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0화 〉25.NTL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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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하는데,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고 아가씨께 접근하지 마라. 그 순간 너는ㅡ,"
"뭐? 접근해도된다고? 고마워."
"이자식!"
나는 지금 땀내나는 기사들과 동행하고 있다.
유나씨는 어딨냐고?
기사들로 이루어진 벽 안쪽에 라이젠 남작과 착 붙어계신다.
유나씨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라이젠 남작의 부탁. 같은 여자라 좀 더 편하게 느껴졌나봐.
참고로 마차는 더 이상 쓸 수가 없어서 버려둔 상태다. 물론 짐은 챙기고.
"약해빠져가지고 생전 처음보는 사람한테호위부탁이나 하는 주제에 말이 많아."
"펴,평민 주제에!!"
"내가 평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흥. 너처럼 품위 없는 놈이 평민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황제인데."
"하하하!"
대장은 그야말로 통쾌하게 웃었다.
"이거 웃기는 광대로군."
전혀안 믿는 모양.
"너 따위가 믿든 안 믿든 상관 없어."
어차피 1도 관심 없으니까.
그나마 좀 있다면 그건 라이젠 남작의 약혼자라는 측면에서일까.
영지를 가진 영지귀족에다 미녀, 거기에 약혼자까지 있다면 응당 내가 가져 줘야지.
그 희생자로서 좋은 표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네놈이 황제라면 난 신이다."
"병신이라고?"
"...짜증나는 놈이군."
"꼬우면 덤비던가."
"흥. 평민 따위와 검을 나누는 건 기사의 수치다."
"네. 다음 핑계."
그냥 쫄은 거면서 존심 세우기는.
"로이드, 우릴 구해주신 은인이에요. 무례한 발언은 삼가도록 해요."
"...하지만...후...알겠습니다. 아가씨."
막 얼굴이 붉어져 욕이라도 할 것 같았던 대장이, 뒤에서 날아온 목소리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나저나 얘네는 왜 지네 영주한테 아가씨라고 하는 거야? 보통 영주님이나 작위를 따서 남작님이라고 하지 않나?
나는 속도를 늦춰 라이젠 남작의 곁으로 붙었다.
대장...로이드라는 이름이었지? 그넘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근데 라이젠 영지에는 언제 도착하는 거야?"
"2일 정도...걸릴 예정이었습니다만 아까와 같은 습격이 계속된다면 또 모르죠."
"걔넨 뭐하는 애들인데?"
"증거는 없지만...아마르 자작가에서 보낸 이들일 거예요."
"아마르 자작? 뭐야 이름 되게 이상해."
"...그가 우리 영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거든요."
흠.
라이젠 남작령에 뭔가 광산 같은 거라도 있나보네. 막 판타지 소설 같은 거 보면 광산 하나 가지고 영지전 벌어지고 그러잖아.
"근데 너 하나 죽는다고 영지를 차지할 수 있나? 영지가 갖고 싶으면 영지전을 벌여야 하는 거 아냐?"
"물론 그렇겠죠. 그도 절 죽일 생각은 없을 거예요. 적당히 납치해서 첩으로 삼는 게 목적입니다."
"와. 나쁜놈이네."
순간 유나씨가 날 쳐다봤다.
음.
찔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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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간의 행군(?)은 넘나 지루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영주랑 유나씨만 안고 뛰어가고 싶었을 정도.
기사들이야 어찌되든 내 알바 아니니까.
하지만 참아냈다.
원래 인내 후의 과실이 더욱 맛있는 법이니까.
"꽤 좋은 방이네요."
라이젠 영주는 남아도는 방 중에 하나를 우리에게 내어줬다. 상당히 크고 나름 인테리어도 제대로 되어 있어 꽤 비싼 호텔에 가도 볼 수 없는 퀄리티다.
하나를 준 이유는 부부라는 걸 감안해서겠지.
"유나씨. 같이 목욕하러 갈래요?"
라이젠 남작성에는 두 개의 욕탕이 있다.
하나는 휘하 기사나 집사, 시녀등의 가신들이 사용하는 욕탕이 있고,
라이젠 남작의 가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욕탕이 있다.
지금은 라르나르를 제외한 라이젠 남작가가 모두 사망한 상태라 사실상 그녀 전용이라고.
덕분인지 그녀는 우리가 전용 욕탕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그 대목에서 로이드놈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음은 당연한 것. '아가씨! 그러다 저놈이 이상한마음을 품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라고 했지만, '부인도 있는 분인데 그러겠어요?'라는 심플한 말로 퇴치(?)되었다.
"같이요?"
"네."
"...이상한 거 하려고 그러죠?"
"에이. 이상한 거라뇨."
슬그머니 허리에 팔을 둘렀다.
영주를 공략해야 하기에 2일동안 유나씨와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큰 고역...으으. 당장이라도 유나씨랑 하고 싶다.
"...알았어요. 같이 가요."
유나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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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무사히 도착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그녀는 한숨과 함께 침대 위로 허물어졌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라이젠 남작가에는 꽤 많은 식구가 있었지만,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몰살당했다.
