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91)화 (490/517)



〈 491화 〉41. 헬게이트

“역사? 그건 아무것도 아냐.”
“굉장히 맹랑한 발언이시네요.”
“그건 됐고, 우리 문명이 우주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냐가 관건일 거 같은데.”


우주로 진출하는  좋다. 하지만 우주는 지금껏 쓸어버리다시피 했던 이곳과는 질적으로 다른 공간이다. 일단 생명체가 살고있는 행성을 찾는 것부터가 힘들고, 찾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지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낮다.
어떻게 지적 생명체를 찾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한사랑 문명보다 수준이 낮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우주 약탈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운이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게요. 바르카나 같은   있으면낭패니까요.”
“지금 우리와 그때의 바르카나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알면서 뭘 물으세요.”
“음.”

현재 한사랑의 문명은 우주초기단계.
은하제국을 제외한 지구에 비한다면 월등한 수준이지만, 바르카나에 비하면 한참이나 미달이다.

만약 우주적으로 바르카나 같은 문명이 널려 있다면?
차라리 진출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괜히 어그로 끌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약탈은 포기할  없지?”
“그냥 하고 싶으신 거 아니에요? 왤케 타락하셨어요.”
“타락이라니 상관한테. 일단 병종 티어 업글부터ㅡ,”



[사령관님, 청와대에서 통화연결 요청입니다.]

한참 진행되던 대화를 끊고 들어오는 목소리.
한사랑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대차게 배신을 때린 그녀에게 있어 청와대는 그리 기분좋은 이름이 아니었다.
평소라면 부하들이 알아서 컷할 텐데, 이렇게 자신한테까지 올라왔다는 건 뭔가 중요한 내용이라는 뜻. 저쪽에서 울며 사정이라도 한 걸까?

“알았어. 돌려봐.”
[2번입니다.]

한사랑이 한숨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받자, 건너편에서 곧장 본론이 날아들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마디 듣지도 않고 끊어버릴 걸 염두에 둔  같았다.

-새로운 제안이 있습니다. 한사랑 대령…아니 이젠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어떻게 부를지는 대통령님 마음대로하시면 됩니다. 그보다 새로운 제안이라니. 그런 일을 겪고도  하실 말이 있으십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차가웠다.
사실 잘잘못을 따진다면 먼저 배신을 때린 그녀쪽이 불리해야 하겠지만, 이미 그녀는 정의니 뭐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토록 외쳐대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니 공리주의니 하는 것들도 그냥 마음 한구석에 박아버린지 오래다.
게다가 지금 아쉬운 건 먼저 연락을 걸어온 대통령쪽.

-통화로만 하기엔 너무 길  같은데, 한 번 만나뵐 수 있겠습니까?
“….”


껄끄러운 제안.
이제와서그를 직접 대면하는것은 아무래도 좀 꺼려진다.
하지만 말없이 배신했던 전적이 있었기에 마냥 거부하기에도 콩알만한 양심이 찔린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그런 취급을 받았으면서도 이렇게 다시 제안을 해오는 그의 말이 궁금하기도 했다.

-제가 가기엔 여러모로 제약이 있으니 이왕이면 사랑씨가 이쪽으로 와주셨으면 합니다. 오신 김에 그의 얼굴도 좀 보시고요.
“음.”

구미가 조금 당겼다.
어차피 대륙정벌도 거의 끝냈고, 남은 과제들은 딱히 그녀가 없더라도 당분간은 문제가 없다.


“그러죠 그럼. 시일은 제가 가서 전달하겠습니다.”

결국 그녀는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만남을 수락했다.






“혹시 함정이 아닐까요?”

통화가 끝난 후 들려오는 셜리의 걱정.

“설마. 날 건드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어차피  인간은 죽음을 각오한 미친놈이잖아요. 괘씸해서 자폭테러 할지도 모르죠.”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닐거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고작 현대병기 정도에 다칠 정도로 하찮은 스탯도 아냐.”
“그건 그렇죠.”

비록 유은의 패밀리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녀스스로가 패밀리를 거느린 보스다. 유은의 ‘조정’ 아녜스의 ‘노블레스’ 그리고 한사랑의 ‘군단’.
패밀리를 거느린 보스들은 패밀리의 세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막대한 스탯 보너스를 받게 되고, 이는 한사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그녀의 패밀리는 행성 하나를 뒤덮은 수준. 유은 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스탯보정을 받고 있다. 고작 대한민국의 대통령 정도가 준비할 수 있는 무기로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것이다.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자고.”







