걸 뚫고 여기까지 들어왔다는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 자격으로는 충분해.”
“그러니까 내가 바르카나인가 뭔가 하는 이 도시의 처녀막을 뚫었다는 거지?”
“…병신이냐?”


4차원을 넘는 알 수 없는 이해의 벽을 느낀 그녀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고위 장교가 되면 내 트로피를 ‘대여’할 수 있다. 그리고 트로피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게 되어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해당 트로피를 ‘영구임대’할 수도 있지. 물론 조건부로.”
“그건 또 뭐야. 나의사랑스런 사랑씨를 다른 인간한테 임대를 줬다고? 사랑씨가 무슨 창녀인  알아?”
“끝까지 들어라 꼬맹이. 본래라면 해당 트로피를 수집한 장교에게만 영구임대의 자격이 부여되지만…너는 그녀와의 특별한 관계에 있었던 모양이니 조금 신경 써 주지. 내 부하가 되면 영구임대의 자격을 주겠다.”

그녀 입장에서는파격적인 제안!
지금까지 내려온 바르카나 전통을 무시하는 엄청난제안이다.

하지만! 유은이 어디 그딴 것에 만족할 인간인가.

“으음~ 그럼 사랑씨 말고 다른 사람도 영구임대  수 있어?”
“다른 사람? 뭐냐. 질렸냐? 여기까지 구하러 온 주제에 웃기는 놈이군.”

쟌다르크가 쿡쿡 웃었다.


“매력 있는 트로피야 얼마든지 있으니 원한다면 골라라.  정도는 해주지.”
“오. 그래?”


유은이 밝게 웃었다.
그리고는 한 발 다가가 쟌다르크의 큼직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럼 너로 할게. 영구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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