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2화 〉31.서현일기.
서현의 말에, 도희는 엉성한 움직임으로 벨트를 풀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갑작스런 낙하로 인해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했지만, 괜히 밍기적거리다가 찍히기라도 하면 남은 궁생활이 심히 암담할 것 같아서였다.
물론 시녀가 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암울한 일이지만.
서현을 따라 문밖으로 나오니 길쭉한 복도가 나왔다.
내심 영화속 지하기지처럼 엄청나게 거대한 공동이 나오고 어마무지한 병기들이 있을 거라 기대했었는데 살짝 실망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설명드리죠. 아까 서장님을 불러낸 창고같은 곳이 바로 '외부교육관'이예요."
"외부...교육관...?"
그 끔찍한 곳이 '교육'관이라니. 이 무슨 장난인가.
도희는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끝까지 듣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은 그 교육관 밑에 있는 곳이죠. 그런 만큼 '교육'과 관련된 시설이 많아요. 외국에서 새로 선발된 시녀라던가, 공물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주인님께 걸맞는 년으로 만드는 거죠. 묶어서 '교육 에리어'라고 불러요. 사실 아까 그년들도 원래는 여기로 끌고와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았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시녀가 아니잖아요? 그저 돈으로 묶여있을 뿐인 년들이었으니 거기까지만 한 거예요."
꿀꺽.
괜히 침을 삼켰다.
진짜 시녀가 아닌 돈으로 묶여있을 뿐인 존재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만 한 거란다.
그럼 여기서 하는 교육은 그 이상이라는 게 아닌가?
'나,나도 시녀인데... 설마 여기서 나를...?'
문득 몰려오는 두려움.
아까 목격했던 여인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 걱정을 눈치챘는지, 서현이 덧붙였다.
"아 그렇다고 겁먹지는 않으셔도 돼요. '아직' 서장님에 대한 교육은 계획에 없으니까요."
"아직...이군요."
"네. 아직."
"...."
그럼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도희는 괜히 목 주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차갑게 식은 땀이 묻어났다.
"뭐 총경까지 다신 분이 설마 그럴리는 없다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주인님께 건방지게 군다던가 하시면 당연히 여기서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후후."
위로를 하려는 건지,협박을 하려는 건지, 서현은 괜히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아름답고 색기넘치는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참, 이따 올라가시면 그년한테 경고 좀 해주세요."
"그년이라뇨?"
"저도 말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부족한 거 같아서. 같은 직장 상사잖아요?"
"설마 소령씨 말하는 거예요?"
도희가 직장상사로 있으면서 서현에게 찍힐 만한 인물이라면 은소령 밖에 없다.
'그야 어딜 가든 찍힐만한 녀석이긴 하지만....'
그녀의 평소 행동거지를 보면 '저딴 게 경찰이라고? 그것도 경정??' 이라면서 경악할만한 여자지만 그렇다고 끔찍한 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닐 텐데. '그년'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서현의 말투를 보면 찍혀도 단단히 찍힌 모양이다.
"나름 주인님께서 총애하시는 계집이니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려는데...자꾸 선을 넘으려는 거 같아서요. 일단 저 개인적으로 경고는 했어요. 근데 어째 미덥지가 않네요. 바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서장님이 말씀 좀 해주세요."
"알았...어요. 제가 잘 말해볼게요."
서현은 앞을 응시한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좀만 더 가면 교육 에리어의 중심시설인 '인내와 봉사실'이 있을 거예요. 잠시 거기 들렀다가 군사 에리어에 가보도록 해요."
인내와 봉사실이라...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일단 방 이름을 듣자마자 뭔가 느낌이 왔는데, 사실 이름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이상한 이름은 아니다. 단지 끔찍한 교육을 일삼는 이런 sm틱한곳에서 '인내와 봉사'라고 하니 그런 쪽으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격렬한 위험신호가 도희의 기감에 잡혔다.
가면 안 된다.
설령 그녀가 직접적인 교육을 받지 않는다 해도,
가면 안 된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서현이 앞에 있으니까.
