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화 〉42.반은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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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기자회견 이후, 대한제국의 행보는 매우 빨랐다.
일단 어디까지나 임시로 해체했었던 한국군을 정식으로 해체해버리고, 본국(이세계)에서 200만 명이라는 충공깽스러운 대병력을 끌고와 주둔시켰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에 150만 명을 주둔시켰는데, 참고로 해체 직전 대한민국의 병력은 50만 이었다. 물론 예비군은 제외.
서방세계 대표적인민주국가였던 대한민국이 갑자기 몰락하며 파시즘행보를 보이자, 세계인들의 절망은 점점 짙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은하제국에 가맹한다지 않은가.
이에 가장 큰 불안을 느낀 것은 다름아닌 북한이었다.
본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없으면 존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몰락하는 국가인데, 중국은 완전히 멸망하여 보지니아 연방제국으로 대체되었고, 덕분에 중국의 보조를 받지 못함은 물론, 러시아의 보조도 힘겹게 되었다.
더구나 가장 큰 적국이던 대한민국은 지난 협정으로 인해 핵보유국이 되었고, 매년마다 엄청난 양의 핵미사일을 찍어내는 중이다.
그러다가 이제는 아예 민주주의를 던져버리고 대놓고 제국주의를 천명하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때문에 겉으로는 여전히강한척 하고 있었지만, 뒤쪽으로는 은하제국 가맹을 넌지시 찔러보곤 했다.
물론 그 건방진 제안을 은하제국측에서 받아들일 리 없었지만.
아무튼 국제정세가 이모양으로 흘러가자,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다수의 국가들이 점점 결집하던 것이 점점 가속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국제외교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발빠르게 행보였다.
그 중에서도 은연중의 대장은 당연히 미국.
현재 미국은 어떻게든 은하제국을 무너뜨릴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장 신경쓰이는 건 역시 좀비를 일소시켜버린 대지구병기 가르강튀아와 중국, 베트남을 쓸어버린 보지니아였다.
“그 망할 위성병기를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만 문제입니까? 그놈의 보지니아는 어떻고요.”
“…항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동남아쪽은 이미 은하제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운 것 같더군요.”
“인접국이니까요.”
물론 그 미국에서조차 그냥항복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절대 소수는 아니었다.
애초에 너무 심각한 차이가 나지 않은가.
아마 일개 세력과 나머지의 간극이 이렇게 극심한 차이가 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도무지 대항할 각이 서질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 대한민국을파시즘으로 바꿔버린 한사랑의 군단만 보아도 이미 인류의 기술력을 아득히 뛰어넘어 차원간 이동까지 하는 실정인데, 미국을 비롯한 기존 인류는 차원간 이동은고사하고 유인 우주선을 띄우는 것조차 천문학적인 연구비에 허덕이며 겨우겨우 하는 실정이다.
그 어느것 하나 대적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항복하기엔 그뒤가 너무나도 두렵다는 것이 문제.
인간을 아무렇게나 쓸어버리고, 필요하다면 제멋대로 징집하여 인권유린을 해대는 역사상 최악의 국가인 은하제국의 식민지가 된다면 그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건 지옥 그 자체가 되어버린 후지산 자치령을 본다면 충분히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항복이 아닌 항전을 주장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이다.
“A-Force를 사용하죠.”
“…분명 많은 투자가 들어간 프로젝트이긴 합니다만, 그들 가지고 뭐가 되겠습니까?”
본디 좀비사태에 투입하기 위해 1억 2천만 가량의스탯을 투자한 A-Force. 총 10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명의 대장이 2천 100만 개의 스탯을 지급받았고, 나머지 100명은 100만개씩 지급받았다.
수수료를 제외한다 해도 지구 기준으론 역대급 전력.
거기에 미국의 역량을 기울여 제작한 결전병기 기간트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어지간한 국가는 A-Force 열 명만 투입되어도 초전박살 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은하제국이 너무나 넘사벽급의 국가라는 것.
애초에 저들에게 지급한 스탯도 전부 은하제국에서 나온 것이고, 스탯을 출금하고 입금하는 시스템 자체가 은하제국의 상제인 유은의 소유다.
당연히 A-Force급의 스탯은 은하제국에는 널리고 널려있다.
“그들을 정면으로 투입하면 당연히 아무것도 안 되겠죠. 하지만 사회교란과 게릴라 정도는 어느정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요는 가르강튀아와 보지니아만 억제하면 해볼만 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누군가가 꺼낸 이야기.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말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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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씨가 어느정도 안정된 후, 그녀는 내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주로 이세계에 있는 대한제국에 관해서였는데, 들어보니 이 여자도 서현 뺨치는 엄청난 여자였다.
첫만남때부터 그런 기색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그때는 뭐냐 나름 철학적? 그런 사고방식으로 일을 저지른 거였다면, 이세계에선 순전히 자기영달을 위해 그 엄청난 짓을 해버린 거다.
그렇다고 싫냐고?
그럴리가.
당장 나 부터가 구제불능 악인인데 누굴 싫어할 깜냥은 안 되지.
“이렇게 이쁘기도하고요.”
쪽.
하얀 볼에 키스해주니,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그러더니 한 마디.
“정말…나랑만 하는 사람이면 참 좋을 텐데.”
윽.
그런 대적할 수 없는 말을.
“뭐, 어쩔 수 없죠. 선택한 건 나니까.”
그러면서 대뜸 나를 안아왔다.
