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39)화 (338/517)



〈 339화 〉29.다시 지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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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입니다. 지금밖에 때가 없습니다!!"


괴물 같은 전투력을 보여 주었던 '힐러' 유소라와 점점 최악의 인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임서현 무리가 떠났다.
본인들의 남편을 찾아, 그리고 주인을 찾아 시공전함이라는 테크놀로지의 정수를 타고 이세계로 가버린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하렘궁의 핵심 전력이 모조리 빠져 있다는 걸 의미했다.
적어도 세계인들이 보기에는.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지금이 궁을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라며 어필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각 국가의 수뇌부들이 모인 외교의 장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질 정도였다.

물론 거기에 한국 정상은 없었다.


"하지만그들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영토 안에 있습니다. 어떤 경로로든 그들을 치기 위해서는 위 국가들의 국경을 지나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그것도 그냥 지나는 게 아닙니다. 국토가 심히 훼손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와 척을 진 상태입니다. 이제와서 거리낄 건 없지요. 또 중국의 경우 사실상 국가가 해체되어 전국시대마냥 군벌들의 시대가 열렸고, 일본은 애초에 대항할 국력이 없습니다."

한국은 궁의 편에 서는 걸 택했다. 그리고 중국은 일전의 보지니아 사태로 인해 수십만의 인민군이 떼몰살을 당하고 사방으로 쪼개져 새로운 전국시대가 열린 상태.


그리고 일본은 국가의 힘이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것은 일본의 국민들이 궁에 대항할 의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원자로 테러'라는 최악의 범죄를 겪은 그들은 하렘궁과 유소라의 한 글자만 들어도 치를 떨었고, 심히 두려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각이 궁에 대적하는 선택을 한다는  심히 어려운 일.


게다가 그들은 이미 공식적인 서류를 통해 궁에 협력한다는 조약을 맺은 바 있다.

"물론우리가 앞장서 일을 치를 수는 없지요."
"하시면?"
"중국은 지금 군벌시대가 아닙니까? 이를 이용하면 됩니다."


무수히 많은 군벌 중 야망 넘치고 한반도와 가까이 있는 군벌을 택해 국제적인 힘을 실어주어 한국과 궁을 치게 한다. 초보적인 외교수완이지만 나쁘지않은 방법이다.

성공한다면..


"...잊으셨나본데,  중국의 인민군마저 궁의 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떼몰살당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입니다! 지금은 차원을 건너 다른 세계로 넘어갈 정도의 말도 안 되는 기술력까지 보유하고 있고요. 이런데 그들을 선제타격하자는 겁니까? 그 뒷감당은 대체 어찌하시려고?"
"그러니까 중국 군벌을 이용하는 것 아닙니까. 모든 오물은 그들이 뒤집어 쓰는 것이죠."
"세상일이 그리 쉽게 된답니까? 그러다 그놈의 '군벌'이 모든 사실을 말하고 궁에 붙으면 그땐 어쩌실겁니까?"

격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세계의 존망이 달린 선택이다보니 회의는 갈수록 감정이 부딪히기 시작해고, 급기야 완전히 난장판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처음 하렘궁 타격을 발의했던 사람이 일어나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갑작스런 소리에 집중되는 시선.
그는 그들을 스윽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예. 맞아요. 분명 매우 위험한 선택일 겁니다. 궁의 전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일 테니까요. 어쩌면 인민군처럼 끔찍한 괴생물체의 영양분으로 전락할지도 모르고, 전 세계가 석기시대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자의 노예로 살아가게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넌센스입니다. 그 동안 인류가 쌓아온 규범, 법, 보편가치 등을 모조리 무시하는 그들이 힘을 가진 이상, 우리의 자유와 가치를 위해 언젠가 반드시 부딪힐 것이고,  모든 경우 가운데 지금만큼 절호의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원자로 테러를 일으켰던 여자도 없고, 인민군을 떼몰살 시켰던 여자도 없습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궁의 모든 간부가 본인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떠난 상황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들의 본거지, 그 중에서도 카지노 건물만이라도 점거가 가능하다면, 이 전쟁을 능히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떠들겠죠. '궁이 바보도 아닌데 주전력을 모조리 데려가겠냐고. 분명 뭔가 함정이 있지 않겠냐'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편이 더 가능성 높죠.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지금 이 상황이 앞으로 우리에게 열릴 모든 순간 중에 가장 절호의 기회라는 현실이 부정되진 않습니다.

뒤가 두렵다?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거냐? 못 이기면 어쩌냐?

지금 이 순간! 이런 기회를 눈 앞에 두고도 머뭇거리며 움직일  없다면! 대체 인류는 언제 행동을 개시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렇게까지 신이 과실을 떠먹여 주려 하는데아직도 망설이고 계시다면!


평생을 그렇게 사십시오.


결단치 못한 죄를 톡톡히 치르며,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자기합리화에 속박된 노예가 되어 비참한 삶을 이어가며 한탄하십시오.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애하는 벗들이 그의 손에 허물어지는 것을 보며 후회하십시오.