만약 여기서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녀는 즉시 서현에게 이끌려 '참관'이 아닌 '참여'하게 될 테니까.
결국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대략 3분정도 걸어가며 수많은방을 지나고, 마지막으로 양 옆 두 개의 엘리베이터까지 지났을 때, 뭔가 거대한 곳이 등장했다.
바로 정면에 사람 네다섯은 족히 들어갈법한 거대한 문이 있고, 그 앞에 군기가 잔뜩 들어있는 시녀 네 명이 서 있었다.
"서현님 오셨습니까."
말투도 군인처럼 딱딱했다.
"새로운 신입생입니까?"
"아니요. 그냥 보여주러 왔어요."
"그렇습니까."
"지금 교육중이죠?"
"예. 마침 성적이 저조한 것들이 있어 교육중에 있습니다."
"잘됐네요. 이렇게 참관하러 왔는데 아무런 이벤트도 없으면 섭섭하죠. 들어갈게요."
"예."
서현과 말을 나눈 시녀가 문에 어울리게 커다란 자물쇠를 철컹 하면서 해방하고, 옆에 있던 시녀들이 길쭉한 막대기를 뽑아내자 '쿠궁!'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살짝 문이 열렸다.
-하읏...더,더 이상은...
짜악!
-히익!
-속도 떨어진다. 더 빨리!!
그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소리들이 새어나왔다.
그것만으로 도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지만, 시녀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각자 양 옆으로 두 명씩 붙어 문을 열었다.
쿠구구궁.
소리도 참 거창하다.
쯔걱쯔걱쯔걱.
"헉...아흑...아응!"
"더 빨리 돌려."
"아,안ㅡ."
짜악!
"말 대답 하지 마라."
퍽!
"꺄악!"
"일어나."
"다리가 풀렸...어요..."
콰직!
"아아아악!!!"
"어쩌라고? 일어나라면 일어나야지."
크게 두가지 광경이 있다.
음란한 광경과,
폭력적인 광경.
물론 둘 다 있는 경우도 있었고, 사실 그런 쪽이 대다수였다.
"이...게...무슨...."
족히 수백명은 되는 여자들이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온갖 학대를 받고 있다.
한쪽에는 수십명의 여자들이 열을 맞춰 스쿼트를 하는데 평범한 스쿼트가 아니다. '외부교육관'에서 서현이 사용한 바 있는 훈련용 바이브를 밑에 두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알몸인 상태로 진행하는 스쿼트다.
자세도 상당히 심각했는데, 일단 두 손을 뒤통수에 깍지를 져 겨드랑이를 훤히 드러내고, 허리는 꼿꼿이 펴서 가슴이 최대한 늘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엉덩이는 살짝 뒤로 뺀 상태에서 가랑이를 좌우로 벌리고 그대로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스쿼트라기보다는 그냥 앉았다 일어나기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그녀들이 알몸인 상태로,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고, 설상가상으로 가랑이 밑에 바이브가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엉덩이를 내려 보지에 바이브를 집어넣고, 그 상태에서 조임을 강하게 하든, 아니면 허리를 돌리든 하여 필요한 점수기준을 맞추면 다시 엉덩이를 들어 빼낸다.
이걸 무한반복.
만약 속도가 필요이상으로 느려지거나, 속도가 빨라도 바이브에 표시되는 점수가 낮으면 즉시 감시관이 와서 채찍을 갈군다.
또 한 그룹은 알몸 스쿼트의 입구멍 버전.
여성형 마네킹에 아까 그 바이브의 막대기부분만 빼서 꽂아둔 '훈련용 마네킹'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쉴 새 없이 바이브를 빠는 것이다.
왜 하필 여성형 마네킹이냐면 '주인님 외의 모든 남성체와는 접하면 안 된다'는 서현의 신념 때문이다.
