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61)화 (360/517)



〈 361화 〉31.서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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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친년이 아니네 진짜."

서현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사건의 뒤처리를 맡게  은소령과 신도희, 그리고 그 대원들은 멍한 얼굴로 건물 벽에 등을 기댔다.
시체를 치우거나 낭자해있는 핏물, 살점 따위를 치우는  시녀들이 한다지만, 어쨌든 그런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게다가 범죄내용과 동기도 참 웃기다.

주인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멋대로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것.


고작 그거 때문에 남자들은 납치해서 토막쳐놓고 여자들은 그걸 눈 앞에서 보여주며 성고문을 했단다.
참으로 기가막히는 여자다.


"우우...무서워요 부장니임~"
"달라붙지마."

장난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바들바들 떨면서 엉겨오는 대원을 뿌리치고 담배를 무는 은소령.

"푸우. 아니근데  썅년은 대가리 어떻게 된 거 아냐? 아무리 세뇌됐다지만, 보통 지가 좋아하는 남자가 딴년이랑 섹스하면 좆같잖아? 그년이 다른 남자랑 사귄다고 하면 두 손 들고 환영할 거 같은데."
"부장님 그런 말 하다가 아까 그 여자들처럼끌려갑니다아~."
"지랄."

칭얼대는 대원을 노려본 그녀가 돌연 씨익 웃더니 물고 있던 담배를 대원의 이마에 꾸욱 눌러 꺼버렸다.


"꺄악! 뭐,뭐하시는 거예요!!"
"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살은."
으례 하던컨셉질이 아닌 진짜 비명과 놀람을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은소령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익! 이건 학대에요! 학대라구요!!!"
"왜?  해줘?"
"키이익!!"
"...너도  미친 게 아닌  같은데요."

그 코미디 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도희가 한숨을 내쉬며 몸을돌렸다.

"전 머리가 아파서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저거 처리할 방법도 생각해야하고."
"언니, 그러지 말고 삽겹살 한 판?"
"...너나 드세요."
"아 왜요. 이런 날일수록 푸짐하게 먹어줘야지. 이런 때 안 먹고  마시면 언제 마실 거야?"
"...속도 좋네 진짜."
 이런   있냐는 얼굴로 소령을 바라보던 도희가 그대로 걸어나갔다.

삼겹살이고 뭐고 아까 그 장면이 생각나서 도저히 먹을수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술도 마찬가지. 입에 대는 순간 토하지 않을까.


오늘은 그저 집에 돌아가서 쉬고싶은 마음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발걸음을 잡는 존재가 있었으니...


철컹!

창고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온 서현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서장님? 어디가시죠?"
"...네?"
"어디 가시려는 거 아니었나요?"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으며 서서히 다가온다.
그에 괜한 두려움을 느낀 도희가 주춤하며 몸을 돌려 서현을 바라봤다.


"퇴근시간이라...집에 가려합니다만."
"아아. 퇴근."

벌써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사람이 출근을 했으면 퇴근해야죠."
"...."


뭔가 불길하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싸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는다.

도희는 서현을 휘감고 있는 끈적한 느낌에 몸서리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현장에서 뛰진 않았지만 나름 고위 경찰로서 각종 흉악범죄자를 많이 봐왔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과는 판이하게 다른 기운을 갖고 있었다.

뭐라 해야할까. 살기라고나 할까? 아니, 살기와는 다르다. 뭔가 말로 표현할  없는 사이한 기운이 있다. 어쩌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의』라는 녀석이 똘똘 뭉쳐 어떠한 초자연적인 기운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모종의 『사이한 기운』이 서현에게서도 느껴졌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게다가도희는 스카우터들이 갖고 있는 『통찰』재능을갖고 있다. 재능 레벨이 낮아 세부적인 정보는 알 없지만, 서현이 갖고 있는 특성이나 직업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강자인지도 눈에 보인다.

그러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강하게 발휘되어 가까스로 발을 뗐다.

그리고 그때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던 서현이 팔을 쭉 뻗어 도희의 어깨를 잡았다.


"잠시만요."
"예?"
"그러고보니 서장님은 저하고 해야  일이 있었어요."
"갑자기 무슨...."
"저 일은 소령님께 맡기고 저랑 어디 좀 가시죠."
"아니 저 퇴근한다고...."

단 둘이 어딜 간다니.
절대로 싫다.

하지만 그녀의 강력한 의사피력에도 서현은 무시.
그저 이곳을 응시하고 있는 소령들에게 일처리를 떠넘기며 도희를 데려간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도희의 의사는 완전히 개무시다. 신경도 안 쓴다.
마치 너의 동의 따윈 필요 없다는 것처럼.

"어이...서장언니 퇴근한다잖아...."

