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05)화 (404/517)



〈 405화 〉35.우주원년

35.우주원년



일본이 궁의 식민지가 되어 ‘후지산 자치령’이 된  4개월 가량이 지났다.

그리하여 때는 신년 3월 1일.
제국에서 허락해 준 유예기간도 상당수 지나 국제적으로도 ‘일본’이라는 이름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초반에는 세계적으로 많은 저항이 있었다.
중국을 몰살시킨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 여론이 있었고, 이름있는 국제기구들 역시 너무나 막나가는 제국의 행태를 좋지 않게 여겼다.

기관들이 그런 성명을 낼 정도면 민심은 안 봐도 비디오.
제국을 향한 여론은 그냥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세계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대한 복권시위가 일어났고, 각국 정부는 은밀히 그들을 지원했다.
전면적으로 나서 제제하진 않지만 은근히 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지니아국과후지산 자치령을 안정화시킨 제국에서 스탯 공급량을 조절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그런 시위들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제국의 눈치를  각국 정부가 알아서 자제시킨것이다.







“근데말야. 나는 황제니 폐하니 하는 거 보다 그냥 주인님이 더 좋은데.”


수 개월이 지난 지금도 강남은 여전히 번창하고 있었다.
던전 등급은 C로, 얼마 남미에 B급 던전 2개가 생겼다는 걸 감안하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스탯카지노라는 랜드마크와 이세계로  수 있는 게이트가 자리하고 있었기에 전 세계 물류는 강남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덕분에 강남시티는 작년 동월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이 되었다.
여전히 유흥가는 번성하고 있었으나 그보다 더 빠르고 강렬하게 각종 기업이나 공장, 상가 등이 터를 잡았고, 각국에서 파견나온 외교관이 거주할 대사관을 비롯한 무수한사무용 건물이 착공을 시작했다.


강남시티의 유동인구는 작년 동월 일일평균 7만여 명에서 현재 32만 명까지 늘어났고,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강남시티에게만이득되는 것이 아니었다.
강남시티로 가기 위해서는 인천항이나 인천공항을 거쳐 서울로들어오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 나라들은 그냥 내 부인이나 시녀들한테 줘버리고 나는 가만히 앉아서 길드 운영만 하는 거지.”
“어차피 길드 운영도 시녀에게 맡기실 거잖아요.”
“그건 그래.”


서현의 팩폭에도 유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지니아국은 한 명한테 주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니까 적당히 쪼개서 뿌리고, 일본은 한 명 정해서 총독 같은 걸로 하면 되겠다.”
“정말 그렇게 하시게요?”
“생각중이야. 소냐씨라던가 유나씨라던가 나라 하나씩 던져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뭐…그러시겠지만…그분들은 주인님과 떨어지는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그런가.”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은은 그렇게 해야한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그건  누구한테 위임하고 그냥 여기에 있으면 되는 거고…그리고 솔직히 시녀들만 박아두는 것도 좀 그렇잖아. 명색이 부인인데 나라 하나씩은 있어야 면이 서지 않을까.”
“주인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래. 보지니아국은 한 10개로 쪼개고, 자치령쪽은 하나로 하자고. 그리고 구제사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
“현재 B급 던전이 등장한 남미와 모험가 전력이 일천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고, 던전관리시스템도 시험중에 있습니다. 아마 내달 중으로 결과가 나올 거예요.”
“식민지로 들어오겠다는 애들은 있어?”
“아직까지는…아무래도 후지산 자치령의 예를 보고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후지산 자치령은 제국의 식민지가  후 모든 정치세력이 싸그리 갈려나갔다.
보통 한 나라를 정복하면 원활한 통치를 하기 위해 배신자들을 만들어 정치권을장악하기 마련인데, 제국은 그런  없었다.

모조리 통으로 쓸어버린 뒤 모든 정치권력을 보지니아나 시녀들이 잡게 만든다.
덕분에 기존의 기득권은 완전히 폭삭 주저앉은 상태.

그나마 일부 기업가들이나 살아남았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아무리 국가 상태가 망가져있고 그걸 제국이 구제해줬다 해도 식민지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생각 못했네. 자치령한테 너무 강경했나.”
“하지만 뭐…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지라 그리 염려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방법?”
“네. 어차피 저희가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던전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것이고,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지친 민중이 들고 일어날 테니까요.”
“과연. 제국의 식민지 제의를 받아들이고 던전 문제를 해결해라! 뭐 이런 건가.”
“네.”
“그래. 뭐, 잘 해봐. 식민지 많으면 좋잖아. 그 시녀들이랑 소냐씨랑 잘 상의해봐.”
“네. 주인님.”