아무튼 여기서는 점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유은 입장에서, 쾌감이 떨어지면 속도를 높이면 되는데, 보지나 항문의 경우 억지로 속도를 높여 범할 수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 매우 고통스럽겠지만 어쨌든 보지로 하는 섹스는 그게 가능하다.
하지만 입은 힘들다.
자칫하면 토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입을 닫아버리면 매섭게 왕복하는 유은의 물건에 이가 닿게 되는데, 그럼 죄다 부러지거나뽑힐 것이고 피가 왕창 쏟아질 것이다.
토를 하든, 피를 쏟아내든 어느쪽이든 섹스의 흥미를 반감하기에 충분.
그렇기에 '속도'에 대해 특히 엄격한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그쪽은 조금 역한 광경이 보였는데, 토하는 여자들도 있고 침을 왕창 흘리는 여자들도 있다.
물론 그럴때마다 옆에 있는 감시관한테 처맞는다.
그 외에도 항문으로 훈련받는 그룹, 손으로 대딸훈련을 받는 그룹, 무조건적인 구타를 받는 그룹 등등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학대를 받고 있었다.
그야말로 끔찍한 광경. 인간이라면 이 장면을 보고 응당 역겨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건 이미 '인간성'을 전부 혹은 상당부분 잃어버린 상태일 테니까.
"흠...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서현의 중얼거림에 도희는 저도 모르게 '뭐?'라고 할 뻔했다.
필사적으로 두 손을 들어 입을막지 않았다면 아마 고대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여성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의존엄성을 무참히 짓밟고 한낱 노예로 학대하고눌러버리는 게 너무 약하다니? 이게 제정신으로 할 소리란 말인가.
"서현님 오셨습니까."
이곳을 담당하는 시녀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한쪽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고, 반대편엔 채찍을 차고 있는 것이 상당히 살벌한 모습이었다.
서현이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쟤네들 성적이 어느정도로 저조한 거예요? 전체 몇 퍼센트?"
"전체 교육생 약 4만 7천 명 중 뒤에서 오백ㅡ,"
짜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현의 손이 올라갔다.
"뒤에서 오백? 그럼 거의 폐기물이나 마찬가진데, 저거가지고 되겠어요? 여기가 무슨 수련회야?"
"죄송합니다."
"너 같으면 저런년들 데리고 놀고 싶겠어요? 난 기분만 나쁠 거 같은데. 뭐 이딴것들을 여자라고 올렸냐고."
"시정하겠습니다."
"시정은 당연히 해야하는 거고, 일단 다 불러서 세워놔요."
무슨생각인지, 서현은 훈련을 중지시키고 시녀들을 불러다 일렬로 쭉 세웠다. 그리고는 갑작스런 전개에 얼어있는 도희를 슬쩍 보더니 시녀를 시켜 의자 하나를 가져오게 했다.
"여기 앉아 있어요."
"...네."
아무래도 끝까지 보게 할 작정인 것 같다.
도희는 오돌오돌 떨면서도 시키는대로 의자에 앉았다.
"어디보자...."
일렬로 선 여자들을 서현이 쭈욱 훑어봤다.
중국에서 강제로 잡아온 여자들이 제일 많았지만, 이세계에서 데려온 여자들도 꽤 있었다.
"너 그 표정 뭐야?"
그렇게 사근사근 걸어가며 살피다가 한 여자를 봤을 때, 서현이 얼굴을 굳히고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예,예?"
"표정 뭐냐고."
"아니...저...."
"웃어."
"헤..헤헤..."
"그렇게경박하게 말구. 이쁘게."
이쁘게 웃는 게 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는 그녀는 노력은 했지만 서현의 맘에 들 수 없었다.
"니 기분 좆 같은 거 나도 알아. 근데 티를 내면 안 되지. 그따위로 웃으면 주인님께서 '아 저년 기분이 안 좋구나'라고 딱 느끼시지 않겠니? 제대로 웃으라니까?"
"헤헤...헤...헤...."
눈물까지글썽이며 입을 찢어보지만, 한계.
