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27)화 (326/517)



〈 327화 〉28.재회, 재회.

"!!"

"!!"

갑작스런 습격(?)에 두 여인이 멀찍이 떨어지고, 흩날리던 먼지가루 사이로 두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와와와...."



남자에게 업힌 채 정신을 못차리는 여기사와,



"음. 제대로 도착했군."




그런 그녀를 들쳐매고 있는 유은이었다.



"주인님!"


"당신!"




멀찍이 피해있던  여인이 저마다의 표정을 지었다.

반가움과 분노.

"여. 무슨 상황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일단 진정하라구."



유은은  팔을 각각 한쪽씩 두 여인에게 향하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진정?? 지금 이 광경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요?!"


"일단 진정하래두."




마구 분노하는 공주를 달래는 사이, 나머지 여인들도 속속 도착했다.


그녀들은 유은과는 달리 차분하게 착지하였는데,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경공을 실제로 보는 듯했다.



"제대로 좀 다녀라 인간아. 니가 미사일이니?"




소라가 살짝 핀잔을 주면서 자연스레 유은의 뒤로 섰다.

"그러게요. 제가 이따 경공알려드릴 테니 배우세요."


"예? 아니 딱히 필요 없...."

"저도같이 도와드릴게요."



유나와 소냐마저 한마디씩 하고 그의 뒤로 가자, 은근히 파벌이 나뉜듯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유은을 위시로 한 집단과, 공주를 위시로 한 집단.

마치 서로 적대하는 단체가 대치하는 듯한 그런 상황.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검을 빼들고 있던 기사들이 꿀꺽 침을 삼키며 괜히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고, 유은에게 안겨왔던 기사도 정신을 차리려는  고개를 휘젓다가 공주가 있는 쪽으로 움찔움찔 걸어갔다.


루드밀라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심호흡을 하니 머리 끝까지 뻗쳤던 화가 조금 수그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성이 뇌를 지배했다.



'어차피 이 인간들한테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는 건 무리야. 강요할 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유은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비난하면서 난리라도 피우고 싶다.

하지만 그래선  된다.

일국의 공주가 그리해도 큰 문제가 되지만, 이제 그녀는 단순한 공주가 아니다.


왕가가 거의 몰살당한 어제의 일 덕분에 확정적으로 차기 국왕이 될 사람이다.

사실상 즉위만 안했다 뿐이지, 나라를 이끌어가는 왕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감정 따위에 휘둘려 국익을크게 해치는 선택을 할 없다.

'그나마  여자가 시녀라서 다행이야. 부인이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서현의 뺨을 올려붙였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 나가면 유은과의 관계는 돌아올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지금도 하늘에 떠 있는 미지의 물체. 유은의 여인들이 '시공전함'이라 칭한 저 거대한 체구는 도대체 상상할  없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


무수히 많은 공격수단 중 고작 '드론'을 출격시킨 것 만으로 최고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몰려있는 왕궁을 초토화 시켰다.


어쩌면 유은과 그 여자들, 그리고  시공전함의 전투력은 왕국 전체의 힘을 아득히 상회할지도 모른다.


굴욕적일지라도, 이런 상대와 외교할 때는 어느 정도 굽혀야 한다.


'그렇다고 간 쓸개 다 빼주면 낙제지만.'




대충 생각을 끝낸 루드밀라가 상당히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제 일도  여자가 발단이라면서요?"

"어...맞아."

"저한테 뭐 할 말 없으세요?"

"...미안."




유은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이미 무수한 사건을 터뜨리며 사람의 목숨에 대한 소중함같은  거의  느끼는 그였기에 그의 사과는 '루드밀라와 같은 미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에 대한 것이었다.


솔직히 무수히 죽어나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같은건 없었다.

루드밀라 역시 충분히 그걸 느꼈지만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면 저 여자좀 어떻게 해봐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이제 내일도 이런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가요?"



유은이 잠시 고개를 돌려 서현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받은 서현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뭐...서현이 제어하는 거야 나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긴 한데, 오늘 일에 대해서는 우리쪽에도 할 말이 있어."