하도 어이없어서 은소령이 대신 뭐라고 정도다.
하지만 그런 걸로 물러나면 서현이 미친년이라 불리겠는가.
그녀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반대편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랬죠. 퇴근. 퇴근한다고...그런데 소령씨."
"...왜...네?"
"언제부터 좆물받이한테 퇴근이라는 개념이 있었어요?"
"...."

싸늘한 눈초리에 은소령은 말문이 막혔다.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수 없을 뿐이다.
저런 눈을 가진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아."


갑자기 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난 솔직히 당신도 좀 맘에 안 들었어요."
"...갑자기?"
"주인님께 반말로 지껄여대질 않나...허락도 없이 담배를 뻑뻑 펴대질 않나. 너무 예의가 없잖아."
"스읍...아...다 떨어졌네."

소령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슬그머니 내려 바닥에 버렸다.

"그래도 뭐, 나름 주제파악  하고 있고, 또 소령씨의그런 면이 주인님께 즐거움을 주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는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이 선 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시겠죠?"
"...알았어...요."
"그럼 납득한 걸로 알고, 가시죠. 서장님."
"...."


뭘?
 납득해?

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도희는 고개를 저어대는 소령을 보고 한숨과 함께 서현을 따라나섰다.



.
.





"아까도 설명했지만, 좆물받이한테퇴근 같은  없어요."

뭔가 지하비밀기지틱한 곳을 향해 내려가면서, 서현이 말했다.
도희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지만, 감히 반항할 용기는 없었다.


아직도 아른거리는 끔찍한 광경.

물론 아무리 서현이 막나가도 유은의 시녀인 도희를 토막친다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고통을  순 있다.

창고 안에 있는 여자들도 온갖 성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지 않았던가.


"서장일이 끝나면 궁으로 출근...아니, 아예 집을 정리하도록 해요. 궁에 방을 잡아드릴 테니."
"......"


서현은 계단을 쭉쭉 내려가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신입 시녀들에게 하는 교육 같은 내용이었다.


우뚝.

그렇게 한참 말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정지.
돌연 뒤를 돌아봤다.


"왜 아무 대답이 없어요?"
"네?"
"들었으면 대답을 하셔야죠. 도희씨."
"아니...알았...알았어요."
"...저한테 그러는  상관 없는데, 주인님 앞에서도 그러면진짜 죽어요 당신. 좆물받이는 빠릿빠릿하게명령 받고 움직이는  생명이예요. 아시겠어요?"

9살이나 어린 여자한테 쿠사리먹고 있었지만 저 살벌한 살기 앞에서는 한낱 소인에 불과하다.
결국 굴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계단을 쭉쭉 내려갔다.
언제 끝이나나 싶었는데, 10분정도 더 내려가자 웬 엘리베이터 하나가 나왔다.


"궁이었으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아직 이런 식으로가야해요."


대체 뭘까. 설마 진짜로 비밀기지라도 만들어둔 것일까.

"서장님은 아직 시녀가 된 지 얼마 안 됐으니 충성도가낮은 건 이해하고 있어요."

이해한다는 년이 그따위로 눈을 야려?

속으로 오만 욕이 튀어나왔지만 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대로방치할 순 없죠. 그래서 보여드리는 거예요."

꾹. 하고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겉으로 봤을 때는 평범한 엘리베이터 같았지만 안에는 우주선 좌석 같이 생긴 의자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어 묘한 느낌을 주었다.


"들어가 앉아요."

도희는 없이 들어가 앉으려다, 문득 서현의 말을 생각하곤 '네'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쭈뼛쭈뼛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거의 동시에 서현도 옆에 앉았는데, 철컹 하며 자동으로 안전벨트가 채워졌다.


"뭐, 시녀복도 입으셨으니 일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멀미날 수 있으니 조심해요."
"예?"

철컹!

"꺄아아아아아악!!!!!"

서현의 말을 끝으로, 두 여인이 추락했다.


아니, 정확히는 『엘리베이터』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이 공간이 통째로 수직하락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우주선이 대기돌파를 할 때의 그것보단 훨씬 못 미치지만, 일반 엘리베이터의 속도라던가, 무거운 쇳덩어리가 아무 힘 없이 추락하는 속도 같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밑을 향해 돌진한다.

서현은 익숙한지 담담했지만, 도희는 그렇지 못했다.

마치 몸이 으깨져 분해되는 것 같은 느낌.
롤러코스터를 만 배쯤 빠른 속도로 만 배쯤 높은 곳에서 떨어져내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비명이 터져나온다.






다행이라면 그렇게 추락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일까.


대충 2분 정도 맹렬한 추락을 겪은 결과,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에 도착할  있었다.


"허억...허억...."

순식간에 녹초가 돼버린 도희.
그런 그녀를 두고 서현은 담담히 벨트를 풀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


"자. 어서와요. 본궁의 전력을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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