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화 〉29.다시 지구로.
"뭐야. 너도 시녀 하려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공주에게 툭 던지는 유은.
평소라면 빼액대며 무슨 말이라도 했겠지만, 지금 그녀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벽을 짚은 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는베로니카와, 그런 그녀의 엉덩이에 고간을 밀착하고 있는 유은.
경험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상황은 명백하다.
루드밀라는 이미 늦은 것이다.
"아...."
베로니카는 공주인 그녀를 위해 몸까지 바쳤다.
청백지신은 대가성을 띤 상납이 되었고, 긍지는 훼손되었다.
"흠. 표정보니 그건 아닌가."
루드밀라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베로니카를 응시하고,
베로니카는 낭패했다는 얼굴로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다.
그런 정적묻은 상황 속에서, 유은은 말랑한 엉덩이를 쥐고 허리를 흔들었다.
쯔걱!
"크흡!"
불의의 기습이랄까.
설마 이런 타이밍에 씹질을 할까 싶어 방심했으나 역시 유은. 얄짤없다.
"그나저나 소냐씨랑 유나씨도 오시고...좀 민망한데요;"
"민망하단 인간이 그렇게 허리놀리고 있어요?"
뻔뻔한 태도에 즉각 유나의 태클이 날아온다.
"당...신...."
다리가 풀린 루드밀라가 주저앉고, 무언가 말하려 한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유은이 웬일로 냉정하게 끊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예상 가는데, 하지마."
장난감 만지듯 밀착하여 풍만하게 여문 젖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 모습에 루드밀라의 눈에 불이 켜졌다.
도대체 인간이 이렇게까지 인성이 터질 수 있는 걸까.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눈 앞에서 범하다니.
게다가 부인도 있는데!
대체무슨 생각을 하고지내는 걸까.
인간이긴 한 걸까.
그런 온갖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
"이미 이렇게 됐어. 베로니카는 이제 내꺼야."
유은은 일부러 베로니카의 몸을 벽쪽으로 밀어붙인 후 격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윽!"
젖지 않은 보지를 억지로 쑤셔대는 소리와 고통에 절은 베로니카의 신음소리.
보란듯이 그녀를 범하는유은의 모습에 루드밀라가 완전히 분노했다.
덕분에 앞 뒤 재지 않고 뛰쳐나가 베로니카를 구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만 돌아가지?"
서현에 의해 제지.
"공..주님!!"
마치 경호원에 의해 잡힌 괴한처럼 바닥에 강제로 엎드려진 채 잡혀있다.
그 모습이 심히 안타까워 구슬픈 눈으로 쳐다보는 베로니카.
아마 다시는 그녀를 섬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머지 않아 영영 그녀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유은의 시녀가 된다는것, 이계인의 시녀가 된다는 건 그런 의미였으니까.
그렇기에 저 모습이 더욱 애틋했다.
하지만 유은은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하여 감동하거나 하던 짓을 그만 둘 위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다가 마침내는 루드밀라가 보는 앞에서 베로니카의 질에 정액을 싸지르기까지 했다.
어찌나 양이 많은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백탁액이 심상치 않다.
혹시라도 덜컥 임신해버리는 건 아닐까.
베로니카도, 그리고 보고 있는 루드밀라도 그것이 걱정됐다.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의 아이를 잉태하게 될까봐.
"앞으로 당분간 밤시중은 베로니카가 하는 걸로 하자."
그 말을 끝으로 루드밀라는 서현에게 이끌려 강제로 퇴출되었다.
하려거든 그녀도 함께 먹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뭔가 루드밀라는 베로니카를 통해 얻어야 통쾌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굳이 지금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악질."
유나의 짤막한 평.
하지만 그녀조차 이미 이 집단에 동화된 지 오래였다.
+++
베로니카가 유은의 시녀가 된 지도 벌써 일주일.
그 동안 유은은 한사랑과 만나 얘기도 하고 섹스도 하고 진지도 구축하고 또 한 편으론 부인들과 데이트도 하는 등의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면서 지구와 이세계를 연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지구와 이곳을 오가는 것 뿐이라면 시공전함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할 수있었지만, 목적은 말 그대로 '교류'.
이를 위해선 게이트가 필수적으로 필요했고, 게이트를 건설하기 위해선 '영토선포'가 필요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루드밀라와 합의를 이뤄냈는데, 베로니카를 상실하고 실의와 증오에 빠져 있던 그녀지만, 이틀 정도 지난 후에는 꽤나 멀쩡한 얼굴로 유은 앞에 섰다.
그리고는 스스로 신하를 자처하며 - 시녀는 아니다. -하렘제국이 이곳에 보다 원활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 일환으로 왕도 옆에 있는 영지를 유은에게 할양하여 영토를 선포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마침 지난번 서현이 작살낸 귀족 무리의 영지가 그쪽이라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거기에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건물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재화나 자재들도 조달해 주었다.