"그게 뭐죠?"


"어디보자...그래 저기있네."

유은은 전신이넝마가 된 여자를 가리켰다.



"저 여자가 우릴 찾아와서  무슨 후작인가 백작인가 하는 인간이 파티에 초대한다 하더라고."

"파티요?"

"그래 파티. 이상하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귀족이란 귀족은 전부 우릴 적대했다고. 근데 갑자기 파티를 열면서 나를 초대하다니. 누가봐도 함정이잖아."

"그래서, 그런 '심증'이 있었으니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질러도 합당하다는 말인가요? 저 여자는 아무 상관 없는 치안과의 기사들, 병사들, 심지어 여관에 들어가서 정말 조금도 관련 없는 사람들을 고작 '경고'의 목적으로 몰살시켰어요. 그게 당신이 말한 이유 하나로 모두 설명이 되고 정당화 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아. 다만 쟤도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날뛴 건 아니라는 거지."


"좋아요. 그 심증이 얼마나 정확하고 그럴듯한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의 일도 있고 충분히 의심갈 만한 상황이라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선을 지나치게 넘었어요. 관련 없는 병사들과 민간인들을 살해한 건 명백한 잘못이에요. 그건 인정하시죠?"


"...응."



유은은 뭔가묘한 느낌을 받았다.

내심 공주가 길길이 날뛰면서 욕 같은 걸 퍼부을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커녕 차분하게 상황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문답을 하고 있다.

그는 공주가 처벌에 대해 논하기 전 미리 선수를 쳤다.




"서현, 현대에서 있었던 일 전부 들었어. 중국에서 했던 것도."

"...네."


"어쨌든 위해서 하는 거니까 고맙긴 한데, 앞으로는 나한테 보고하고 행동해. 뭘 하고 다니는 지 알 수가 없잖아."


"...알겠습니다."

서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공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끝인가요?"

100명이 넘는 사람, 아니 이곳의 상황을 보면 200에 가까운 사람을 학살했다.

그런데도 처벌에 관한 얘기는 전혀 없고 '앞으로는 보고하고 행동해.'라는 말이 전부다.


물론 그녀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게당연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언급 정도는 해줘야 한다.

"미안하지만 처벌은 하지 않아. 궁 내부의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너도 대충 예상했겠지만 우린 살인 가지고 죄의식을 갖지 않아. 물론 예외는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어제와 오늘은 없었어."


"...황제라는 사람이 할 말이 아니네요. 아무리 조잡하고 미개한 조직체라 해도 최소한 '살인'에 관한 법률과 처벌은 있는데 그게 없다니요?"

"궁 내에서 궁인끼리의살인이 일어날 리 없으니까."

"...."


"서현이라면더더욱. 하나를 행해도 오로지 날 위해 하는 녀석인데 내 시녀들을 죽이거나 해할 리가 없잖아."


"그야 미녀라면 죽이지 않겠죠. 하지만 설마 당신 조직에 미녀만 있진 않을거잖아요? 남자들을 죽여도 된다는 건가요?"


"없는데?"

"네?"

"남자 같은 건 없는데."

"...."


"남자는 나 하나뿐이야. 참고로 조직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전부 내 시녀고."


"...."



어이없는 얼굴의 루드밀라를 보고 유은이 실실 웃었다.

"이제 대충 감이잡히지?  살인죄 같은 걸 둘 필요가 없는지."




공주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노려봤다.

"아무튼 처벌은 없어. 물론 그렇다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아냐. 어쨌든 저녀석이 날뛴  내가 관리를 안 해서 그런 거니까 책임은 내가 질게."

"엥? 니가?"

"주,주인님!"



서현이 놀라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세상에 자기가 벌인  때문에 유은이 책임을 지겠다니.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변했다.




"뭘 그리 기겁을해? 내가 설마 감옥 같은 곳에 들어갈까봐? 아서라. 내가 들어가겠냐?"

"아...."

"북부사태 정리하고나서 뭔가 우리 힘이 필요하다 싶은 거 있으면 말해. 해결해  테니까. 예를 들면 옆나라를 초토화 해주세요 등등 많을 거 아냐."

