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15)화 (314/517)



〈 315화 〉28.재회, 재회.

28.재회, 재회.




달그락 달그락.

울퉁불퉁한 길.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부리나케 달리고 있는 마차.

그 안에 나와 여인들이 있다.


내 왼쪽으로 향긋한 향기를 뿜어내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유나씨가 있고 오른쪽에는 영지전에 승리해 자작이 된 라르나르가 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무려 붉은 머리의 공주와 그녀를 호위하는  명의 기사가 좌우로 있다.


자리 배치를 보아하니 중앙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곧 무리의 중심. 말하자면 내가 라이젠 영지의 사실상의 중심이라는 걸 공주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후후.


"유나씨, 졸리면 그냥 주무셔도 돼요."
"으음...."

살짝 눈을  보지만 여전히 반쯤 감긴 눈.
졸린 얼굴로 스윽하며 주변을 훑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고 슬쩍 잡아당겼다.

"자. 누우세요."


이름하야 허벅지베개!
유나씨는 잠시 공주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내 다리 위에 머리를 얹었다.

"뭐...뭐하는...제 앞에서!"

공주가 딴지를 걸어보지만 소용 없다.
우린 부부라고?

"어허. 동정공주는 조용히 할 것."
"하! 동정공주라고요?"
"조용히 하라니까. 유나씨가 주무시잖아."
"으으...!"


차마  말에 반박은 하지 못하고 이를 갈고 있다.
아직도 유나씨를 노리는 모양이네.  철 없는 공주가.

 나는 관대하니까 상관 없어. 유나씨만 좋다면야 둘이 사귀게 해줄 수도 있지.
왜냐고? 그야 공주는 여자니까. 남자라면 당연히 목을 쳤을 거다.

그리고 애초에 유나씨가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건 불가능하니 뭔가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달까.

새근 새근.

그동안의 여정이 꽤 피곤했는지, 유나씨는 정말 스르륵잠들었다.
침대광고에 출현하는 여배우처럼 그야말로고운 얼굴과 자태로 완전히 잠에 빠졌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면서 한편으론 라르나르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딱히 의미가 있다기보단 그냥 눈 앞에 있는 공주를 골려주고 싶어서....


"이봐요...적당히 좀...!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공주라구요!"
"응. 난 황제야."
"하...."


전혀 안 믿는 눈치.
하긴 나라도  믿겠지만.

"저...."


라르나르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온다.


"왜? 싫어?"
"그건 아니지만...."
괜히 꼼지락거리며 얼굴을 붉힌다.
혹시 흥분했다거나?
응. 그럴 수 있어. 라르는 음란하니까.


음란한 여자는 가슴을 만져주자.


말캉!


"하읏!"
"이봐요!"

참다못한 공주가 빽 소리를 지르고, 그바람에 유나씨가 잠에서 깼다. 다행히 다시 잠들긴 했지만 위험했어.


"조용히  하라니까. 자고 있는 사람을 두고 무슨 짓이니. 개념없게."
"하...당신이...당신이 개념을 논해요?"

공주는 이를 악 물며 완전히 열폭 직전.

아. 맞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그리고 왜 공주랑 같은 마차를 타고 가는지 설명을 안해줬었지.


얘기하자면 좀 길어.

라르나르가 영지전에서 승리하고 나는 루미아를 비롯해서 뚱땡이놈의 부인이나 후궁들을 범했고, 그 외 기사들의 여자라던가 하는 사람들도 꽤 건드렸었지.

그렇게 대략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막 떠나려는 공주에게 왕궁에서 사신이왔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공주가 대충 설명해 준 바로는 북쪽의 대평원에서 최소 수십만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었고, 이로 인해 인근 영지는 물론, 접해있는 국가들에 모조리 비상이 걸렸대.


처음에는 뭐 다른 국가에서 쳐들어오는 건가 했지만, 듣자하니 그건 아닌 거 같고, 예전에도 한 번 있었던 '평원의 대준동'이라나...그때 그 일로 인해 라이제르 왕국의 전신이었던 국가가 풍비박산 나고 수도를 포함해 광대한 영토를 잃어버렸던 모양인데  다시 그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니 전부 긴장하는 거지.


어쨌든 그 일로 인해 전국에 비상령이 내려지고, 각 영지로부터 군사와 물자를 징발하는 동시에 국재(國材)로 등재된 인물을모조리 왕도로 소환하게 된 거야.
거기에 나랑 유나씨도 끼게  거고.


심지어 이번 영지전을 통해 이름을 날리게  나와 유나씨는 거의 특급대우라고나 할까. 왕궁에서 보내준 마차를 공주와 함께 타고 가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지.



"후...유은공. 실력에 걸맞는체통을 좀 지키시는 게 어떨런지요."

공주가 새빨간 얼굴로 증기를 내뿜고 있을 때, 곁에 있던 기사, 베로니카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처음 대면했을 때만 해도 대놓고 경멸하고 무시하는 등의 표정을 보였었고, 심지어 내게 칼을 날리기도 했었지만, 기사전을 승리로 이끈 뒤에는 나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베로니카도 참 예쁘단 말이지. 긴 포니테일에 갸름한 얼굴과 이목구비. 단정한 몸짓 등이 참으로 매력있어.


