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394)화 (393/517)



〈 394화 〉34.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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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황궁비서실』에서 결정된 교육심의 내용은 불과 시간 만에 아녜스가 장관으로 있는 『정보부』에 전달되었다.
물론 이는 임서현이 임의로 흘린 것이기도 했다. 어차피 그녀는 앙리에타에게 별 다른 관심은 없었고 - 비록  건방지긴 하지만 명목상으로라도 ‘빈’ 신분이기에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 - 그녀를 교육심의에 올린 것은 순전히 아녜스에 대한 압박책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소식을들은 아녜스는 분개했다.

웃기게도 이 하렘궁이라는 조직은 ‘교육’관련된 부서를 비서실 밑으로 배치해 두었다. 시녀들에게 사용하는 주된 처벌 방법이 ‘교육’이기 때문이었다.
또 처벌이 아니더라도 새로 시녀가 된 여인들은 모두 한 번씩 이 ‘교육’을 받아야 했고, 이후 승진하여 각 부처에 몸담을 때도 관련된 직무교육을 받아야 했다.

말하자면 시간이 갈수록 이 교육부를 통해 황궁비서실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을 몰락시키고 탄생한 보지니아국에서도 엄청난 대공사를 통해 교육장소를 만들고 편성하고 있으니 몇 개월 정도지나면 일개 비서실이 어지간한 대륙급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비서실에서 이미 시녀로 있는 여인에게 ‘교육심의’를 발동한다는  목적이 딱 하나다. 바로 ‘처벌’이 그것이다.
아녜스가 직접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흘러나오는 소문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조합해 보면 말만 교육이지 처참한인권유린이다.


 그래도 앙리에타는 임서현에게 납치되어 처절하게 능욕당한 여인인데, 그런 여인을 또다시 그런 구렁텅이에 몰아 넣는다니? 어머니로서 머리 끝까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취할 방법이딱히 없다는 것이었다.
임서현을 잔뜩 자극해 두었으니, 이제와서 사과한다 한  심의를 풀어줄 것 같지도 않았고,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뱉은 말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아마 사과하는 순간 임서현에게 찍혀서 평생을 이상한 짓만 하다가 갈 수도 있다.





“임서현 그년이 이렇게까지 막나갈 줄이야….”

낭패한 듯이 중얼거리며 침대 위에 털썩 앉는 아녜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드리워 있었다.

사실 강남에 딸이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앙리에타는 엄연히 유은의 ‘빈’으로서 신분 자체로만 따지면 임서현보다도 윗줄에 있는 사람이다. 비록 ‘재인’인 임서현과는 1단계 차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재인’은 시녀의 신분이었고, ‘빈’은 부인이었다. 시녀와 부인의 신분차는 극과 극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본인 자체도 궁 최대의 스탯카우인 만큼, 어떻게보면 하렘궁 조직 전체의 돈줄이라고도 볼  있었다.


그렇기에 설마 임서현이 이걸 빌미로 그녀를 건드릴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임서현은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막나가는 여인이었다. 곧바로 비서와 시녀들을 불러다가 가볍게(?) 터치해 주고는 앙리에타를 대상으로교육심의회를 구성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가 직접 유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보나마나  좋은 소리나 실컷 해댔겠지.

“어쩌지?”

술까지 홀짝이며 고민에 빠진 그녀였지만, 뚜렷한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유은이 그녀의 몸을 정신없이 탐낸다지만, 지금 당장 누군가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당연히 시녀이자 직속 비서인 임서현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어쩌면 유은 본인이 이 일을 계기로 아녜스 모녀의 기를 제대로 꺾는다면서  날뛸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죽어나가는  아녜스보다는 당장 강남에 있는 앙리에타일 것이다.

“후….”

홀로 안주도 없이 홀짝거리길 몇 시간.
마침내 그녀는 어느 정도 영양가 있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임서현과의 마찰을 해결하는  물론이고 향후 그녀와 딸의 문제에 대한 거의 영구적인 해결책이 될 지도 모르는 방법이었다.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어서 그렇지….



그녀가 생각한 것은 바로 ‘이소냐’였다.

비록 유은이 세계적으로도 절대권력에 가까운 힘을 휘두르고 있고, 궁 내에서는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만, 사실은 가지고 있는 힘과 세력이 강할 뿐이지 본인 자체는 별로 야망도 없고하반신 놀리는 것에나 관심 있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임서현 같은 일개 시녀가 이렇게 엄청난 권력을 휘두를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임서현보다도  있는 여인을 찾을  있다.
비록 대대적으로 드러난 인물은 아니라서 세계적으로는 임서현이 더 유명하겠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이소냐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인도 드물지 않을까.