"...."

루드밀라가 유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국가적인, 어쩌면 루드밀라 개인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대신  사건은 그냥 넘어가자는, 정의와는 한없이 멀어지는 전형적인 악당들의 협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번 일로 인한 분노 같은 건 유은의   마디로 멀리 날려보냈다.


"좋아요. 지금 말하죠."
"엥? 지금?"


"언제 당신이 번복할  모르니까요."
"좀 믿어주라."
"당신과 당신의 부인들 모두 이세계에서 넘어온 거죠?"


"응."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저것이 그쪽 세계로 넘어갈  있게 해주는 거고."


"아마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류하죠 우리. 당신쪽 세상이랑 저랑."


"무역 같은 걸 말하는 거야?"


"무역이든 기술개발이든 유학이든 전부요. 단, 당신이든 그쪽 세상의 누구이든, 이쪽 세상과의교류는 제가 머리로 있는 조직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요. 말하자면 당신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제가 '독점'하는 거죠. 이 세계에서."


"오호라. 과연...알겠어. 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지."


유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걸로  사건은 끝이다. 알겠지?"

"...."



공주가 굳은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때, 유은의 촉에 무언가가 걸렸다.

이대로 그냥  일을 진행하면 유나라던가 유나라던가 유나라던가 하는 사람에게 상당한 핀잔을 들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잠깐. 독점무역을 넘어서 아예 현대로 통하는 문 자체를 독점하는 거면 이거 절대 작은 게 아니잖아? 고작 200명정도 죽은 사건을 묻는 조건으로 주기에는 너무 큰 혜택 아닌가?'


아무리 멍청하고 바보같은 유은이라도 조금만생각하면 알 수 있다.



루드밀라가 있는 이 세계는 비록 마나를 기반으로 하는 마법이나 검술 같은 게 있다지만 현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다.

단적으로그녀가 왕이 될 라이제르 왕국에서 머리좋은 사람들을 뽑아 현대로 유학만 보내도 향후 그들로 인해 타국과 벌어질 차이는 극명할 것이다.


쉽계 예를 들자면,

현대의 산업체계는 고도로 발달되었다. 특히 공장으로 인한 소품종 대량생산, 다품종 대량생산 등의 생산구조는  세계인에게 있어 충격  자체. 라이제르 왕국의 생산능력을 통째로 점프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리카도' '맬서스' '아담 스미스' 와 같은 고전 경제학자들이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전 철학자, '피타고라스' '페르마' '리만' 등의 수학자들의 이론은 국가를 넘어 인류 자체를 어떠한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하거나 일대의 혁명을 일으킬 정도의 엄청난 것들이다.


'뉴턴' '아인슈타인' '클러크' '닐스 보어' 등의 물리학은 과학기술을 넘어 어쩌면 이미 사용되고 있는 마법조차 넘사벽의 위력으로 바꿔버릴 지 모른다.



현대 의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외에 무수하고 자잘한 것들.






 모든 것이 루드밀라를 통해 들어간다면?



이 세계에  아무리 날고 기는 나라들이 있다 한들, 앞으로의 정세는 루드밀라를 중심으로 한 라이제르 왕국의 뜻대로 흘러가게 된다.


당연히 고작 200여명, 아니 어제의 사건까지 수천 명의 희생으로 얻어내기에는 지나치게 막대한 이익이다.



"아 잠깐만."


손이 거의 맞닿을 무렵, 유은이 손을 뺐다.


"...?"

"생각해 보니 이건 너가 너무 이득이 크잖아. 내가 아무리 미안해도 이건 아니지."


"...."

루드밀라의 인상이 살짝 좁혀지고, 유은의 뒤에 있던 유나나 소냐가 '웬일이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특하다는 얼굴을 했다.



"베로니카."


"...네?"
"그리고...음...그래 귀족 처녀 10명을 나한테 넘겨. 내 시녀로 삼을 거야. 그럼 이 협상을 마무리 지ㅡ,"
"야 이 병신아!!"



뻐억!



유나의 강렬한 스파이크가 그의뒤통수에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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