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71)화 (270/517)



〈 271화 〉25.NTL판타지

그녀는 갈등했다.


비록 원해서  정혼은 아니라지만 이미 내정된 자가 있는 몸.
외간남자에게 몸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찝찝한 상태로 있는 것도 고역.
게다가 여긴 그녀 가문의 전용 욕탕이다. 주인이 원할 때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 의미가 있을까.


'그래. 수건 같은 걸로 두르고 들어가면 거야.'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살포시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하읏! 아응...! 아아!"




외설적인 육음과 달달한 남녀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

아직그들의 모습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하며 노친내의 죽은 그것도 되살릴 정도로 색정적인 신음 따위가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처음 그녀는 황당함과 동시에 미약한 분노가 올라왔다.
남의 욕탕을 빌려줬더니 거기서 음탕한 짓을 하고 있다니.

하지만 머지않아 호기심이 떠올랐다.

방년 20세인 그녀는 성인이 된 지도벌써 4년이다.
남들 같으면 벌써 즐길 거 다 즐겨봤을 나이겠지만 엄격한 부모로 인해 그런 것과는 연이 없던 그녀로서는 갑자기 접한 상황에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그렇기에  마디 하는 대신 살짝 몸을 낮추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쓸데없이 화려하고 이것저것 장식이나 조각품 따위가 있는 욕탕이었기에 여기저기 숨으면서 이동하기에는 제격이었다.



"후욱..유나씨!"
"아흑!"

마침내 고지(?)에 도달한 그녀.
 가까이서 그들의 행위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찔꺽! 찔꺽!

격렬한 섹스!


유은은 탕에 다리를 담근 채 외각에 걸터앉아 있고, 유나는 그런 그를 마주보며 올라타선 유연한 허리를 돌리고 있었다.

누가 부부아니랄까봐  달라붙어서는 서로의 목덜미를 핥기도 하고 키스도 하고 온갖 외설적인 것들을 다 하고 있다.

'저,저런 망측한...!'

절로 헉소리가 나오는 광경.
가끔 보았던 관능소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도 느껴졌다.

귀족의 품위와 여인의 순결함을 모두 잊고  명의사람으로서 본능의 쾌락 사이로 빠져들던, 밤잠 설치며 콧김과 함께 페이지를 넘기던 그때의 그것이 어린애의 유희처럼 느껴진다.

과연 실전.
임팩트가 다르다!

'저,저거...!'


그리고...소설과 다른 또 하나!

'저런 게...들어간다고? 정말?'

엄청나게 큰 유은의 성기!

보통 일반적인 것보다 크게 묘사되기 쉬운 소설에서조차 저렇게 크게나오진 않았다.
 해야 펜 정도 길이에인장 만한 두께.

그것도 성기로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크기인데 유은의 것은 훨씬 더 컸다.

이쯤되면 쾌감이 아니라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

'하지만 기분 좋아 보여....'


저 큼직한 것이 왔다갔다 하는데, 유나는 세상좋은 얼굴이다.
그 새침하던 여인이 완전히 달아오른 얼굴로 헐떡이며 허리를 흔들어대는데, 누가 보면 탕녀로 오인할 정도의 표정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하반신으로 손을 가져갔다.
두 남녀의 행위에 초집중한상태로 수북한털을 지나 살짝 젖은 계곡 사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읏...."
순간 새어 나온 신음에 급히 입을 막는다.
다행히 들리진 않은 모양.
둘은 여전히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다.

'미,미쳤나봐....'


화들짝 정신이 깨어났지만 왜인지 그만두거나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쫄깃하고 민감하게 다가오는 쾌감에 문지르는 속도를 높여갈 뿐.


'난 정말...음란한아이야...!'

평소 도도한 영주를 연기하고 있다지만 결국은 한 명의 여자인 걸까.
 앞에 펼쳐진살색의 향연에 너무도 쉽게 함락되고 있다.



"하읏...! 아앙!!"


몇 분이 지난 걸까.
둘의 행위도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점점 격렬하게 허리와 골반을 움직이던 유나가 유은의 머리를 콱 껴안고 허리를 치켜세우더니 어느때보다 강한 신음과함께 가버렸다.
동시에 유은도 사정.

둘의 접합부에서 하얀 액체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와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야해....'

이 얼마나 압도적인 광경인가.
 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 따위는 이 충격적인 광경으로 인해 말끔히 날아갔다.


"유나씨 점점 조임이 좋아지네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요."

유은의 노골적인 말에 유나는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핀잔을 주더니 그의 귀를 콱 깨물었다.


"읏...!"

그것마저 좋아하는 유은이었지만.


