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14)화 (413/517)



〈 414화 〉35.우주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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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님.”

근황에 대해브리핑한 비서실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선될 당시,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없을젊은 당선인으로 불렸던 대통령은, 이제 흰머리가 무성해져 빈말로도 젊어보인다는 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뿐이랴,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도 보이니, 그야말로 탈모의 전조증상. 톱에 위치해 있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증거였다.

그는  눈을 꼭 감았다.
잔뜩 찡그린 이마로부터 그의 두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어째 점점 생각대로 되는 것이 없군요.”
“그야…그렇습니다.”

한민족의 영원한 부흥을위해 작은 몸을 바치고 있지만, 그의 계획과 염원은 점점 멀어지는  같았다.
마땅히 민족의 번영을 이루어야 할 유은은 자꾸 이상한 짓이나 하면서 외부로 나돌고 있고, 그의 힘을 등에 업은 제국의 패악질은 갈수록 더해졌다.

옛 중국의 일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고, 이젠 후지산 자치령이 되어버린 일본도  패악질에 의해 몰락했다.

이세계에서 돌아왔을 때,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멋들어지게 포부를 밝혔던 유은.
하지만 그때의 열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지금에와선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그야말로 변덕 그 자체.

거기에 국내의여론도 점점 들끓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궁의 거대한 힘이 두려워 인터넷에서만 간간히 비판성 글이 올라오고, 나머지는 침묵해왔다면, 이제는 중국과 일본의 예를 들어 본격적인 오프라인 활동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도 대한민국은 항상, 매일 시위가 일어나는 나라다. 거기에 은하제국과 관련된 시위도 추가되었다.

제국을 몰아내고 강남을 돌려받자는 것이나 아예 전쟁을 해서 제국을 무너뜨린 뒤 무주공산이  중국과 일본을 접수하자는 주장까지.
그야말로 망상판타지가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있었다.



“후.”


대통령이 깊게 한숨을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랜 결심을 이행할 때가  것 같았다.

“적법한 때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어쩔 수 없군요.”

그는 비서실장을 물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잔다르크와 접촉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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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뜬금없는 소식이군.”

은하제국을 통한 공식발표는 멀리 판타지에 있는 한사랑에게도 전달됐다.
무려  다른 이세계를 정벌한다는 내용. 그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은이 은하제국을 발표했을 때에도 그녀는 화들짝 놀란 바가 있다.
제국을 선포하여 그와 동등한 세력을 일구고 곁에 나란히 서고 싶었는데, 벌써 우주로 진출하고 있으니까.


때문에 이슈타르를정벌한 이후에도 무리해서 서쪽으로 계속 진군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어마어마한 전쟁과 학살은 대륙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것.

그렇게 이슈타르를 중심으로서쪽에 위치한 나라들을 모조리멸절시키고 바다를 맞이한 그녀는 간신히 태세를 정비하고 내정에 들어갔다.
물론 이마저도 본인 스스로는 충분치 않다 여겼다.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연구소 40레벨이상에서 할 수 있는 연구들이 필요했고, 연구소 40레벨을 위해서는 본부 40레벨을 올려야 했다.
이에 들어가는 자원은 가히 천문학적인 것.

서대륙 서쪽을 말 그대로 끝장내버린 지금도 본부의 레벨은 33에 그쳤다.
레벨이 오를 수록 필요 자원이 늘어난다는 걸 생각하면 한참이나 남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엔  다른 이세계를 정벌하러 간다하니 점점 조급해짐을 느꼈다.

“그래. 그쪽은 뭐…불칸에서는 소식이 왔나?”
“아직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군.”


한사랑은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려하는 절망을 애써 떨쳐냈다.
그런 것에 집중해봤자좋을 하나도 없다. 어차피 해야하는 것은 동일. 지금까지처럼 대륙을 정벌하면 된다.

“아무래도  행성의 패권을 쥐고 있는 제국이니까요.”

불칸은 서대륙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제국으로, 라이제르왕국과는 대평원을 사이에 두고 있어 멀게 느껴지는 나라였지만, 이슈타르를 비롯하여 서대륙 서쪽에 있는 국가와는 모조리 국경을 맞대고 있는 거대한 국가였다.

당연히 서쪽을 정벌한 한사랑과엄청난 국경을 맞대게 되었고, 불칸에서도 이를 주시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따로 연락을 취해오지는 않았으니, 한사랑은 그것이 묘하게 불쾌했다.

마치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 같지 않은가.
언제든지 쓸어버릴 수 있으니 연락할 가치도 없다는 것인가.


“으음….”


한사랑이 생각에 잠긴 채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특정한 박자를 두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리에 셜리가 입을 열었다.