인류의 역사에 겁쟁이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정적이 감돌 정도의 폭언을 퍼부은 그가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노려보며 회장을 떠나버렸다.



그는 넓은 복도를 성난 발걸음으로 걸어가며 투덜댔다.


"정말 어이가 없군. 명색이 지도자라는 것들이 저런 겁쟁이라니. 이러니 세계가  지경이 되는 거야."
그와 함께 발을 맞추던 비서가 문득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


"차라리 던전협력기구와 얘기를 나눠 보시는 건 어떨까요? 궁과는 적대관계가 아닙니까."
"글쎄. 적대관계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던데. 과연 그럴까. 특히 신임 회장이 된 아녜스는 궁과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어."
"그래도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곳은 D10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해. 국가들이 움직여 주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아무래도 지난 사건들의 임팩트가 너무 컸어."
비록 폭언을 퍼부으며 회장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인민군이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학살당한 것은 이미 동영상까지 올라와  세계로 퍼져 있는 상황이고, 일본이 원자로 테러를 당했던 사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유은에게 대항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리라.


"어디 그와 비슷한 실력과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 정의로운 사람 없을까?"
"글쎄요...인간은 보통 힘에 취하기 마련아니겠습니까?"
"그게 문제야. 정의를 아는 사람은 힘이 없고, 힘이 있는 자는 정의를 모르니 세상이 모양  꼴이 나는 것이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그런데 설령 그런 사람이 나온다 해도, 이미 압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를 이길 있을까요?"
"그 역시 압도적인 입지를 선점하고 있던 D10을 제치고 1년도  된 기간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될  없겠지."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비서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유은만한 모험가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그는 혼자가 아니다. 중국을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얻은 괴생물체 - 보지니아라고 불리는- 만 해도 수십만 단위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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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액!
콰직.



"내가 유은을 처단하겠어."

일본의 한 던전.
그리 높은 곳은 아니고 중견 모험가가 주로 활동하는 D급 던전이다.

거기서 파티를 이끄는 한 남자가 마지막으로 몬스터의 숨통을 끊으며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또 그소리야?"

땀을 훔치며 뼈를 수집하던 남자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접근했다.


"아직 공방 1만도 안 되면서 무슨 유은을 잡겠다고 그래. 일본이  덤벼도  되겠구만."
"그렇다고!"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를 갖춘 남자가 반대하는 의견에 강하게 부딪쳤다.


"그렇다고가만 있을 순 없잖아! 조국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핍박받고 있다고?! 대 일본국의 국민으로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그래. 어련하겠어."
언제나처럼의 강한 반응에 쯧쯧 혀를 차고는 열심히 인벤을 정리하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루나, 네가 뭐라고 좀 해줘봐."
"내가 뭘?"
"저녀석은 네 말은 잘 듣잖아."
"냅둬. 망상 좀 하겠다는데."
"마,망상이라니!!"

여인의 말에 남자가 눈에띄게 반응하며 폴짝 뛰었다.

"망상이 아냐! 난 반드시 유은을 물리치고 이 나라,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되찾을 거야!!"
"그러던지."


남자가 무슨 말을 하든 관심 없다는 어조로 일관하던 그녀가 허벅지 부근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름정리해 봤는데, 한계야. 이제 올라가야 돼."
"흐음...하긴 일주일을 내내 사냥했으니 슬슬 올라갈 때도 됐지."
"아,안 돼! 벌써 올라간다니! 하루라도 빨리 레벨을 올려서 유은을 처단해야 한다고!"
"하아...아오키,  레벨을 빨리 올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장비가 업그레이드 돼야 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인벤을 재깍재깍 비워야 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아오키에게 설명해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안 돼!"
"애냐?"
"하,하루만 더...!"

아오키는 간절한 눈으로부탁해 보지만, 이번에는 하루나쪽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싫어. 물티슈도 한계야."
"으...하루나...."

남자를 대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
역시 떼를 쓰긴 하지만 강경하진 않다.

하루나는 파티의 리더는 아니지만 - 리더는 저 멍청한 아오키다. - 실질적으로 이 파티를 이끄는 '마지메 카쿠'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애들한테도 알리자."
"응."
"아,아니...."


리더인 아오키의 말은 어느새 무시.


곧 여기저기서 루팅하던 파티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올라갈 거야."
"오. 드디어 정산인가."
"하아~. 목욕하고 싶었어~."

남자 셋에 여자 둘.
총 다섯 명의 파티.

리더이자 메인 딜러인 '이타루 아오키'
실질적으로 파티를 이끄는 힐러 '마지메 카쿠'
탱커 역할을 맡은 '돈돈 오오쿠'
서브탱이자 딜러인 '하나사키 하루나'
버퍼이자 디버퍼 '우에노 카렌'

평균 공방 1만이 채 안 되는 따끈따끈한 모험가로, 유은 타도라느니 하렘궁을 몰아내자느니 하는 건 꿈도 꿀  없는 그저 그런 파티였다.


그나마  차별점이 있다면 여성 모험가들의 화려한 미모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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