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64)화 (263/517)



〈 264화 〉24. A급 던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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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크악….”




한사랑이 피를 토했다.

유은이 쟌다르크의 공격을 깨트리면서 발생한 공간물결.

바르카나 내부는 거의 초전박살이 났고, 7티어 미만인 사람들은 대부분 죽어나갔다.

다행히 서현은 시녀들을 모아 한사랑과 아르미오스를 데리고 바르카나를 탈출하고 있었고, 이미 바르카나 기마대를 전멸시킨 아흑이와 합류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때, 바르카나의 공간막을 꿰뚫고 튀어나온 공간물결이 그녀들을 덮쳤고, 약화되었다곤 하나 일반인에 불과한 한사랑으로서는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세요?”

“으윽…괜찮….”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는 그녀.


연신 피를 토하며 걷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보인다.


힐러 계열 시녀들이 달라붙어 힐을 쏟아내고, 아흑이는 몇 개의 분신을 합쳐 커다란 간이건물을 만드는 한편, 최신의료기기를 복사해와 시녀들을 보조했다.


순식간에 세워진 개인병실.


재빨리 이뤄진 응급조치로 인해 한사랑의 모든 상처가 회복되었다.

“아흑씨.”

“왜.”

“아무래도 구호활동을 해야  것 같아요.”



잠시 생각하던 서현의 말이었다.



“구호오?”



“네. 훈련으로 단련된 사랑씨가  지경이  정도라면, 평범한 시민은 말할 것도 없겠죠. 분신을 최대한 펼쳐서 부상자들을 수습하는 한편, 다소 열악하더라도 이 병실과 같은 시설을 양산해 주세요. 아예 고층으로 쌓아 버려도 되구요.”

“….”


서현의 말이 끝났음에도 아흑이는 그녀를 응시하며  눈을 꿈뻑거렸다.


“…왜 그래요?”


“아니…주인과 거의 동일하게 사이코년인 네가 구호활동을 지시하는  신기해서.”

“…다 주인님을 위한 거예요. 장차 백성이 될 이들에게 경외심을 심어줄 기회라구요.”

“그럼 그렇지.”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요? 분신.”

“글쎄…적어도 만 단위.”

“음…가능해요?”


“물론이지.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아흐…아니 트랜스 미스릴의 중추 cpu라고. 고작 만 단위의 컨트롤 따위 아무것도 아냐.”


“다행이네요. 지금 당장 해주세요. 아, 그리고 설치 장소는 가급적 인천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부탁해요. 방금 전과 같은 충격이 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흑이가 고개를 끄덕이곤 병실을 나섰다.






“흥. 발악을 하는군요.”



구석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왔던 얼굴이 엉망이 되고,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새겨진, 금발의 아르미오스였다.


 팔이 뒤로 묶여있고 다리 역시 자유치 않았는데, 사실 이 따위 결박쯤은 얼마든지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의미가 없으니까.




‘이 미개한 행성에 이런 괴물이 살고 있다고?’


겉으로 표현은  해도 내심 상당히 놀란 상태다.


그녀가 했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반면 서현이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주먹은 그녀에게 치명타를 주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피해를 주려 해봤지만 무용지물. 그럴 때마다 싸대기만 얻어맞을 뿐이었다.

결국 포기한 그녀는 서현에게 끌려오게 되었고, 지금 병실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다.

“저야 이렇게 멋대로 다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으음~, 시장님은 힘들걸요. 그분은 진짜 말도  되는 괴물이니까.”

“주인님도 괴물이니까 상관 없어요. 무조건 주인님이 이길 테니까.”


“하! 변태라 그런지 뇌까지 이상하게 변질됐나보네. 시장님보다 강한 존재는 있을 수 없어요. 아니, 있을 순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미개한 행성에서 탄생할 순 없죠."



아르미오스는 단언했지만, 서현은 슬쩍 미소지었다.

마치 네까짓 게 무슨 말을 하든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우물  개구리라는 건 확실하네요."

"흥. 이해를 못하나보네. 이래서 미개인은."


아르미오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생물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만큼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지구인은?  2문명에도 도달하지 못한 미개하고 우매한 종족!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시장님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다룰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그딴 건 알바 아니고요. 중요한  시장인지 뭔지 하는 인간 열이 찾아와도 상대가 안 될 거란 사실이죠. A급 주제에 오만하시네요."


