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16)화 (315/517)



〈 316화 〉28.재회,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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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차로 이동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라이제르 왕국도 꽤나  나라라고 들었다만 아무래도 큰 길이 나 있고, 거의 쉬지 않고 마차를 달려댄 탓에 빠르게 도착한 모양이다.


참고로 라르나르가 있는라이젠 영지는 라이제르 왕국의 남부에 위치해 있다.


제법 웅장하게 건설된 성벽 앞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검문을 받는모습이 보였다.
국경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정도.

"뭐 하러 하는 거야?"
"네?"
"검문.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수도 안에는 병력도 있을 거고 잘나신 기사님들도 있을 거 아냐. 아니면 뭐 화약이라도 있어서 테러의 위험이 있기라도 한가."


나의 말에 공주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타국의 스파이가 스며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왕도는 라이제르 왕국의 경제, 정치, 문화 등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도시예요. 아무나 들일  없는 거죠."
"흐음...최고라...."


그런  치고는 도시가 작아 보이는데.

툭.

유나씨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쳤다.


"현대인 기준으로 보지 말아요."
"음...네."
"왜 그러시죠?"
"아니 뭔가...기대에 비해 너무 작아서 말야."
"...."

뭔 개소리냐는 듯이 쳐다보고 계신다.

아니. 그렇잖아? 라이젠 남작령은 애초부터 시골 깡촌이라 아무 기대 없이 봤기 때문에 초라한 도시의 몰골을 봤어도 놀라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긴 시골이 아니라 무려 왕도잖아? 서울이나 기타 광역시 같은 규모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지평선까지는 펼쳐져야하는 거 아니냐.

"무식한 소리 하지 마세요. 왕도 라이제르는 인구 20만의 대도시라고요."
"응. 서울 천만."
"?"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하는공주.

하긴. 현대인의 감각으로 보면 뭐든 다 쪼마난 규모겠지. 내가 이해하자.

"이 정도면 굉장히  거예요. 중세 한양 인구가 10만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엑."

10만이라니 뭐 한 거냐 서울...

"그쪽세계 얘긴가요?"
"응."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마차를 알아본 병사들은 알아서 사람들을 물리고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확실히 최대 도시의 인구가 20만일 정도면...수십만 몬스터를 처리하긴 좀 힘들겠다."
"뭔가 기분나쁜데...아무튼 이제 도성에 들어왔으니 모쪼록 모난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래요. 그리고 최소한!"

공주가 눈을부릅떴다.

"존대는 안하더라도 저보고 '야' 라던가 '공주'라던가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아요."
"그럼  이름이 뭔데?"

부릅뜬 눈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더니 그야말로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전에 알려 줬잖아요!"
"까먹었어."
"하...."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저어대는 공주.
아니 근데 알려줬었나? 왜 기억이 안 나지. 미녀의 이름을 까먹을 정도로 바보는 아닌데 내가.

공주는 길고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내며 자부심을 뿜어냈다.


"루드밀라 엘 리나 폰 라이제르."
"되게 쓸데없이 기네. 두 글자로 줄이자. 루드 어때?"
"당신 이름이 괴상망측하게 짧은 거거든요. 세상에 두 글자 이름이 어딨어요!"
"많아. 해삼이라던가."
"그건 해산물이잖아요!"
"조개라던가. 문어도 있네."
"하...."
"복어도  글자야."

자랑스럽게 검지와 중지를 펼쳐 2를 만들어 보이니공주가 까득 하며 이를 갈았다.
아. 반응이 너무 좋아서 계속 놀리고 싶어진달까. 첫인상과 달리 넘 귀엽다.






"국장님, 오셨습니까."

마중나온 무리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그래도 일국의 공주인데 한 두명이라도 나와 있겠지.

"네. 상황은 전해 들었어요."
루드밀라는 나를 대하는 태도와는 전혀 상반된, 예의와 기품을 둘둘 만 모습으로 그들을 대했다.
딱 처음 봤을 때의 그녀.

"국장님께서 오시면 바로 회의를 시작한다 하셨습니다. 피곤하시겠지만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뭐야. 연회라던가 그런 건 없는 거야?"
"이 시국에 연회는 무슨 연회에요."

제정신이냐는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는 루드밀라. 역시 예쁘다.

"...유은님 되십니까?"
"응? 맞아. 내가 바로 유은이야."
"유은님께서도  참석해 주셔야 합니다."
"아니 내가 왜...그런 회의 같은 걸 해야 하는데?"
"그건 와보시면 압니다."
"귀찮게 무슨."

 뭐냐. 뒤에 가보면 시에스타가  마차가 있을 거니까 걔한테 대신 참가하라고 하렴.