"공주님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 왕도에 도착하게 되면 수많은 귀족들, 왕자전하, 어쩌면 국왕폐하를 알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도 그런 모습을 보이실 겁니까?"
"그렇다치고는 뭐야!"

공주가 발끈.
하지만무시한다.

"나는 나니까. 그리고 황제라니까? 귀족이든 왕자든 왕이든 상관 없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거야."
"그거야 유은공의 자유입니다만, 주변인이 무시받습니다."
"그럼 무시하는 놈들을 때려눕히면 되지."
"그렇다고 무시받은 일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괜찮아."
"괜찮은  유은공이겠지요. 가령 지금 잠들어계신 유나님도 괜찮다고 하실 있습니까?"

뭐야. 왤케 끈질겨.
나도모르게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그래도 베로니카는 멈추지 않았다.

"유은공이 천박하게 굴면 그 곁에 있는 분도 천박한 사람이 됩니다. 그건 유은공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지요. 설령 힘으로 때려눕힌다 한 들, 뒤에서, 그리고 암암리에 떠도는 소문은  분의 모습을 결정합니다."
"뭐야. 지금 나한테 설교하는 거야? 기사주제에."
"듣기 싫으십니까?"
"그럼 좋겠냐?"
"설교는 듣기 싫어하시면서, 무시받거나 욕먹는 건 괜찮다고 하시는 겁니까?"
"어차피 아무도 나를 욕하거나 무시 못해."
"궤변입니다. 속으로는 다 욕할 테니까요."
"야...왜그래 갑자기?"

보다못한 공주가 말릴 정도로 베로니카는 스산한 눈으로 날 보고있다.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베로니카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저 눈 가리고 아웅이지요."
"흥.  타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거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알 바 아냐."
"그러니까 그건ㅡ,"
"됐어. 그만해 베로니카."
"...죄송합니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음.
당돌한 여자네.


"뭐 됐어. 그런 말 한 게 한두 명도 아니고."
"...그럼 좀 고치시지 그럽니까?"
"어허. 어디 황제에게 맞추라 하는 게냐. 너희들이 황제에게 맞춰야지."
"...."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에휴 하고 한숨을 쉬는 베로니카.
남자였으면  죽었어 임마.

"하아...."

공주도 한숨을 내쉬었다.

"유은씨, 황제라고 했죠?"
"그런데."
"베로니카가 하고 싶어하는 말은 이거예요. 유나씨를 무뢰배의아내로 만들지 말고, 당신의 말처럼 황제의 아내로 만들라는 거죠. 설마 그냥 말로만 황제라 하고 힘만 왕창 세다해서 사람들이 황제, 황제의 아내로 봐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뭐야. 너까지 왜이래."
"전 원래 이랬잖아요."
"쩝."
"당신이야 욕을 먹든 무시당하든 전혀 상관 없지만, 유나씨까지 그런 대우받게 하지 말아요. 당신 때문에 공주인 제 뺨까지 때렸던 분이잖아요."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 대박이네 진짜. 니들이  부인이라도 돼?"
"유은공은 외형과 실력이 받쳐주는 편이니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음란한 짓을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갈 겁니다."
"잔소리했으니까 이제 니들은 내 부인이야. 알겠어?"
"하하...."


베로니카는 '그 무슨 장난을...'.같은 얼굴로 멋쩍게 웃고 있지만  장난 아니다. 침대에 눕혀서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주겠어.

"근데말야. 북쪽에 몬스터 좀 나타난 거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되는 거야?"
"호들갑이라뇨. 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예전  사태로 인해 나라가 4개로 쪼개졌고, 그때 잃어버린 영토를 아직도 회복 못했다고요. 심지어 그때 잃어버린 땅은 지금 라이제르 왕국보다도 크답니다."
"뭐 얼마나 엄청난 것들이길래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
"흥. 이세계인이라 그랬죠? 그러니까 모르죠. 그것들이 얼마나 흉폭하고 위험한 것들인지...."


공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근데 중요한 건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물론 나와 유나씨가 너무 말도 안 되게 강해서 그런 것도 있다.
몬스터 수십만 마리?
어쩌라고...몰아치는 황은 한 방이면 몇만 마리씩 죽어나가겠구만. 그게 뭐 대수야?

"아무튼, 왕궁에 도착하게 되면 간단히 소개해 드릴 거예요. 유나씨와 유은씨는 드러난 실력도 있고 제 말도 있으니 국재(國材)이상으로 대우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럼 시녀나 기사도 붙여주려나? 숙소라던가."
"물론이죠."
"난 베로니카가 좋아."
"제가 싫은데요."

즉답하는 베로니카. 거의 무척추반응 수준이다.


"알았지? 궁에 있는 동안 잘 부탁해."
"...하아."

밤에도 말이지.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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