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87)화 (286/517)



〈 287화 〉25.NTL판타지

콰아아아아.

인생 최대로 분노한 로이드의 주변으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폭발했다.
근처에 있던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루로 화하여 흩날릴 정도의 폭풍.

실제로 바닥은 움푹 패이고 근방에 있던 구조물들은 모조리 부서져 흩날렸다.

그러나 유나는 여전히 서 있고, 라르나르와 유은은 여전히 붙어먹고 있었다.

"워우. 무.서.워.라."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여체를 만져대는 그 모습은 로이드가아닌 누가 보더라도 극도의 분노를 느낄 정도로 저열하고 비열한 광경이었다.
오죽하면 부인인 유나조차 눈쌀을 찌푸릴까.

"짜증나니까 들어갈래요 좀?"
"에이. 왜 그러세요. 앞으로 같이 지낼 사람들끼리. 그지?"
"후앗! 아앙!"

허리를 흔들며 라르나르에게 물어 보지만, 이미 그녀는 대답따위를 할 수 있을 만한상태가 아니었다.

뻥 뚫린 드레스 구멍 사이로 그녀의 속을 가득 채우며 큼직큼직하게 쑤셔 박히는 유은의 물건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탓이다.


정력이 무한에 가까운 유은 탓에 경험 횟수야 많다지만 날수로 따지면 고작해야 이틀째.
그럼에도 그녀는 유은의 자지가 주는 쾌락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더,더 이상은...하응...예전으로옷...못 돌아가아앗!!"
"지랄 염병한다."

질투인지 아니면 인간으로서 느끼는 최소한의 양심적 감정인 것인지,유나는 서늘한 눈으로 둘을 쳐다봤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한편 로이드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힘을 주먹에 두르고 뒤를 돌아보고 있는 유나에게 돌진했다.

어젠 너무나 처참하게 당했지만, 그리고 방금 전에도 못볼 꼴을 보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자신은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빠르다!

오늘 뛰어 넘었던 익스퍼트의 벽을 넘어 또 다시 경지의저편으로 날았으니 눈 앞의 유나라 해도 능히ㅡ,

톡.

제압할 수 있을리라 여겼던 생각이 산산이 무너졌다.

이번에도 손가락 하나.

마나를 넘어 생명력조차 힘으로 삼아있는 힘껏 내질렀는데, 그런 주먹인데 이렇게 쉽게 막아도 되는 건가?
이래도 되는 거야?
어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말 있으면 나와봐!!!!

압도할 듯이 밀려오는 절망에 그는 신을 원망하며 주저앉았다.

"왜...대체...왜...."

도대체가 어떻게 되먹은 것들이길래 이런 말도안 되는 무력을 보이는 거지?

"어제 말했잖아요. 그냥 포기하라고. 왜 말을 안 들어."


한숨을 내쉰 유나가 로이드의 배를 가볍게 걷어찼다.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주변에서 몰아치던 마나의 소용돌이가 일순간에 해체되고, 로이드는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죽진 않았겠지만 유나의 발차기를 맞았으니 최소 전투불능.

푸욱!

"흐아앙!"
"으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버틸  알았는데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네요."

쯔컥 쯔컥.


"넌 어떻게 생각해? 그래도 전 약혼자인데."
"우흥! 후으응!...네..네?"

생각이고 자시고, 안중에도 없다.
한때 생각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로이드는 이미 그녀에게서사라진 지 오래.
그가 끔찍한 결말을 맞이한다면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간간이 접한 유명인사의 안 좋은 소식을 보고 탄식하는, 그런 정도의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의미.

그보다 섹스다.
유은으로 인해 강렬하게 새겨진 섹스의 쾌감은 그녀가 이전에 겪었던 무엇보다 흥분되는 일이었다.

"아흑! 아으읏! 더 박아줘요! 아아!"
"들어가서 좀 해요 들어가서."
보다못한 유나가 유은의 허벅지를 발로 찼다.


"으헥."







+++





유은들이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분이 지나, 한 여인이 이곳에 등장했다.

새로 갖춰 입은 철갑옷.
절도있는 움직임에 싸늘한 시선.

이세계에선 최초로 유은의 시녀가 된 시에스타였다.

"...그러게 그냥 도망이나 치지."

그녀는 무너져내린 구조물에 처참하게 깔려 있는 로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좋아했던 사람인지라, 그 목소리에는 일말의 안타까움과 동정이 담겨 있었다.

오랜 감정을 떠나보내듯 잠시동안 내려다보던 그녀는 하얀 손으로 잔해들을 치웠다.

드러난 그의 모습은 다져진 고기마냥 피와 상처로 덮여 있어 도저히 살아있는 사람이라 여길  없었다.

쌕쌕대며 조금씩 오르내리는 가슴이 아니었다면 시체로 인식했을 것이다.

