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52)화 (451/517)



〈 452화 〉39.춘추무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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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이화궁이 불타고 있다는 소식에 최대한 빨리달려온수현과 장로들.
그녀들은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서 황망한 표정으로 전경을 바라봤다.

여기저기 불이 타오르며 도시의 중심인 관아는 온통 피로 칠해져있는 상황.
누가보면 왜구라도 쳐들어왔나 하고 오해할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시선을 조금 돌려 이화궁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역시 그곳도 절망.
본래의화려하고 아리따운 전각들은 어디다 태워먹었는지, 깔끔한 벌판에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되어 건축자재 따위를 나르고 있었다.


“흐음. 역시 서현이구만.”

유은은 그 와중에 사람들을 감독하고 있는 서현을 발견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화궁 정도되는 집단을 거리낌없이 불태우는 자들이라면 당연히 서현과  무리밖에 없겠지.

“그러고보니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 좀 미안한걸.”

서현도 서현이지만 부인들한테도 최소 2주에 한 번은 얼굴을 비추기로 했는데 얼추 2달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
그럴려고  게 아니라 검후에게 납치되는 과정에서 폰을 잃어버린 탓이다.

“등짝 좀 맞겠구만.”

물론 연락이 끊겼다해서 설마 유은씩이나 되는 인간을 걱정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실례인 건 사실.
유은은 서현과 합류하자마자 바로 연락을 취하기로 하고 언덕을 내려가려 했다.

덥썩!

그러나 몇 발자국 가지 못해 수현에게 붙잡혔다.


“지금 어딜 가는 거예요! 위험하니까 물러서 있어요.”

수현은 이전에 없이 강경한 얼굴로 그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를 공략했다고 판단한 유은은 슬그머니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힘숨찐 연기를 하며 인내하던 결실도 맺었으니 이젠 대략적인 실체를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수현씨, 놀라지 말고 들어요.”
“?”
“사실 저는 세린씨보다 강합니다.”
“….”
“그러니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지금이 장난할 때에요?”

물론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수현.
애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검후보다 강하다니.

“일군사님? 우린 먼저 가 있을 테니까,공자  지키고 있어요.”
“잠깐! 저도ㅡ,”
“공자님을 지켜야죠 당신은!”
“….”

홀려도 이렇게 홀릴 수 있을까.  악독한 여인들이 남자를 지키라 하다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수현도 그 말에는 동의했기에이화검수들로 주변을 경계하게 하고 유은을 끌어안았다.


“우오…따뜻해요 수현씨.”
“…실없는 소리 하지 마요. 좀.”
“에이. 이게 왜 실없는 소리에요.”

유은은 등으로 느껴지는 풍만한 살덩이를 만끽하며 수현의 허벅지를 슬쩍 쓰다듬었다.


“힉!! 지금 뭐하는!”

기겁한 수현.
주변을 경계하던 검수들이 뒤를 돌아보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짓했다.

“뭐하는 거에요 정말!”
“그보다 수현씨, 제 말을 믿으세요. 위험할 건 하나도 없답니다. 수현씨는 제가 지켜줄 테니까.”
“하.”

어이없어하는 그녀.
유은은 그녀의 결박(?)을 쏙 빠져나왔다.

“???”
“자, 가봅시다.”
“아니 잠깐!”

어떻게 빠져나왔냐며 눈으로 묻는 그녀에게 유은은 찡긋 하고 눈 한쪽을 깜빡였다.

“세상엔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죠.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무슨 알아먹지도 못할소릴 하는 거예요! 좀ㅡ,”


유은은 계속해서 떽떽거리는 수현을 확 끌어안고는 갑자기 하늘 높이치솟았다.


“헉!”
“갑시다.”
“아니 무슨….”

유은은 무공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황당해하는 수현과, 밑에서 어이없는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는 이화검수들.
유은은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저 멀리서 장로들이 뛰어가고 있는 이화궁 터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광폭한 소리가 천지사방을 울리며 튀어나가는  사람의 인영.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몰아치는 바람에 수현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가까스로 올려다본 유은의 표정은 그야말로 태평 그 자체.

‘도대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화궁이 전소되고 도시가 박살난 것도 모자라 이젠 알고보니 유은이 엄청난 강자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실이 눈 앞에 있다.
혹시 이건 꿈이 아닐까?
하나같이 말도  되는 일들 뿐인데.


‘그래…이건 꿈이구나. 어쩌면 공자와 맺어진 것도 꿈ㅡ,’




쾅!!!!



“히익!”

꿈이라고 생각한 순간, 유은의 다리가 땅에 파묻히면서 그 충격의 일부가 수현을 흔들어 깨웠다.