그런 그를 보며 '변태'라고 생각하던 라르나르는 순간 전신이 쭈뼛 각성하며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
"...."


바로 유은의 귀를 깨문 유나와 눈이 마주쳐버린 것!


'아....'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응?  그래요?"


설상가상으로 유나의 반응을 보고 유은이 고개를 돌리려 한다.


'아,안돼...!'

유나는 여자니까 그렇다 치자.
하지만남자인유은한테까지 이런 상황을 들킨다면???

그녀는 지금 남의 부부관계를 지켜보며 자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남자한테 들킨다고 생각해보라.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것만은!'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도망칠까?
빨리 달려가면 어떻게든 벗어날  있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답은 하나였다.


'불가능'



아무리 생각해도 유은이 고개를 돌리는 속도가  배는 더 빠르다.
기둥 뒤에 숨는다 해도 이상함을 느낀 그가 직접 움직인다면 상황은 끝이다.


'아니 애초에 유나씨가 알려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럼 끝이잖아!!!'

그래.
무엇보다 이미 유나에게 들켰다.


'아아....'

정녕 끝인가.
이번 생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때,
그녀의 처지를 생각한 건지 유나가  고개를 돌리려던 유은의 뺨을 잡아 세우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그를 뒤로 넘어뜨려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천재일우의 기회!
그녀는 재빨리 욕탕을 벗어났다.




.
.




"하아...하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 자신의 방으로온 라르나르.

아까의 두근거림과, 아찔함이 심장을 마구 뛰게 만들었다.
물론 전속력으로 뜀박질을 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풀썩.



침대 위로 다이빙.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아...."

지나고나니 얼마나 미친짓을 했는지 실감이 나버렸다.


유은과 유나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아마르 자작령으로 끌려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최대한 그들을 이 영지로 잡아두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둘의 부부관계를 훔쳐보며 자위하다 걸리다니.


당연히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을 거고, 영주라는 인간의 이미지가 그런데 영지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하필이면 부인한테...아아...!"

차라리 유은에게 걸렸다면...그래서 일이 잘 풀려 미인계로...


"핫! 내,내가 무슨 생각을!"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꼴깝을 떠는 모양새.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진짜...미쳤나봐...."

정혼자가 있는마당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뺨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화끈!

뜨겁다.
전신이 흥분감으로 달아올라 있다.

"아...."

그리고 불현듯 스쳐가는 유은의 위엄.

크고...우람한....

"아,안돼!"


그녀는 고개를 저어대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무릇 정혼자가 있다면! 약혼자가 있다면 그와의 미래만을 상상해야 하는 법!

애써 로이드를 떠올려 보았다.
원해서 하게 된 정혼은 아니지만 그래도....




"히익!"




무리.
안 된다.
로이드의 것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머리가 거부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역시 처녀로서 남자의 알몸은 묘한 거부감이 드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왜 유은의 몸은 그렇게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일까.


"그,그러고보니...꽤 잘생겼...아,안돼!"

그녀는 파렴치한 생각을 지우고자 고개를 붕붕 저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지워진다면 그게 충격이겠나.
유은과 유나가 남긴 충격은 오래도록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밤 새도록....



+++


후욱!
후욱!


늦은 밤.

유은과 유나가 목욕을 마치고 본격적인 관계로 돌아가고, 뜨거워진 라이젠 영주가 수음으로 밤을 새워갈 때, 로이드는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었다.

원래 수련이라는 게 매일매일 성실히 해야하는 것이지만, 오늘의 그는 평소보다도 훨씬 열심이었다.

원인은 다름 아닌 유은.


며칠 전,절체절명의 위기속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 그는 압도적인 힘으로 자객들을 몰살시키고 자신들을 구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은인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었다.

라이젠 영주의 눈빛을 보기 전 까지는....



본래부터 둔해빠진 여인인지라 남들이 느끼는 감정은 물론이고 본인의 감정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그녀다. 아마 지금도  모르겠지.

'그 눈빛은 분명...!'


파각!

너무 세게 휘두른 탓일까.
목검이 공기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

괜한 허탈함에 아무렇게나 검을 던져놓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후...."

그리고는 한숨.

사실 생각해보면 그에게 질투를 느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라이젠 영주는 그와 정혼한 사이고,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제와서 그녀가 누구에게 반한들 상관 없는 얘기다.

"그래. 그녀가 누굴 좋아하든 상관 없어. 그런 걸 생각했으면 애초에혼인을 요구하지도 않았을거니까."


복잡한 마음을 애써 정리하며 다시 일어섰다.

 이상 라이젠 영주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래. 없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왠지 유은 그놈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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