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54)화 (453/517)



〈 454화 〉39.춘추무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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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


국가의 군사력도 상당하지만, 지닌바 무림도 중원에 못지않다.
무림맹이나 흑천맹과 같은 동맹세력은 없지만, 요동의 해동검문, 한성의 한양이가, 광북성의 북해빙궁 등, 중원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거대문파가 여럿 즐비해 있다.


이와 같은 발전은 분명 고려가 1600년에 달하는 대역사를 지니고 있음도 한몫 했지만, 중원을 다스리고 있을 당시 무수히 약탈해온 영약과 무공비급의 효과가 컸다.
만리장성을 한 번 넘나들 때마다 수십 수백의 문파가 생겨나니, 그 중 대문파로 자라나는 것이  두개만 있어도 대고려의 무림을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에와선 집결된 힘이 없다 뿐이지, 대고려의 무리은 이미 중원의 정파나 사파 한 세력 만으로는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리고  집결된 힘도, 새롭게 생겨나려 하고 있었다.




고려는 본디 주변국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약탈하면서 성장한 국가다.
그 대상은 중국이 될 때도 있고, 흉노나 몽골, 때로는 일본이 될 때도 있었다.

보통은 고려가 대대적인 준동을 하려할 때, 상대국에서 적당히 조공을 바치며 넘어가곤 했지만, 한 번쯤 개길 때면 대병력을 보내 수도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고 항복을 받아내곤 했다.
만약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내분이 없었다면, 어쩌면 고려는 이미 중국대륙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간신히 내분의 위기를 잠재운 고려 황실에서는 본격적으로 군을움직일 필요성을 느꼈다.
 성 귀족들의 군사력이 팽배해있고, 서로간의 균열이 첨예하니, 이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만만한대상이 명인데, 문제는 뒤에 있는 일본이 점점 통일되어 간다는 것에 있었다.

열도는 섬나라인 것 치고는 잠재력이 우수하고 인구부양력도 뛰어난 곳이다. 대명원정을 갔는데 뒤를 간지럽힌다면 상당히 골치아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선선제때 일본의 규슈를 정벌하여 남제주성으로 편입하였고, 꾸준한 행정력을 투여해 지금은 명실상부한 대고려의 영토로 삼고 있다.




유은이 차원을 넘어 중국 중원에 발을 디뎠을 때, 대고려 황실에서는 일본에 대한 원정을 결정지었고, 물경 40만에 이르는 대병력을 파병, 이번에야말로 열도를 쓸어내 뒤를 안정화시키겠다는 무서운 결심을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중원쪽 국경이 안정화 되어야 했고, 명이 감히 대고려를 넘볼 수 없게하는 수단이 필요했다.
이에 대두된 것이 고려의 무림.

대고려가 준동할 때마다 중원의 무림이 이를 막아왔던 것처럼, 고려또한 무림을 활용하여 그리하는 것이다.
이를위해 황실에서는 칙령을 내려  거대문파의 수장들을 한데모아 맹을 결성하게 했다.
단지 명령 뿐이었다면 흐지부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중원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나아가 정복까지 한다면 해당 지역의 왕으로 봉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고려 무림에선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이로인해 기존 무림세가가 아닌 귀족가문에서도 자신들을 무림세가로 지칭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다만 그렇게 무림세가를 천명한 귀족가는 일본원정에 포함되지 않은, 소위 소귀족인 경우가 많았기에, 어지간한 중규모 문파보다도 세가 떨어졌다.

두 달 가량이 지났을 때, 내로라하는 거대문파의 수장들이 마침내 모여 회의를 열었다.

대표적으로 해동검문의 안양록, 한양이가의 이가연, 북해빙궁의 빙설란, 대월의 도혁, 을지세가의 을지혜, 태풍파의 풍유환까지. 고려무림의 천하육강(天下六强)이 한데 모였고, 이외에도 수십에 이르는 주요문파가 맹 결성을 위해 모였다.



오랜 회의끝에, 고려무림의 맹은 고려의 귀족회의 ‘제가회의’에서 이름을 딴 ‘제가연맹’으로 정해졌다. 위치는 요동의 비사성(다롄).
요동 중에서도 최남단이기에 북해빙궁 입장에서는 너무나 멀었지만 따로 불만을 표하진 않았다.


