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09)화 (408/517)



〈 409화 〉35.우주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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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대학살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우국부흥회의 한 축을 이루던 자위대 파벌이 큼직하게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국부흥회의 정원은 날로 늘어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학살이 일어나기  보다 훨씬 거대해졌다.

일본어 금지라는 희대의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때려버린  치고는 관리가 그렇게 빡빡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인건지, 자치령 전역에서 부흥회에 가입하는 인간이 상당하다는  알고 있을 텐데도 자치령 정부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흥. 또 그소리. 이제 지겹기만 하군.”
“….”

며칠전 거하게 쳐맞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야렌 중장은 괜히 뺨을 쓰다듬으며 쿄자키를 노려봤다.
작전의 실패도 뼈아픈 일이었지만, 그에겐 쿄자키에게 뺨을 맞았다는  더 중요하고 모욕적인 일.
이전에도 쿄자키를 껄끄럽게 생각했지만, 이젠 그냥 원수다.

이 일만 끝나고 나면 아마 그가 먼저 쿄자키를 죽이려 하지 않을까?

“…이렇게 대규모로 인원이 늘어나는데 제국에서 감지를 못했을리가 없습니다. 분명 뭔가생각이 있는 거지요.”
“자네는 그놈의 생각이 문제야. 가끔은  앞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게 중요할 때도 있는법이네.”
“….”

문장 자체는 그럴듯한 말이었지만 상황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쿄자키는 1도 발전없는 그의 모습에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사실은 며칠 전 그의 뺨을 때렸을 때 이대로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살인은 큰 죄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야렌의 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많기도 했고, 차마 모험가도 아닌 일반인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발암이다.
그는 야렌을 죽이지 않을 것을 깊이 후회하며 말을 이었다.

“만약 저라면 이 기회에 일망타진을 노렸을 겁니다.”
“일망타진?”
“불순분자들을 한 곳에 모이도록종용한 뒤,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찾는 수고를 덜  있겠죠.”
“너무 과한 망상이로군. 현대시대에 그런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며칠전 일로 배운  없습니까?”
“있지!  없겠나.  뒤에 적을 두면 안 된다는  아주 깊이 깨달았지.”

내 뒤에 적이라.
아무래도 쿄자키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얼탱이가 없어진 쿄자키는 분노를 잠재우며 일단 그의 말을 들었다.
어찌됐든 우국부흥회 자체가 그로 인해 생겨난 것이고,대다수가 그의 화려한 이력을 보고 몸을 맡겼다.
아직까진 그의 말에 위력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인력이 충원되었으니, 새로운 작전을 시작해야겠지. 마침 저번 작전때는 물자소모가 거의 없었네. 다행스런 일이지.”
“그게 다행입니까? 사람이 몇 만이 죽었는데! 부흥회의 일원도 천여 명이나 죽었습니다.”
“허허.  사람아. 누가 뭐랬는가? 왜 이렇게 공사구분을 못하지? 동료가 죽어서 슬픈 건 슬픈거고, 물자소모가 없어서 다행인 건 다행인 거지!”
“아니….”


대화를 나눌 때마다 깊게 빡치는 그.
눈에 띄게 분노한 기색이 보이자, 다른 사람들이 대신 말에 끼어들었다.

“자자, 일단 들어보시지요. 그래서, 새로운 작전이란 무엇입니까?”
“흠흠. 들어보시오.”

야렌은 자신이 짜둔 계획을 야심차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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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 동태는 어때요?”
“순조롭게 인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일본어 금지령을 발동한  일주일.
후지산 자치령의 사회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그런 와중에 수 만에 이르는 무리가 결집하여 덩치를 불리고 있다면, 당연히 눈에 띄게 마련.


서현은 푹신한소파에 몸을 묻었다.

2일 전에 유은이 강남으로 돌아갔기에 현재 후지산 자치령에선 그녀를 막을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리 기쁘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권력 쯤은 유은의 곁에서도 얼마든지 누릴  있는데다, 그가 없는 삶은 그녀에게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의 곁으로의 복귀를 대폭 미뤄버린 우국부흥회에 대한 증오가 남다를 수밖에.
본래라면 그저께, 적어도 오늘 즈음에는 함께 강남으로 돌아갈  있었을 것이다!

“어디서 얼마나 누가 벌레가 되었는지 낱낱이 파악하시고요. 그만한 단체가 유지되려면 돕는 기관이나 단체가 분명 있을 겁니다. 리스트 작성해요.”
“예. 총독님.”