그녀는 그 사건의 뒤에 아마르 자작이 있을 거라 여겼다.
욕심이 많고 안하무인에 아랫사람 보기를 돌 같이 여기는 인물.
거기에 나이도많고 못생기기까지 했다.
올해로 61세의 나이에 머리는 전형적인 원형탈모에 살까지 뒤룩뒤룩 찐 그야말로 혐오의 대상.
유은에게는 그가 영지를 원한다 말했지만, 사실 그는 라이젠령에는 별로 관심 없다. 그의 관심사는 '라르나르 엘 라이젠.'
몇년 간 줄기차게 라르나르와의 혼담을 보내옴은 물론, 사교파티라도 열리는 날에는 꼭 그녀를 찾아다니곤 했다.
겉으로는 두 영지간의 화목과 발전을 위해서라고 떠들지만, 그 속내는 음흉그 자체.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몇몇 노예를 라르나르와 같은 머리 스타일, 같은 머리색, 비슷한 몸매 등으로 꾸며놓고 범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소름이 끼쳤던지.
부모와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나서, 그는 더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냈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과 혼인하여 영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둥의 헛소리를 늘어놓기도하고, 때론 협박도 했다.
당연히 영지전 얘기도나왔다.
라이젠 남작가에서 동원 가능한 병력이라 해봐야 일반 보병 800여명에 기사 10명 정도가 전부.
그에 비해 아마르 자작가는 3천에 달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사의 수도 20명으로 두 배나 된다. 심지어 라이젠 남작가엔 한 명 밖에 없는 마법사도 4명이나 있다.
"만약 그가 있다면...."
문제는 또 있다.
그래서 그녀에겐 유은이 필요했다.
며칠 전 마주친 이방인.
유은과 이유나라는 특이한 이름을 갖고 있던 그들은 기사단장 로이드조차 잔뜩 긴장하던 이들을 너무나 쉽게 죽여버렸다.
그 압도적인 힘.
그것만 라이젠가의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아마르 자작가 따윈 전혀 무섭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나중에 생각하자. 일단...목욕이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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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젠가 전용 욕탕은 매우 컸다.
성 자체도 생각보다 컸는데 욕탕도 상당히 괜찮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곳곳에 마련된 탕에 물이 가득 차있다.
"오오."
중세풍이라 걱정했는데, 이 세계 꽤 괜찮은걸. 이쁜 여자도 있고말야. 언젠간 지구에 돌아가야겠지만 한 달 정도는 즐겨도 괜찮겠어. 사실 돌아갈 방법도 모르고.
"유나씨 들어가요."
유나씨는 잘록한 몸매를 수건으로 감싼 채, 그 위로 풍만한 가슴을 팔로 누르고 계신다.
이미 볼 거 안 볼 거 다 보고 이것저것 다 한 사이인데 왜 가리시는 걸까.
나처럼 이렇게 당당하게 드러내면 될텐데!
"...좀...가리지 그래요?"
"유나씨가 가려줘요."
"...."
짜악!
하고 유나씨의 등짝 스매시가 작렬했다.
으어...아프다.
아픈데...
뭔가 흥분된다.
설마 이상한 거에 눈 뜬 건 아니겠지.
그래. 이건 그냥 2일이나 굶은상태에서 이런 차림의 유나씨를 봐서 그런 거야. 별 거 아니라고.
"에잇!"
"꺅!"
나는 유나씨를 확 끌어 안고는 그대로 탕으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샤워하는 게 매너지만 뭐 어때. 어차피 몇 명 쓰지도 않는 탕인데.
"...."
수건째로 탕에 넣어진 유나씨가 날 노려봤다.
아. 너무 이뻐.
"유나씨~!"
얼른 탕에 들어가 유나씨의뺨에 얼굴을 비볐다.
"읏...왜,왜이래요!"
학을 떼며 싫어하는 유나씨.
그치만 진짜로 싫어하진 않는 모양이다. 진짜 싫었으면 밀치고 떨어졌겠지. 유나씨 성격에.
"헤헤. 유나씨도 하고 싶으셨죠?"
"아닌데요."
정색을 하며 말하지만 이미 붉어진 얼굴.
"얼굴 빨개졌어요."
"탕에 들어왔으니까요. 그보다 이것 좀 놔요!"
"부부는 일심동체입니다."
부둥껴 안은 채로 맨들맨들한 피부를 비벼대고 수건 위로존재감을 드러내는 풍만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진짜...무드라고는 하나도 없어."
유나씨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분한 표정.
"무드는 키스로 만들면 됩니다."
"뭐라고요?"
여자의 약점은 키스!
그대로 돌진하여 입을 맞추었다.
"읏...."
처음에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려던 그녀지만, 계속 밀어붙이자 결국 포기하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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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누가 있...아...맞다."
욕탕에 와서야 유은일행에게 욕탕을 내주었다는 걸 떠올린 그녀.
머리가 뒤숭숭할 때면 항상 뜨거운 목욕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그녀이기에 거의 한 달만의 목욕은 매우 간절한 욕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
"그냥 들어갈까?"
유나만 있다면 그래도 상관 없겠지만, 유은이 같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좀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