그렇게 대답한 서현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저, 주인님.”
“응.”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뭘?”




+++






상대적으로 하렘제국이 조용히(?)있었던 4개월 동안, 전 세계는 고요한 평화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평화는 폭풍전야일 뿐이라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하렘제국에서는 오랜만에 폭탄발언을 던졌다.

보지니아국을 10개로 나누어 10명의 왕을 봉하고,
후지산 자치령에 제국 소속의 총독을 부임시킨다는 내용이었다.


대충 예상했던 수순이긴 했지만 역시나 충격적인 일.
일단 보지니아국에 10명의 왕이 탄생한다는 것이 상당한 충격이었다.

전제왕권이 가라앉고 민주주의가 부상하던 시대에서 다시금 절대왕정이 들어서고 있다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진 것이다.





“위대하신 상제폐하께서는 원활한 통치와 공정한 치세, 백성들의 어려움을 보다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행정체계를 마련하셨습니다.”


기자들을 잔뜩 불러놓고 하는 회견에서, 서현이 엄숙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본래라면 저번 일로 인해 소냐가 대변인으로서 발표했겠지만, 소냐는 이번 발표에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 준비를 위해 불참했다.


“우선 기존에 있던 가칭,보지니아국의 국명을 ‘보지니아연방제국’으로 확정지었습니다.”


연방제국이라는 말에 기자들의 손이 빨라졌다.
 뭔가 안습한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보지니아연방제국은 총 10개의 국가가 연합하여 수립되는 국가로서,연방제국헌법에 기초한 가지각색의 법률, 문화에 의해 통치될 것입니다.”

말이 10개의 국가지, 국민의 구성원의 99%가 보지니아인 이상 10개의 군단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보지니아국에 있는 보지니아의 수는 대략 10억 명.
10분의 1을 하면 1개의 나라에 1억 명의 보지니아가 있다는 것인데, 이들은 전시가 되면 전원 징발하여 군인으로 편입시킬 수 있다.

사단으로 편제한다면 나라 하나에 8천 개가 넘는 사단을 만들  있는 것이다.


그런 군단이 무려 10개.
사단으로만 8만 개에 달하는 지구 역사상 유례가 없는 군대가 만들어졌다.

“보지니아연방제국의 황제폐하와, 각국의 군왕전하는 추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열심히 녹음하며 침을 삼켰다.

“다음은 ‘후지산 자치령’에 관한 것입니다. 후지산 자치령은 지금까지 본제국에서 파견한 관리에 의해 임시로 통치되고 있었지만, 이후로는 본제국에서 파견한 총독각하에 의해 치리될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을 기해 무능했던 구 일본 황가에게 있는 모든 특권은 폐지되며, 천황의 거처였던 고쿄는 보수를 거쳐 후지산 자치령의 총독각하께서 사용하실 관저로 재탄생될 것입니다. 아울러 하렘궁에서 점거하고 있던 도쿄시티를 비롯한 던전시티들은 모두 후지산 자치령 정부에 할양되며, 각 지역의…(중략)…따라서 후지산 자치령은 엄밀히 따져 독립국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엄청나게 긴 설명이 끝난 뒤, 서현이 잠시 심호흡했다.
덩달아 기자들도 숨을 삼켰다.

보지니아연방제국이니 후지산 자치령이니 다 좋은데 정작 중요한 하렘궁에 대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말하는 뉘앙스로 볼 때 보지니아연방제국의 황제는 유은이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필시 그보다 더한 칭호를 가지게 텐데 그게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현재 본제국의 영토는  두 나라와 강남시티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린 시공과 차원을 넘나드는 우주전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게이트를 통해 이세계로 나아가는  역시 가능합니다. 따라서 본 제국의 향후 목표는 이 좁은 지구가 아닌 드넓은 우주일 것입니다.”
“헤?”

갑자기 튀어나오는 우주.
사람들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위대하신 상제폐하께서는 지구의 일은 보지니아연방제국과 후지산 자치령에 맡기시고, 인류의 미래와희망을 위해 본인은 우주를 바라볼 것을 천명하셨습니다.”
“아니 무슨….”
“갑자기 우주야?”
“던전은 어떡하고??”

사람들이 제각각 웅성거리자, 광장이 금새 시끄러워졌다.


“지금 이 시간을 기해 은하제국의 건국을 선포하며, 그  영토는,”

서현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달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