“아. 맞다. 유나씨가 제대로 착지하면서 다니라고 했는데.”

실없는 소릴 하며 파묻힌 다리를 뽑아내는 유은.
그러면서 김수현을 적당히 옆에 내려주고는옷에 묻은 엄청난 양의 먼지를 털어내었다.


“수현씨, 어디 안 다쳤죠?”
“….”


걱정스럽게 묻는물음에 수현은 그저 황망한 얼굴로 유은을 쳐다봤다.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았고, 하고 싶은 말도 너무나많았다.
너무 많아서 정리조차 안 될 만큼.

“아, 그나저나 아쉽게 됐네요. 이화궁 이뻤는데. 이렇게 다 사라지다니.”
“음…유은씨, 일단ㅡ,”


그의 말에 검을 뽑으며 주변을 경계하려던 수현.
그러나 큼지막하게 울리는 말에 뽑으려던 검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독특한 차림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목소리.
금발을 휘날리며 날아오는 그녀는 얼핏 들어왔던 인상착의와 동일했다.
아마도 여세린에게 처참하게 당했다는 서현이라는 여자가 아닐까.

“??”

 여자가 여기에 있다는 건 아마도….


“오. 우리 서현짱.”

와락!


수현의 머리가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서현은 어느덧 유은의 품에 안겼다.

“보고싶었어요 주인님.”
“응. 나도.”
“…거짓말. 두달동안 코빼기 하나 안 비춰놓구선.”
“아니. 진짜야. 깨달음이 있어서 그래.”
“?”

마치 연인처럼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수현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일단 정황상 저 여인이 이 사단을 만든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이화궁의 일군사로서 마땅한 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녀는 ‘납치된’ 유은을 구하기 위해 정당한 실력행사를 했을 뿐이다.

이화궁의 일원이면서도 최대한 정의를 숭상하는 수현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 맞는 걸까.

“근데 어떻게 한 거야? 회복은 그렇다치고 설마 무대포로 쳐들어왔다던가. 검후가 있었으면 어쩔뻔했냐.”
“…친위대를 호출했어요.”
“엥? 본국에서?”
“네.”
“허허. 친위대까지 오다니.”
“총대장과 2번대 3번대 대장을 불러왔습니다.”
“그렇다면 뭐 대적할 수가 없지.”

아마검후 여세린이 와도  여자들은 당해낼 수 없을 거다.
당연히 이화궁 정도 태우는 건 일도 아니겠지.


“아! 맞어. 자, 인사해.”
“….”

유은은 일단 수현에게 서현을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 이분은 내가 최근에 꼬신 분.”
“…안녕하세요?”
“아,안녕…아니 이게 아니라…저기요 유은씨? 우리 할 말이 정말 많을 거 같은데요.”
“여긴 서현이라고,  전속 시녀이자 음…비서실장에다  후지산 자치령 총독에다…암튼 이것저것 많이 하는 아이입니다.”
“아니 그러니까ㅡ,”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테니까 서로 인사하도록 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죠? 함께 지내게 된다니.”
“서현아, 내가 이번에많은 걸 느꼈거든.”
“무엇을요?”
“닥치고 섹스하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정해두고 인내하다가 마침내 달성했을 때의 쾌감이 더 크다는 걸 말이지.”
“아하…그걸…(이제야)깨달으셨군요.”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도 목표를  가지 정해야 될 거 같아. 그 목표는 무림일통이다.”
“사실은 마님분들이 출발하기 전 부터 일러오신 말이지만요.”


유은의 무림행은 대외적으로 ‘대 이세계 2차 탐방 및 정벌’이다. 당연히 유은이 말한 ‘무림일통’같은  애초에 포함되어 있는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고작 무림일통 가지고 인내하실 일이 있을까요? 그냥 밀어버리면 될 텐데.”
“아니야. 또 몰라. 전에 검후같은 경우도 있잖아. 혹시 알아? 더 강한 사람이 있을지. 이왕이면 여자였으면 좋겠는데.”
“마교라던가 있을지도 몰라요. 이곳은 아무래도 기운의 순도가 강한 것 같으니.”
“아니, 저기요. 지금 굉장히 혼란스러운데.”

폭풍처럼 몰아치는 대화.
수현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야??’



“공자!!!”

뒤늦게 도착한 장로들.
그녀들은 분명 언덕에 있어야 할 유은이 이곳에 있는 것에 크게 놀라면서도 요상하게돌아가는 분위기를 느끼고는 근처에 적당히 착지했다.

“아!”


유은은 그녀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자, 서현아 인사해. 이번에 새로 들어온…음…뭐라고 해야하나.”
“좆물받이군요?”
“그래. 맞아.”

장로들은 순식간에 좆물받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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