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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292)화 (291/517)



〈 292화 〉25.NTL판타지

최대한 재수없게...아니 그냥 있어도 재수 없는 얼굴이지만, 아무튼 은소령은 그런 얼굴로 한사랑을 비웃었다.


그리고....

"...."
"왜? 뭐? 내가 틀린 말 했어?이게 위로해 줘도 지랄이셔."

귀찮음을 이겨내고 두 눈을 부릅뜬 한사랑의 시선을 받았다.
당장이라도 총만 있다면 갈겨댈 것만 같은 눈빛.
이미 국내에서 한사랑의 이미지는 '사이코패스' '미친년'등으로 통하기때문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겁을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은소령 역시 못지 않은 사이코.
심지어 그녀는 총포경 - 총경 다는  포기한 경정. 비슷한 경우로 장포대(장성을 포기한 대령)가 있다. - 이다. 더 이상승진 따위에 관심과 의미를 두지 않은, 진정한 무적깡패인 샘.

당장 그녀의 직속상사인 신도희 총경조차컨트롤 할 수 없는 인간이다.

"꼴에 쫀심은 있어서 기분 나쁘다 이거냐? 웃긴년이네. 그럼 이따위 짓을 하질 말던가."
"...꺼져."
"여기  동생 집이야. 꺼질 거면니가 꺼져야지. 멀쩡한  두고 가출까지 하고...너 27살 맞냐? 17살 아냐?"


기분은 매우 나쁘지만 딱히  말이 없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사랑에게, 은소령은 계속해서 비아냥거렸다.


"책임감도 없고~ 능력도 없고~ 가진 거라곤 빽이랑 외모 뿐이었는데 가출해버렸죠? 살도 쪄버렸죠? 이제 가진  없죠? 그냥 민폐덩어리죠?"
"와...존나띠껍다."

옆에 있던 율령이 빡칠 정도의 능욕.
하물며 당사자는 오죽할까.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며 분노에 떨던 한사랑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 치게? 니 손만 아플텐데."


싸대기라도 갈기나 싶었지만, 한사랑이 취한 행동은 전혀 예상 밖.
대충 근처의 모자를 눌러 쓰고, 폰과 지갑만 챙겨 밖으로 나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살기 어린 눈으로 은소령을 노려본 건 당연한 일.

"...뭐야. 또 가출이야?"
"가출이라기 보단 빡쳐서 나간  같은데."
"뭐 저런 좆같은 년이  있냐. 야. 걍 재껴."
"대장 딸이거든 미친년아."
"히히. 너도 그래서 재워주고하는 거냐? 이렇게 보니까 쫌 불쌍하네."
"꼭 그런 건 아니고. 동기사랑 나라사랑 아니겠어?"
"지랄."




+++





은율령의 집에서 뛰쳐나온 한사랑은 집이 좀 멀어지자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은소령의 폭언에 있는대로 열받아서 뛰쳐나왔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짜증나서 그렇지.

"하...."

사실 그녀도 지금의 상황이 맘에 드는 건 아니었다.

게임을 해도,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그녀의 마음은충족되지 않았으니까.

그녀도 안다.
방황하여 길을 잃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군인에 대한 의심.
본인의 능력에 대한 의심.

과연 유사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 따위가 지휘관이 되어도 좋은 걸까.
앞으로 대령도 달고 장성도 되고 할 텐데,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그런 능력이 있는 걸까.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콕 박혀 지내는 게 인류를 위해  나을 수도 있다.
그게 미래에 그녀의 부하가 될 지도 모르는 이들에 대한예의이며, 그녀의 부하로 있다 죽은 자들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다.


"아니 그냥 군대 자체가...."

사실 그녀만 이런 혼란을 겪는 건 아니었다.
그 날 이후,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많은 군인들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인천 사태의 충격은 컸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 정도 되는 여인이니 이 정도로 끝난 것이지, 몇몇 군인은 삶에 대한 허무함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군대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무려 40만에 달하는 희생자.
거대도시 하나가 그야말로 박살이 난 이 사태는 인류 전체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 주었고,  공포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었다.


만약 사회와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취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굉장히 큰 사회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






"...."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강남의 중심지로 와버렸다.
아직 환한 낮이건만, 상관 없다는 듯이 각종 유흥업소들이 활발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고, 높이 솟은 카지노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스탯...."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유령에 이끌린 사람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스탯 카지노에선 스탯 부여가 무료.


그동안유은이 몇 번인가 제안할 때마다 거절했었지만, 지금은 왠지 저것이 궁금했다.


도대체 스탯이라는 게 뭐고, 저놈의 '현상'이라는 게 뭐길래, 그토록 오랫동안 훈련하고, 쌓아올리고, 연구한 것들을 일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있는 것인가.


도대체 저것들이 뭐길래, 피땀흘려 다져온 위치를 이렇게나 쉽게 빼앗아 버리는 것인가.


"어? 한사랑...님?"

그래서 그녀는 이곳에 섰다.


