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93)화 (392/517)



〈 393화 〉34.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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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카쿠들이 갇힌 곳에 아녜스가 등장했다.


살짝 웨이브를 넣은 단발머리에 한쪽 옆머리는 귀 뒤로 깔끔하게 넘겨 마치 귀부인과 같은 우아함이 절로 뿜어져 나온다.
거기에 20대의 다 큰 처녀를 낳은 유부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없을 정도로 곱고 탱탱한 피부와 숨을 멎게 만드는 미모는 그녀의 귀족 같은 분위기와 어우러져 남녀 할 것 없이 혼을 빼놓게 만든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보고 50대의 여인이라 할  있겠는가.
아무리 못해도 30대 정도의 미부(美婦)로 볼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녀가 처음 D10의 총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그녀의 미모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하렘궁의 임서현과 더불어 세계를 이끌어가는  미녀라는 타이틀로 대대적인 기사까지 써진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또각또각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카쿠들 역시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자신들을 이렇게 가두었고, 또 앞으로 어떻게  지 알 수 없는 여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그저 감상했다.



“저들이예요?”
“예.”

그녀의 입이 열렸을 때,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분명 유럽의 여인이나, 고위인사 답게 통역 아이템을 사용하여 말을 알아듣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흠. 아무 힘 없어보이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궁이랑 척을 졌을까.”

간단하게 카쿠들을 살핀 결론은 정말 별 볼일 없는 모험가들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볼 게 있다면 4명의 여인 중 2명의 여인이 상당히 괜찮은 외모를 갖고 있다는 점일까.

“저기요….”


그녀가 심드렁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자, 하루나가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뭘 하려는 거예요?”

하루나의 물음은 팀원 모두가 갖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녜스 역시 고심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일을 저질러 두긴 했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플랜은 제대로 세워두지 않은 탓이다.



만약 임서현에게 전화하여 그녀를 마구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비서실에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하면 그만인 일이다.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녀는 본래 예정된 대로의 스케쥴을 소화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임서현을 골려먹기 위해 전화를 했고, 온갖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며 머리 끝가지 화나게 만들었다.
심지어 지금은 차단까지 한 상태.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그녀에게 연락하거나 비서실에 접촉하여 하루나들을 데려가라고한다면 아녜스만 웃기는 여자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그년이랑 다투기도 해야 하고 말이지.’

상황은 또 있다.


좀 전의 전화로 인해 아녜스와 임서현은 쌍방간의 원수지간이 되었다.
아녜스야 원래부터 임서현을 고깝게 여기고 불구대천지의 원수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임서현은 별 생각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거의 적에 준하는 사이가 되었고, 이것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비록 같은 『장관』급 인사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비서실장』으로서 유은 곁에 착 붙어다니는 임서현만한 파워가 있을  없다.
전쟁을 걸어버린 이상 사악한 임서현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녀 역시 힘을 갖추어야 하고, 하렘궁에서 그 힘은 유은에게서 나온다.


결국 원수(임서현)와 대적하기 위해 원수(유은)에게 잘보여야 하는 웃기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다른 심정적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유은에게 더 다가가고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도 ‘그렇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이 들 뿐, 그게 싫다거나 꺼려지거나 하지 않았다.

이것도 시스템의 힘인 걸까.


“혹시…요청대로 보호해주시려는 거예요?”

아녜스가 가만히 생각에 빠져있자, 하루나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하긴, ‘보호’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강제로  곳에 몰아넣을 이유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녜스에게 그럴 생각은 조금도없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냥 내보낼 생각도 없었다.

임서현에게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을 해버린 이상, 그리고 유은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이상 보호해준다거나 그냥 보내준다거나 하는 건 애초에 선택지조차 안 되는 것들이다.


아녜스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 하루나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주저앉아 있는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강제로 얼굴을뒤로 젖혔다.

“꺄악!”
“하루나!!”


그에 놀란 팀원들, 그 중에서도 아오키가 아녜스를 막아보려 했지만 함께 들어온 시녀에 의해 제압, 아녜스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하루나의 상의를 잡아 뜯었다.
일상복으로도 쓸 수 있을 정도의 고가 장비였지만, 고작해야 공방 만따리 모험가의 장비다. 아녜스에게 당해낼  없었다.