아무튼 제가연맹의 탄생을 전 무림에 알리고 가맹권유를 날리는 한편, 황실에 보고를 올렸다.
황실에서는 황제의 칙령으로 인해 결성된 맹이었기에 보조금을 내리려 했지만, 혹시모를 과한 간섭을 꺼려한 문파들이 거절하는 바람에 순수 고려무림의 자금으로 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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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궁이 무너진 일과, 고려무림의 창맹소식이 거의 동시에 무림맹을 진동시켰다.
하나같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었지만, 사람들은 고려에 대한 소식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다.


“우리처럼 정파와 사파로 나뉜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놈들이 결집하여 맹을 만들겠습니까? 이건 중원으로 쳐들어오겠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모여서 맹을 만들 이유가 없지요.”
“안 그래도 시국이 이모양인데, 고려까지 이 난리라니. 세상이 어찌될련지…쯧쯧쯧.”

무림맹에 모인 장로들이 하나같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말대로, 그냥 자기들 터에서  거라면 굳이 맹을 만들 이유가 없다.
맹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목적을 이루겠다는 것이고, 자기들끼리 중원을 이루어 잘 먹고  살고 있는 고려무림이 뜬금없이 거대한 맹을 이루겠다고 한다면 그건 중원침략밖에 답이 없다.


한 가지 의문점인 것은 지금껏 고려의 준동은 국가와 황실이 나서서 해왔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무림에서 일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듣자하니 황실의 칙령이 있었다는군요. 황제가 직접 나서서 무림연맹의 결성을 부추겼다합니다.”
“허허…이 무슨 일인고….”


걱정을 태산만큼 드러내는 장로들.
사파무림이 일월신교(마교)의 움직임에 극히 민감한 것처럼, 정파무림은 고려의 움직임에 극히 민감했다.

‘이화궁이 무너졌다라….’


그 와중에, 이화궁에 집중하는 한 남자.
서현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남궁혁은 고려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이화궁.
그도 그럴게, 불과 얼마 전 서현을 비롯한 하렘궁이 절강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서현은 화산파의 장로를 일수에 제압할 정도의 실력자이니, 어쩌면 이번 이화궁은 그녀가 저지른 일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가 이화궁과 전투를 벌인 것이라면 분명 큰 전력손실이 있었을 거야. 이럴 때 치고 들어간다면?’

다른 장로들이 제가연맹 건으로한창 침을 튀기고 있을 때, 그 혼자 헛된 망상에 사로잡혔다.

‘어차피 서현소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어. 그렇다면 무력을 이용할 뿐이지.’

실이 될 건 없다.
이화궁의빈자리를 그대로 밀어 차지하기만 해도 득이면 득이지 결코 실은 아니다.
 와중에 서현을 차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궁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남궁장로, 무엇이 말이오?”
“요즘들어  이상한 일들이 무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안의 혈교공동도 그렇고, 이번 이화궁사건도 그렇고. 하나같이 말이 안 되는 일들 뿐입니다.”
“그야….”
“이제와서 밝혀진 것이지만, 그 공동은 혈교의 총본산이었고, 당연히 그만한 무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멸의 화를 입었죠. 이화궁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이 중 이화궁을 홀로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문파가 있습니까?”
“….”
“그런 이화궁이 무너졌습니다.”
“아니,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그 저잣거리의 소문을 너무 믿으면 못 써요.”
“제가 남궁세가의 장로입니다.  근방의 소식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지요.”
“….”
“이화궁은 불탔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누구의 짓이냐는 것이죠.”
“흠….”

침음하는 장로들.
무림맹주는 가만히 남궁혁을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 전, 서현소저가 하렘궁의 무사들을 이끌고 절강으로 향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그들이 이화궁을 불태웠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방금 그대가 말하지 않았소!  중 그 누가 이화궁을 홀로 제압할 수 있겠느냐고! 듣도보도 못한, 그것도 고려출신의 문파가 그게 가능할  같소?”


서현에게 줘터지고 상당한 악감정을 갖고 있던 화산파의 장로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남궁혁은 침착 그 자체.
물론 서현을 차지할  있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하반신은 부풀어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요. 고려출신이지요.”
“그게 뭐…아니 설마?”

뭔가 팟 하고 떠오른 장로들이 일제히 남궁혁을 쳐다봤다.


