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36)화 (335/517)



〈 336화 〉29.다시 지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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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돼요."


베로니카가 자진해서 유은에게 몸을 바칠 무렵, 유나와 소냐는 공주 루드밀라를 만나고 있었다.
그녀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매우 심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무래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기꺼이  여인을 맞아 주었다.


"...예상하고 있었어요. 제발 사람 거래하자는 말 말고 제대로 된 조건이 오갔으면 좋겠네요. 설마 유나씨마저 그러시진 않겠죠?"

그래도 유은이 상대가 아니라는 것에 자그마한 안도를 느끼는 루드밀라.
모든 것을 섹스 아래로 두고 있는 유은과 얘기를 하다보면 자꾸 성노예를 지급하는 쪽으로 말이 흘러가게 된다.
그래선 안 된다. 그는 루드밀라의 절친이자 대체할 수 없는 부하 베로니카를 노리고 있으니까.


"글쎄요...."
"...."


유나는 그렇게 살짝 불안한 말을 내뱉고는 소냐를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이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협상을 이끌어 갈 사람은 이소냐. 변호사인 그녀만큼 협상에 능한 인재는 궁에 없었다.


"우선 공주님께선 우리와의 독점교류를 통해 얻을수 있는 이익을 잘못 계산하고 계세요."
"...아직 제 의견을 말씀 드린적도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아시죠?"
"얼마를 상정하고계시던 최소 그  배는 될 테니까요."
"...?"

시공전함이나 드론의 위력을 봤다. 그리고 오고가며 유은이나 유나에게 들은 내용도 있다.
때문에 루드밀라는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득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최소 만 배라니?
감이 잡히지 않아 갸웃하는 그녀에게 살포시 미소를 지어준 소냐가 시공전함에서 가져온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이게 뭔지 아시겠나요?"
"...뭐죠? 거울인가요? 거울 치곤 너무 어두운데."


당연히 현대문물을 알 길이 없는 루드밀라는 인상을 찌푸린 채 건내받은 태블릿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러다 우연히 빼죽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게 되었는데 온통 검은색이던 화면이 갑자기 밝게 비추며 화려한 사진을 출력했다.

"???"
그것만 해도 크게 놀라는 루드밀라.
신기하여 손가락을 대 보니, 화면 속 사진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건 태블릿pc라는 물건이예요. 우리세계에 살고 있는 어지간한 사람은 한 대씩 가지고 있는 물건이죠.  달 일하면 저렴한 모델의 경우 10대까지 살 수 있기도 해요."
"음...신기하긴 하지만...이게  어쨌다는 건가요?"

몇  만져보던 루드밀라가 다시 태블릿을 건내 주었다.
꽤 신박한 물건이긴 하지만 이걸 가지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만 배 이상 차이난다는 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 월급으로 10대가량 이런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저쪽 세계의 생산력과 구매력 수준을 엿볼 수는 있다. 이런식으로 단순히 그림을 출력하는 아티펙트만 해도 이쪽세계에선 꽤나 비싼 값을 주어야 했고, 그런 것을 마구마구 생산해 있는대로 보급할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런 측면으로 생각해도 만 배의 차이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건지, 소냐가 슬쩍 웃더니, 잠금을 해제하고 영상 하나를 보여 주었다. 어디서든 구할  있는 흔해빠진 형식의 동영상. 도시 상공에서 드론으로 전경을 찍고 이렇다할 편집도 하지 않은 그저 그런 영상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가치는 적어도  자리에선 거대했다.


"현재 저희쪽 세계 인구는 약 100억 이예요. 이쪽 세상의 인구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문명 수준을 봤을 때 많아봐야 10억~20억 전후로 예상되는데, 최소 5배죠.그리고 문명수준 자체도 극명하게 차이난답니다."
"...탑?"

소냐가 보여준 영상에는 엄청나게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강남과 서울의 도심이 비춰지고 있었는데, 이쪽 세계에서 평생을 살아오던 루드밀라에겐 일종의 충격이다.


그녀도 감이 있는 여자인지라, 저  같은 것이 건물이라는 건 쉽게 이해할  있었고, 그렇기에 더 경악했다.


듣자하니 마법이 없는 세상이라 들었는데 - 최근 던전으로 인해 생겼지만 - 순수 과학기술 만으로 저런 산에 버금가는 높이의 탑을 쌓고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지금 보고계시는 도시는 '강남'이라고 해서, 우리의 본거지죠. 엄청 크죠? 건물들도 큼직하고. 하지만 이건 '수도'인 '서울'에 비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답니다. 서울의 인구는 천만 명이거든요."
"천...만이요? 수도라면 도시 아닌가요?"
"네. 맞아요. 도시 하나에 인구 천만 이예요."
"...."