"A그읍~?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군요~ 아아. 미개인과 대화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이럴 땐 힐링이 필요한데에~."

그녀가 침대에 앉아있는 한사랑을 그윽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한사랑은 워낙 험한꼴을 본 터라 흠칫 놀랐지만, 이내 지지않고 그녀를 노려봤다.




"어머, 그새 저한테 반했어요? 으음~. 하지만 반려자로서는 좀 부족한데~ 아무래도 미개인이라. 펫이라면 모를까~."


콰악.



"흣."




모종의 힘으로 인해 그녀의 얼굴이  들렸다.

머리채를 붙잡은 서현.

그녀가 싸늘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면담을 시작해 보죠. 여러 가지 캐야 하는 정보가 많으니까요."

"흥. 미개인 주제에."

"그럼, 사랑님은 편히 쉬고 계세요.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부르시고요."


"네...고마워요."




아르미오스를 질질 끌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사랑은 멍하니 바라봤다.





+++




쿠웅 - !

주먹과 주먹이 마주치고, 엄청난 충격파가 일어났다.



"오! 누나 진짜 제법인데? 어디까지 힘을 내도 되는 거야? 응?"


"크읏..!"



이미 주변은 파탄이다.


고도로 발달된 마도과학과 그 동안 약탈한 자원으로 쌓아 올렸던 건물들이 흔적도 없이 지워졌고, 남아 있는 것이라곤 황량한 대지 뿐이다.


'이녀석 대체 뭐지?'


지울  없는 의문.

대체 이놈은 뭐란 말인가.

특출난 기술력을 가진 문명도 아니고, 본인이 뭔가 뚜렷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이전에 지구인의 나약해 빠진 육체는 재능으로 커버할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르카나의 정점에 선 자신과 대등ㅡ, 아니 우월한 전투를 벌이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엄청 여유롭잖아 이자식.'

지금껏 수백  간 무수한 행성을 약탈하며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가 데리고 온 시녀라는 것들, 그들도 만만치 않다.


바르카나 정예의 병사들이 나가는 족족 죽어나갔으며, 처음 전투를 벌였던 기마대는 벌써 전멸수준으로 격퇴되어 무장해제 되었다고 한다.


분명 처음 마주했던 지구인들과의 전투는 압승이었을 텐데 이 상황은 뭐냔 말이다.



"응? 무슨 생각해?"


"큿!"




상념에 잠긴 사이, 그녀의 뒤로 돌아온 유은이 두 팔을 뻗었다.


재빨리 몸을 돌리며 떨어지려 하지만, 그보다 유은이 빨랐다.

꽈악!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붙잡아 밀착하고 아직은 멀쩡한 제복 안으로 손을 쑥 집어 넣었다.



"무슨...!"


"오오. 피부 좋다. 예상하긴 했지만."

몰랑몰랑 손을 움직이며 마음껏 희롱하는 유은.

덕분에 쟌다르크의 분노게이지가 급상승.





"진지하게...하란 말이다아!!!"

콰앙!!

그녀 주변으로 압축된 공간이 터져나가며 유은이 탄환처럼 튕겨 나갔다.


"...오오. 대체 뭐지? 아까부터. 누나, 그거 뭐야? 어떻게 하는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주먹을 쥐었다.


유은의 주변으로 공간이 압축된다.


"에...이거 아까도 했잖아. 의미 없는데."
"흥. 글쎄 어떨까."

쿠궁.


갑자기 바르카나가 우르릉 하며 떨리더니 위에서부터 뭔가가 짓누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뭐야?"



그것은 마치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저층에서 고층으로 올라갈  느껴지는 그ㅡ,


"바르카나를 공중에 띄우고 있지. 왜 인지 아나?"


"모르겠는데."


"겉으로 차지하는 공간과 내부의 공간이 다른 바르카나는 공간막을 해제하는 순간 10배 이상으로 크기가 불어나지. 그건 하나의 광역도시 이상...그래, 근방의 도시 따윈 순식간에 덮어버릴 정도의 크기다."

"와아. 크네. 좋다. 내 성으로 하면 되겠어. 각 차원을 떠돌면서 이쁜 여자애들로만 꽉꽉 채우면 짱이잖아?!"

"...."



잠시 할 말을 잃은 쟌다르크가 피식 웃었다.