“고려엔 고려나름의 중원이 있고, 무림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가연맹의 결성엔 고려황실까지 얽혀있죠. 도대체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이득은 무엇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가 탁상위에 펼쳐져 있는 지도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고려는 아마도 예전부터 이 일을 준비해 왔을 겁니다. 무수한 정보원들을 심어 두었겠죠. 때로는 무력집단도요. 하렘궁의 행적을  번 보십시오. 최초는 서안입니다. 그 혈교공동이 발견된 말입니다. 거기서 근처 녹림의 산채들을 부수고 다니다가 우리 주작단의 수색대와 만났고, 나중에는 검…아니 잔살마와 마주쳐 궁주가 납치되었습니다. 여기부터가 뭔가 이상합니다. 아시다시피 이화궁은 중원의 끝자락, 절강성에 있습니다. 서안은 그  반대편이고요. 도대체 왜 이화궁의 궁주인 잔살마가 거기서 나타난단 말입니까?”

“듣고보니…아니 하지만 그 계집은 본래 역마살이 강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지 않았소? 그것만으로는….”

“물론 그것만이라면 우연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궁주를잃어버린 하렘궁은 서현소저를 중심으로 이곳 하남까지 와서 우리 무림맹의 회의에 참석하였죠. 그것도 몇 주간이나.함께 이화궁을 물리쳐야 한다면서요. 우리도 동조했지요. 그런데 어느순간 돌연 자기들끼리 절강으로 향하더니, 이젠 이화궁이 불타버렸습니다.”
“허허….”
“갑작스럽게 몰살당한 혈교무리와, 불타버린 이화궁. 그 모든 곳, 모든 사건지에 하렘궁이 있습니다.”
“설마 그 모든  하렘궁이 했다는 말인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뭐요?”
“제 가설은 이렇습니다. 이화궁의 궁주인 잔살마가 고려와 결탁한 겁니다.”
“으,으응?”

갑자기?
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장로들.
남궁혁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천천히 설명했다.


“고려와 결탁한 잔살마가 먼저 혈교총본산을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공청석유와 그로 만들어진 영단을 취하죠. 아마도 이 정보를 고려에게서 받았을 것입니다. 이화궁에선 너무 머니까요. 그 정보의 대가로 고려에서 보낸 무력집단, 가칭 하렘궁의 궁주를 납치하는 척 하면서 동시에 서안의 도시 하나를 지워버립니다. 그럼 전 무림과 관이 분노하여 이화궁과 잔살마를 처단하기 위해 들고 일어나겠지요. 실제로도 그렇게 움직였고요.”
“설마 정사대전을 유도했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잔살마는 우리 정파 입장에서는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계집이지만, 반대로 사파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든 지켜내야 하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고, 사태가 악화되면 정사대전이 발발하겠지요.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고려의 첨병인 서현소저가 이화궁으로 궁주를 구하러 가는  아닌 이곳 무림맹으로 와서 회의에 참석한 것입니다. 우리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허허허허….”

충격적인 가설!
그러나 퍽 그럴듯했다.

“회의에 참석한 서현소저는 고려에서 파견나온 목적을 다하기 위해, 다시말해 정사대전을 일으키기 위해 꾸준히 이화궁을 토벌하자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진전이 없었죠. 우린 결정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작전이 실패했다 여기고 차선책으로 이화궁으로 발을 옮긴 것입니다. 거기서 잔살마와 작당하여 이화궁을 무너뜨립니다.”
“아니 그런데 잔살마는 그 전에 이미 흑천맹으로 출발했다 하지 않았소?”
“예. 일부러 자리를 비운 것이지요. 그 계집이 어디 오란다고 올 사람입니까?”
“….”
“아무튼 중요한 건,  무림의 큰 흐름이 정사대전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 중심에 하렘궁과 잔살마가 있고요.”
“으음….”
“이화궁을 누가 무너뜨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들이 누구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그 근방에 이화궁과 대적할 만한 문파가 있습니까? 남궁세가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파 말입니다. 그럼 저들은 생각하겠지요. ‘저 정파놈들이 이화궁을 무너뜨렸다.’ 라고요. 설령 그게 아니라 하렘궁이 그랬다 생각한다 해도,  하렘궁조차 우리 무림맹의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흑천맹이 정사대전을 고심하게 됩니다. 상호간에 정사대전을 일으킬 명분이 생긴 것이지요.”
“그리고 정사대전이 일어나면…고려가 가장 큰 이득을 취할 것이고?”
“그렇습니다. 그를 위한 제가연맹 결성이겠지요. 정사대전이 발발하면, 기회를 엿보다가 순식간에 결집된 힘을 터뜨려 중원무림을 집어삼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려는 말하겠지요. 저건 우리가  게 아니라 그저 무림간의 다툼일 뿐이라고.”

장내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남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찌됐든 서현소저가 중요인물입니다. 저와 남궁세가가 가세를 기울이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를 사로잡을 테니, 장로분들께선 최대한 정사대전을 늦춰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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