명령을 받은 여인이 방을 나서고, 생각에 잠긴 서현이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
방송에서는 한창 한국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급조한 티가 났는데도 시청률은 매우 높았다.
강제였으니까.

“어디 발악해봐. 그때마다 밟아줄게. 친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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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바쁘게 서류를 뒤적거리던 아녜스에게, 비서가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죠?”

서류더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하는 그녀.
현재 총본부를 미국에서 독일로 옮기는 것에 대단히 많은 절차가 필요했기에 상당히 바쁜 그녀였다.

“이것 좀 읽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비서가 건내주는 파일을 받아본 아녜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일본지부에서 반정부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고요?”
“예. 정확히는 그런 ‘정황’이라는 것 같지만, 아무튼 의미는 같습니다.”


일본지부가 지원하는 반정부 단체라면 아마도 후지산 자치령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거긴 지금 완전히 생지옥이었으니까.


“하필 그년이 총독이야. 일본인도  운없어.”

자그맣게 일본인의 명복을 빌어준 그녀는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거 잘하면 그년한테  방 먹일 수 있지 않을까?”
“위험합니다.”
“누가 그년을 공격하기라도 한대요? 그저 빡치게 해줄 뿐이죠.”

마침 서현은 일본으로 가 있기 때문에 앙리에타의 안전이 위협받을 일도 없다.
물론 『비서실장』이라는 명함도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원거리서 그런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전에 아녜스가 사람을 보내 보호하든, 아니면 아예 직접 강남을 방문하든 하면  일이다.

“아니면…애송이를 살살 구슬려서 평생 일본에 박아버릴 수도 있고….”
“그게 가능할까요.”
“그녀석이 우주로 가겠다고 선포했잖아요? 그럼 유능한 부하들을 지구에 박아둘 필요가 있겠죠. 임서현 그년이 좆같아서 그렇지, 나름 능력은 있는 편인 것 같고.  점을 잘 구슬리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그녀의앙큼한 음모를 들은 비서는 그저 침묵했다.
내용이 워낙 무거운 것도 있었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아녜스의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애송이를 살살 구슬린다는  말이 쉽지, 결국 그와 동침하며 베겟머리송사를 벌인다는 것인데, 유은 때문에 남편을 잃어버리고 딸마저 노리개가 되어버린 여인에게 그게 가능할 리 없다.
특히 아녜스처럼 자존심이 강한 여자라면 더더욱.


유은과 그 무리를 기필코 죽여버리겠다며 날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녀는 유은보다는 임서현이라는 여자를 더 싫어하는 것 같았다.
이는 그만큼 유은에 대한 증오가희석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일단 일본지부 전체가 도와주진 않을 테니까,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추려줘요. 그 과정에서 ‘반정부 단체’라는 것들의 정체나 본거지 같은 것도파악되면 더 좋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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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각자의 지역에서 각자의 음모를 꾸미고 있을 때, 강남에서도 한 가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자못 심각한 표정의 소라.
그녀는 원형 테이브를 사이로 두고 앉은 유나와 소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평소 웃고 다니는 편이 많았기에 그녀의 이런 표정에는 긴장감이  수밖에 없었다.
유나와 소냐가 물끄러미 그녀의 입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서현 그 여자랑 유은은 없는 편이 더 나은 거 같애.”
“무슨…?”
“아, 아니아니 이상하게 듣진 말고. 내 말은 뭔가 건설적인 일을 추진하는데에는 두 사람이 엄청나게 방해라는 거야.”

소라의 의견은 이러했다.

현재 제국에서 우주로의 진출을 선포하긴 했지만 제멋대로에 변덕쟁이인 유은이 있는 이상 언제 이게 엎어질  모른다.
그리고 서현의 경우 능력이야 좋을지 몰라도  방식이 너무나 상식외이기 때문에 반드시 세계적인 마찰을 낳는다.

그렇기에 뭔가 거국적인 일을 하기에는 두 사람이 심각한 방해라는 것이다.

“이번에 우릴 왕으로 임명한 것만 봐도 그래. 『장관』만든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해? 그냥 생각이 없다니까 걔는.”
“그야…그렇긴 하지만….”

소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유나는 망설였다.
아니, 애초에 망설이고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여겼다.


“흐음. 그래서 소라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예요?”

소라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은이랑 서현씨랑 묶어가지고 어디 여행이라도 보내버리면 어떨까요? 그 편이 더 국가발전에 이로울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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