밖에선 미친년 취급이지만 내겐 역시 사랑스러운 사랑씨.
가만히 껴안고 있어도 기분좋다.
“…그 인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다가 그렇게 물어오는 그녀.
그 인간이라면…역시 대통령이겠지?
지금 그녀에겐 완전히 불구대천의 원수일 테니까.
참고로 연락이 끊겼던 가족들은 나중에 전부 사망한 걸로 밝혀졌고…흉수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대통령의 사람이거나 아니면 사랑씨의 아버지쯤으로가닥을 잡고 있다.
즉, 대통령이 벌인 일 때문에일가족을 전부 잃어버렸다는 거다.
“죽이지 않고 놔두고 있는 거죠?”
“일단 감금만 해두고 있어요.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절대 편히 죽게 할 생각이 없으신 모양.
하긴. 나 같아도 그러겠다.
“근데 저는 그런쪽으로는 재능이 없는데…기껏해야 음…여체화 시켜서 남자들한테 돌려버린다거나?”
“….”
윽.
사랑씨가 썩은눈이되어 날 올려다본다.
“유은씨가 박게요?”
“히익? 설마요. 제가 왜 그런 중늙은이를.”
피식.
귀엽게 웃는 사랑씨.
다행히 완전히 정떨어지진 않은 모양이다.
“그거, 소냐씨한테 가서 말해도 되죠?”
“…네?”
“중늙은이라면서요. 제가 알기로 그 인간이 소냐씨보다 나이가 적ㅡ,”
“와악!”
큰일날 소릴!
나도 모르게 사랑씨의 입을 막아버렸다.
“소냐씨가 알면 저 등짝 세게 얻어맞습니다.”
“겨우 그 정도? 저였으면….”
“저였으면?”
내 손을 치운 사랑씨가 귓가에 속삭였다.
으.
뭔가 음란해진 거 같아.
그래서 더 좋지만.
“일주일 동안 감금했을지도.”
“헉.”
나를 놀리는 게 재밌는지, 그녀는 베시시 웃었다.
정말이지 인지부조화가 일어날 정도로 밖에서의 모습과는 영 딴판인 사람이다.
“사랑씨!”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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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랑 한 번 얘기해보시는 건 어때요?”
“…서현씨요?”
뜨거운 회포 이후,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그런 말을 건냈다.
아무래도 서현이라면 남에게 고통 주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 아주 좋을 거 같은데.
“흠.”
사랑씨가 고민한다.
“확실히 서현씨가 그런쪽으로 유명하죠.”
“힐러도 낭낭하게 빌려드릴테니 이것저것 시도해보셔도 될 거 같은데. 그냥 놔두는 것 보다는 그렇게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죽지만 않으면 되는거니까.”
“하긴. 그러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잔인한 얼굴이 얼핏 스쳐간 것 같다.
잘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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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은 바로 다음날 서현을 찾아갔다.
이미 언질이 가 있었는지 그녀를 반겨주는 서현.
“말씀은 전해들었습니다. 전 대통령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주고 싶다고요.”
“네.”
“훗. 저도 그 인간은 좀 맘에 안 들던 차였어요.”
서현이 사랑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주제도 모르고 자꾸 주인님을 이용하려던 게 상당히 거슬렸거든요.”
“용케 잘참고 계셨네요.”
“건드리기엔 살짝 덩치가 큰 인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다르죠.”
언제부터 그렇게 죽이 잘 맞았는지, 두 여인이 서로를바라보며 섬뜩하게 웃었다.
“주인님 말씀으로는 여체화에 대해 얘기가 오갔다던데.”
“아…그거 농담 아니었나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름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음. 좀 부족한데.”
그런짓을 당한다는 건 분명 고단한 일이겠지만, 그것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뭔가 본인이 저지른짓을 뼈저리게 후회할만한 그런 게 없을까?
“그 인간의 가족들은요?”
“독하게도 전부 죽였더라고요. 자기가무슨 대단한 영웅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거죠.”
“아쉽네요.”
“그러게요 정말.”
본인의 가족이 생각났는지, 찻잔을쥐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아. 이 극도의 분노를 어떻게 풀어줘야 좋을까.
“일단 뭐라도 해보죠. 그 인간이 좀비로 장난질을 쳤으니 우리도 좀비로 되갚아 주자고요.”
“설마 좀비화? 그건 너무 편한 거 아닌가요.”
“후후후. 제가 설마 그렇게 아마추어 같은 짓을 하겠어요?”
그야말로 악녀 그 자체의 표정.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학살로 한 가닥 하는 한사랑이 아니었다면 섬뜩함에 눈조차 제대로 못 마주쳤을 것이다.
“좀비들은 저주받은 식욕을 갖고 있는 것들이잖아요? 이번에 얻은 바이러스를 살짝 건드려서 성욕으로 바꿨지요.”
“……그런 걸 했어요?”
“혹시 몰라서 개발해 두었답니다.”
“….”
“아무튼, 그 인간을 일단 여체화 시킨 후에 좀비 소굴에 집어 넣는 거예요.”
“미치지 않을까요? 그건 그것대로 별로인데. 온전히 고통을 받았으면 해요.”
“그건 뇌를 건드리면 되는건데, 아흑이가 보조하면 깔끔하게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영원히. 잠도 안 자고.”
“아흑…?”
“주인님의 펫입니다. 트랜스미스릴이라고, 살아있는 기계라고 보시면 돼요.”
“아하.”
“자, 말이 나왔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죠.”