유은은 라이젠 남작을 하렘제국의 대사로 임명하여 이곳에 눌러앉게 하고, 아예 그녀의 이름을 따 '제국령 라르나르'라 이름짓고 시에스타와 베로니카를 위시로한 여기사단을 창설했다.
기사단의 이름은 '꽃잎 기사단'이며, 시에스타가 단장으로 있는 '장미단'과 베로니카가 단장으로 있는 '백합단'이 있다.
기사단의 주 역할은 제국령을 수호하는 것과,재능있는 - 물론 얼굴과 몸매 측면에서 - 여아들을 뽑아 교육하고 마침내 시녀&기사단에 편입시키는 것으로, 딱 유은이 생각할 법한 역할이었다.
"오...그럼 이제 기갑전력도 만들 수 있게 된건가요?"
"네.물론 생산을 거쳐야 합니다. 대신 그 공정은 실제 제조공정에 비하면 극히 간략화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사랑과 티타임을 가지는 유은.
본래 한사랑은 한국에 본부를 건설했고, 이쪽으로 와서는 도시 외각에 전초기지를 세웠는데, 3일 정도 전에 전 병력을 이끌고 제국령 라르나르에 입성했다.
그녀가 성장하는 방법은 꽤나 독특해서, 다 같이 MMORPG를 찍고 있는 던전계에서 혼자 모바일 멀티 전략시뮬레이션게임 같은 형식이었다.
여러 가지 주어진 퀘스트가 있고, 그 퀘스트를 달성하면 사령관 레벨이상승, 그럴 때마다 그녀의 특정 스탯이 오르게 되고 그만큼 자동으로 병력이 소환된다.
또 특정 건물을 건설할 수 있는데, 각종 자원지라던가 연구소라던가 훈련소라던가 공장이라던가 등등이 있다.
훈련소의 경우 건축을 하는 그 순간부턴 직접 병력을 훈련하여 소환할 수 있고, 연구소는 말 그대로 군대와 관련된 연구를 하여 병과를 해금한다거나 병기를 건조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며, 각 자원지는 병사들을 활용해 매 시간마다 상이한 자원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 자원을 이용하여 부품공장이나 훈련소에서 직접 부품과 병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즉, 잘만 키우면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는 것.
다만 그렇게 소환된 '병사'가 평범한 사람보다 식수와 식량을 배로 소모하고 그와 별도로 품위유지비 등의 자본까지 빠져나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어지간히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제대로 운용하긴 힘든 직업이었고, 직업 특성상 필연적으로 '군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대에선 아무래도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최근 그녀는 연구소를 통해 1티어 전차를 해금하였으며, '부품공장'과 '전차공장'을 건설하여 탱크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국가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능을 뽑아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선 결코 대적할 수 없는 병기였다.
"그래서 말인데...저는 당분간 여기서세력을 키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요?"
"네."
군벌을 키우다보면 필연적으로 막대한 자원과 토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 한국에 그런 장소는 없었고, 있더라도 그녀에게 통째로 대여해 줄 만큼 땅이 넘쳐나지 않았다. 지금 한사랑에게 맡기고 있는 땅만 해도 상당히 부담될 정도.
게다가 군대가 경험치를 얻는 방법으로는 '사냥'도 있었는데, 지금이야 병사들이 천 명이 채 되지 않아 어떻게든 각 던전에 욱여넣어 사냥을 한다 쳐도, 시간이 지나 만 단위, 십만 단위가 넘어가게 되면 답이 없어진다.
하지만 여기라면?
여긴 애초에 평범한 땅에 몬스터가 살고 있으며, 북부에는 따로 '몬스터 평원'이라는 곳도 존재한다. 게다가 큼직한 국가들도 많아서 여차하면 전쟁을 걸어 쑥쑥 경험치를 먹기에 딱이었다.
또 남아도는 땅도 많다.
지금 당장은 제국령 라르나르에 있다 해도 언젠가는 이곳이 차고 넘칠 날이 올 터.
그땐 새로운 땅을 찾아 원정을 가면 된다.
그야말로 한사랑이 성장하기에 제격인 곳.
"뭐...어차피 게이트가 건설된 이상 언제든 왔다갔다 할수 있으니 상관 없지만요."
유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유나가 단 둘이 떨어졌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니까. 이제 이세계와 지구는 연결되었고, 얼마든지 오갈 수 있다. 게다가 게이트가 있으니 체감거리도 매우 가까운 편. 서울에서 인천 가는 것보다 서울에서 라르나르에 오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근데 그러면 군적은 어떻게 하시고요? 여기 계셔도 돼요?"
"그거라면 이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엥."
대통령이라니.
그 아저씨하고 미리 얘기를 끝내둔 건가? 여기 오기도 전에?
"...뭐라 안 해요?"
"잘 크고 오라던데요."
"음...뭐지."
엄연히 국가 안에 군벌이 생기는 건데 유은의 상식으로는 국가원수가 달가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유은이 아니더라도 한사랑과 대통령의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 생각할 것이다.
"아무튼 알겠어요. 오가는 건 언제든 할 수 있게 조치해둘 테니 저 보고싶으면 찾아오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