“안됩니다.”
“…아직 아무말도 안 했는데?”
“지금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어요. 이 이상 군이 퍼지면 감당하기 힘듭니다.”
“끙….”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불칸의 국경지대를 쑥대밭으로 만들려 했던 한사랑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내정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은 가만히 계셔야 하는데…그건 힘드시니 적어도 1년은 가만히 계셔주세요.”
“1년이라니. 너무 길어.”


나라 입장에선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사랑 개인에게는  시간.
그 1년을 가만히 있는 동안 은하제국에선  무슨짓을 벌일지 모른다.

“반란도 채 진압되지 않았어요. 너무 서두르시다간 대의를 그르칠 수 있습니다.”
“하아….”

심히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한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생각해도 제국은 매우 불안정하다.
무수한 학살과 정복으로 세워진 국가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바람에도 모든 것이 흔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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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본부 상층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발전중인 본거지를 내려다보던 한사랑에게 한 가지 소식이 들어왔다.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왔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대통령쪽사람.


“현재 접견실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대통령이 생각하는 ‘그날’이 가까이 온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대통령이 보냈다는 사람을 만나고 나온 화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 멀리도 오셨군요…며칠동안 차에만 있었더니 아주 죽을맛입니다. 하하.”

넉살좋게 웃고 있는 중년의 남자.
아마도 국정원 소속일 거라고 대충 짐작한 한사랑이 살짝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오면서 듣긴 했는데…정말 나라를위해  몸을 바치셨더군요. 학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까지 민족을 위해 뛰어주시다니. 저는 물론이고 대통령께서도 심히 흡족해 하실 겁니다.”


그는 잔뜩 흥분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대체로 한사랑의 애국심과 희생을 칭송하는 부류의 말이었다.

하지만그것이 한사랑에게는 심히 거슬리고 불쾌한 것.
이미 그녀는 대통령의 뜻에서 삼만리는 멀어졌다.

군을 키우다못해 아예 제국을 세워 버렸고,
즉위식은 하지 않았지만 황제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론 이 행성 전체를 지배하에 두고 은하제국처럼 우주로도 나아갈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년은 대륙에서 군을 움직이면 안 된다.
당연히…대통령과의 계획도 파기다.


하지만 그걸  리 없는 남자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앗. 이것 참. 계속  말만 늘어놓고 있었군요. 한사랑 ‘대령’.”
“….”
“대령의 위업은 대한민국…아니 한민족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그러니…그 떨떠름한 표정은 이제 지워주시면 어떨까 합니다만?”

연신웃고있던 남자가 돌연 눈을 좁혔다.

“설마하니…딴 생각을 품고 계신  아니겠지요?”
“딴 생각?”


처음으로 한사랑이 입을 열었다.
그걸 소득이라 생각했는지, 남자의 입가가 살며시 올라갔다.

“아, 물론 그럴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령이 소중히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 대한민국에 있는데 설마 이 낙후된 곳에서 딴생각을 품고 계시겠습니까?”


그의 말은 한사랑의 신경을 은근히 건드렸다.

“날 협박이라도 하는  같군.”
“협박이라뇨. 가당치도 않습니다. 전 그저 사실을 말씀드릴 뿐이죠. 아니면…이걸 ‘협박’으로 받아들일 만큼의무언가를 하고 계신 겁니까?”
“쓸데없는 말은 그쯤하도록 하지. 멀리 이곳까지 온 용건은?”

남자는 남자대로 한사랑의 반말이 신경쓰였다.
하지만 괜히 이 자리에서 그걸 걸고넘어갈 필요는 없었기에 참고 넘겼다.

‘오만해졌군. 한사랑.’

“뭐, 예상하시는 대로입니다. 대통령께서 상황이 무르익었다 판단하신 것이죠. 예정된 계획대로 움직여주셔야겠습니다.”
“거절한다.”
“당연히 그리…예?”
“거절한다고 했다.”
“……무슨 생각입니까?”
“본 제국은 땅은 넓지만 내정은 불안하고 여기저기서 반란도 일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군을 움직일 순 없는 노릇이지.”
“하…설마설마했는데….”


남자의 눈이 험악해졌다.

“이 미개한 곳에서 왕노릇  하더니 그새 변절자가 됐습니까 한대령!!”

쾅! 하고 탁자를 내려치자, 주변에 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총을 꺼내 겨눴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한사랑을 노려봤다.


“변절자? 제국의 상황이 여의치않아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인데 변절자라니. 불쾌하군.”
“흥.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
“정치를 시작하면 그건  이상 군인이 아냐. 깡패지. 당신에게 내려진 명령은 군을 키워서 여기 정착하라는 게 아니라. 한민족을 구원하라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한대령? 여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한반도가 중요한 거라고!!”

그의 고함에 한사랑이 무표정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당신들 입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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