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0화 〉38. 절세미공자(絶世美公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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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걔 따먹고 싶어.”
“수현을 말하는 것이냐?”
“응.”
정성스런 안마.
본래 이화궁(梨花宮)의 궁주(宮主)가 사용하는 널찍한 침대에서 유은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나신으로 위에 엎드린 뒤 세린에게 안마를 받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림인이, 그것도 궁주씩이나 되는 인간이 안마 따위를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세린은 매우 능숙했고, 이제는 하루라도 받지 않으면 가시가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거 참 불쾌한 일이다만, 하려거든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느냐. 이제 이화궁은 너의 것이다.”
“그치만 이 얼굴로 꼬셔보고 싶단 말이지.”
“후흣.”
세린이 작게 웃었다.
아마도 유은의 욕망은 이룰 수 없을 터.
“그 아이는 15년간 정절을 지키고 있는 녀석이다. 그것도 이 변태년들 틈바구니 속에서 말이지.”
“왜 그러는 거야?”
“본래 고려인이다.”
“그건 알고 있어. 김씨성을 보면 딱 보이지.”
“무역을 하러 항해를 하다 해적에게 배를 잃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후 본녀와 무사들에게 구해졌지. 그 은을 갚겠다고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당장 한양으로 달려갔을 터.”
“오호. 한 마디로 유부녀 아닌 유부녀라는 거네.”
“혼인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마음에 골기퍼가 있다는 거 아냐.”
“골…기? 아무튼 강제로 눕히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할 게다. 뭣하면 본녀가 도와줄까?”
그녀가 안마를 하다말고 유은의 엉덩이를 콱 움켜쥐었다.
“본녀가 명령한다면 따를지도 모른다만?”
“그건 최후의 수단. 일단은 순애보로 가보겠어.”
“후흣. 웃기는구나. 본녀와 마찬가지인 강간마 주제에 순애라니.”
“어허. 지금 주인을 놀리는 거야?”
유은이 몸을 반전하더니세린을 끌어안았다.
“아응…놀리는 것이라면…어쩔 테냐? 후후훗.”
“어쩌긴.”
세린을 침대에 눕히고는 두 다리를 좌우로 활짝.
한껏 벌려진 다리 사이로 소박한 속옷 한 장이 젖은 보지를 가리고 있었다.
“특대자지형에 처해야지.”
푸욱!
“끄흐억!!”
“오오…역시 좋다…좋아….”
단숨에 때려박한 자지에 부르르 떨더니 엉덩이를 씰룩대는 세린.
완전히 흥분한 얼굴이 되어 길쭉하고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았다.
“하윽…좋..구나…아아….”
“어이. 이건 벌이라고.”
“무엇 하느냐. 얼른 박지않고.”
“허허. 이런 색녀 같으니!”
박아달라면박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생각하는 유은이었기에 장난은 그만두고 보지를 쑤셔대기 시작했다.
물이 왕창 나오면서도 꽉꽉 조여주는 명품.
풍만한 젖가슴도 마구 흔들리면서 눈요깃감이 되어 주었다.
“어흑! 너무 좋앗..! 역시..역시 본녀와 궁합이 딱이로구나!”
“그냥 너가 엄청 변태인 거지.”
“아,아니다..흐응…본녀의 보지를…이렇게까지 움찔거리게 하는 것은…네녀석이 처음이다.”
세린은 그렇게 헐떡이며 유은이 혹 일어나기라도 할까봐 두 다리로 허리를 감쌌다.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나도 내 좆물받이는 안 놓아줘.”
“아응…심한말…하지만 흥분되는구나.”
얼른 움직이라는 듯이 발 뒷꿈치로 엉덩이를 찍자, 유은이 피식 웃으며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내가 지금껏 본 여자중 네가 제일 음란해. 여세린.”
“아으읏! 본녀는 음란하지 않다. 그저 욕망에 충실할뿐.”
“그게 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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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정사를 나눈 뒤 잠시 쉬고 있을 때,
방문 너머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주님, 중요 보고사항이 있습니다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거라.”
세린도,유은도 모두 전라에다 침대와 방바닥이 정액 애액으로 더러워진 상태였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입장을 허락했다.
이윽고 열리는 방문과 그 너머의 김수현.
그녀는 방 안의 몰골을 보고 흠칫 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흑천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호.”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소환조사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만…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소환? 감히 본녀를 소환하겠다는 말이냐.”
“어투는 조심스럽지만 골자는 그런 내용입니다.”
“흥. 황당하구나.”
세린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지만, 막상 그녀가 생각해 보아도 이번에는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그녀 가치관으로 보면 고작 남자 한 명 납치하고 그 과정에서 도시 하나쯤 반파시킨 건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그 결과 사정대전(邪正大戰)이 일어나기 직전이니, 흑천맹(黑天盟)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많이 신사적으로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그녀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말로는 투덜대도 화내거나 하진 않는 것이다.
