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8화 〉41. 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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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우웅 - !
- 콰강!
“우왁! 우와아악!!”
- 피융!
“히익!”
뺨을 스쳐가는 총탄!
거의 죽을뻔한 율령은 급히 발을 굴렀다.
그러다가 운 나쁘게돌에 걸려서는 그대로 데굴데굴 구르며 무방비상태.
“야! 이 미친년아!!”
그 모습을 본 연대장이 고함을 내질렀지만, 사방에서 울리는 굉음에 묻혔다.
“죽여!”
“죽여라아!!”
“와악! 미쳤어미쳤어!!”
기함하며 일어난 율령이 덜그럭거리는 방탄모를 한 손으로 꾹 누른 채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발바닥이 떨어지는 곳마다 총탄이 박히고 연기와 파편이 튀었다.
“찐으로 공격하네 이 씨발것들!!”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진짜로 총격전이 벌어질 줄이야.
수도권을 점거한 반군은 율령을 위시로한 진압군이 올라오자, 이 악물고 총탄을 쏴갈겼다.
당연하지만 총을 쐈다는 건 말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전차의 포탄이나 자주포, 심지어는 항공지원까지 있는대로 다 때려부었다.
덕분에 설마 진짜로 교전이 일어날까? 하고 아직까지도 희망을 품고 있던 국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었고, 사망자도 다수 생겼다.
탁탁탁탁.
빗발치는 총탄과 포탄세례를 가까스로 뚫고 다시 돌아온 은율령.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를 엄폐물 삼아 숨어있던 연대장이 그녀를 보자마자 철모를 냅다 갈겼다.
“거기서 왜 멈추고 지랄이야! 죽고 싶어?!”
“멈추고 싶어서 멈춘 거아닙니다!!”
단지 넘어졌을 뿐인데 억울(?)했던 그녀가 나름 항변했다.
“그나저나 어쩝니까? 진짜 이악물고 달려들고 있는데요?”
“씨발…개같은 것들. 군인이란 것들이 감히 반기를 들어?”
사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차피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것 만으로 인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자신의 안전과 인생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싸워 국군을 궤멸시키고 쿠데타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건 장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병사들도 마찬가지.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해 안 되는 구석들이 좀 있긴 하지만.
“일단 지금은ㅡ,”
퍼걱!
이를 갈다가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시사항을 전달하려던 연대장의 얼굴이 돌연 수박마냥 터졌다.
타앙 - !
어찌나 강력한지 무려 엄폐하고 있던벽을 뚫고 철모에 감싸인 인간의 머리까지 터뜨린 것이다.
“수,숙이십쇼!!”
뒤늦게 총성이 울리는 걸 보니 상당히 먼 거리에서의 저격.
한 위관급 장교가 벌벌 떨며 몸을 숙였다.
“어차피 벽도 뚫는데 몸을 왜 숙여 병신아! 죽을 일 있냐?!”
최상급자가 죽어 그 자리를 승계하게 된 은율령이 그를 강제로 일으켰다.
“뛰어!!”
“으아아악!”
쾅!
발이 떼어지자, 강한 파공음과 함께 벽이무너져내렸다.
그야말로 찰나의 타이밍.
“씨발…이러다 진짜 죽겠는데?”
“으아아아 불길한 소리 마십쇼!!”
“닥쳐 병신아! 뛰기나 해!”
어떻게든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빠르게 후퇴.
그녀는 무전으로 연대장의 사망을알리고는 전 병력에 후퇴를 지시했다.
한참 응수하고 있던 아군 전차가 좀 더 앞으로 나오며 보호막을 치는 한 편, 각지에 퍼져 엄폐하고 있던 보병들이 뒤로 뛰어왔다.
몇몇 병사들은 날아오는 총탄에 몸이 꿰뚫려 고꾸라지고, 몇몇은 터지는 포탄에 육편이 되어 사망했다.
그리고 결국,
“아아악!!”
그녀가 강제로 이끌던 장교도복부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씨발!”
“끄흑…사,살려…!”
끔찍하고 가망없어보이는 모습에 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리 망나니 같은 그녀라도 군에 몸담은 이상 전우를 버릴 수는 없었다.
살아 있다면데리고 간다.
“별로 다치지도 않았구만. 사내새끼가 좀 참아.”
그녀는 재빠르게 몸을 숙여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는 그를 어깨에 걸쳤다.
“아아아악!!”
“참으라고 병신아. 존나 무겁네. 돌아가면 살 좀 빼라.”
호기롭게 걸쳐매긴 했지만 그녀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무게.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오고 도저히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괜히 객기부렸나...’
순간 드는 후회.
여자가 들기엔 너무나 가혹한 체중이었다.
챠캉 !
그리고 그때,
돌연 그녀의 앞에나타난 여인.
아름다운 궤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뜬금없이 등장한 그녀는 묘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 있었다.
“…?”
어디선가 본 듯한 여인.
심히아름다워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외향을 하고 있는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수납했다.
“이것이 미래의 무기로구나. 흥미롭다.”
“누구…?”