"어머...카지노에 오신 거예요?"

그의 여자들, 시녀들이 친절함을 띄우고 다가왔다.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그럼에도 웃음기를 갖고 있다.

과연 마음에서부터 반기는 걸까.
아니면 그냥 서비스업의 일환일까.


문득 그런 의문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 순간 의미없어 무시했다.

"네...구경...하려고."
"어서 들어오세요~."




.
.



"여기가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존이에요."

영화에서나 보던 카지노가 눈 앞에 펼쳐졌다.
복수의 층을 사용하는 게임존이야말로 이 건물의 핵심.


하렘궁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온갖 비난을 얻어맞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매우 많았다.

"포커부터 시작해서 없는  없죠. 한사랑님도 한 번 해보시겠어요?"
"아니 나는...."
"자! 사양하지 마시고."

떨떠름하게 고개를 젓는 사랑을 반강제로 이끌어온 시녀는 사람들이 특히 몰려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곳이 본 카지노 최대의 히트작이랍니다."
"최대의...히트작?"
"소위 '인생'이라고 불리는 게임이죠. 뭐, 근본은 기계에다 코인을 넣고 돌리는 빠칭코의 일종이라 굉장히 간단해요. 당첨이 되면 저 기계 주위로 쌓여 있는 구슬들을 모두 가져갈  있는 거죠."
"...."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람 허리만큼 구슬이 쌓여있어 계단이 묻혀버릴 정도인데, 저걸  준다고?


"저 구슬 하나하나가 '칩'이에요.  때는 브론즈칩(스탯 1)으로 10개를   있지만, 저 '산'에 쌓인 순간 100배...구슬 하나가 '실버칩(스탯 10개)'이 되는 거죠. 지금까지 '2억'가량이 쌓인 상태랍니다. 모두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인생역전을 위해 '인생'에 발을 담그죠. 후후."


시녀의 웃음이 묘하게 섬뜩했다.




"오오오!"

그 즈음, 기계를 둘러싼 이들의 함성이 터지고, 무슨 일인가 봤더니, 한창 게임을 하고 있는 여자의 구슬 몇 개가 핀볼처럼 생긴 1단계를 극복하고 2단계로 돌입하고 있었다.


"가!! 가라고!!!"

여자는 잔뜩 흥분하여 자리에서 일어났고, 관전하던 사람들도 하나가 되어 '가즈아!'를 외쳐댔다.


"가까이서 구경하시죠."


시녀가 한사랑의 팔을 잡고 '인생'가까이로 다가갔다.
후끈한 열기가느껴졌다.

달그락!


"오오오!!"


2단계, 접시.

3중으로 이루어진 접시에는 각자 다른 곳에 구슬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3개 있다.
그 중 하나만이 밑으로 빠지는 구멍이고, 나머지 2개는 관을 따라 기계 주변의 '산'으로빠지게 된다.


골인구멍을 통해 2층, 그리고 최종 1층까지 도달하여 골인하게 되면 당첨!


그렇기에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이것만 극복하면 무려 2억이 넘는 스탯을 가질 수 있다.


무려 2억!!

말 그대로 스탯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팔아서 돈으로 사용할  있다.
그건 자기 마음.


그러나 어느쪽이 됐든, 당첨되기만 하면 인생역전이다.




"가자!! 가...!"
"아아...."


어느덧 후끈했던 열기가 일순간에 가라앉았다.


몇 개인가 2단계로 진입했던 구슬들이 고작 3층 접시에서 모조리 관을 통해 '산'으로 갔기 때문이다.


"...."


털썩.


하고 여자가 주저앉았다.

"...씨발...씨발...."

덜덜 떨리는 손.

"손님?"

그녀의 곁에서가만히  있던 시녀가 공손히 묻자, 여자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
 이상 가진 칩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시다면 대출은 어떠신지요."
"대...출?"
"예. 소유하신 것을 담보로 칩을 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자는 10분에 10%."
"시,십분마다 10%라고??"
"예.하지만 '당첨'만 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

여자는 스산하게 미소짓는 시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가,가진...게...없는데...."
"어머. 그 무슨 말씀을. 제 눈에는 보이는걸요."
"?"

시녀가 여자의 가슴을 콱 움켜쥐었다.


"여기 있잖아요. '육체'."
"!!!"
"인생 그 자체를 걸고 대출 받으실  있답니다? 그렇기에 '인생'.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것이죠. 어때요?"
"무,무슨...."

시녀는 여자의 가슴을 품평하듯 주물거렸다.


"음...손님 정도라면...골드칩 3닢, 빌려드리죠."
"고,골드 3닢?"
"우와아!"


주변에서 탄성이 터졌다.


골드칩 3닢이면 스탯으로 무려 300개.
'인생'에 사용하는 구슬을 3천개 구입할  있는 물량이다.

그리고 3천개면, 지금까지 여자가 사용한 구슬보다 3배나 많은 양이었다.

꿀꺽.

"어때요? 인생역전을 위해 한 걸음 더 가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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