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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61)화 (460/517)



〈 461화 〉39.춘추무림시대

“허허허. 너희들 따위가 나를 죽인다고? 누가 중국인 아니랄까봐 허풍이 장난 아니구만.”

유은이 비웃자, 남자들은 더욱 분기가 탱천하여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이를 갈았다.
유일하게 제정신인 사람은 남궁혁. 그나마 그 역시 서현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상태였기에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했다.
단지 대장이라는 일말의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을 뿐.


그는 계속해서 서현의 가슴을주물럭거리는 유은의 손을 보며 핏대를 세웠다.

“저급한 놈…!  무림이 네놈의 실체를 알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뭐래. 알면 어쩔 건데? 응?”

이미 지구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은이 고작 무림 따위에서 본인의 실체가 까발려진다 해서무서워 할 리가 없다.
오히려 유희도 끝난 마당에 더 제약없이 날뛸 수 있다며 좋아할 정도.

“알려지든 말든 상관 없어. 어차피  무림의 미녀는  내 차지가 될 거거든. 보타…아니 보지문도 그렇게됐고.”
“…서현소저, 처음 만났을 땐 그대가 참하고 지적인 여인이라 생각했거늘, 저런놈과 함께하는 걸 보니 그렇지도 않나보오.”

유은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서현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그녀는 유은에게 만져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주인을 모욕하니 심히 불쾌해졌다.

“너 양치  했어?”
“뭐?”
“숨 쉬지마. 냄새나.”
“….”

그래서 튀어나온 말.
남궁혁의 머릿속엔 존재하지도 않는 말이었고, 평생 들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폭언이었다.
그 누가 대 남궁세가의 장로, 그것도 현 가주의 동생이자, 경우에 따라선 가주직을 물려받을지도 모르는 그에게 그런 말을 퍼붓겠는가.


하지만 기분이 나빠진 서현은 거침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면 그녀 기준으로 굉장히 스윗한 언어였다.
무려 유은을 모욕했는데도 고작 저 정도 말로 넘어가다니.

하지만 남궁혁은 그것 만으로도 꽤 충격 받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그가 알고있던 서현과는 괴리가 너무나도 컸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지 순간 뇌정지가 온 기분이었지만, 취해야  행동 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뭐가 어찌됐든 유은을 죽이고 서현을 사로잡는다.
다만 문제는 서현이 너무나도 강자라는 것. 남궁세가의장로로서 무림맹에 파견까지 나가있던 그였지만, 그럼에도 서현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와. 이런 말 까지 들어놓고 참는 거야? 너 모쏠이지?”


이어 날아오는 유은의 말.
모쏠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뭔가 기분이 상당히 나빠졌다.

“보아하니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고, 실력도 딱히 없어보이고 그런 주제에 자존심도 없으니 당연히 모쏠일 수밖에. 쯧쯧쯧. 인생 헛살았구만. 불쌍하다.”

유은은계속해서 남궁혁을 자극했다.
하지만 남궁혁은 생각보다 도발에 잘 넘어가지 않았고,  상황에 심호흡까지 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혔다.

예상외의 선전이랄까.
역시 무인이라 그런지 뭔가 다르다.


“근데말야. 일단  눈에 띈 이상너희들 전부 죽은 목숨이거든? 그래도 같은 인류로서 정이 있으니 기회를  번 줄게.”
“흥. 사내라는 놈이 아녀자의 뒤에서 목소리만 크구나.”
“응. 됐고, 일단 내 말 들어봐. 나한테도 측은지심이라는  있단말이지. 그러니까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면 너희들을 무사히 돌려보내줄게.”
“닥쳐라!! 얼굴만 믿고 나대는 주제에 말이 많구나!!”
“네놈의 목과 몸통을 분리시켜주마!”


남궁세가의 무인들이크게 떠들며 유은을 욕했다. 이번에는 여무사들도 동참.  무림의 미녀가 자신의 것이라는 등의 말들이 호감도를 대폭 깎아내린 것이다. 게다가 눈길조차 안 주기도 했고.

“뭐 듣지도 않고 난리들이네. 그렇게 어렵진 않아. 그…뭐냐 이름 뭐였더라?”
“남궁유이요.”
“어. 그래. 일단 걔하고…그리고 걔 엄마도 있겠지? 그렇게  명 넘겨.”

남궁유이의 가족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고 그저 ‘유이를 낳은 여자니까  여자도 예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은 큰 파장을 낳았다.
남궁혁을 중심으로 한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일제히 경악하며 입을 벌리더니,  부들부들 떨면서 악을 질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지금까지 분노를  참았던 남궁혁마저 크게 분노했다.

“갈!!! 네놈이 정녕 미쳤구나!!”
“아니 무슨 맨날 정녕 정녕 이지랄이네. 그냥 진짜라고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쓴담. 그나저나 유이한테 엄마 있긴 한 거지? 이뻐?”
“이런 미친놈이!!!”

심호흡이고 나발이고, 가족을 건드리는 유은의 말에 화를 참지 못한 남궁혁.
그는 강하게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휘황찬란한 빛을 뿌리며 검을 감싸는 검기.
당장이라도 요절낼 것만 같은 기세였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카앙 - !

날카로운 소리.
남궁혁의 눈이 부릅 떠졌다.