“후. 그래서, 본녀를 소환하여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
“아무래도 추후 행동방침을 논의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쩌면 본궁에 대한제제도 오갈 수 있고요.”
“제제?”
“10년이나 20년 봉문하는 조건으로 사정대전을 방지하고 관과 황실의 개입을 최소화 하려는 것이죠.”
“그러고보니 관도 있었구나. 쯧. 남자 하나 얻은 것 가지고 유난은.”
“….”
“알겠다. 그쪽사람이 와 있는 거겠지?”
“예. 일층에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그래. 지금 만나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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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일단 사천으로 오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장황한설명 끝에, 흑천맹의 사신은 본인의 모든 임무를 세린에게 전달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좋지 못한 표정.
이곳 절강에서 멀리 사천까지 간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귀찮은 일인데, 거기에 시간제약까지 걸려있다.
직선거리로 대략 만 리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주일 이내에 와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청.
이는 필연적으로 상승의경공(輕功)이 필요했다.
“쯧.마음에 안 드는구나. 정파(正派) 잡것들은 언제나 그랬지. 사사건건 날조하여 시비를 걸어와, 마침내는본인들의 욕망을 충족시켰지.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결국은본녀와 본궁을 해하고 싶은 것이 아니냐.”
“저희도 정말이지 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일이 이만큼 커진 이상, 궁주께서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흥.”
그가 물러간 뒤, 세린은수현과 단 둘이 회의에 나섰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사실 마음은 이미 기울어져 있었으므로.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혹시나 함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본래 세상사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 지 알 수 없는 것.
만약에라도 흑천맹이 여세린과 이화궁을 정파놈들에게 내주기로 약조했다면,그리고 이번 소환이 세린을 제거하기 위한 함정이라면 일이 복잡해진다.
절대고수인 여세린은 어떻게 살아난다 치더라도 이화궁의 안위는 알 수 없다.
절강성이 비록 중원의 외각이라곤 해도, 바로 주변에 명문 정파세력인 보타문도 있는데다 바로 윗 성인 안휘성에는 그냥 대문파도 아니고 ‘거대문파(巨大門派)’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남궁세가(南宮世家)가 자리하고 있다.
남궁세가에는 천하십대고수(天下十代高手)가 두 명이나 있는데다 장로들도 하나같이 절정(絶頂)중경(中境) 이상의 고수들이라 그 싸움의 향방을 알 수 없다. 아마 높은 확률로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세린은 수련을 데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끝난 거야?”
“그래. 아무래도 사천에 가야 할 것 같구나.”
“헤. 멀기도 해라.”
그녀는 자신의 금고 안에 소중히 넣어두었던 것을 꺼냈다.
바로 혈교공동에서 구했던 영단.
공청석유로 빚어 만든 만큼, 현존하는 중원 최고의 영약이었다.
그걸 수현에게 내밀었다.
“호법을 서주겠다. 이걸 복용하거라.”
“이건…?”
심상치 않은 기운.
수현이 떨리는 손으로 영단을 받았다.
그녀 역시 한 명의 무인.
고려에서 상인을 하고 있을 적에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해동검문의 태극검을 익혔고(거의 호신술 수준이었지만), 이화궁에 와서는 이화검법과 세린이 만든 ‘화화공’의 일부를 익혔다.
다만 경지는 다른 장로들에 비해 심히 일천한 수준으로, 고작(?)해야 초일류(超一流)말경(末境)에 머무르고 있었다.
벽을 허물면 절정에 달할 수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것.
그런 상황에서 세린이 세상에 다시 없을보물을 내민 것이다.
“구,궁주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녀가 기겁했다.
본래 상인이었던데다 현재는 거대문파의 일군사이기에, 영약이라면 많이 접해봤다.
하지만 지금 이것만큼 웅대한 기운을 품은 것은 단연코 없었다.
“뭣 하느냐. 얼른 복용하거라. 시간이 없느니라.”
“…감사합니다!”
“뭘. 어차피 네녀석은 목숨으로 갚을 녀석이 아니냐.”
“예. 이 목숨으로 충성하겠습니다. 주군!”
수현은 평소의 딱딱한 얼굴 대신 감동으로 상기된 얼굴을 하며 주먹만한 영단을 한 모금씩 머금기 시작했다.
워낙 거대한 기를 갖고 있었기에 한 번에 복용할 순 없었고, 총 네 차례에 걸쳐 섭취했다.
그 결과,
수현은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무인으로 재탄생했다.
“본녀가 왜 너에게 그것을 주었는지 알겠느냐?”
“…가르쳐주십시오.”
“본녀가 자리를 비우면 필시 발정난 년들이 요녀석을 노릴 것이다.”
“아.”
그녀의 시선이 유은에게로 향했다.
“내 말했지? 이화궁의 새 주인이라고.”
“분명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지켜라. 그것이 네 임무다.”
“명심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었지만, 그녀는 깔끔히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