그녀는 무려 유은의 부인 - 정확히는 약혼녀 -  ‘이유나’의 어머니이자, 본인 스스로도 그의 부인이며 심지어 황궁법관으로서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기까지 했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진 민주사회라면 고작(?)해야 사법부의 일을 할 따름이겠지만, 하렘궁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유은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곳이었고, 이소냐 역시 고작 사법부의 일만을 하는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의 직업인 황궁법관 이라는 것 자체가 ‘조정’의 법률을 만들고 심의하며 판결하여 집행까지 하는 말도 안 되는 권력을 갖고 있는데, 유은 조정의 일원이기만 한다면 심지어 황비라 할지라도 그녀의 판결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릴 수 있는 최대의 판결은 ‘사형’. 그 어떤 마법이나 아이템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항구적인 처형으로, 심지어 좀비화조차 불가능하도록 영혼 자체를 소멸시켜버리는 무서운 권능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유일하게 그놈한테 반말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평소에는 서로 존대를 한다.
하지만 침상에 들면 오빠 오빠 하면서 반말로 휘어잡는다고 한다.

어떻게보면 임서현보다도 실세인 셈이다.

만약 그녀를 잘 구슬릴  있다면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쯤은 어렵지 않을 터.
하지만 문제는 그녀 역시 임서현에 버금가는, 아니 더 심한 원수라는 점이다.

임서현은 그저 유은의 명령에 의해 도망치는 앙리에타를 납치해 왔을 뿐이지만, 이소냐는 아녜스의 남편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그녀가 애지중지하던 부하들을 죽이거나 육변기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당시 상황을 보면 아녜스의 남편인 엔티알 빅팀과 아녜스 노블레스의 일원들이 이소냐를 먼저 협박했기 때문에 만약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살해한 거라면 아녜스 역시 눈물을 머금고 그녀를 용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소냐는 충분히 모두를 제압할 능력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쯤 농락하다가 끔찍하게 살해한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그녀를 용서하겠는가.
유은의 능력으로인해 오르는 충성도와 애정도는 어디까지나 유은을 대상으로 한 충성도와 애정도일 뿐, 임서현이나 이소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아녜스는 여전히 두 여자를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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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는 며칠 더 독일에 남아있기로 했다.
임서현과의 일도 생각해야 했고, 이소냐와 접촉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것도 충분히 고민해야 했다.

동시에 카쿠들에 대한 처리도 조금 미루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그런 와중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에 강남에서 출발한 비서실 전용기가 도착했다.
하렘궁 최대의 권력조직 중 하나인 비서실에서 직통으로 비행기를 날렸으니 언론이 꽤 시끄러워졌다.

일각에서는 D10 최고권력자인아녜스 이사벨라와 하렘궁 실세인 임서현의 대결구도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들이 몰려온 가운데 전용기에서 내린 이는 다름아닌 임하얀 이었다.
간밤에 임서현에게 불려가 대차게 깨진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곧장 독일로 날아왔다.


어떻게 해서든 카쿠들을 빼내 비서실로 데려오라는 지상명령.

이를 위해 임서현은 자신의 전권을 그녀에게 내주었다.
무슨 짓을 하든 자신이 커버해줄 테니 일단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해내지 못한다면아마 그녀는 평생을 지하교육실에서 썩게 될 것이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마지메 카쿠를 비롯한 대상자들은 정보부 관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독일 언론에서 뿌린 기자들을 피해 차에 탑승한 임하얀은 독일에 있던 비서실 소속 시녀에게 보고를 받으며 계획을짰다.
대략적인  이미 생각하고 왔지만, 아무래도 막상 실행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디테일이 필요했다.


“일단 『정보부장관』님과 만남을 주선해 주시고, 일부 저를 따라오는 분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곧바로 정보부 관저로 가주세요.”
“무력으로 빼내오라는 말씀입니까?”
“가급적 설득으로요. 어차피 정보부 소속이라해도 결국은 시녀가 아닙니까. 비서실에 정면으로 거역하긴 힘들 거예요.”
“알겠습니다.”

아녜스가 있다면 모를까, 그녀가 없는데도 비서실에 거역할 시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어차피 시녀들의 최대 요망이라 한다면 유은 곁에서그를 보필하는 걸텐데, 그를 위해서는 비서실에 잘 보여야만 한다.
제아무리 아녜스가 단속을 철저히 한다 해도 결국 비서실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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