느낌상 알았다. 아마도 유은이 보낸 여인이겠지.
그녀는 가슴속으로 퍼지는 안도감을 느꼈다.
“저기요. 일단 이 녀석좀…!”
“응? 사내녀석이 아니냐. 심히 볼품없구나.”
“볼품없다니! 싸우다 다친 군인한테!”
“그거야 본녀의 알 바는 아니지. 그나저나방금 죽을 뻔한 것은 알고 있느냐? 바로 이 몸이 지켜주었음이야.”
누굴까 대체. 괜히 빡치는 이 여자는.
그녀는 대놓고 적진에게 등을 돌리며 율령을 향해 웃더니 갑자기 검을 뽑아 번뜩이는 궤적을 그리다 다시 수납했다.
“참으로 빨라. 어검술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구나. 이 몸의 무공을 이리도 쉽게 일으키다니. 이것이 바로 문명의 힘인가.”
뒤늦게 갈라져 떨어지는 총탄.
아마도 날아오는 총알을 검으로 가른 것 같았다.
“아이야, 참으로 복이 넘치는구나. 본녀의 검을 눈 앞에서 보게 되다니.”
“아니 그딴 건 관심 없고! 이 녀석 좀 어떻게 해달라니까요! 하다못해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기라고! 갑자기나타났으니까 갑자기 가는 것도할 수 있을 거잖아요!”
“흠. 뭐 가능하겠지. 하지만 싫다.”
“왜!!”
여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지개모양으로 휘어지는 것이, 웃는 건지 마뜩찮게 여기는 건지 알 수 없다.
“말하지 않았느냐. 알 바 아니라고. 본녀의 임무는 네녀석을 지키는 것일 뿐이니 쓸데없는 주문은 하지 말거라.”
“무슨…! 당신 그녀석이 보낸 거지?! 당장 전화해! 내가 직접 말할 테니까!”
1초가 급하다.
자신의 폰은 이미 전투속에 잃어버린지라 다른 인간의 전화기가 필요했다.
그것도 유은의 번호가 들어있는.
그가 보냈을 게 뻔한 눈앞의 여자라면 당연히 갖고 있지 않을까?
“전화? 그 휴대용 전서구 말이냐. 본녀는 갖고 있지 않다. 영 불편해서 말이다.”
“아니 무슨 개소리야!!”
“그리고, 어차피 그것은 소라공이라도 오지 않는 이상 사는 것이 불가할 터. 쓸데없이 고통을 겪는 것 보단 차라리 편히 쉬는 것이 나을게다.”
그녀의 잔인한 말이 끝나자, 다리에 매달린 작은 가방 속에서 무언가가 슉 튀어나왔다.
“!!”
허무하리만치 쉽게 남자의 머리를 갈라내곤 다시 복귀.
율령은 잠시 경악하며 덜덜 떨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시신을 내려놓았다.
“…이 좆같은 년아.”
“말을 삼가거라. 본녀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게냐.”
“다시 살려내…살려내란말야!!!”
거의 발악에 가까운 함성을 내지르자, 여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 사라졌다.
“시끄러운 계집이구나. 예의도 없고. 네년도 결국 주인의 좆집이 아니더냐.”
“뭐,뭐라고?”
“조금쯤은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거라.”
“이 좆만한 년이 누구보고 좆집이래!”
“후후. 본녀보다 네녀석이 더 키가 작다만?”
“아니…씨….”
도대체 이 개같은 년은 누굴까.
분명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녀는 달려들어 발이라도 차볼까 하다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분명 개좆같은 년이 하나 튀어나왔지만, 그리고 아주 엿같은 짓을 저질렀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여자를 활용해야 한다.
지금 그녀는 지휘관이니까.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
“…됐고, 그럼 최소한 부대 후퇴라도 도와!”
“참으로 건방지고 예의 없는 계집이구나. 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딱 한 놈이거늘.”
“아 말 되게 많네! 어차피 날 지키러 온 거라며! 그럼 하라는 대로 좀 해!”
“쯧쯧쯧. 주인에게 한 마디 해줘야겠어. 이토록 교육이 안 된 계집이라니.”
거의 악을 쓰는 율령의 태도에 그녀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율령의 말을 들어줄 생각인지 다리에 차고 있던 가방에서 무수한 단검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적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능력 없는 것들에겐 상당한 위력이겠지만, 그래봤자 개개인은 연약 그 자체. 본녀의 상대는 아니니라.”
허공에 전개되어 있던 단검들에 검강이 입혀지고, 적진을 향해 총탄처럼 쏘아졌다.
찌르는 형식의 공격이라 단검 그 자체의 범위는 매우 좁았지만, 워낙 그 기세가 강해 공간이 일그러졌고, 덕분에 날아오던 총탄이나 포탄은 그 무엇도 맞추지 못한 채 허공에서 파쉐됐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단검들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전차의 장갑을 종이박스 뚫듯 관통해 버리고, 건물 같은 것은 통째로 베어 무너뜨리며인간 그 자체인 군인들은 한낱 고깃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역시 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