+++



지구에는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 인류를 멸종시킬 것만 같았던 좀비사태가 해결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달에 건설된 무지막지한 병기를 드러낸 은하제국은 드디어  이빨을 내보였다.

일단은 외부로 정보를 내보내지 않고 각국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은근히 항복제안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한꺼번에 대규모로, 그것도 뜬금없이 항복하라는 제안을 던진다면 소문이 안 퍼질 리가 없다.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지구인들이 이를 알게 되었고, 대다수는 절망했다.

개중에는 분노를 불태우며 적극적으로 대항하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지구병기 가르강튀아의 위력을 맛본 이후인지라 그 수는 소수였다.


“힘을 조금 가졌다고 해서 주변국을 겁박하고 조롱하는 태도는 심히 성숙하지 못하며, 양차대전의 끔찍함을 알고도 또다시 이와 같은 분쟁을 야기하려드는 매우 비인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가장 먼저 외교적인 발언을 내비친 것은 존재감도 없던 베트남. 무려 뒤에서 오고가는 외교채널도 아니고 그냥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위엄을 선보였다.


참고로 베트남은 던전사태가 벌어지고나서 한 차례 국가가 붕괴하였다가, 던전사태를 비교적 빨리 진압한 대한민국의 원조를 통해 민주정을 시작한 신생(?)국가다.

던전에 의해 국가가 붕괴되고, 그걸 타국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정도라면 세계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그러나 지닌바 힘에 걸맞지 않게 자존심은 매우 강했다.
이는 한정된 지역(동남아시아)에서 나름의 패자로 있어왔던 경험 때문인 듯 한데, 외부에서 보기엔 심히 같잖아 보일 뿐이었다.


아무튼 호기롭게 은하제국을 향해 비판을 날려주는 베트남. 그것도 외교적인 언어로 표현한  아니라 꽤나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당연히 세계는 경악.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 걸까. 지구의 패권국인 미국조차 고심하고 있는데.


은하제국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보지니아 연방제국  10국에서 100만의 보지니아가 베트남과의 국경으로 집결한 것이다.

곧장 쳐들어가거나 가르강튀아를 사용할 수도 있을텐데, 그래도 국경 앞에서 멈춘 것은 이미 그것 만으로 많이 봐준 것. 기회를 한 번 더 준 셈이다.

물론  기회를 살릴만한 국가였다면 애초에 도발을 하지않았겠지만.




“반성과 자각이 전혀 없다.”




라는 식의 베트남 정부의 두 번째 발표가 나오자, 보지니아 제 10국은 100만의 군대를 진군시켰다.
그리고 순식간에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를 점령,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모든 정치세력을 쓸어버리고 동시에 베트남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보지니아화를 집행했다.

기준에 합당한 미녀를 제외한 전원을 보지니아로 만들어버리는 끔찍한 학살. 이미 중국에서 시행되어  지구인의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이 베트남에서 재현되었다.

그야말로 서슴없는 행각.
1억이 조금 넘는 인구가 보지니아로 대체되기까지 2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좀비사태를 통해, 인류는 실망감이 극에 달할 정도의 무능함을 내비쳤습니다. 어느 누구하나 먼저 나서지 않았으며, 그런 어려움이 있는 와중에 전쟁까지 지속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태를 통해 적국에게 타격을 줄  있을까 하는 비인륜적인 사상마저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이 커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가면을 뒤집어쓰고 뒤늦은 대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이미 급속도로 진행된 후였고, 좀비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건설했던 장벽이 무너진 이후로는 사실상 인류의 손을 떠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인류의 지극한 무능함과, 오로지 자기 자신과 세력만을 위하는 이기심으로 인한 것입니다. 적절한 조치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일은 언제든 또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연방(은하제국 연방)의 상제께서는 인류를 기꺼이 여기는 마음으로 향후 있을 모든 위협으로부터의 항구적인 보호를 위하여 모든 국가의 은하제국 가맹이라는 심히 너그러운 은혜를 베풀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나 배은망덕하게도 아시아의 소국 베트남은 이를 거부하였고, 그 과정에서 본국에 대한 모독을 곁들였습니다. 이는황은을 업신여기는 중죄이며 자신들의 무능함과 무가치함을 깨닫지 못한 무지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게 된 인류에게 선택지는 둘 뿐입니다. 자신을 깨닫고 황은을 받들어 ‘인류’로서 보호될 것인가, 아니면 무지함과 헛된 자존심으로 황은을 업신여기며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없앨 것인가. 이는 전적으로 인류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