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26)화 (325/517)



〈 326화 〉28.재회,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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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날뛰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공주는 기사들을 모아 출발하기 전 유은에게도 사람을 보내두었다.
당신의 시녀라는 사람이 도시 내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으니 어떻게든 해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사람은 지금 유은과 여인들 앞에서 현황을 전달하고 있었다.





"음...."


신음하는 유은.
아무래도 서현이 도시에서 날뛰고 있다면 공주를 볼 낯이 없다.

어떻게 해야할  고민하는 유은에게 뽀얀 살결을 수건으로가린 소라가 다가왔다.

"안그래도 언젠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 좀 제어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 현대에서도 완전 난리였다고."
"분명 중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했었죠?"
"정확히는 인민군. 뭐 그게 그거지만."

플러스로 민간인이 가득한 도시에 쳐들어가 강제로 비인도적인 협정을 맺고 미녀들을 대량으로 뺏어 온 것도 서현이다.

"근데 누나도 원자로에 돌 던졌다면서요?"
"...그건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서 어쩔 수 없었던 거고...그리고 난 뒤처리는 나름 깔끔하게 했어."


유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걸 가지고 뭐라  생각은 없었으니까.

일단 지금 중요한  임서현.
아무래도 충성심이 상당히 과한 사람이라 잠시만 눈을 떼면 일을 마구잡이로 벌려대곤 했다.

그가 있었을 적에도 서현이 이룩한 업적(?)은 꽤 많았는데, 그마저도 현대시대인 만큼 '언론'을 어느정도 의식한 상황에서 그런 진풍경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여긴 언론은 고사하고 뭔가 사건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편, 마편으로 직접 보내야 하는 낙후된 곳이다. 과연 그녀의 리미트가 어디까지 풀릴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벌써 피해자는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되었고, 제가 여기까지 달려온 시간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더욱 늘었을 것입니다. 속히 대처를."

유은에게 사자로 왔던 여인이 차분한 얼굴로 고했다.

"근데 이런상황인데 되게 침착하네."
"기사는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되는 법입니다."
"...그래? 내가 아는 기사들이랑은 좀 다른데. 아무튼 일이 벌어졌다니 가봐야지."
"감사합니다. 저는 말을 다루고 있겠습니다."
"너도 가게?"
"저도 가야죠."

유은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는 여기 지리에 대해 거의 모르는 만큼 길에 해박한 자의 조력이 필요했다.

"어떡할 거에요?"
대충 옷가지를 입고있자니 이번엔 유나가 다가왔다.
막 욕실에서나와 어수선한 방을 둘러보다 소라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것이다.


"음. 일단 가서 말리고 데려와야죠."
"그 정도의 사건이라면 공주들도 현장에 갔을 거 같은데, 죄인이니 자기들 선에서 처벌을 내리겠다고 하면 어떡할 거예요?"
"에이. 그건 안 되죠. 제 사람인데."

단호한 대답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직 물기가 있는 몸을 닦아내며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냐도 욕실에서 나와 상황을 전해듣더니 '그럼 저도 가보죠.' 라는 말과 함께 옷을 입었다.



그렇게 일행이 준비를 마치기까지 대략 15분 정도.
여인들이 화장을 했다면 훨씬 오래걸렸겠지만, 그렇게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가시죠."
하지만 그것도 기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늦은 모양.
그녀는 살포시 아미를 찌푸리더니 말 위에 올라탔다.


"아 맞아   준비한다고 했었지. 말  거야?"
"...달리 어떻게 갑니까?"
"내가 안아줄게."
"예?"

그녀의 반문과 동시에 유은이 그녀의 몸을 말에서 내리더니 그대로 어깨 위로 걸쳤다.

"꺄악! 뭐,뭐 하는...!"
"이게 더 빨라. 아흑! 여기  지키고 있어."

심드렁한 눈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곧장 다리를 박찼다.
그러자 순식간에 시야가 획획 전환되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면 구름 위.

"히이이이익??!"
"기사가 고작 이 정도로 무서워 하면 어떡해. 아까 그 차분한 느낌으로 돌아오라고."
"와...와와와왁."
"얼른 방향 찍어."

기사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과연. 멀리 보이는 저택 마당이 온통 피로 칠해져 있었다.

"...공주씨도 있는데요?"


유나의 말마따나 마당에는 공주와 기사들도 함께 있었다. 하나같이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고, 반대편에 있는 서현에게 검을 겨누고 있다.


"어.  위험한데."


유은에 대한 무조건 적인 충성을 갖고 있고, 심지어 그걸 남에게 강요까지 하는 서현과,
유은을 극도로 싫어하고 본인의 신념도 뚜렷해서 남의 말을 들어먹지 않는 루드밀라.

완전히 상극인  여인이 만났으니 자칫하면 사단이 날지도 모른다.

"빨리 가죠."

그 말을 남기고 유은이 먼저 허공을 박찼다.
미사일 쏘아지는 파공음과 함께 수km를 초 단위로 돌파.
 대치하고 있는서현과 공주의 사이로 그의 두 다리가 꽂혔다.






+++


"동작그만!!!!"


마당을 피로 칠한 서현이 본격적으로 저택에 들어가려던 그때,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돌아보니 그 주인공은 빨간 머리의 공주, 루드밀라.
이전에 본 적 없던 적의를 드러내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주변을 둘러보며 분노의 스택을 쌓아간다.
기사나 병사, 심지어는 아무 연관 없는 사용인들마저 처참하게 죽어있고, 그나마 살아남은 여기사와 시녀는 서로 붙은 채 눈물의 섹스를 하고 있었다.