그대로 부욱 찢어지며 풍만한 젖가슴을 가린 브래지어가 드러내고, 아녜스는 그것마저 뜯어버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 모습에 아오키가 얼굴을 붉히며 발버둥쳤다.
비록 쌀쌀맞게 대해지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는 하루나를 연모했기에 그녀가 수모를 당하는  두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녜스.
하렘궁의 일원이 되기 이전부터 세계 최강의 모험가로 불리던 여인이다. 그것도 비공식 모험가들까지 포함해서!

하물며 시녀를 넘어 장관까지 된 지금이야 어떻겠는가. 주변에 시녀들도 있는데.

결국 하루나는 반쯤 나신이 되어 옷 속에 감추어져 있던 정확한 몸매라인이나 젖꼭지 따위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과연, 한때 대학 퀸카로 불리었고, 모험가 생활을 통해 스탯을 쌓은 만큼 미모 만큼이나 발군의 몸매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녜스는 상품 보듯 하루나의 나신을 살피다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랑 저것들 부위별로 나체사진 다 찍어서 분류하고 하렘플에 등록해요.”
“예. 장관님.”

시녀들을 시켜 일단 하루나를 위시로 한 4명의 여자들을 데려가게 하고, 나머지 3명의남자들은 강남에 있는 정보부원을 통해 스탯처리를 하도록 명령했다.

스탯처리란 궁 차원에서 필요 없다고 판단된 인간을 처분하는 방법  하나로, 스탯을 가진 인간이라면 곧장 카지노로 데려가 모든 스탯을 출금해 칩으로 만들고, 스탯이없는 인간이라면스탯을 따로 부여해서 스탯을 출금한다.


그렇게 모든 스탯이 0이 된 인간은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이되는데, 의식은 있어서 얼굴이나 눈을 간신히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사지를 움직이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냥 누워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궁(보통 임서현)에서는 이렇게 된 인간에게 제대로 된 대우나 사후처리를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방치해두거나 아니면 아예 생매장을 해버린다거나 하는 끔찍한 최후를 선사한다.




카쿠들이 이러한 자세한 내막을  리는 없었지만, 아녜스가 하루나에게 행한 짓을 보고는 어떤 대우를 받을  대강 유추할  있었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있었고, 특히 직접적으로 일을 당한 하루나는 울부짖으며 끌려갔다.


“대체…대체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냐고!!! 그렇게 기분이 나빴습니까!!!!”

아직도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카쿠는 시뻘개진 눈으로 고함을 쳤다.
아녜스는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히 고했다.


“아니요. 하렘궁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뿐이예요.”

“…!!”




아녜스의 말을 들은 카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시녀에게 끌려갔다.

“으아아아!! 하루나! 하루나아!!!”

한편 아오키는 온갖 발악을 하면서 시녀에게 저항했고, 울부짖으며 끌려가는 하루나를 바라보며 목놓아 이름을 외쳤다.

“뭐야, 연인인가? 저건 일단 따로 빼놔요. 하루나라는 거 등록할  태그 첨부하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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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강남의 『황궁비서실』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쳤다.
늦은 새벽이고,  주인인 유은이 한참 여자를 범할 때라 대놓고 시끌시끌하게 일을 벌이진 못했지만, 최소한 임서현 휘하의 비서들은 모두 한 곳에 모였다.
그리고 수장인 임서현이 아녜스에게 들은 내용을 말하며 단체로 기합을 주었다.

한 시간 가량의 체벌이 있은 후 사건의 당사자를 찾으니, 2달 전까지 일본에 배치돼 있다가 유은이 이세계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눈에 띄어 술게임까지 참가, 이후 하렘궁의 중심지인 강남에 배치된 임하얀이라는 시녀였다.


그녀는 또다시 강도 높은 체벌을 받은  곧장 아녜스가 있을 독일로 파견되었다.
아녜스가 이 일을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지만,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임서현은 그걸 그대로 용인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은 독일로 가서 그 ‘카쿠’라는 놈과 파티원들을 한국으로 데려온  지옥을 선사해줄 것이다.
그리고 아녜스 그년은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조져줄 것이다.

아무리 모든 시녀들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이라 해도 『장관』급 인사쯤 되면 섣부르게 건드릴 수 없다. 유은이 직접 임명한 자리니까.
하지만 명분이 있다면 조질 수 있다.

“앙리에타가 어디 소속이죠?”
“사업부 산하스탯 카지노에 배치돼 있습니다. 별다른 직급은 없고, 다만 『빈』신분이라 건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어차피 명목상 빈일 뿐이잖아요. 주인님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그건 그렇죠.”
“『사업부장』님께 연락 넣어주세요. 앙리에타 교육심의 들어갈 거라고. 주인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 드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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