"본인께서 직접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대체 누가?"
"국왕 폐하께서요."
"아버님이?"
"몰라 관심없어."
"유은님이 이번 일의 핵심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잠깐만요. 이번 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지시긴 했지만, 그렇다고 회의에 참가할 정도인가요? 실력이야 두말 할 게 없겠지만...."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기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공주의 귓가에 속삭였다.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은데...안 들리네. 무슨 전음이라도 하는 거냐.

"음...!"

기사의말을 들은 루드밀라는 인상을 찡그린 채 신음하더니 곧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직접 참가하셔야 할  같네요."
"...."

음.
뭐지.

뭔가 신박한 일이 벌어질  같은데.


아니면 그냥 나의 막강함을 내세워서 하루라도 빨리 종결시키려는 속셈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

"뭐, 좋아. 부인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들어 줘야지."
"부인?"
"누가 부인이예요!"

나는 발끈하는 그녀를 태연하게 가리켰다.
덤으로 옆에 있는 베로니카까지.


"나한테 잔소리 했으니까  부인이지."
"......일상생활 가능 하세요?"
"응."

루드밀라는 고개를 좌우로 저어대더니 '일단 출발해요' 라는 말과 함께 창문을닫았다.
히히. 아예 오늘밤 덮쳐버릴까?

.
.



대략  시간 정도 도로를 통과하고 이리저리 움직인 결과, 궁 내부에 마련된 어떤 건물 앞에서 내릴  있었다.
우리가 타고 온 마차 말고도 고급스런 것들이 여럿있었는데 아마도 회의 참석자겠지.

들어가는 문은 왕궁의 건물 답게 매우 컸다. 사람 한 두명은 쌓아 올린 만큼의 높이에 옆으로도 장정 몇은 거뜬히 끼워 넣을 수 있어 보인다.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사로 보이는 정장남이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우릴 반겼다.
루드밀라와 베로니카, 그리고 우리에게까지  시녀들이 붙어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솔 같은 걸로 먼지를 털어 주었다.

"들어가요."

대충 준비가 되었을 때 그녀의 입술이 열리고, 집사는 거대한 문을 열면서우렁차게 우리의 존재를 알렸다.


"대 라이제르 왕국의  3왕녀이자 기사국 국장 및 제네바 급 국재(國材)이신 '루드밀라 엘 리나 폰 라이제르' 공주전하, 기사국 부국장이자 클라바티노 급 국재(國材)이신 베로니카님, 이하 국재(國材)후보 이유나, 유은님 도착하셨습니다!"

엄청 기네. 그냥 'ㅎㅇ! 공주왔음!' 하면 끝날  가지고.
아, 참고로 같이 타고 있던 기사 2명이랑 라르나르는 여기에 참가할 자격이 안 돼서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다.


또각 또각.

쏟아지는 시선들을 도도하게 받아 넘기며 걸어가는 루드밀라와 그 옆에 바짝 붙은 베로니카.
나와 유나씨는 적당히 그 뒤를 걸었다.

회의...장일 텐데 회의장이라기보단 국회의사당 내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 왜 있잖아. 가끔 tv보면 국회의원들끼리 나와서 싸워대는 곳. 응. 그런 분위기야.


 앞에 사회자인지 왕인지 아무튼 한 사람이 단상 위에 앉아 있고, 그 앞으로 부채꼴 모양의 좌석이 배치돼 있다.
인원은 대략 30명이 좀 넘으려나.



"근데 제네바라던가 클라? 어쩌구는 뭐야?"


베로니카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물었다.

"국재(國材)가 뭔지는 들어서 아시겠지요."
뒤로 고개를 돌리진 않고 앞으로 걸어가며 답해주는 베로니카.

"국재들 중 가장 강한 이부터 35번째로 강한 자까지 별도로 6개의 급이 존재합니다. '제네바'나 '클라바티노'는 그 급의 명칭이죠."
"헤."


별 게  있네.


"유치하게 순위를 매겼단 말이지? 그 순위는 어떻게 매긴 건데? 서로 대련이라도 했나."
"꼭 실력과 비례하진 않습니다. 실적이나 정치적인 측면도 어느정도 반영되죠."
"그렇구나. 그럼  기사나 귀족들인가."
"아닙니다. 용병도 있습니다."
"아하."

그렇군.
아까 집사가 나랑 유나씨한테 국재후보라고 했으니...내가 1위가 되고 유나씨가 2위하면 되겠네. 그야말로 깔끔.

"넌 몇 위인데?"
"6위 입니다."
"엥? 너 같은 애송이가 6위라고?"
"...애송이라뇨."

불쾌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아보며 쏘아본다.
오. 방금 좀 짜릿했어.

"그래도 걱정 마. 내 부인이 된 이상 공주랑 같이 나란히 3,4위로 올려줄 테니까."
"...누가 부인이라고."

고개를 젓는베로니카.
아무래도 아직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이거 어쩌나.

난 진짜 널 따먹을 건데. 아주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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