시에스타는 한 때 모셨던 자에 대한 예를 갖춰 그의 육신을 수습했다.
여기저기 부러지고 으깨진 곳이 많아 힘겨웠지만 메이저  되는 정기사쯤 되면 이 정도 수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에스타는 포션으로 적당히 조치를 취한 뒤 시내에서 마차를 구해 로이드를 태웠다.

"되도록 멀리, 이 영지에서 벗어나 주세요."
"예? 아니...어디로 가시는 지 정확하게...."
"어디든 상관 없어요. 여기만 아니면. 아예 타국으로 가는 것도 좋겠네요."
"...."


사람까지 고용해 붙여준  마지막으로 로이드를 배웅했다.
아마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새겨두기 위해.

.
.




로이드를 떠나보낸 시에스타는 살아남은 - 시에스타와 유은이 만날 때 유나 주변에 포진했던 - 기사3명과 함께 기사단 건물에 낭자한 시체와 살점등을 치웠다.
그 과정에서 기사 세 명이 크게분노하여 유은들을 죽이려 했지만 그건 그녀가 그만두게 했다.

고작해야 메이저 정기사 세 명 남짓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크윽...그 자식을...살려두실 겁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시도해봤자 개죽음이에요."
"키익!"




모든 일이 끝나고,
3명의 기사는 시에스타를 둘러싸 다그쳤다.

듣자하니 여섯의 기사가 죽을  같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그녀는 멀쩡한 것인가.

그리고 로이드는 다른 영지로 떠났고, 그녀가 배웅했다는데, 애초에 그가 왜 떠난단 말인가?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약혼녀인 영주를 두고.

그가 오래전 부터 라이젠 남작을 사모해 왔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그녀를 남겨두고 갑자기 떠난다?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그래서 떠오르는 의혹.

건물을 청소할 때, 그들은 서로 속닥거리면서 '시에스타의 배신'에 관해 의논했다.

그녀는 라이젠 남작을 사모하는 로이드를 사모했으며, 로이드와 라이젠 영주의 혼인은  성사될 것이었다.
그녀 입장에선 너무나 가슴 아팠겠지.


그런 상황에 유은이라고 하는 실력자가 이 영지에 들어왔고, 거기서 그녀가 작전을 짠 것이다.

로이드가 다친 것과 관련하여 유은을 추긍한다 해놓고 실은 유은에게 붙어 방해가 되는 기사들을 죽인 후에 로이드마저 죽인 거라면?

좋아하는 사람을 죽인다는 게 얼핏 말도  되는 것처럼 느낄 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그릇된 애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누구도 가질  없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일을 저질렀다면 이해가 된다.

물론 이런 가정도 구멍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어차피 유은과 작당하여 기사들을 죽일 거라면 뭐하러 3명을 유나에게 붙였느냐는 거라던가, 로이드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왜 어제 죽이지 않고 다치게만 했느냐는 거라던가 등등.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3명의 기사들도 심리적으로 꽤나 몰린 상태였다.

하루아침에 6명의 동료가 살해당하고 단장이라는 사람은 자취를 감춘데다 부단장이라는 사람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이상한 상황.

"그게 말이 됩니까! 개죽음이라니!!"


그래서 그녀를 다그쳤다.

"만약 정말로 그놈에게 동료들이 살해당했다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검을 겨눠야 하지 않습니까!"
"단장은...단장은 대체 어디 가신 겁니까!"
"돌아가신 건 아닙니까?"

시에스타는 담담했다. 예상했다는 듯이.

"개죽음은 개죽음이에요. 아무의미도 없이 쓰러지는  어떻게 의미를 갖죠? 전장에서의 죽음은 적의 진군시간이라도 늦출 수 있어요. 하지만지금은? 아무 의미 없어요.  그대로 개죽음 그 자체라구요."
"닥쳐어!!"
"이딴년을 부단장이랍시고 믿고 따랐다니!"

실망에 실망.
크게 사람을 잘못 봤다.

그들은 그리 여기며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수상쩍은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닐 뿐더러 인간으로서 실망까지 했다.
더 이상 그녀를 부단장으로서 대우할 필요는 사라졌다.
철저하게 타인으로서 대하며 사건의 경위를 물을 뿐!


푸확.

"그냥 믿었어야죠. 왜 그래요. 아마추어같이."
"컥..."
"씨..ㅂㅏㄹ...."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시에스타의 검이 번뜩였다.

그들에게 나머지동료들의 죽음과 단장의 자리비움을 말했을 때부터 그녀는 대비하고 있었다.


이런 급조한 이야기 따위 믿을 리도 없고, 그렇다면 칼부림이 일어날 것이다ㅡ, 3명의 정기사를 그녀 혼자 상처 없이 제압하긴 힘드니 차라리 그들이 검을 들기 전에 목을 쳐버리자.

일련의 흐름이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단호한 결정.

그들ㅡ, 라이젠령 마지막 기사의 목이 떨어졌을 때, 그녀는 진짜베기 유은의 시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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