"너, 아까처럼  공간압축을 풀면 어떻게   생각해 봤나?"


"그야...."

"공간막은 바르카나와 외부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보호막. 이는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또한 마찬가지다. 네가 억지로 나의 공간압축을 풀었을 때, 그 파장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공간막이 막아주었다는 뜻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파괴력 장난 아니었는데."

장난 아닌 정도가 아니라 어지간한 광역도시만한 크기를 지닌 바르카나를 휩쓸고 그것도 모자라 공간막을 넘어 인천 일부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만약 공간막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시 그런 일이 연출된다면?

"조그마한 반도 정도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지. 후후. 그러니까...."


꽈악.



그녀가 고혹스런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유은의 몸이 기묘하게 뒤틀렸다.



"주제를 다 파악하셨으면 이제 죄값을 받아볼까?"

무려 5천만의 인질...아니 북한과 근방에 있는 일본이나 중국까지 염두에 둔다면 1억은 가볍게 넘기는 인간이 인질로 잡혀 있다.

'그건  바 아니지만...누나들은 가만히 있다가 얻어맞는 꼴이잖아? 그건 좀 그런데.'



물론 아무래도 좋은 인간들 보다는 본인의 여자들이 걱정인 유은이었지만.




'어쩌지. 이거 꽤나 성가신데.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소라나 유나가 소냐가 죽을 리는 없다. 그녀들 모두 백억대의 공방을 지니고 있으니까.

하지만 서현을 제외한 시녀들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고 무엇보다 한사랑이나 은율령을 비롯한 일반인 애인도 있다.

공간이 직접 물결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파동이기 때문에 누군가 지켜주는 것도 불가능한 일.

본인 스스로가 강한 개체가 아니라면 버틸  없다.





"흥. 미개인 주제에 잘도  몸을 농락했겠다."

고민하는 유은의 모습을 보며, 쟌다르크가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





구구구구!



"?"

아르미오스를 참교육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서현.


그녀가 목격한 것은 무수한 흙먼지와 갖가지 잔해를 떨구며 하늘로 떠오르는 바르카나의 모습이었다.

"어머. 돌아가는 건가요? 그쪽의 시장이 제대로 된 판단을 했나봐요. 물론 베스트는 주인님 앞에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지만."

"음~. 글쎄요. 전 대충 예상이 가는 걸요~. 미개인과 달리 머리가 좋아서요~."
"?"


무슨 소리냐며 내려다보자, 그녀가 혀를  내밀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


싸가지 없긴.

서현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서 바로 참교육을 해주마ㅡ,

라고 생각한 순간,









두둥!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어...?"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허공에서 한창 기마대를 포박하고 있던 아흑의 분신들이 멀리 나가떨어지고, 그 자리는 엄청나게 거대해진 바르카나가 차지했다.

"뭐,뭐야...?"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크기.

인천을 통째로 덮어버릴  있을 정도로 커졌다.



"후후...후후후후. 놀랐나요? 휴먼. 우리 바르카나의 웅장한 모습에!"

"넌 닥치세요."

꾸욱 하고 아르미오스의 뺨을 눌러준 그녀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콰과광!


뒤늦게 전달된 충격파.


사방의 땅이 뒤집히고 하늘에 떠 있던 보도헬기들은 모조리 추락했다.

'주인님....'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주 조그맣게 피어 오르는 불안.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것이 싹트ㅡ,






ㅡ니가 필요해~~ 니가 필요~해애~~



벨이 울렸다.


꺼내보니 발신인은 이유나.


"유나님?"

-그 인간이 전화를  받아서요.

"예. 말씀하세요."

-원래 다른 할 말이 있었는데 다 필요 없을 거 같아요.

"네?"

-저 무식하게 큰 우주선, 그 안에 그 인간이 있는 거죠?

"무식하게 큰...아! 네. 안에 계십니다."

-알았어요.



무식하게 큰 우주선이라.


설마 여기로 오고 있는 걸까.



"저...지금 오고 계시는 거예요?"


-네. 군용기 타고 가고 있어요. 소라언니도 함께.

"군용기?"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지금 도착했으니까.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  서현은 볼  있었다.



무식하게 큰 우주선이라 칭해진 바르카나 한 켠이, 무식하게 큰 폭발로 뒤덮이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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