애초에 진심으로 좆같은 상황에서 이쁜 웃음을 지으라는 게 말도 안 되는 명령이다.
하지만 서현은 그녀의 사정 따윈 전혀 관심 없었다.
"야. 입 벌려."
"입...이요?"
짜악!
"너 아까도 내 말에 얼탔지? 근데 또 그러면 어떡해? 다 들었으면서 왜 되묻는 거야?"
그녀는 주륵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입을 벌렸다. 턱이 덜덜 떨려왔다.
서현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 그녀의 입 속으로 집어 넣었다.
"!"
혀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철의 감촉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자, 서현은 거리낌없이 옆으로 그어버렸다.
"꺄아아아악!!!"
후두둑 흩날리는 핏방울.
그리고 자지러지는 비명과함께 입을 틀어막고 철퍽 쓰러지는 여자.
교육생들은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 모습을 의자에 앉아 지켜보던 도희는 쓰러진 여자처럼 입을 틀어막았다.
괜히 비명이라도 질렀다간 서현의 저 칼이 자신의 입에 들어올 것만 같았다.
"교육관,"
"예!"
"이것들 표정관리 똑바로 해요. 안 그래도 주인님 오셨을 때 표정 좆같은 년들 많았는데, 앞으로도 이러면 재미없어. 기본이잖아? 표정."
"명심하겠습니다."
"중국에서 왔다고, 이세계에서 왔다고 봐주지 마요. 그런년들일수록 더 조져놔야 말 잘 듣는 좆물받이가 되는 거야. 아시겠어요?"
"예!"
서현은 신경질적으로 단검을 던져버리고 나머지 교육생들을 천천히 뜯어봤다.
"너 손톱 관리 안 하니?"
조금 삐뚤어졌다는 이유로 손톱을 뽑고
"겨드랑이에 털 뭐야?"
아주 살짝 자란 털 때문에 뒤로 깍지낀 자세로 있게 하면서 양 옆 겨드랑이에 100개씩 침을 놓아버리고
"음모정리 좀 해라."
보기 싫다고 보지털을 다 뽑아버리고
"살 빼."
군살이 조금 보인다는 이유로 썰어버리고
등등.
그야말로 삼류 호러영화에도 안 나올법한 짓들을 쉼 없이 저질렀다.
서현의 저 말도 안 되는 기준에 의하면 여기 있는 거의 전원, 아마도 도희까지 포함해서 죄다 걸릴 것이고 모조리 폐기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서현은 그 기준을 강행했다.
덕분에 살아남은(?) 교육생은 거의 없었고, 태반이 바닥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뒹굴었다.
그리고 마지막.
"얘는 뭐야? 누가 데려왔어?"
다른 모든걸 떠나서, '예쁘지 않은' 교육생을 발견했다.
몸매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지만 일단 얼굴이 예쁘지 않았다.
아예 못생긴 수준은 아니었지만, 유은의 시중을 들 정도로 예쁘지는 않았다.(서현 생각에).
서현은 그야말로 벌레를 쳐다보는 얼굴로 그녀를 보더니 손도 대지 않고 돌아섰다.
"치워."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태도.
그녀의 반응에 시녀들이 와서 해당 교육생을어딘가로 끌고갔다.
"아,안돼!! 살려줘! 살려줘요!!!"
그녀가 목청 터져라 외쳐 보았지만, 교육생 몇몇과 도희만이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 시녀들은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여기 상태 보니까 다른데도 이모양일 거 같은데...."
대충 둘러본(?) 서현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다들 얼핏 들어서 아시겠죠? 앞으로 궁에 들어오는 시녀들 관리는 제가총괄해서 하게 될 거예요. 밑으로 세부부서를 나눠서 『시녀』와 『좆물받이』 그리고 『보지니아』이렇게 관리할 건데,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할 거예요. 특히 신참들은 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이렇게 설렁설렁하지 말고, 급 떨어지는 년들은 확실하게 밟아요. 그래야 노력하지. 그래야 뭐라도 할 거고. 아시겠어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