그의 패도적인 기세가 담긴 검을 막아낸 것은 다름아닌 유은의 손가락.
그것도 강기가 서려있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막혔다.
검이.

“무…슨…!”
“너랑 나랑은 클라스가 다르다는 거지. 클라스가.”

유은이 서현을 품에 안은 채로 가볍게 손을 털자, 남궁혁은 꼴사납게 튕겨졌다.

“장로님!!”
“이놈!”

이어 달려드는 무사들.
하지만 그들은 남궁혁 보다도 허무했다.
제각각 자신이 배운 창궁무애검법의 초식을 시전했지만, 채 2초식이 되기도 전에 휘몰아치는 충격파에 내상을 입고 널브러졌다.





“내가 서현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힘을 좀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은이 서현을 떨어뜨려놓고, 뒷짐을 지더니, 있지도 않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거만하게 말을 이었다.


“난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테니, 마음껏 공격해봐.”


그 말에 땅에 처박혀 산발이  남궁혁이 다시 일어났다.
눈에는 잔뜩 핏발이 서 있었다.

“창궁무애검법  17초식,”
“꾸짖을 갈!!! 이 혼난한 상황에 무공명을 외치다니. 네놈도 가오충인 것이냐? 쯧쯧쯧. 싸우는 자세가  되어 있구나.”

유은이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자, 남궁혁이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네놈 따위에게   같으냐!!”


강한 외침.
그는 방금전의 격돌로 깨달았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 유은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서현만해도 큰 산인데, 어쩌면 큰 산일수도 있다는 걸.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비단 서현 때문만이 아니라, 그는 가문을 모욕하였으며, 감히 가문의 여식들을 더러운 마음으로 탐하였다.
그 죄를 여기서 물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가주형님과 남궁세가의 선대 조상들을 뵐 면목이 없다.


“으아아아!”

그는 유은을 향해 튀어가는 순간 온 신경과 내공을 검에 퍼부었다.

검을 수련한 자의 궁극오의.
검강.

초절정이라는 초강자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거쳐야 하는단계.

그는 절정의 벽을 넘기 위해 꾸준히 검강을 수련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수준으로 만드는 검강은 너무나 많은 진력을 소모했고, 그런 주제에 다루기도 힘들었다.
조금만 집중이흐트러져도 모든 것이 무너지며 심하게는 내상을 입거나 하루종일 팔을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다.

일단 만든다.
무조건 만들어서 저 엿 같은 목을 날려버려야 한다.




촤아아아.


화려한 빛무리.
넘실대는 파도처럼 한순간 뿜어져나온 강렬한 내공이, 찰나의 시간동안 단단하게 뭉쳐 강(强)을 이루었다.

“오. 저게 검강이라는 겐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유은은 감탄했다.

물론 위력이 강해서는 아니었다. 애초에 유은쯤 되면 서현이 검강을 쓰든 개미가 검강을 쓰든 거기서거기로 느껴질 뿐이니까.
다만 순수히 멋지다고 느꼈을 뿐이다.




“죽어라아아!!!”


순식간에 유은의 앞까지 다가온 남궁혁은 유은을 향해 내리쳤다.
쾌속과 패도가 절묘하게 섞인 초식.
하늘을 가를 것만 같은 위력과, 절대 피할  없는 속도가 합쳐져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타악.


“가까이서 보니 더 멋지네. 역시 나도 배워둬야겠어. 세린이가 잘 알려주려나?”
“뭣…?!”


유은은 피하지 않았다.
아까처럼, 너무나 가볍게 손가락을 들어 방어했다.

아니, 방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방어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하는 행동이니까.
유은의 행위는 그게 아니다. 그저 적절한 거리에서 검강을 살펴보기 위해 손을 들었을 뿐이다.

“근데 이런   몇십년수련해야 하지 않나? 그런 건 귀찮은데. 스킬로 만들면 좋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유은.
남궁혁은 거기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서현에게 엄청난 욕설을 들었을 때보다, 검기가 막혔을 때보다,
비교할  없는 충격이었다.

도대체 검강을 맨손으로 막아내다니. 정체가 뭐란 말인가.
천하제일의 무인이라면 이런 것이 가능할까?

가능할 리가 없다! 검강이  검강이겠는가.

울컥!!

그 충격 때문인지, 찬란하게 유지되던 검강이 흐트러지며 남궁혁의 입에서 피가 한웅큼 역류했다.

“아. 없어졌네.”
“!!!”

그리고 그제서야 상황을 인지하곤 재빨리 뒤로물러서는 남궁혁.
유은이 검을 잡고 있던 것이 아니었기에, 빠져나오는  어렵지 않았다.

“….”
“흐음…너, 아직 초보자구나? 제대로 유지 못하는 걸 보니.”
“네놈….”

남궁혁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유은을 노려봤다.

“왜…공격하지 않았지?”
“응? 뭐가?”
“분명…방금의 난 허점투성이었다! 충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상념에 빠지고 말았지.”
“그래서?”
“그때 공격했더라면 지금쯤 난 주검이 되어 있었을 텐데 어째서ㅡ,”
“어이어이 너 지금 무슨 멍청한 소릴 하는 거야?”

유은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보고  따위의 허를 찌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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