도시의 인구는  문명의 전반적인 수준에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도시 안에서는 기초적인 식량생산이 미천하기 때문에 각 농촌이나 어촌에서 수송해 와야 했고, 그것을  가공하여 시장에 배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핵심은 수송능력.
그리고 이 수송능력은 해당 문명의 전투력과도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초대규모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가 형성돼 있다면, 마찬가지로 초대규모의 군대또한 운용할 수 있다.

소냐는 이어서 현대와의 교류를 통한 막대한 이득을 설명해 주었다.


경제적인 측면, 철학적인측면, 정치적인 측면 등등.
모든 방면에서 이루 표현할  없을 정도의 점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전의(戰意)를 상실케 했다.


"드릴 말씀은 매우 많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저희쪽 세상의 국가나 문명은 공주님께서 살고 계신 이 세계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아요. 인구면 인구, 국력이면 국력, 생산력이면 생산력, 자본이면 자본, 문물이면 문물. 장담하는데 이쪽 세계와 저희쪽 세계가 교류를 트는 순간,  문이 되는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닌바 모든 경쟁력을 상실하고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거예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
"단순히 이익의 문제가 아니예요.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 그야말로 그것과 동일하죠.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만, 그저께 목격하셨죠? 저희는 이런 협상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단 한 방울의 피흘림 없이 이쪽 세계를 점령할 수 있답니다. 대국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손해가 0에수렴하는 상황인데도 굳이 협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황제께서는 기꺼이 교류를 하자는 당신의 청을 들어 드리는 거예요. 본래라면 이렇게 낙후된 문명은 협상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죠. 서현씨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주님은."

겉으로는 기품있게, 그리고 예를 갖추어 말하고 있지만, 그 안의 내용은 살벌하기 짝이없다. 긴 장문이지만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우린 언제든지 너희들 따윈 쓸어버리고 맘대로 가져갈 수 있어. 그러니까 괜히 토달지 말고 기회 있을 때 잘해.' 라고나 할까.

"...그래서,  말은 당신들의 요구조건을 가감없이 모두 수용하라는 말인가요?"
"그분이 요구하신 당연하고 여기서 제가 요구할 것들도 모조리 말이죠."
"...."

루드밀라가 불쾌하게 얼굴을 굳혔다.
이래서는 말이 협상이지, 그냥 속국이나 식민지에 불과하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적어도 공주님과 공주님의 왕국은 윤택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여기에 바지사장 하나 세워두고 공주님은 발전된 현대에서 세련된 삶을 살아도 되구요.  정도 선택은 자유예요."
"그게 뭐가 자유라는 거죠? 그리고 잊으신 것 같은데, 이번 협상은 그쪽...정확히는 서현이라는 여자로 인해 벌어진 대학살극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로 이루어지는 거예요. 이득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그나마 협상이라는 형태가 된 거고요. 그런데 이런식으로 나오시면 진정한 사과라고 납득이  거 같으세요?"
"안 되시겠죠."
"그럼!"
"그런데 어쩌라고요?"
"뭐...에요?"


온화하고 예의있던 표정을 날려버린 소냐가반대편으로 다리를 꼬았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건 강자 뿐이예요.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히거나 영향을 줄 있는 존재만이 사과를 요구할 수 있죠. 더 심하게 말하면, 약자의 말은 가치가 없어요. 아무 의미 없죠. 영향도 없고요."


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린 소냐가 공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공주님이 납득 안 해서 어떡하실 건데요? 우리에게 뭔가  수 있나요?"
"...."


발끈해서 이를 가는 공주. 하지만 소냐의 폭언은 그치지 않았다.


"어차피아무것도 못하시잖아요. 공주님과 이 세계의 전력으론 궁은 고사하고 한사랑씨의 부대한테도 쓸려나갈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공주님의 의견이 의미를 가질 수 있나요? 공주님의 의지가 가치를 가질 수 있나요? "
"...."
"공주님께서 자의로  자리에 계신다지만, 그건 우리의 강제력으로도 얼마든지 할  있어요. 그 반대도 물론 가능하고요. 즉, 공주님의 의지나 의견은 현재 공주님이 취하고 있는 행동이나 처해져 있는 상황 등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말이죠. 다시말해, 지금 공주님이 인간대우를 받으며 저와 유나의 앞에 앉아있을  있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황제의 뜻이라는 거예요."
"...."


부들부들 떠는 공주에게, 소냐가 최후의  방을 날렸다.


"인간에게 발견된 개미는 그대로 하던 일을 하든, 잡혀가 애완용으로 길러지든, 아니면 밟혀 죽든. 모조리, 하나부터 열 까지전부 다! 선택권이 없습니다. 아시겠나요 철없는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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