하반신에서 피가 철철 흘러 넘치는 도저히 봐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베로니카, 저 분들을."
"예."

마찬가지로 얼굴을 굳히고 있던 베로니카가 즉시 출격하여 두 여인을 떼어 놓고, 여기까지 질질 끌려오며 얻어 터졌던 여인도 함께 보호하여 총  명을 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데려왔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서현이 완전히 몸을 공주쪽으로 돌렸다.

"이거 공주님 아니세요. 여긴 어쩐 일이죠?"
"어쩐 일이냐고요? 지금 이 광경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요? 여기오기 전에도 치안과 병사들과 부딪혔다면서요?"

분노화 함께 쏘아지는 질문.
서현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어요."
"어쩔...수 없었다고?"

서현은 '뭐 그런 사소한 거 가지고 이 난리냐.'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정의를 수행하는데 앞을 막아서잖아요. 물론 그 분들이 자기 할 일을 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 정의를 집행하는데에는 선한 피해자도, 악한 피해자도 생기는 법이랍니다. 기사라면 알고 계시겠죠?"

울컥.


루드밀라와 베로니카, 그리고 여기에 자리한 기사들이 순간 검을 뽑으며 달려들 뻔했다.
 정도로 서현의 말은 그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유은의 사람이기에 최대한 화를 눌러참았다.

"여관은...? 거기서 벌인 학살은 뭐죠? 그 사람들도 당신 앞을 막아섰나요?"
"아 그건."


서현이 손을 들어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까 베로니카가 보호했던 여인  한 명이었다.

"저년이 상황파악못하고 협조를 안 하길래 그걸 좀 고쳐줄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여관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였다?"
"그렇죠.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세요. 미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필요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까득.


루드밀라가 이를 갈았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여놓고 한다는 소리가 '전부 필요 없는 인간들이었으니 걱정하지 마라.'라니.


"그래요...그럼 하나만 더...여기 마당에 있는 사람들...이 사람들도 필요 없어서 죽였어요?"

기사들 포함 백여명의 분노가 여실히 전달되는 와중에도, 서현은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필요 없기도 했지만...이것들은 그보다 대죄를 저질렀거든요. 살려둘  없죠."
"대죄?"
"아. 여기에 관해서 공주님한테 드릴 말씀이 있는데 말이죠."
"?"
"제가 아까 귀족들 관리 잘 하라고 말씀 드렸던 거 같은데, 반나절만에 일이 터졌네요? 어쩌실 거죠?"
"...뭐라는 거야 미친년이."

참다못한 베로니카가 분노를 터뜨리며 검을 뽑았다.
본래 그녀가 사용하던 검은 아까 서현과 대면했을 때 부러졌기에 새로운 검이었다.


"아무리유은공의 사람이라도 더는 용서 못한다!!"
"용서...?"

서현이 고개를 돌려 베로니카를 바라봤다.

"당신이 용서 안 하면 어쩔 건데요?"

그리고 도발.
듣자마자 짜증과 화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말투다.
마치 '너 따위가 뭘 어쩌게?'라고 말하는 듯한느낌.

베로니카는 당장이라도 달려들려 했다.
공주가 막아서지 않았다면.

"물러서요 베로니카."
"공주님!"
"어서."
"크윽...."

분노에입술을 꽉 깨물며 물러나는 베로니카.
그러면서도 서현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당신 도대체 뭐죠?"


공주가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그럴 때마다 기사들 긴장과 분노를 뿜어내며 발을 옮겼다.

"뭔데 여기서 이렇게 난리야? 당신 주인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안 물어보네요?"

전혀 딴소리.
공주의 말 따위, 듣지도 않고 있다.


"뭐?"
"제가 왜 여기 있는 건지."
"하...."

그야말로 기가막힌 인간이다.

서현은 그녀의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말을 이었다.

"감히 주인님을 거역하려는 무리들과, 무리를 돕는 인간들...정말이지 역겨운 광경이예요. 참을 수가 없죠. 그런 것들은. 얼굴이라도 이쁘면미녀의 앙탈 정도로 넘어가고 추후 조교를 한다거나 하면 될 일이지만, 이것들은 그렇지도 않아요. 그러니 모조리 죽일 수밖에 없잖아요? 저 안에 있는 귀족이라는 것들도."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화를 돋군다.
결국최대한 참고 있던 공주도 폭발.

짜악!

"너 진짜 막나가는구나. 유은 그 자식도 알고 있니? 니가 이따위로 날뛰고 있다는 거."

뺨때림의 찰진 소리가마당으로 울려 퍼졌다.

서현은 얻어맞은 뺨을 쓰다듬으며 공주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나름 온화하고 호의적(?)인표정을 유지하던 것과는 달리 감정 없는 차가운 얼굴로.


"두 대...내가 아까 경고했죠? 당신이 나한테 쳐맞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주인님의 부인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닥쳐  개같은 ㄴㅡ,"
"닥치라고 하면  되지. 넌 내가 말하고 있을 때가 행복한 거야. 말을 안 한다는  니가 쳐맞고 있다는 뜻이니까."

본성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는 서현의 모습에 베로니카와 기사들이 검을 뽑으며 그녀를 포위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그 긴장어린 상황에 갑자기 웬 것이 허공을 가르며 두 여인 사이로 쳐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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